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수호지 155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6.17|조회수67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155

  •  


수호지 제66회-1

오용이 송강에게 말했다.

“이제 다행히 형님께서 무사하시고 또 안태의가 산채에 있으면서 병환을 돌봐 주니, 이는 양산박으로서는 천만다행입니다. 형님께서 병석에 누워계실 때 제가 누차 사람을 보내 북경성의 소식을 정탐했는데, 양중서는 우리 군마가 쳐들어올까 봐 밤낮으로 근심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보내 북경성 안팎의 저자거리에 출처가 없는 고시문을 두루 붙여, 원한에는 각기 갚을 대상이 있고 빚에는 각기 채무자가 있으니 대군이 당도해도 원수는 따로 있으므로, 주민들은 걱정하지 말라고 알려 두었습니다. 그래서 양중서는 더욱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동경의 채태사는 관승이 투항했다는 소식을 듣고, 천자 앞에서 감히 말도 못 꺼내고 초안을 해야만 무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누차 양중서에게 서신을 보내, 노준의와 석수를 살려 두라고 하였습니다.”

송강이 그 말을 듣고 빨리 군마를 보내 북경을 공격하라고 재촉하자, 오용이 말했다.


“지금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조만간 원소절(元宵節)이 다가오는데, 북경에서는 해마다 등불을 많이 내걸고 있습니다. 이 기회를 틈타서 먼저 성안에 사람을 매복시켜 놓고 바깥에서 대군으로 공격하면, 안팎으로 호응하여 성을 깨뜨릴 수 있습니다.”

“그 계책이 참으로 묘합니다! 군사는 즉시 시행하시오.”

“가장 중요한 일은 성중에서 불을 질러 신호하는 일인데, 형제들 가운데서 누가 그 일을 행하겠소?”

그러자 계단 아래에서 한 사람이 나서며 말했다.

“제가 가겠습니다.”

사람들이 보니, 고상조 시천이었다. 시천이 말했다.

“제가 어릴 때 북경에 가 본 적이 있는데, 성안에 취운루라는 누각이 하나 있습니다. 누각 아래위에 크고 작은 방이 110개 정도 있는데, 원소절 밤에는 필시 소란할 겁니다. 제가 몰래 성으로 잠입해서 정월 보름 밤에 취운루에 올라가 불을 질러 신호할 테니, 군사께서는 인마를 동원하여 감옥을 습격하십시오. 그것이 상책일 것 같습니다.”

오용이 말했다.

“내 생각이 바로 그렇네. 자네는 내일 새벽에 먼저 산을 내려가서, 원소절 밤에 누각에 불을 지르게. 그러면 큰 공을 세우게 되는 것이네.”

시천이 응낙하고 명을 받아 떠났다.

다음 날 오용은, 해진과 해보로 하여금 사냥꾼으로 변장하고 북경성으로 들어가 관원부에 야생동물 고기를 바치게 했다. 그리고 정월 보름 밤중에 불길이 오르는 것을 신호로 하여, 유수사 앞으로 가서 일을 보고하는 관병을 저지하라고 하였다. 두 사람은 명을 받고 떠나갔다.

두천과 송만은 쌀장수로 변장하고 수레를 끌고 성중으로 들어가 쉬다가, 원소절 밤에 불길이 오르는 신호를 보면 먼저 동문을 점거하라고 하였다. 두 사람은 명을 받고 떠나갔다.

공명과 공량은 하인으로 변장하고 북경성 안의 소란한 저자거리 처마 아래에 쉬고 있다가, 누각에 불길이 오르는 신호를 보면 두천과 송만을 접응하라고 하였다. 두 사람도 명을 받고 떠나갔다.

이응과 사진은 나그네로 변장하고 북경성 동문 밖에 쉬고 있다가, 성중에 불길이 오르는 신호를 보면 먼저 동문을 지키는 군사들을 베고 동문을 빼앗아 탈출로를 확보하라고 하였다. 두 사람도 명을 받고 떠나갔다.

노지심과 무송은 행각승으로 변장하고 북경성 밖의 암자에 있다가, 성중에 불길이 오르는 신호를 보면 남문으로 달려가 대군을 가로막고 달아날 길을 저지하라고 하였다. 두 사람도 명을 받고 떠나갔다.

추연과 추윤은 등을 파는 객상으로 변장하고 북경성 안으로 들어가 객점에서 쉬고 있다가, 누각에 불길이 오르는 신호를 보면 사옥사(司獄司) 앞으로 달려가 접응하라고 하였다. 두 사람도 명을 받고 떠나갔다.

유당과 양웅은 공인으로 변장하여 북경성 관아 앞에서 쉬고 있다가, 불길이 오르는 신호를 보면 보고하러 가는 인원을 저지하여 머리와 꼬리가 서로 구원하지 못하게 하라고 하였다. 두 사람도 명을 받고 떠나갔다.

공손승은 떠돌이 도사로 변장하고 능진은 도동으로 변장하여 풍화포와 굉천포 수백 개를 가지고 북경성 안의 한적한 곳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불길이 오르는 신호를 보면 포를 터뜨리라고 하였다. 두 사람도 명을 받고 떠나갔다.

장순은 연청을 따라 수문을 통해 성으로 들어가 노준의의 집으로 가서 음부와 간부를 잡으라고 하였다. 왕영·손신·장청·호삼랑·고대수·손이랑은 시골 부부로 변장하고 들어가 등을 구경하다가, 노준의 집에 방화하라고 하였다. 시진은 악화를 데리고 군관으로 변장하여 채절급의 집으로 가서 노준의와 석수를 구하라고 하였다. 여러 두령들이 각각 명을 받고 떠나갔다.

때는 정월 초순이었다. 북경의 양중서는 이성·문달·왕태수 등의 관원들을 불러 등불 다는 일에 대해 상의했다. 양중서가 말했다.


“해마다 북경에서는 등불을 많이 달아 원소절을 경축하면서 백성과 함께 즐겼는데, 모든 것이 동경과 비슷했소. 그런데 지금은 양산박 도적들의 침략을 두 번이나 당해, 등불을 달다가 화를 초래할까 두렵소. 내 생각에는 이번에는 행사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소?”

문달이 말했다.

“저 도적놈들이 몰래 퇴각하고서 출처 없는 고시문만 여기저기 붙여 놓은 걸 보면, 더 이상 계략도 없고 침략할 생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상공께서는 뭘 근심하십니까? 만약 올해 등불 행사를 하지 않으면, 저놈들의 간첩이 탐지하고서 우리를 비웃을 겁니다. 상공께서는 명을 내려, 주민들에게 작년보다 등불을 더 많이 내걸고 명절놀이도 더 많이 하라고 알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시내에는 자라 모양의 산을 두 개 세우고, 동경의 방식대로 야간통행도 허용하여 13일부터 17일까지 닷새 동안 등불을 달게 하십시오. 부윤으로 하여금 주민들을 점검하여 등불의 숫자가 줄지 않도록 하면서, 상공께서 친히 행차하셔서 백성과 함께 즐기도록 하십시오. 저는 군마를 이끌고 성을 나가 비호욕에 주둔하면서 도적들의 간계를 방비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도감은 철기마군을 거느리고 성을 돌면서 순시하여 백성이 걱정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양중서는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다. 관원들은 계획을 정하고 즉시 방을 붙여 주민들에게 알렸다. 북경 대명부는 하북에서 가장 큰 군(郡)으로 요충지였기 때문에, 작 지역에서 장사꾼들이 운집했다. 등을 내건다는 소식이 들리자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성중의 각 모퉁이나 거리들은 관원들이 매일 순시하였고, 명절놀이를 할 수 있는 준비도 했다.

부유한 집에서는 각자 화등(花燈)을 내걸었는데, 멀게는 2~3백 리 밖에까지 가서 사오기도 했고 가깝게는 백리 밖에서 사왔다. 객상들도 해마다 등을 가지고 성으로 들어와 팔았다. 집집마다 문 앞에 등을 걸기 위한 등책을 세우고, 보다 멋진 등과 교묘한 모양의 불꽃을 내걸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집안에는 천막을 치고 오색 병풍의 불꽃을 늘어놓고 사방에 명인들의 서화와 기이한 골동품들을 내걸었다. 성안의 큰 거리는 물론이고 골목마다 집집마다 모두 등불을 켰다.

대명부 유수사 다리 앞에도 자라 모양의 산이 세워졌는데, 그 위에는 홍색과 황색의 종이로 만든 용이 똬리를 틀고 비늘마다 등잔이 하나씩 켜졌으며 입에서는 물을 내뿜었다. 다리 아래 개울 주변에도 아래위로 등불이 켜졌는데,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었다. 동불사(銅佛寺) 앞에도 자라 모양의 산이 세워졌는데, 그 위에는 청룡이 똬리를 틀고 주위에는 수천 개의 화등이 밝혀졌다.


취운루 앞에도 자라 모양의 산에 세워졌는데, 그 위에는 백룡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사방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등불이 켜졌다. 이 취운루는 하북에서 제일 유명한 주루인데, 처마는 삼중으로 되어 있고 대들보와 기둥이 아름답게 조각되어 있는 호화로운 건물이었다. 누각 아래위에 백 개가 넘는 방이 있었으며, 하루 종일 음악소리와 노랫소리가 하늘까지 울려 퍼졌다. 성안 곳곳에 있는 도교사원과 불교사원에서도 모두 등불을 밝히고 풍년을 기원했다. 유흥가는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양산박의 간첩들이 이러한 소식을 산채에 보고했다. 오용은 보고를 받고 크게 기뻐하면서 송강에게 자세히 얘기했다. 송강이 친히 병력을 거느리고 북경을 공격하러 가겠다고 하자, 안도전이 간했다.

“장군의 상처가 아직 완치되지 않았기 때문에, 절대로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노기가 침범하면 치료하기 어렵습니다.”

오용이 말했다.

“제가 형님을 대신해서 다녀오겠습니다.”

즉시 철면공목 배선에게 팔로군마를 배정하게 하였다. 제1대부터 제4대까지는 마군이고, 제5대부터 제8대까지는 보군이었다.

제1대는 쌍편 호연작이 한도와 팽기를 부장으로 하여 앞장서고, 진삼산 황신이 뒤에서 접응한다. 제2대는 표자두 임충이 마린과 등비를 부장으로 삼아 앞장서고, 소이광 화영이 뒤에서 접응한다. 제3대는 대도 관승이 선찬과 학사문을 부장으로 삼아 앞장서고, 병울지 손립이 뒤에서 접응한다. 제4대는 벽력화 진명이 구붕과 연순을 부장으로 삼아 앞장서고, 청면수 양지가 뒤에서 접응한다.

제5대는 몰차란 목홍이 두흥과 정천수를 부장으로 거느리고, 제6대는 흑선풍 이규가 이립과 조정을 부장으로 거느리고, 제7대는 삽시호 뇌횡이 시은과 목춘을 부장으로 거느리고, 제8대는 혼세마왕 번서가 항충과 이곤을 부장으로 거느린다.

이 팔로의 마군과 보군이 각자 길을 취해 출발하되, 시각을 반드시 지켜 정월 15일 밤 10시에 모두 성 아래로 집결하라고 명하였다. 나머지 두령들은 모두 송강과 함께 산채를 지키기로 하였다.

한편, 시천은 본래 처마 위로 날아다니고 벽을 타는 사람이라, 올바른 길로 성으로 들어가지 않고 밤에 성벽을 넘어 들어갔다. 성안의 객점에서는 혼자 온 손님은 받아주지 않아, 낮에는 한가하게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저녁에는 동악묘에서 쉬었다.

정월 13일에 사람들이 등을 내거는 것을 구경하면서 성안을 돌아다니다가, 해진과 해보가 사냥한 짐승을 메고서 성안을 다니며 구경하는 것을 보았다. 또 공연장에서 나오는 두천과 송만도 만났다.

시천은 취운루로 가서 한 바퀴 돌아보다가, 공명을 만났다. 머리를 풀어헤치고 다 떨어진 양가죽을 입고서 오른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왼손에는 밥그릇을 들고서, 지저분한 모습으로 구걸을 하고 있었다. 시천은 공명의 등 뒤로 다가가서 말했다.

“형님은 혈색이 좋아서 거지같지 않아요. 북경에는 공인이 많은데, 혹시라도 그들에게 들켰다간 큰일을 망칠 수 있어요. 차라리 어디 숨어있는 것이 좋겠소.”

말을 하고 있는데, 담장 밑에서 또 거지 하나가 나오는데 공량이었다. 시천이 말했다.

“형님은 얼굴이 눈처럼 희어서 굶주리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아요. 그런 모양으로 다니다간 필시 실패할 겁니다.”

얘기하고 있는데, 등 뒤에서 두 사람이 상투를 붙잡으며 소리쳤다.

“이놈들! 뭐하고 있냐!”

고개를 돌려보니, 양웅과 유당이었다. 시천이 말했다.

“놀라 죽는 줄 알았네!”

양웅이 말했다.

“다들 따라오너라!”

한적한 곳으로 데려가서 양웅이 꾸짖었다.

“자네들 세 사람은 어찌 그리 분별이 없는가! 그런 곳에서 그런 말을 하고 있다니! 우리가 봤으니 망정이지, 만약 눈치 빠른 공인들에게 들켰으면 큰일을 그르칠 뻔하지 않았는가? 우리 둘이 다 살펴보았으니, 자네들은 다시 거리에 돌아다니지 말게.”

공명이 말했다.

“추연과 추연이 길거리에서 등을 파는 것을 보았고, 노지심과 무송도 이미 성 밖의 암자에 와 있습니다. 더 이상 말씀 마시고, 때가 되면 각자 맡은 일을 하기로 합시다.”

다섯 사람이 말을 마치고 한 사원으로 갔는데, 사원에서 나오는 도사와 마주쳤다. 고개를 들어 보니, 입운룡 공손승이었다. 뒤에는 도동으로 분장한 능진이 따르고 있었다. 일곱 사람은 고개를 끄덕여 서로 인사하고 각자 헤어졌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