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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125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6.01|조회수80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125
#수호지 제52회-2

  •  


한편, 이규는 양산박 산채에 당도하여 두령들을 만났다. 주동은 이규를 보자 분노가 치밀어 박도를 들고 이규에게 덤벼들었다. 이규도 쌍도끼를 뽑아 들고 주동과 맞붙었다. 조개와 송강 등 여러 두령들이 말렸다. 송강이 주동에게 사과했다.

“지난번에 아이를 죽인 일은, 이규가 저지른 것이 아니라 군사 오용이 자네를 산에 올라오게 하기 위해 꾸민 계책이었네. 오늘 이미 산채에 왔으니,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동심협력하여 대의를 일으키도록 하세. 그래야 남들이 우리를 비웃지 않을 걸세.”

송강은 이규를 불러 주동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이규는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왜 그만 옳다고 하는 거야! 나는 산채를 위해 힘을 많이 썼는데, 그는 반점의 공도 없소. 그런데 내가 왜 그에게 사과해야 한단 말인가!”

송강이 말했다.

“아우! 자네가 아이를 죽인 것이 비록 군사의 엄명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나이를 따져 봐도 그가 형이야. 내 체면을 봐서라도 자네가 예를 갖추어 사과하게. 그러면 내가 자네에게 절을 하겠네.”

이규는 송강의 간청을 이기지 못하고 말했다.

“네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형님이 날 핍박하니까, 할 수 없이 너한테 사과한다.”

이규는 송강의 독촉을 받고 쌍도끼를 내던지고 주동에게 두 번 절을 했다. 주동은 비로소 화가 누그러졌다. 조개는 산채에서 연회를 열어 두 사람을 화해시켰다.

이규가 말했다.

“시대관인이 고당주에 있는 숙부 시황성의 병문안을 갔는데, 부윤 고렴의 처남 은천석이 숙부의 화원을 강탈하려고 시진을 욕하고 때리길래, 내가 은천석 그놈을 때려죽였소.”

송강이 듣고서 놀라며 말했다.

“너는 도망쳐 왔지만, 필시 시대관인이 소송에 연루될 것이다.”

오용이 말했다.

“형님은 너무 놀라지 마십시오. 대종이 돌아오면 자세히 알 수 있을 겁니다.”

이규가 물었다.

“대종형님은 어디 가셨는데?”

오용이 말했다.

“자네가 시대관인의 장원에서 일을 저지를까 염려되어, 자네를 산채로 불러들이려고 특별히 그를 보냈네. 대종이 갔다가 자네가 없으면, 필시 고당주로 자네를 찾으러 갔을 거야.”

말이 미처 끝나기 전에, 소교가 와서 대원장에 돌아왔다고 보고하였다. 송강이 나가서 맞이하고 당상으로 와서 좌정한 다음, 시대관인의 일을 물었다.

대종이 대답했다.

“시대관인의 장원에 당도하니 이미 이규와 함께 고당주로 갔다 해서, 그리로 가서 정탐을 했습니다. 성안 사람들이 모두 말하기를, 은천석이 시황성의 장원을 강탈하려고 하다가 시커먼 덩치에게 맞아 죽었는데, 시대관인이 연루되어 지금 감옥에 갇혀 있다고 하였습니다. 시황성의 가족들은 감금되고 가산도 모두 몰수되었다고 합니다. 시대관인의 목숨도 조만간에 끝장날지 모릅니다.”

조개가 말했다.

“저 시커먼 놈은 가는 곳마다 말썽을 일으키는구나.”

이규가 말했다.

“시황성이 그놈에게 맞아서 화병이 나서 죽었고, 또 집을 빼앗으려고 시대관인까지 구타했는데, 살아있는 부처라도 그걸 어떻게 참나?”

조개가 말했다.

“시대관인은 우리 산채에 많은 은혜를 베풀었는데, 그가 위난에 처했으니 우리가 어찌 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가 직접 가겠다.”

송강이 말했다.

“형님은 산채의 주인인데 어찌 가볍게 움직일 수 있겠습니까? 제가 시대관인에게 많은 은혜를 입었으니 형님 대신 제가 가겠습니다.”

오용이 말했다.

“고당주는 성은 비록 작지만 군사도 많고 식량도 풍족하므로 가볍게 대적해서는 안 됩니다. 번거롭지만 임충·화영·진명·이준·여방·곽성·손립·구붕·양림·등비·마린·백승 12명 두령이 마보군 5천을 거느리고 선봉이 되시오. 주장 송공명과 오용·주동·뇌횡·대종·이규·장횡·장순·양웅·석수 10명의 두령은 마보군 3천을 거느리고 접응합니다.”

모두 22명의 두령은 산채를 떠나 고당주를 향해 진격하였다.

양산박의 전군이 고당주 경계에 당도하자, 군졸이 부윤 고렴에게 보고하였다. 고렴은 보고를 받고 냉소를 띠며 말했다.

“양산박 소굴에 있던 도적떼는 그렇지 않아도 내가 소탕하려고 했는데, 오늘 네놈들이 스스로 잡히려고 왔구나. 이는 하늘이 내가 공을 이루도록 도와주시는 것이다. 여봐라! 빨리 호령을 전하라! 군마를 점검하여 성을 나가 대적하고, 백성은 모두 성 위에 올라가 지키도록 하라!”

고렴은 한편으로 군사들을 점검하고 또 한편으로는 백성을 준비시키며 명령을 하달했다. 장막 앞에 도통·감군·통령·통제·제할 등의 직책을 맡은 관원들이 각각 소속 군마를 거느리고 모여들었다. 훈련장에서 점검을 마친 다음 성을 나가 진을 펼쳤다. 고렴의 수하에는 3백 명의 심복군사가 있었는데, 비천신병(飛天神兵)이라 불렀다. 그들 하나하나가 모두 산동·하북·강서·호남·양회·양절 지역에서 선발한 건장한 사내들이었다.

고렴은 갑옷을 입고 등에 검을 메고 말에 올라, 친히 3백 신병을 이끌고 성 밖으로 나갔다. 진세를 펼쳐 부하 군관들을 배치하고 3백 신병은 중군에 두었다. 깃발을 흔들고 함성을 울리며 북을 두드리고 징을 울리면서 적군이 오기를 기다렸다.

임충·화영·진명이 5천 인마를 거느리고 당도하였다. 양군이 대치하자 깃발을 올리고 북을 치면서 각기 강궁과 쇠뇌를 발사하여 양진이 거리를 두고 자리 잡았다. 양군에서 뿔피리를 불고 북을 울리자, 화영과 진명이 열 명의 두령과 함께 진 앞에 나섰다. 임충이 장팔사모를 비껴들고 말을 몰아 진 앞으로 나와 소리쳤다.

“고당주는 목숨을 바치러 나와라!”

고렴이 30여 명의 군관을 거느리고 문기 아래 나와서 임충을 가리키며 꾸짖었다.

“제 죽는 것도 모르는 반적이 어찌 감히 나의 성을 침범하느냐?”

임충이 소리쳤다.

“백성을 해치는 강도 놈아! 내가 조만간 경성으로 쳐들어가 임금을 속이는 역적 고구를 갈가리 찢어 죽일 것이다!”

고렴은 크게 노하여 고개를 돌려 보며 물었다.

“누가 출전하여 먼저 저 도적놈을 잡겠느냐?”

군관들 중에서 우직이라는 통제관이 말을 박차고 칼을 휘두르며 진 앞으로 나와 임충을 보자 곧장 달려들었다. 두 사람의 싸움이 5합에 이르렀는데, 우직이 임충의 사모에 가슴을 찔려 말에서 떨어졌다. 고렴은 그걸 보고 크게 놀랐다.

“다시 누가 나가서 원수를 갚겠느냐?”

온문보라는 통제관이 장쟁을 들고 황표마(黃驃馬)를 타고 곧장 임충에게 달려들었다. 진명이 보고 소리쳤다.

“형님은 잠시 쉬시오! 내가 저 도적놈 참하는 걸 구경하시오.”

임충이 말을 세우고 사모를 거두어 진명이 온문보와 싸우도록 양보했다. 두 사람이 싸운 지 10여 합이 되었을 때, 진명이 빈틈을 보여 상대가 쟁으로 찌르고 들어오도록 유인하여 낭아곤으로 내려치자 온문보의 머리가 두 쪽으로 쪼개져 말 위에서 죽었다. 말은 펄쩍 뛰어 본진으로 돌아갔다. 양진에서 모두 함성을 질렀다.

고렴은 연이어 두 장수를 잃자 등에 메고 있던 태아보검(太阿寶劍)을 뽑아 들고 입으로 주문을 외우며 소리쳤다.

“가라!”

고렴의 진중에서 한 줄기 검은 기운이 일어나더니 공중으로 흩어지면서 모래와 돌을 날렸다. 천지가 요동치고 괴상한 바람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양산박 진영으로 몰아쳤다. 임충·진명·화영 등 장수들은 서로 얼굴을 대하고서도 볼 수가 없었고, 놀란 말들이 포효하면서 마구 날뛰었다. 군사들은 몸을 돌려 달아났다. 고렴이 검을 휘두르며 지시하자 3백 신병이 진중에서 튀어나오고 그 뒤를 관군이 협조하여 한꺼번에 쳐들어왔다.

임충 등의 군마는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며 연결이 모두 끊어졌다. 형을 부르고 아우를 부르며 아들을 찾고 아비를 찾는 아비규환에 빠졌다. 5천 가운데 천여 명을 잃고 50리를 퇴각하여 하채하였다. 고렴은 양산박 인마가 퇴각을 하는 것을 보고, 본부 군병을 거두어 고당주 성안으로 회군했다.

한편, 송강의 중군 인마가 도착하자, 임충 등이 맞이하고 앞의 일을 얘기했다. 송강과 오용은 듣고서 크게 놀랐다. 송강이 오용에게 말했다.

“어떤 술법이기에 그처럼 대단한 겁니까?”

오용이 말했다.

“요술 같습니다. 만약 바람과 불을 돌려보낼 수 있다면 적을 격파할 수 있습니다.”

송강이 천서를 펼쳐 보니, 제3권에 바람과 불을 돌려보내 진을 격파하는 법이 있었다. 송강은 크게 기뻐하며, 주문과 비결을 외어 두었다. 인마를 점검하고 새벽에 밥을 지어먹고, 깃발을 흔들고 북을 울리며 성 아래로 진격하였다.

군사가 달려가 보고하자, 고렴은 다시 인마를 점검하고 3백 신병과 함께 성문을 열고 조교를 내리고서 밖으로 나와 진세를 펼쳤다. 송강이 검을 잡고 말을 몰아 진 앞으로 나서 보니, 고렴의 군중에 한 무리의 검은 깃발이 보였다. 오용이 말했다.

“저 진중의 검은 깃발은 신사계(神師計)의 군병을 부리는 것입니다. 저들이 그 술법을 사용하면 어떻게 대적하시겠습니까?”

송강이 말했다.

“군사는 안심하시오. 나에게 적진을 격파할 방법이 있습니다. 모든 장병들은 놀라거나 의심하지 말고 앞으로 돌격하라!”

고렴이 대소 장교들에게 분부했다.

“강적들과 맞서 싸울 필요 없다. 방패가 울리는 소리를 듣거든 일제히 송강에게 달려들어 붙잡아라. 후한 상을 내릴 것이다.”

양군이 함성을 울렸다. 고렴의 말안장에는 갖가지 짐승의 얼굴이 그려진 구리방패가 걸려 있는데 이상한 문자들이 쓰여 있었다. 고렴이 보검을 들고 진 앞으로 나오자, 송강이 고렴을 가리키며 꾸짖었다.

“어젯밤에는 내가 도착하지 않아서 형제들이 일진을 패했으나, 오늘은 필히 네놈들을 몰살시켜 버리겠다!”

고렴도 소리쳤다.

“너희 반적들은 빨리 말에서 내려 포박을 받아, 내 손에 피를 묻히지 않게 하라!”

말을 마치자 검을 휘두르며 입으로 주문을 외우더니 소리쳤다.

“가라!”

검은 기운이 일어나면서 괴상한 바람을 몰고 왔다. 송강은 바람이 도달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입으로 주문을 외우고 왼손으로 수결을 짓고 오른손으로 검을 들어 가리키며 소리쳤다.

“가라!”

그러자 송강의 진으로 불어오던 바람이 방향을 바꾸어 고렴의 신병부대로 몰려갔다. 송강이 인마를 불러 막 돌격하려는 때에, 고렴은 바람이 방향을 바꾼 것을 보고 급히 구리방패를 들고 검으로 두드렸다. 그러자 신병부대 안에서 한 줄기 황사가 일어나더니 그 속에서 한 떼의 맹수와 독충들이 돌진해 왔다. 송강 진중의 인마는 놀라고 얼이 빠졌다. 송강이 검을 내던지고 말을 돌려 달아나자, 두령들도 송강을 호위하면서 모두 달아났다. 장병들은 서로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도망치기에 바빴다. 고렴이 뒤에서 검을 휘두르자, 신병이 앞서고 관군이 뒤를 이어 일제히 쳐들어왔다. 송강의 군대는 대패하였다. 고렴은 20리를 추격하다가 징을 울려 군사를 거두어 성으로 돌아갔다.

송강은 언덕 아래에 이르러 인마를 수습하고 목책을 세웠다. 비록 군졸들을 제법 잃었지만 두령들이 모두 무사한 것을 보고 기뻐하였다. 군마를 주둔시키고 군사 오용과 상의하였다.

“고당주를 치러 와서 연이어 두 번이나 패전했소. 신병을 격파할 계책이 없으니, 어찌하면 좋겠소?”

오용이 말했다.

“만약 저놈들이 신사계를 사용한다면, 필시 오늘 밤에 기습하러 올 것이니 먼저 계책을 써서 방비해야 합니다. 이곳에는 약간의 군마만 주둔시키고 우리는 지난번의 목책 안에서 대기합시다.”

송강은 영을 전하여 양림과 백승에게 목책을 지키게 하고, 나머지 인마는 이전의 목책 안으로 퇴각하여 휴식하게 하였다. 양림과 백승은 인마를 이끌고 목책에서 반리쯤 떨어진 풀숲에 매복하였다.

밤중에 비바람이 크게 불어대는 가운데, 고렴이 3백 신병을 거느리고 말을 타지 않고 걸어서 다가왔다. 휘파람소리를 신호로 하여 진 안으로 일제히 쳐들어갔다가, 진이 비어 있는 것을 보고 몸을 달려 달아났다. 양림과 백승의 부대가 함성을 지르자, 고렴은 계책에 빠진 것을 알고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3백 신병도 각자 도주하였다. 양림과 백승의 부대가 화살을 어지럽게 쏘아댔는데, 그 중 하나가 고렴의 왼쪽 어깨에 꽂혔다. 양림과 백승의 부대가 비바람을 무릅쓰고 공격하자, 고렴은 신병들을 이끌고 멀리 달아났다. 양림과 백승은 인원이 적어 깊이 추격하지 않았다.

잠시 후 비바람이 그치고 구름이 걷히자 하늘에 별빛이 반짝였다. 달빛 아래에서 보니, 풀밭 속에 창에 찔리고 화살에 맞아 쓰러진 신병 20여 명이 있어 송강의 진으로 끌고 갔다. 양림이 비바람이 몰아친 일을 애기하자, 송강과 오용은 크게 놀라며 말했다.

“이곳은 5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 비도 없고 바람도 없었다!”

두령들이 모두 모여 상의했다.

“정말 요상한 술법이다. 여기서 겨우 3~40장 거리밖에 안 되는데 구름이 일고 비가 내렸다면, 아마 근처에 있는 호수에서 가져왔을 것이다.”

양림이 말했다.

“고렴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검을 들고 진으로 쳐들어왔다가, 내가 쏜 화살을 몸에 맞고 성으로 돌아갔습니다. 우리는 인원이 적어 감히 추격하지 못했습니다.”

송강은 양림과 백승에게 상을 내리고, 붙잡아 온 부상당한 신병들은 모두 베어 버렸다. 두령들을 나누어 7~8개의 소채를 세워 대채를 에워싸게 하여, 기습에 대비하게 하였다. 그리고 산채로 사람을 보네 원병을 요청하였다.

한편, 고렴은 화살을 맞고 성중으로 돌아가 치료하면서 영을 내렸다.

“성을 수비하면서 밤낮으로 방비하고 저놈들과 싸우지 마라. 내 상처가 회복되고 나서 송강을 잡아도 늦지 않다.”

한편, 송강은 인마를 많이 잃어 심중으로 근심하며 군사 오용과 상의하였다.

“지금 고렴도 아직 격파하지 못했는데, 만약 다른 곳에서 군마가 더 오면 어찌 하오?”

오용이 말했다.

“제 생각에 고렴의 요술을 깨뜨리려면 여차여차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만약 이 사람을 데려오지 못한다면, 시대관인의 목숨도 구하지 못할 것이고 고당주의 성도 영원히 얻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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