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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162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6.20|조회수81 목록 댓글 1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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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제69회-2

다음 날, 고대수는 밥통을 들고 사옥사 앞에서 오락가락하면서 기회를 엿보았다. 한 늙은 공인이 감옥에서 나오는 걸 보고, 고대수는 그 앞으로 가서 절을 하면서 눈물을 비 오듯 흘렸다. 늙은 공인이 물었다.

“할멈은 왜 그렇게 우시오?”

고대수가 말했다.

“감옥에 갇혀 있는 사대랑은 저의 옛 주인인데, 헤어진 지 10년이 되었습니다. 강호에서 장사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무슨 일로 감옥에 갇혔는지 모르겠습니다. 밥을 갖다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아, 이 늙은이가 밥 한 그릇이라도 들여보내 주인의 굶주린 배를 채워 드리고 싶습니다. 이 늙은이를 가련하게 여기시어 안으로 들여보내 주시면, 칠층보탑을 쌓는 것보다 더 큰 공덕이 될 것입니다.”

공인이 말했다.

“그는 양산박의 도적으로 죽을죄를 지었는데, 누가 감히 당신을 데리고 들어갈 수 있겠소?”

고대수가 말했다.

“그의 죄는 칼로 살을 한 점씩 발라내더라도 순순히 그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마지막으로 한번만 가련히 여겨 이 늙은이로 하여금 밥 한 끼라도 먹여 옛정을 표현하게 해 주십시오.”

말을 마치고 고대수가 또 슬피 울자, 공인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남자라면 데리고 들어갈 수 없지만, 늙은 여자 하나야 뭔 일 있겠나?”

공인은 고대수를 감옥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사진은 목에 무거운 칼을 쓰고 있었고 허리에는 쇠사슬이 묶여 있었는데, 고대수를 보고 깜짝 놀랐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대수는 한편으로 슬피 울면서 한편으로 밥을 먹였다. 그때 다른 절급이 와서 소리쳤다.

“이놈은 죽어 마땅한 나쁜 놈이다! 감옥에는 바람도 통하지 않아야 하는데, 누가 너더러 밥을 가져오게 했느냐? 빨리 나가지 않으면 몽둥이맛을 보게 될 거다!”

고대수가 감옥 안에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 자세히 말하지 못하고 한 마디만 했다.

“그믐날 밤 성을 공격할 것이니, 감옥 안에서 어떻게든 해 보세요.”

사진이 다시 물어보려고 했지만, 고대수는 절급에게 끌려 나갔다. 사진은 단지 ‘그믐날 밤’만 기억했다.

원래 3월은 30일까지 있는 달이다. 29일이 되었는데, 사진은 감옥 안에서 두 절급이 서로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한 절급이 물었다.

“오늘이 며칠이지?”

다른 절급이 날짜를 잘못 알고 대답했다.

“오늘이 그믐날이니, 밤에 지전을 살라서 외로운 영혼을 위로해야겠네.”

사진은 그 말을 듣고 밤이 되기만 기다렸다. 밤에 한 절급이 술에 반쯤 취한 채로 사진을 측간으로 데리고 갔다. 사진이 절급에게 소리쳤다.

“뒤에 누구요?”

절급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사진은 목에 쓰고 있던 칼을 들어 절급의 머리를 정통으로 내리쳤다. 절급은 땅에 쓰러졌다. 사진은 벽돌을 주워 칼을 두드려 풀고서, 매의 눈을 부릅뜨고 정자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몇 명의 공인이 정자 안에서 술에 취해 있다가, 사진에게 맞아 죽은 자도 있고 도망친 자도 있었다. 사진은 감옥 문을 열고 바깥에서 호응해 주기를 기다렸다. 감옥에 갇혀 있던 죄수를 모두 풀어주니, 5~60명이 되었다. 그들은 감옥 안에서 함성을 지르며 일제히 달려 나왔다.

누군가 달려가 태수에게 보고하였다. 정만리는 보고를 받고 얼굴이 흙빛이 되어 황망히 병마도감을 불러 상의하였다. 동평이 말했다.

“성중에 필시 염탐꾼이 있습니다. 일단 많은 사람을 보내 그 도적놈부터 겹겹이 포위하여 잡아야 합니다. 저는 이 기회를 틈타서 군사를 이끌고 성을 나가 송강을 사로잡겠습니다. 상공께서는 성을 굳게 지키면서, 감옥을 포위하여 한 놈도 달아나지 못하도록 하십시오.”

동평은 말에 올라 군사를 점검하러 갔다. 정태수는 절급과 우후 등을 모두 동원하여 각자 창봉을 들고 감옥 앞으로 가서 함성을 지르게 하였다. 사진은 감옥 안에서 함부로 나가지 못했고, 감옥을 에워싸고 있는 사람들도 감히 안으로 돌입하지 못하였다. 고대수는 멀리서 단지 ‘아이고!’ 비명만 지르고 있을 뿐이었다.

한편, 도감 동평은 병마를 점검하여 새벽에 송강의 영채로 쳐들어갔다. 길에 매복해 있던 군사가 달려와 송강에게 보고했다. 송강이 말했다.

“이는 필시 성안에서 고대수의 일이 잘못된 것이다. 저들이 쳐들어온다니, 맞이할 준비를 하라!”

호령이 내리자 모든 군사가 일어났다. 날이 밝아올 무렵 동평의 군마가 당도했다. 양군이 진세를 펼치자, 동평이 말을 타고 나왔다. 원래 동평은 모든 학문에 통달하고 음악에도 조예가 깊어, 산동과 하북 사람들은 ‘풍류 쌍쟁장’이라 불렀다. 송강은 진 앞에 나와 동평의 늠름한 모습을 보고 기뻐하였다. 그의 화살통에는 작은 깃발이 꽂혀 있었는데, 거기에는 ‘영웅쌍쟁장 풍류만호후’라고 쓰여 있었다.

송강은 한도를 내보내 동평을 대적하게 하였다. 한도가 철쟁을 들고 곧장 동평에게 달려들었는데, 동평의 쌍쟁 쓰는 솜씨가 신출귀몰하여 당해내지 못하였다. 송강은 다시 금쟁수 서녕을 내보내 한도와 교체하게 하였다. 서녕은 구겸쟁을 들고 달려 나가 동평과 맞붙었다. 두 사람은 50여 합을 싸웠지만 승부가 나지 않았다.

교전이 오래 되자, 송강은 서녕이 실수할까 염려되어 징을 울려 군사를 거두었다. 서녕이 말을 돌려 돌아오자, 동평이 쌍쟁을 들고 추격하여 송강의 진 안으로 돌입했다. 송강이 채찍을 휘두르자, 사방의 군병들이 일제히 동평을 포위했다. 송강이 말을 몰아 높은 언덕으로 올라가 보니, 동평이 진 안에서 포위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동평이 동쪽으로 달리면 송강의 깃발도 동쪽을 가리켜 군마들이 동쪽으로 달려 포위하고, 동평이 서쪽으로 달리면 송강의 깃발도 서쪽을 가리켜 군마들이 서쪽으로 달려 포위하였다.

동평은 진 안에서 좌충우돌하며 두 자루 쟁을 휘두르며 싸우다가, 정오가 넘어서야 비로소 길을 뚫고 빠져나갔다. 송강은 추격하지 않았다. 동평은 승전하지 못하자, 저녁에 군사를 거두어 성안으로 들어갔다. 송강은 병력을 일으켜 곧장 성 아래까지 돌격하여 겹겹이 포위하였다. 고대수는 감히 불을 지르지도 못하고 있었고, 사진도 감옥에서 나오지 못한 채 양편이 대치하고만 있었다.

원래 정태수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는데, 아주 아름다웠다. 동평은 아내가 없어 여러 번 사람을 보내 혼인을 청했으나 정만리는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두 사람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기는 했지만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 동평은 그날 저녁 성으로 들어와서, 또 정태수에게 사람을 보내 혼사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정태수가 회답을 했다.

“나는 문관이고 당신은 무관이니, 사위를 삼는 것도 좋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도적이 성 아래까지 쳐들어와서 사태가 위급한데, 이럴 때 만약 혼인을 허락한다면 사람의 비웃음을 살 것입니다. 적병을 물리치고 성을 보호하여 무사해진 다음에 혼사를 의논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회답을 전해들은 동평은, 입으로는 ‘그 말이 옳습니다.’라고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 나중에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아 불안했다.

그날 저녁 송강이 더욱 거세게 성을 공격하자, 정태수는 동평에게 나가 싸우라고 재촉했다. 동평은 크게 노하여, 갑옷을 입고 말에 올라 삼군을 이끌고 성을 나갔다. 송강이 친히 문기 아래에 나와서 소리쳤다.

“네까짓 무능한 장수가 어찌 우리를 당해내겠느냐? ‘큰 집이 장차 무너지려 하는데, 기둥 하나로는 지탱할 수 없다.’고 하는 말을 듣지 못했느냐? 내 수하에 웅병 10만과 맹장 천 명이 있어, 하늘을 대신해 도를 행하여 곤경에 처한 자를 구제하고 위급한 자를 일으켜 주는 것을 너는 보았을 것이다. 빨리 항복하여 죽음을 면하도록 해라!”

동평이 크게 노하여 대답했다.

“얼굴에 문신이 새겨진 아전 놈아! 네놈은 죽어 마땅한 미친 무리인데, 어디서 감히 함부로 지껄이느냐!”

말을 마치자, 동평은 쌍쟁을 들고 곧장 송강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송강의 왼쪽에서는 임충이, 오른쪽에서는 화영이 달려 나와 동평을 맞이하여 싸웠다. 싸움이 몇 합에 이르자, 두 장수가 달아나기 시작했다. 송강의 군마도 패한 척하면서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동평은 공로를 세우고자 말을 박차고 추격했다. 송강 등은 수춘현 경계까지 퇴각했다. 송강이 달아나자 동평이 뒤에서 추격했다.

성에서 10여 리쯤 떨어진 곳에 마을이 하나 있었는데, 양쪽으로는 모두 초가집이 늘어서 있고 가운데는 큰 길이 나 있었다. 동평은 계략인 줄도 모르고 말을 몰아 추격했다. 송강은 동평이 어떤 인물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날 밤에 이미 왕왜호·일장청·장청·손이랑으로 하여금 백여 명을 데리고 초가집 안에 매복하게 하였었다. 그리고 말을 옭아매는 밧줄을 길 위에 설치해 놓고 흙을 얇게 덮어 놓고 대기하고 있다가, 징소리를 신호로 하여 동평을 사로잡도록 준비해 두었었다.

동평이 송강을 추격하여 그곳에 당도하자, 뒤편에서 공명과 공량이 달려오며 소리쳤다.

“우리 주인을 다치게 하지 마라!”

그러자 양쪽 초가집 안에서 징소리가 울리면서 문이 일제히 열리더니 길에서 밧줄이 들려 올라가자, 말이 밧줄에 걸려 넘어지면서 동평이 말에서 떨어졌다. 왼쪽에서는 일장청과 왕왜호가, 오른쪽에서는 장청과 손이랑이 일제히 달려 나와 동평을 사로잡았다. 투구와 갑옷을 벗기고, 쌍쟁과 말을 빼앗았다. 두 여두령이 동평을 밧줄로 꽁꽁 묶어 송강 앞으로 끌고 갔다.

송강은 초가집들을 지나가서 말을 세우고 푸른 버드나무 아래에 서서, 두 여두령이 동평을 붙잡아 오는 것을 맞이했다. 송강은 두 여두령에게 소리쳐 물러나게 하였다.

“내가 동장군을 모셔 오라고 있지, 이렇게 묶어 오라고 했느냐!”

두 여두령이 물러나자, 송강은 황망히 말에서 내려 친히 밧줄을 풀어주고 자신의 전포를 벗어 동평에게 입혀주었다. 그리고 고개 숙여 절을 했다. 동평도 황망히 답례했다. 송강이 말했다.

“장군께서 미천한 저를 버리지 않으시면, 산채의 주인으로 모시겠습니다.”

동평이 대답했다.

“소장은 사로잡힌 몸이니, 만 번 죽어도 마땅합니다. 용서하여 살려만 주신다면 참으로 천만다행입니다.”

“저희 산채는 호수에 면해 있어 평소에 백성에게 해를 끼친 적이 없는데, 요즘에 식량이 부족하여 동평부에 식량을 빌리러 왔을 뿐 다른 뜻은 전혀 없습니다.”

“정만리 그놈은 원래 동관의 문하에서 글방선생을 하던 놈인데, 이런 좋은 직위를 얻었으니 어찌 백성을 해치지 않았겠습니까? 만약 형님께서 저를 용납해 주신다면, 제가 그놈을 속여 성문을 열게 하고 식량을 빼앗아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송강은 크게 기뻐하며 즉시 명을 내려, 투구와 갑옷, 쌍쟁과 말을 동평에게 돌려주게 하였다. 동평이 앞장서고 송강은 깃발을 말아 감추고 그 뒤를 따라 성 아래로 갔다. 동평의 군마가 앞에서 소리쳤다.

“성문을 열어라!”

성문을 지키는 군사들이 횃불을 비추어 보고, 동도감임을 확인하고서 즉시 성문을 활짝 열고 조교를 내렸다. 동평이 먼저 말을 박차고 들어가, 조교에 연결된 쇠사슬을 끊어 버렸다. 뒤에서 송강의 군마가 성안으로 쇄도하여 동평부 관아에 당도했다. 송강은 급히 명을 내려 백성을 해치지 말고 집에 불을 지르지 말라고 하였다.

동평은 관아로 달려 들어가 정태수 일가를 모두 죽이고 딸을 탈취하였다. 송강은 감옥 문을 열어 사진을 구출하게 하고, 창고를 열어 금은보화와 식량을 모두 수레에 싣게 하였다. 수레를 양산박 압취탄으로 호송하여, 삼완 두령에게 인계하여 산채로 옮기게 하였다.

사진은 이서란의 집으로 달려가, 포주 일가를 모두 갈가리 찢어 죽였다. 송강은 태수의 가산을 백성에게 나누어주고, ‘백성을 괴롭히던 관리들은 죽었으니,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라.’는 고시문을 길거리에 붙여 백성들을 안정시켰다.

송강이 군사를 수습하여 안산진에 당도하자, 백일서 백승이 달려와 동창부의 현황을 보고하였다. 송강은 보고를 듣자, 눈썹을 치켜세우고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형제들은 산채로 돌아가지 말고 나를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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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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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차마두 | 작성시간 23.06.21 왜 인간들은 그리도 싸우며
    살아야 했을까요 양육강식의 시대
    짐승과 다름이 없다고 보여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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