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얼하고 있는가?
친구와 지인들로부터
안부를 물어온다
아내의 병고는 깊어가고
재활과 돌봄 때문에
여기저기 속한 모임에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떠오르는 얼굴
보고싶은 마음
내 속에 길이 되었지만
내마음 보여 줄 수가 없네
법정스님의
한 친구가 편지에 불쑥,
그곳 산중에는 무엇이 있느냐고
선문답처럼 물었다고 한다
이 물음을 받고
법정은 문득 옛 은자(隱者)의 시가 떠올라, 다음의 시를 써서 회신으로 띄었다는데
山中何所有(산중하소유)
嶺上多白雲(영상다백운)
只可自怡悅(지가자이열)
不堪持贈君(불감지증군)
산중에 무엇이 있는가
산마루에 떠도는 구름
다만 스스로 즐길 뿐
그대에게 보내줄 수 없네
이 시는 양(梁)나라 무제(武帝) 소연(蕭衍)의 친구였던 도홍경(陶弘景, 452~536)의 시다.
옛날 은자(도홍경)가 구곡산(九曲山)에 들어가 은둔생활을 하자 그의 친지 무제가 그를 불러내기 위하여 산중에 무엇이 있어 나오지 않느냐고 물은데 대해 답하는 뜻으로 지은 시이다.
자신의 거처에는 이렇다 할 아무것도 없지만 산마루에 떠도는 무심한 구름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이런 경지는 혼자서나 조촐히 즐길 뿐 그대에게는 보내줄 수 없노라고 말한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그 도홍경의 욕심을 떠난 담담하고 소탈한 삶을 엿볼 수 있다.
(법정 오두막 편지 중)
■ [도홍경과 무제 소연]
도홍경(陶弘景)은 일찍이 왕실에 들어가 왕손들을 가르친 인연이 있어
소연(蕭衍)과도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다. 소연이 제(濟)나라를 공격하고 새로 나라를 세울 때 양(梁)이라는 국호를 도홍경이 지어 주었다. 무제(武帝)는 그를 정치 참모로 곁에 두고자 했는데 산중에 들어가 버리자 아쉬워하면서도 사람을 보내 자주 자문을 구했기 때문에 그를 산중재상 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지안스님 / 조계종 승가대학원장)
2026. 6. 22
#무얼하고있는가
#내마음보여줄수가없네
#산마루에떠도는구름
#스스로즐길뿐
#그대에게보내줄수없네
근현대 중국화가 황군벽(黃君壁)의
고령백운(高嶺白雲) 1960年作
수묵지본(水墨紙本) 107.5×51.5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