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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161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6.20|조회수123 목록 댓글 1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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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제69회-1
송강은 조개의 유언에 따라 노준의에게 첫째 두령 자리를 양보하려고 했지만, 두령들이 따르지 않았다. 송강이 다시 말했다.

“지금 산채에 돈과 식량이 부족한데, 양산박 동쪽에 돈과 식량이 풍족한 2개 지역이 있습니다. 하나는 동평부이고, 또 하나는 동창부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곳의 백성을 괴롭힌 적이 없었지만, 만약 식량을 빌리러 가면 내주지 않으려 할 겁니다. 지금 제비뽑기를 하여 나랑 노원외가 각각 한 곳을 맡아, 먼저 성을 깨뜨리는 자가 양산박의 주인이 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오용이 말했다.

“좋습니다. 천명을 따르겠습니다.”

노준의가 말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형님은 양산박의 주인이시고, 저는 명령에 따를 뿐입니다.”

송강은 노준의의 말을 듣지 않고, 철면공목 배선을 불러 제비 두 개를 만들게 했다. 향을 피우고 하늘에 기도한 다음 각각 제비를 뽑았다. 송강은 동평부를 뽑았고, 노준의는 동창부를 뽑았다. 두령들은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연회를 열어 술을 마시며, 송강은 파견할 인마를 선발하라고 명하였다.

송강의 부하는 임충·화영·유당·사진·서녕·연순·여방·곽성·한도·팽기·공명·공량·해진·해보·왕왜호·일장청·장청·손이랑·손신·고대수·석용·욱보사·왕정륙·단경주 등 25명의 두령에 마보군병 1만이었다. 수군두령 3명 완소이·완소오·완소칠은 배를 타고 접응하기로 하였다.

노준의의 부하는 오용·공손승·관승·호연작·주동·뇌횡·삭초·양지·단정규·위정국·선찬·학사문·연청·양림·구붕·능진·마린·등비·시은·번서·항충·이곤·시천·백승 등 25명의 두령에 마보군 1만이었다. 수군두령 3명 이준·동위·동맹은 배를 타고 접응하기로 하였다.

나머지 두령들과 다친 사람들은 산채를 지키기로 하였다. 배정이 끝나자, 송강은 여러 두령들을 거느리고 동평부를 공략하러 가고, 노준의는 여러 두령들을 거느리고 동창부를 공략하러 갔다. 때는 3월 초순으로 날씨는 따뜻하고 바람도 온화하였으며 풀은 푸르고 땅도 풀려 싸우기 좋은 때였다.

송강은 병력을 거느리고 가서 동평부에서 40리 떨어진 안산진이라는 곳에 군마를 주둔하였다. 송강이 말했다.

“동평부 태수 정만리에게는 병마도감이 하나 있는데, 하동 상당군 사람으로 동평(董平)이라 한다. 그는 쌍쟁을 잘 쓰기 때문에 사람들이 쌍쟁장(雙鎗將)이라 부르며, 만 사람도 당하지 못할 용맹을 지니고 있다. 그의 성을 치러 왔지만, 예의를 갖추어 먼저 전서(戰書)를 보내야겠다. 만약 그가 투항한다면 병력을 동원한 필요가 없겠지만, 따르지 않는다면 대규모 살육이 벌어지더라도 원망하지 못하겠지. 누가 전서를 가지고 가겠는가?”

험도신 욱보사가 앞으로 나와 말했다.

“제가 동평을 알고 있으니, 전서를 가지고 가겠습니다.”

그때 또 한 사람이 나서며 말했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송강이 보니 왕정륙이었다. 욱보사와 왕정륙이 함께 말했다.

“저희들은 산채에 와서 아직까지 공을 세우지 못했으니, 오늘 함께 갔다 오겠습니다.”

송강은 크게 기뻐하면서 전서를 써서 두 사람에게 주었다. 전서에는 단지 식량을 빌려달라는 말만 쓰여 있었다.

한편, 동평부의 정태수는 송강이 군마를 일으켜 안산진에 주둔했다는 보고를 받고, 병마도감 쌍쟁장 동평을 불러 상의했다. 두 사람이 상의하고 있는데, 문지기가 와서 보고했다.

“송강이 전서를 보내왔습니다.”

정태수가 불러들이라 하자, 욱보사와 왕정륙이 들어와 전서를 바쳤다. 정만리가 전서를 읽어 보고, 동도감에게 말했다.

“저들이 식량을 빌려달라고 하는데,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동평은 그 말을 듣자 크게 노하여, 당장 두 사람을 끌어내어 참수하라고 소리쳤다. 정태수가 말했다.

“안 됩니다. 자고로 양국이 서로 싸울 때 사자를 참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저 둘에게 곤장 20대씩을 때리고 본채로 돌려보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동평은 노기가 식지 않아, 좌우에 명하여 욱보사와 왕정륙을 묶어서 엎어 놓고 피부가 찢어지고 살이 터지도록 곤장을 쳐서 성 밖으로 내쫓게 하였다. 두 사람은 본채로 돌아와 울면서 송강에게 아뢰었다.

“동평이란 놈이 무례하게도 우리를 깔보고 있습니다!”

송강은 두 사람이 맞은 것을 보고 노기가 치밀어 올라 동평부를 삼켜 버릴 듯했다. 우선 욱보사와 욍정륙을 수레에 태워 산채로 돌려보내 쉬게 했다. 구문룡 사진이 일어나 말했다.


“제가 예전에 동평부에 있을 때 이서란이라는 창기와 친밀하게 지낸 적이 있습니다. 제가 금은을 조금 가지고 몰래 성으로 들어가 그녀의 집에 머물고 있겠습니다. 약정한 날짜에 형님께서 성을 공격하시면, 동평이 출전한 틈을 타서 제가 망루에 올라가 불을 지르겠습니다. 그렇게 안팎으로 호응하면 성공할 것입니다.”

송강이 말했다.

“좋은 계책이다!”

사진은 금은을 수습하여 보따리를 챙기고 몸에 무기를 감추고서 떠나려 하자, 송강이 말했다.

“아우가 요령껏 잘 처리하게. 나는 잠시 병력을 움직이지 않고 있겠네.”

사진은 몰래 성으로 들어가 유흥가에 있는 이서란의 집을 찾아갔다. 이서란의 삼촌이 사진을 보고 깜짝 놀라며 안으로 맞이하여, 이서란을 불러 만나게 하였다. 이서란이 사진을 누각 위로 안내하여 자리에 앉아, 사진에게 물었다.

“어째서 한동안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습니까? 양산박의 두령이 되어 관아에서 체포하려고 방을 붙였다고 들었습니다. 게다가 송강이 식량을 빌리기 위해 성을 치려 한다고, 요 이틀 동안 거리가 소란한데, 어떻게 여기로 왔습니까?”

사진이 말했다.

“내가 사실대로 말할게. 내가 지금 양산박의 두령이 되었는데, 아직까지 세운 공이 없네. 지금 송강 형님이 식량을 빌리기 위해 성을 치러 왔는데, 내가 자네에 대해 자세히 얘기하고 염탐하러 왔네. 금은 한 보따리를 자네에게 줄 테니, 이 일이 절대 바깥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해주게. 내일 일이 끝나면, 자네 일가를 산으로 데리고 가서 즐겁게 살도록 해주겠네.”

이서란은 일단 승낙하고 금은을 받은 다음, 술과 고기를 대접하였다. 이서란은 사진 몰래 숙모와 상의하였다.

“저 사람이 예전에 손님으로 왔을 때는 좋은 사람이어서 우리 집을 출입해도 괜찮았는데, 지금은 나쁜 사람이 되었으니 만약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면 어떡해요?”

삼촌이 말했다.

“양산박 송강의 무리는 호걸들이라, 만만히 생각해서는 안 돼. 저들이 공격해서 깨뜨리지 못한 성이 없어. 만약 말이 새나갔다가, 저들이 성을 깨뜨리고 들어오는 날엔 우리를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숙모가 욕을 했다.

“늙은 버러지 않은 물건아! 세상 물정을 알기나 하는 거야? 자고로 ‘벌이 품안으로 날아들면 옷을 벗어 털어라.’고 했어. 자수하는 자는 죄를 면해 주는 것이 천하의 통례야. 당신은 빨리 관아로 가서 고발해 저놈을 잡아가게 해. 그렇게 하지 않았다가 나중에라도 연루되면 좋을 것 없어.”

삼촌이 말했다.

“그가 우리한테 금은도 많이 주었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팔아넘길 수 있겠나?”

숙모가 또 욕을 했다.

“이 늙은 짐승아! 그런 방귀 같은 소리 하지 마! 우리 같은 이런 기생집에서 함정에 빠진 놈이 무수히 많은데, 저런 놈 하나 갖고 뭘 그래! 당신이 고발하러 가지 않으면, 내가 가서 고발할 건데 당신도 한통속이라고 할 거야.”

삼촌이 말했다.

“성질부리지 마! 일단 조카한테 그놈을 붙잡아 두라고 해. 괜히 풀을 쳐서 뱀이 놀라 달아나는 그런 짓 하지 말라고 해. 내가 먼저 공인들에게 알려서 저놈을 붙잡은 다음에 관아로 가서 고발할 거야.”

한편, 사진은, 이서란이 누각 위로 올라오는데 얼굴색이 붉어졌다가 하얘졌다가 하면서 불안한 것을 보고 물었다.

“자네 집에 무슨 일이 있는가? 왜 그렇게 놀란 표정인가?”

이서란이 말했다.

“방금 계단을 올라오다가 발을 헛디뎌서 넘어질 뻔했어요. 그래서 깜짝 놀라 가슴이 두근두근하네요.”

사진은 영특하고 용맹한 사람이지만, 남을 속여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서란을 의심하지 않았다. 사진이 이서란과 오랜만에 만난 정을 나누고 있는데,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계단 아래에서 시끄러운 발소리가 들렸다. 바깥에서 함성이 들리더니 10여 명의 공인들이 누각 위로 올라왔다. 사진이 미처 손쓸 새도 없이, 마치 매가 참새를 낚아채듯 달려들어 묶어 버렸다. 공인들이 사진을 관아로 끌고 가자, 정태수가 사진을 보고 욕을 했다.

“네 이놈! 간댕이가 배 밖으로 나왔구나! 감히 혼자서 염탐하러 오다니! 이서란의 애비가 고발하지 않았다면, 우리 고을의 양민들이 다칠 뻔했다! 네놈은 무엇을 염탐하러 온 거냐? 송강이 왜 널 보냈느냐?”

사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동평이 말했다.

“도적 근성이 골수에 밴 저런 놈들은 맞지 않으면 불지 않습니다.”

정태수가 소리쳤다.

“여봐라! 저놈을 매우 쳐라!”

양쪽에서 옥졸들이 달려들어 먼저 허벅지에 냉수를 뿜고 나서, 곤장 백 대를 때렸다. 사진이 그렇게 맞고서도 입을 열지 않자, 동평이 말했다.

“저놈에게 큰 칼을 씌워 사형수 감옥에 가두어 두었다가, 송강을 잡으면 한꺼번에 경성으로 압송하여 처분하시지요.”

한편, 송강은 사진이 떠난 후에 자세한 사정을 서신에 써서 오용에게 보냈다. 오용은 송공명의 서신을 받아 보고, 사진이 염탐하기 위해 창기 이서란의 집으로 갔다는 것을 알고 크게 놀랐다. 오용은 급하게 노준의에게 알리고, 밤새 송강에게 달려가 물었다.

“누가 사진을 보냈습니까?”

송강이 말했다.

“자원해서 갔습니다. 이서란과는 예전에 정이 깊은 사이라고 하면서 갔습니다.”

“형님께서 실수하신 것 같습니다. 제가 여기 있었더라면 결코 보내지 않았을 겁니다. 창기의 집이라는 곳은 새 손님은 맞이하고 묵은 손님은 내보내는 곳이라, 거기에 빠져 신세 망친 사람이 많습니다. 게다가 물의 성질이 일정하지 않은 것처럼, 창기가 비록 은정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포주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 법입니다. 사진은 이번에 필시 화를 입을 것입니다.”

송강이 오용에게 계책을 묻자, 오용이 고대수를 불러 말했다.

“번거롭지만 자네가 한번 갔다 와야겠네. 가난한 할멈으로 변장하고 성중으로 잠입하여 구걸하다가, 만약 조금이라도 수상한 낌새가 있으면 급히 돌아오게. 만약 사진이 감옥에 갇혀 있으면, 옥졸에게 가서 ‘옛정을 생각해서 밥 한 그릇 넣어주고 싶다.’고 애원하게. 그래서 감옥에 들어가게 되면, 몰래 사진에게 이렇게 말하게. ‘우리가 그믐날 밤 황혼 무렵에 성을 공격할 것이니, 급하게 측간에 가야 한다고 핑계대고 탈출할 계책을 생각해 두시오.’ 그리고서 그믐날 밤에 자네가 성중에 방화하여 신호를 보내면, 우리가 공격할 것이네.”

오용은 다시 송강에게 말했다.

“형님께서는 먼저 문상현을 치십시오. 그러면 백성들이 필시 동평부로 도망쳐 갈 것이니, 그때 고대수가 그들 틈에 섞여 성으로 들어가면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겁니다.”

오용은 계책을 일러주고 동창부로 돌아갔다.

송강은 해진과 해보에게 5백 인마를 이끌고 가서 문상현을 공격하게 하였다. 과연 백성들은 노인을 부축하고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서 마치 쥐가 이리에게 쫓기듯 동평부로 도망쳤다. 고대수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남루한 옷을 입고서 백성들 틈에 섞여 성안으로 들어갔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구걸하다가 관아 앞에 가서 알아보았더니, 과연 사진이 감옥에 갇혀 있었다. 고대수는 오용의 지혜가 귀신같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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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차마두 | 작성시간 23.06.21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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