한가위의 밤
하늘에 떠 있는 만월의 환한 빛이 온 세상을 가득 드리운다.
보름달이 둥글게 떠오르는 한가위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이다.
한가위라는 이름에는 우리 민족의 영혼과 정신이 깃들어 있다.
한은 크고 넓고 높다는 뜻이며, 가위는 가운데를 의미한다.
즉, 한가위는 가을의 한가운데에 있는
크고 넓고 높은 날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여기에는 풍요로운 가을 수확에 대한 감사와 함께
밝음을 찾고자 하는 우리의 영혼과 정신이 담겨 있다.
한가위는 음력 8월 15일로 설, 정월대보름
단오와 함께 우리나라의 4대 명절에 속한다.
다른 말로는 추석, 중추절이라고도 한다.
한가위는 고대로부터 내려온 달에 대한 신앙에서 유래된 것이다.
예로부터 가을이 풍요로운 것은
월신(月神)이 복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여겼기에
가장 밝고 크고, 둥근 8월의 보름달을 향해
감사의 제사를 지내게 됐고 어두운 밤은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기에 밝게 빛나는
만월은 마음의 평안을 준다고 믿었다.
이 때문에 달빛 아래서 축제를 벌였고
1년 가운데 가장 큰 만월인 8월 15일을 큰 명절로 여겼다.
그래서 달 없는 추석은 그 의미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우리는 눈부신 경제성장과 문화의 영향력으로
세계 속에서 그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우리의 기술력과 창의성은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K-팝과 드라마, 푸드 등 K-문화는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그림자가 있다.
물질만능주의의 팽배로 인해
인간 본연의 가치, 인성이 무너지고 있다.
이념, 세대, 성별, 지역 간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공동체 의식의 약화로 인한 사회적 고립과
단절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의 전통 속
면면히 이어져 온 정신적 가치를 되살리는 길이다.
한가위에 담긴 영혼과 정신을 재발견하고
이를 현대적 맥락에서 재창조해야 할 때이다.
홍익인간 정신을 실천해야 한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이 정신은
개인의 이익을 넘어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을 이룰 수 있다.
천(天)· 지(地)· 인(人) 사상을 되새겨야 한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라는 이 철학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생을 강조한다.
이는 현대 사회가 직면한 환경 문제와
생태계 위기를 해결하는 지혜가 될 수 있다.
나눔과 감사의 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
한가위의 풍성한 수확을 나누던 전통은
현대 사회에서 물질적, 정신적 나눔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 양극화를 완화하고 공동체 의식을 회복할 수 있다.
세대 간 소통과 화합을 도모해야 한다.
한가위에 온 가족이 모여 정을 나누던 전통은
현대 사회에서 세대 간 이해와 존중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이는 세대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 통합을 이루는 기반이 될 것이다.
전통문화의 창조적 계승이 필요하다.
풍습과 놀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발전시켜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번 한가위를 맞아,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정신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지혜를 되살리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값진 문화유산이다.
예로부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다.
올 한가위 명절에는 우리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것이 민족의 명절인 추석에 두 손 모아 올리는
이해인 시인의 간절한 달빛기도가 아닐는지
달빛기도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 내 좀 더 환해지기를
모난 마음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
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