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경쟁(2)
다음날 오전 10시 반,
서울구치소에서 이영준은 박상호와 마주앉아 있다.
오늘 박상호는 담당계장 조기현을 대동했다.
“구치소 관계자가 입회하고 있으니까 다른 말 하지 마세요.”
조기현이 주의사항을 일러준다.
“자취방 이야기나 잘 될 것이라는 이야기. 물론 우리 이야기도 하시면 안 되죠.”
“압니다.”
이영준이 고분고분 대답했다.
“저도 머리가 잘 돌아갑니다. 걱정마세요.”
“오선미는 우리가 주선해서 면회가 된걸 안다면 질색을 할겁니다.”
“그게 성질이 더러워서…”
“그래서 우리가 비공식으로 먼저 면회를 시킨겁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박상호가 운을 떼었다.
정색한 표정이었으므로 이영준이 긴장했다.
“이팀장님은 오선미를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오선미는 이론가이고 냉철한 투사입니다.
조직력도 강하고 추종하는 후배들이 많아서 거물 급에 들어갑니다.”
눈을 가늘게 뜬 이영준의 눈 앞에 오선미의 알몸이 떠올랐다.
쾌락의 탄성과 흐느낌까지 들린다.
박상호의 표현이 도무지 어울리지가 않는다.
그때 박상호의 말이 이어졌다.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공산당원증을 받은 몇 명 중의 하나라는 정보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둘은 잘만 지냈는데요.”
이영준이 똑바로 시선을 준채 말을 잇는다.
“말씀하시는 분위기가 내가 괴물하고 같이 지낸 것처럼 들립니다.”
“그럴리가.”
쓴 웃음을 지은 박상호가 이영준을 보았다.
“이팀장은 이해하시기 힘들겁니다.”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겠던데요.”
“말을 꺼내지 않았겠지요. 이팀장은 오선미의 은신처, 또는 휴게실 역할을 하신겁니다.”
“우린…”
했다가 심호흡을 한 이영준이 손목시계를 보는 시늉을 했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준 그들과 말다툼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자 박상호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들은 지금 소장실 옆 회의실에 앉아있는 것이다.
“자, 가십시다. 시간이 되어 가네요.”
그리고 20분쯤 후에 이영준은 유리 칸막이 건너편 방으로 들어서는 오선미를 보았다.
오선미는 하늘색 수인복 차림이었는데 가슴에는 숫자가 찍힌 번호표를 붙였다.
이영준을 본 오선미가 눈과 입을 딱 벌리면서 주춤 멈춰섰다.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
그것을 본 이영준의 얼굴이 웃으려다 일그러졌다.
‘야, 나다.”
그래서 먼저 그렇게 불러놓고 보았다.
“일루 와 앉아!”
유리벽에 뚫린 수십 개 구멍들은 마치 총알 구멍 같다.
이쪽을 노려보던 오선미가 마침내 입을 꾹 다물더니 유리 벽 건너편에 앉는다.
입회 간수가 옆쪽에서 우두커니 그들 머리 윗쪽을 보면서 메모를 하고 있다.
그때 이영준이 말했다.
“야, 열심히 해라. 나도 열심히 할테니깐 말이야.”
오선미는 시선을 좌측 아랫쪽으로 비스듬히 내린채 듣기만 했고 이영준의 말이 이어졌다.
“내가 영치금 넣었으니까 먹고 싶은거 사 먹어. 여기서도 돈 필요하다고 하더라.”
“…”
“내가 요즘 삥땅친 돈이 좀 있는데 영미한테 보내줄 테다.
지난번처럼 선배라고 하면 되겠지.
그러니깐 넌 지금처럼 입만 꾹 닥치고 있으면 돼.”
(다음 회에 계속)
글_이원호|그림_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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