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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11장. 비밀거래 (23)

작성자무이|작성시간21.04.04|조회수156 목록 댓글 0








11장. 비밀거래 (23)



호텔로 돌아왔을 때는 밤 11시 반이 되어가고 있었다.
위스키를 반병쯤 나눠 마셨지만 이영준은 물론이고 서정은도 말짱했다.
그래서 방으로 들어선 이영준이 저고리를 벗어 던지며 물었다.
“술 한잔 더 하실까?”
서정은이 잠자코 옷장 앞으로 가더니 구두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는다.
그것만으로도 이영준의 심장은 무섭게 고동을 쳤고 머리끝으로 열이 오른다.

이영준이 선반에서 위스키와 잔을 꺼내들고 탁자에 놓았다.
그러자 서정은이 일어나 냉장고에서 얼음통과 마른 안주를 꺼내들고 왔다.
차분한 표정이다.
“누굴 사랑해본 적 있어요?”
앞쪽에 앉으면서 서정은이 또 불쑥 묻는다.

이 여자는 이게 버릇이다.
불쑥 불쑥 내지르지만 불쾌하지는 않다.
군더더기를 빼고 바로 본론으로 접근하는 기질이다.
그래, 넌 앞으로 ‘불쑥이’다. 이영준이 제 잔에 술을 채우면서 대답했다.
“수십 번이요.”
그래놓고 똑바로 서정은을 보았다.

“만날 때는 진심으로, 진정코 사랑합니다. 하지만 헤어지면 잊어요.”
술잔을 든 이영준이 한 모금에 술을 삼켰다.
독하다. ‘아리랑’에서 마신 놈보다 도수가 높은 것 같다.
저도 모르게 입을 떡 벌렸던 이영준이 더운 숨을 뱉고 나서 말을 잇는다.

“따라서 일반적 사랑의 관점에서 보면 난 제대로 된 사랑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는 놈이요.”
“머리에서 다 지워져요?”
“그렇게는 안 됩니다.”
머리를 흔들어 보인 이영준이 똑바로 서정은을 보았다.
“수시로, 또는 틈틈이, 또는 우연히 생각이 나죠. 그것도 수십 명이 번갈아서. 냄새로,
모습으로, 또는 목소리로 연상이 되니깐.”
“......”

“아련하게 떠오르고 그리워져요. 다른 여자를 만날 때도 마찬가지요.
하지만 전혀 죄책감 같은 건 일어나지 않습디다.”
“......”
“내가 여자한테 피해를 입혔다는 의식이 없어서 그런가봐.”
다시 잔을 채운 이영준이 물끄러미 서정은을 보았다.
어느덧 이영준의 표정도 가라앉아 있다.

“아마 결혼하면 달라지리라고 믿겨져요. 난 책임과 약속은 지키는 놈이니까.
결혼이란 상대방과의 약속 아닙니까? 배신하지 않는다는.”
“이부장님은 그러실 것 같네요.”
서정은이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눈이 조금 가늘어져 있는 것이 웃는 것 같다.
술기운에 눈이 흐려져서 그것을 똑똑히 보려고 손등으로 눈을 부볐더니 서정은이 말했다.
“섹스 좋아하죠?”

봐라. ‘불쑥이’가 또 나왔다.
숨을 들이켜면서 어깨를 편 이영준이 정색하고 서정은을 보았다.
“난 서부장을 만족시켜줄 자신이 있습니다.”
“좋아하느냐고 물었는데 무슨 대답이 그래요?”
“난 상대가 절정에 오르는 장면을 겪어야 만족하는 놈이요.”
“그래요”
술잔을 든 서정은이 한 모금에 삼키더니 지그시 이영준을 바라보았다.
불빛에 반사된 검은 눈동자가 번들거리고 있다.

“나, 군더더기 다 버릴래. 그리고 오늘 밤 당신하고 즐길거야.”
그러면서 서정은이 술잔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그러더니 욕실로 발을 떼면서 말을 잇는다.
“이영준씨, 10분 후에 욕실로 들어와.”



- 다음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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