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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156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6.17|조회수93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156


수호지 제66회-2

원소절이 다가오자, 양중서는 대도 문달에게 군마를 이끌고 성을 나가서 비호욕에 주둔하면서 도적을 방어하라고 하였다. 14일에는 천왕 이성에게 철기마군 5백을 거느리고 성을 돌면서 순시하게 하였다.

정월 15일 원소절이 되었다. 날이 청명하여 황혼 무렵에 보름달이 떠오르고, 모든 거리와 곳곳마다 등불이 켜지고 명절놀이가 시작되었다.

그날 저녁 절급 채복은 아우 채경에게 감옥을 잘 지키라고 분부하고 말했다.

“나는 잠시 집에 갔다 오겠네.”

채복이 집으로 가서 막 대문 안으로 들어서는데, 두 사람이 재빨리 뛰어 들어왔다. 앞선 사람은 군관 복장이었고, 뒷사람은 하인 모양새였다. 등불 아래에서 보고, 채복은 소선풍 시진임을 알아보았다. 뒷사람은 철규자 악화였다. 채복이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하여 술을 대접하였다. 시진이 말했다.

“술은 필요 없습니다. 우리가 온 것은 긴급한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노원외와 석수를 족하가 잘 보살펴 줘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오늘 저녁 원소절의 소란한 틈을 타서 감옥에 들어가 한번 살펴보고자 하니, 거절하지 마시고 우리를 안내해 주시기 바랍니다.”

채복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대충 알아들었다. 하지만 그 말을 따르지 않았다간, 성이 깨뜨려지면 좋을 것이 없고 가족들도 목숨을 잃을지 몰랐다. 하는 수 없이 피바다가 될 각오를 하고, 자신의 낡은 옷을 가지고 나와 두 사람에게 갈아입게 하여 공인으로 꾸며 감옥으로 데리고 갔다.

저녁 8시 무렵, 왕영·일장청·손신·고대수·장청·손이랑 세 부부는 시골사람으로 분장하고 사람들 틈에 섞여 동문으로 갔다. 공손승은 가시나무 광주리를 지고 있는 능진과 함께 관아 주변에 있는 성황묘 안의 복도에 앉아 있었다. 추연과 추윤은 등을 메고 성중에서 한가롭게 거닐고 있었다. 두천과 송만은 각각 수레 한 대씩을 밀고 양중서의 관아 앞에 와서 사람들이 소란한 틈에 섞여 있었다.

양중서의 관아는 동문 안의 큰 거리에 있었다. 유당과 양웅은 곤봉을 들고 몸에 무기를 감추고 관아 앞 다리 양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연청은 장순과 함께 수문을 통해 성안으로 들어와 조용한 곳에 매복하고 있었다.

얼마 후 성루에서 밤 10시를 알리는 북이 울렸다. 시천은 유황과 염초 같은 불붙일 재료를 담은 바구니를 짊어졌는데, 위에는 여자 머리장식을 꽂아 감추고서 취운루 뒤로 돌아가 위로 올라갔다. 누각 안에서는 생황을 불고 북을 두드리는 소리로 시끄러웠고, 젊은이들이 떠들면서 등을 구경하고 있었다. 시천은 누각에 올라가 머리장식을 파는 것처럼 이쪽저쪽을 살피고 다니다가, 삼지창에 토끼를 매달고 어슬렁거리는 해진·해보를 만났다. 시천이 말했다.

“시간이 다 됐는데, 바깥에서는 왜 움직임이 없습니까?”

해진이 말했다.

“우리가 방금 누각 앞에서 탐마가 지나가는 것을 봤는데, 아마 병마가 당도한 것 같네. 자네는 맡은 일을 수행하게.”

말이 미처 끝나기 전에, 누각 앞에서 고함소리가 들렸다.

“양산박 군마가 서문 밖에 당도했다!”

해진이 시천에게 분부했다.

“빨리 가게. 우리는 유수사 앞에서 접응하겠네.”

해진과 해보가 유수사 앞으로 달려가 보니, 패잔병들이 일제히 성안으로 달려 들어오면서 소리쳤다.

“문대도가 영채를 기습당했다! 양산박 도적들의 군대가 성 아래에 당도했다!”

이성이 성벽 위에서 순시하다가 그 외침을 듣고 나는 듯이 유수사 앞으로 달려와, 군병을 점검하여 성문을 닫고 성을 사수하라고 명하였다.

한편, 왕태수는 백여 명을 인솔하고 죄수에게 씌우는 칼과 쇠사슬을 늘어놓고 거리에서 사람들은 진압하고 있다가, 보고를 받고 황망히 유수사 앞으로 달려왔다. 양중서는 관아에서 술에 취해 한가하게 앉아 있다가, 처음 보고를 받고서는 별로 당황하지 않았다. 하지만 1시간쯤 후에 연이어 유성마가 달려와 보고하자, 크게 놀라 혼이 달아난 듯 황망히 말을 준비하라고 소리쳤다.

말이 미처 끝나기 전에 취운루에서 불길이 하늘로 치솟았는데, 달빛도 무색할 만큼 큰 불길이었다. 양중서는 불길을 보고 급히 말에 올라 취운루로 달려가려고 했는데, 두 사내가 수레를 밀고 들어와 길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옆에 걸려 있던 등불로 수레에 불을 붙이자, 금방 불길이 치솟았다. 양중서가 동문으로 달려가려 하자, 두 사내가 나타나 소리쳤다.

“이응과 사진이 여기 있다!”

두 사람이 박도를 들고 쳐들어오자, 성문을 지키던 군사들은 깜짝 놀라 달아나다가 10여 명이 박도에 맞아 쓰러졌다. 두천과 송만도 접응하여, 네 사람은 동문을 점거했다. 양중서는 형세가 불리함을 알고 수행원들을 데리고 남문으로 달려갔다. 그때 남문에서 도망쳐 온 군사가 말했다.

“어떤 뚱뚱한 화상이 철선장을 휘두르고, 범 같은 행자가 계도 두 자루를 휘두르면서 고함을 치며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양중서는 말을 돌려 다시 유수사 앞으로 갔는데, 그곳에서는 해진과 해보가 삼지창을 휘두르며 이쪽저쪽으로 날뛰고 있었다. 양중서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왕태수는 유수사 앞으로 달려오다가, 유당과 양웅이 휘두르는 곤봉에 맞아 머리가 터지고 눈알이 튀어나오면서 길거리에 쓰러져 죽었다. 왕태수를 따라오던 관군들은 각자 목숨을 걸고 달아났다.

양중서는 급히 말을 돌려 서문으로 달려갔는데, 성황묘 안에서 화포가 일제히 터지면서 천지가 진동하였다. 추연과 추윤은 대나무장대를 들고 다니며 집집마다 처마 밑에 불을 질렀다. 남쪽 공연장 앞에서는 왕영과 일장청이 쳐들어왔는데, 손신과 고대수도 숨기고 있던 무기를 꺼내 협력하였다. 동불사 앞에서는 장청과 손이랑이 자라 모양의 산에 기어 올라가 불을 질렀다.

이때 북경성 안의 백성은 저마다 달아나기에 급급했고 집집마다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비명이 들렸다. 사방 수십 곳에서 불빛이 하늘까지 뻗쳐 사방을 분간할 수 없었다.

양중서는 달려가다가 이성의 군마를 만나 남문 위로 올라가 성루에서 내려다보니, 성 아래에 병마가 가득 늘어서 있는데 깃발에 ‘대장 호연작’이라고 쓰여 있었다. 불빛 속에서 용맹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왼쪽에는 한도, 오른쪽에는 팽기가 있었다. 황신은 뒤에서 인마를 재촉하여 기러기가 날개를 펼친 듯한 형상으로 달려와 금방 남문 아래 당도하였다.

양중서는 성을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이성과 함께 북문으로 달려갔는데, 멀리 밝은 불빛 아래 수를 헤아릴 수도 없는 군마 가운데 표자두 임충이 말을 타고 쟁을 비껴들고 있었다. 왼쪽에는 마린, 오른쪽에는 등비가 있었다. 뒤에서는 화영이 인마를 재촉하여 나는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양중서가 다시 동문으로 달려가 보니, 횃불이 연이어 있는 가운데 몰차란 목홍이 왼쪽에는 두흥, 오른쪽에는 정천수를 데리고 박도를 휘두르며 천여 명의 보군을 이끌고 성안으로 쳐들어오고 있었다.

양중서는 남문을 향해 필사적으로 길을 뚫고 달아났다. 조교 옆에서 횃불이 일제히 밝혀지면서 흑선풍 이규가 왼쪽에는 이립, 오른쪽에는 조정을 데리고 쳐들어오는데, 이규는 웃통을 벗어 제치고 이빨을 뿌드득 갈면서 쌍도끼를 휘두르고 있었다. 이성이 앞장서서 사력을 다해 혈로를 뚫고 양중서를 보호하면서 성 밖으로 달아났다.

그때 왼편에서 함성이 진동하면서 횃불이 환한 가운데 무수한 군마가 쳐들어오는데, 대도 관승이 적토마를 타고 청룡도를 휘두르며 곧장 양중서에게 달려들었다. 이성이 쌍도를 들고 관승을 대적하였다. 하지만 이때 이성은 이미 싸울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말을 돌려 달아났다. 그러자 왼편에서는 선찬, 오른편에서는 학사문이 협공을 해 오고 뒤에서는 손립이 인마를 재촉하여 쳐들어왔다.

한참 싸우고 있는데, 등 뒤에서 소이광 화영이 추격해 와서 화살을 날려 이성의 부장을 맞혀 말에서 떨어뜨렸다. 이성은 그걸 보고 나는 듯이 말을 몰아 달아났다. 화살의 사정권을 미처 벗어나지 못했는데, 오른편에서 징소리와 북소리가 어지럽게 울리면서 불빛이 눈부시게 빛나는 가운데 벽력화 진명이 연순과 구붕을 이끌고 낭아곤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뒤에서는 양지가 또 쳐들어오고 있었다. 이성은 한편으로 싸우면서 한편으로 달아나 군사의 태반을 잃고서 겨우 양중서를 보호하여 길을 뚫고 도주하였다.

한편, 성안에서는 두천과 송만이 양중서의 가족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조리 죽여 버렸고, 유당과 양웅은 왕태수의 가족을 몰살하였다. 공명과 공량은 사옥사 뒷담을 기어 올라갔고, 추연과 추윤은 사옥사 앞을 왕래하는 사람들을 가로막았다. 감옥 안에 있던 시진과 악화는 불길이 치솟는 걸 보고, 채복과 채경에게 말했다.

“당신네 형제들은 저걸 봤소? 못 봤소? 언제까지 기다릴 거요?”

채경이 문 앞에 나가 보니, 추연과 추윤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 소리쳤다.

“양산박 호걸이 모두 왔다! 좋은 말로 할 때 노원외와 석수를 내놓아라!”

채경이 황망히 안으로 들어가 채복에게 알리는데, 공명과 공량이 감옥 지붕 위에서 뛰어 내렸다. 채복·채경 형제가 허락하기도 전에 시진이 몸에서 기계를 꺼내 칼을 벗기고 노준의와 석수를 풀어 주었다. 시진이 채복에게 말했다.

“당신들은 빨리 나와 함께 가서 가족들을 보호하시오!”

그리고는 함께 감옥문을 나갔다. 추연과 추윤이 맞이하여 함께 협력했다. 채복과 채경은 시진을 따라 집으로 달려가 가족을 보호했다. 노준의는 석수·공명·공량·추연·추윤을 데리고 이고와 가씨를 붙잡기 위해 집으로 달려갔다.

한편, 이고는 양산박 호걸들이 군마를 이끌고 입성했다는 소식을 듣고 또 사방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보고, 가씨와 상의하여 귀중품을 수습하여 등에 지고 문을 나가 달아나려고 했다. 문을 밀고 나가려 하는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다. 이고와 가씨는 황망히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가 뒷문을 열고 담장을 돌아 물가로 내려가 피할 곳을 찾으려 하였다. 그때 물가에서 장순이 소리쳤다.

“이 연놈들이 어디로 달아나려고 하느냐!”

이고는 당황하여 배 안으로 뛰어들어 숨으려고 하였다. 막 선창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한 사람이 손을 뻗어 이고의 수염을 잡으며 소리쳤다.

“이고! 내가 누군지 알겠느냐?”

이고가 목소리를 들어 보니 연청이었다. 이고는 황망히 소리쳤다.

“연형! 나는 당신과 원수진 일이 없소! 나를 물가로 끌고 올라가지 마시오!”

물가에서는 장순이 이미 가씨를 붙잡아 옆구리에 끼고 배 옆으로 왔다. 연청도 이고를 붙잡아 끌고 함께 동문으로 달려갔다.

한편, 노준의는 집으로 달려갔는데 이고와 아내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을 불러 집안의 재물을 모두 수레에 실어 양산박으로 가져가게 하였다.

한편, 시진과 악화는 채복으로 집으로 가서 가족과 재물을 수습하여 함께 산채로 가기로 하였다. 채복이 시진에게 말했다.

“대관인! 성안의 백성을 구해 주십시오! 해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시진이 그 말을 듣고 군사 오용을 찾아가 얘기했다. 오용이 급히 양민을 살해하지 말라는 명을 내렸지만, 성안 사람은 이미 절반이나 죽거나 부상당한 상태였다.


날이 밝아오자 오용과 시진은 성안에 징을 울려 군사를 철수하였다. 여러 두령들이 노준의와 석수를 유수사 앞에서 맞이했고, 노준의는 감옥 안에서 채복·채경 형제 덕분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는 얘기를 했다. 그때 연청과 장순이 이고와 가씨를 붙잡아 왔다. 노준의는 연청에게 연놈을 감시하라고 이르고, 나중에 처분하기로 했다.

한편, 이성은 양중서를 보호하여 성을 나가 달아나다가 패잔병을 이끌고 오던 문달을 만나, 함께 남쪽으로 도주하였다. 한참 달아나고 있는데, 앞쪽에서 함성이 일어났다. 혼세마왕 번서가 왼쪽에는 항충, 오른쪽에는 이곤을 데리고 비도와 비창을 휘두르며 쳐들어왔다. 뒤에서는 삽시호 뇌횡이 시은·목춘과 함께 1천 보군을 이끌고 퇴로를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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