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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166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6.22|조회수72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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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제71회-2

송강은 군사 오용과 주무 등과 협의하여, 충의당에 ‘충의당’이라고 크게 쓴 편액을 달고 단금정도 큰 편액으로 바꾸어 달았다. 앞쪽에 세 관문을 세우고, 충의당 뒤쪽에 안대(鴈臺)를 짓고 그 위에 대청을 만들고 동서 양쪽에 방을 만들었다. 대청에는 조천왕의 위패를 모시고 공양했다.

동쪽 방에는 송강·오용·여방·곽성이, 서쪽 방에는 노준의·공손승·공명·공량이 거처했다. 두 번째 언덕 왼쪽 방에는 주무·황신·손립·소양·배선이, 오른쪽 방에는 대종·연청·장청·안도전·황보단이 거처했다.

충의당 왼쪽에는 재물과 식량 창고를 관리하는 시진·이응·장경·능진이, 오른쪽에는 화영·번서·항충·이곤이 거처했다. 산 앞쪽 남쪽 길 제1관문은 해진과 해보가 지키고, 제2관문은 노지심과 무송이 지키고, 제3관문은 주동과 뇌횡이 지켰다. 동쪽 산 관문은 사진과 유당이 지키고, 서쪽 산 관문은 양웅과 석수가 지키고, 북쪽 산 관문은 목홍과 이규가 지켰다.

여섯 개의 관문 외에 여덟 개의 영채를 세웠는데, 네 개는 뭍에 있는 한채(旱寨)이고 네 개는 물가에 있는 수채(水寨)였다. 남쪽 한채는 진명·삭초·구붕·등비가, 동쪽 한채는 관승·서녕·선찬·학사문이, 서쪽 한채는 임충·동평·단정규·위정국이. 북쪽 한채는 호연작·양지·한도·팽기가 지켰다. 동남쪽 수채는 이준과 완소이가, 서남쪽 수채는 장횡과 장순이, 동북쪽 수채는 완소오와 동위가, 서북쪽 수채는 완소칠과 동맹이 지켰다. 나머지 두령들도 각자 임무가 주어졌다.

깃발도 새로 만들어 세웠다. 산 정상에는 ‘체천행도(替天行道)’라고 쓴 살굿빛 깃발을 세우고, 충의당 앞에는 붉은 깃발 두 개를 세웠는데 하나에는 ‘산동 호보의’ 또 하나에는 ‘하북 옥기린’이라고 수놓았다.


충의당 밖에는 비룡비호기(飛龍飛虎旗)·비웅비표기(飛熊飛豹旗)·청룡백호기(青龍白虎旗)·주작현무기(朱雀玄武旗)·황월백모(黃鉞白旄)·청번조개(青旛皁蓋)·비영흑독(緋纓黑纛) 등의 깃발을 세웠다. 중군에는 무기 외에 사두오방기(四斗五方旗)·삼재구요기(三才九曜旗)·이십팔수기(二十八宿旗)·육십사괘기(六十四卦旗)·주천구궁팔괘기(週天九宮八卦旗) 등 128개의 진천기(鎮天旗)를 세웠는데, 모두 후건이 제작한 것이었다. 김대견은 병부(兵符)와 인신(印信)을 주조했다.

모든 것이 완비되자, 길일을 택해 소와 말을 잡아 천지신명께 제사를 지내고, 충의당과 단금정에 편액을 걸고 ‘체천행도’ 깃발을 세웠다. 송강은 연회를 열고 병부와 인신을 받들고 호령을 반포했다.

“모든 형제들은 각각 맡은 임무를 준수하고, 이를 어기거나 의기를 상하지 않도록 하라. 만약 고의로 위반하거나 준수하지 않는 자는 군법에 의거하여 다스릴 것이며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o 양산박 총병 도두령 2명 : 호보의 송강,  옥기린 노준의

o 기밀을 관장하는 군사 2명 : 지다성 오용,  입운룡 공손승

o 함께 군무에 참여하는 두령 1명 : 신기군사 주무

o 재물과 식량을 관장하는 두령 2명 : 소선풍 시진, 박천조 이응

o 마군(馬軍) 오호장(五虎將) 5명 : 대도 관승, 표자두 임충, 벽력화 진명, 쌍편 호연작, 쌍쟁장 동평

o 마군(馬軍) 팔표기(八驃騎) 겸 선봉사(先鋒使) 8명 : 소이광 화영, 금쟁수 서녕, 청면수 양지, 급선봉 삭초, 몰우전 장청, 미염공 주동, 구문룡 사진, 몰차란 목홍

o 마군(馬軍) 소표장(小彪將) 겸 멀리 정탐하고 망보는 두령 16명 : 진삼산 황신, 병울지 손립, 추군마 선찬, 정목안 학사문, 백승장 한도, 천목장 팽기, 성수장 단정규, 신화장 위정국, 마운금시 구붕, 화안산예 등비, 금모호 연순, 철적선 마린, 도간호 진달, 백화사 양춘, 금표자 양림, 소패왕 주통

o 보군(步軍) 두령 10명 : 화화상 노지심, 행자 무송, 적발귀 유당, 삽시호 뇌횡, 흑선풍 이규, 낭자 연청, 병관색 양웅, 반명삼랑 석수, 양두사 해진, 쌍미갈 해보

o 보군(步軍) 장교 17명 :  혼세마왕 번서, 상문신 포욱, 팔비나타 항충, 비천대성 이곤, 병대충 설영, 금안표 시은, 소차란 목춘, 타호장 이충, 백면낭군 정천수, 운리금강 송만, 모착천 두천, 출림룡 추연, 독각룡 추윤, 화항호 공왕, 중전호 정득손, 몰면목 초정, 석장군 석용

o 네 수채의 수군두령 8명 : 혼강룡 이준, 선화아 장횡, 낭리백조 장순, 입지태세 완소이, 단명이랑 완소오, 활염라 완소칠, 출동교 동위, 번강신 동맹

o 네 주점에서 소식을 정탐하고 찾아오는 손님을 접대하는 두령 8명 : 동산주점의 소울지 손신과 모대충 고대수, 서산주점의 채원자 장청과 모야차 손이랑, 남산주점의 한지홀률 주귀와 귀검아 두흥, 북산주점의 최명판관 이립과 활섬파 왕정륙

o 소식 정탐을 총괄하는 두령 1명 : 신행태보 대종

o 군중 기밀을 전달하는 보군두령 4명 : 철규자 악화, 고상조 시천, 금모견 단경주, 백일서 백승

o 중군을 수호하는 마군 효장(驍將) 2명 : 소온후 여방, 새인귀 곽성

o 중군을 수호하는 보군 효장 2명 : 모두성 공명, 독화성 공량

o 형벌을 집행하는 회자수(劊子手) 2명 : 철비박 채복, 일지화 채경

o 삼군 내에서 소식을 정탐하는 마군두령 2명 : 왜각호 왕영, 일장청 호삼랑

o 물품 제조를 담당하는 두령 16명

· 문서 발급과 병력 파견을 담당하는 1명 : 성수서생 소양

· 공을 정하고 상벌을 담당하는 군정사 1명 : 철면공목 배선

· 재물과 식량의 출납을 담당하는 1명 : 신산자 장경

· 전선 건조를 담당하는 1명 : 옥번간 맹강

 · 병부와 인신 제조를 담당하는 1명 : 옥비장 김대견

 · 깃발과 의복 제조를 담당하는 1명 : 통비원 후건

· 말을 치료하는 의원 1명 : 자염백 황보단

· 모든 질병을 치료하는 내외과의원 1명 : 신의 안도전

· 무기와 갑옷 제작을 감독하는 1명 : 금전표자 탕륭

· 화포 제작을 담당하는 1명 : 굉천뢰 능진

· 건물 건축과 수리를 담당하는 1명 : 청안호 이운

· 가축 도살을 담당하는 1명 : 조도귀 조정

· 연회를 담당하는 1명 : 철선자 송청

· 술과 식초 제조를 담당하는 1명: 소면호 주부

· 성벽 축조를 감독하는 1명 : 구미귀 도종왕

· 수자기(帥字旗)를 붙잡는 1명 : 험도신 욱보사

선화(宣和) 2년 4월 1일 양산박 대집회 인원 분배 고시

 

 

 


그날 양산박 송공명은 영을 전하여, 두령들의 직분을 정하고 각각 병부와 인신을 수령하게 하였다. 연회가 끝나고 모두 크게 취하여 각각 배정된 영채로 돌아갔다. 중간에 아직 직분이 정해지지 않은 사람은 모두 안대 앞뒤에 머물면서 명을 기다렸다가, 명이 내려지자 모두 준수하였다.

송강은 다시 길일을 택해 향을 피우고 북을 울려 두령들을 충의당에 집합시키고 말했다.

“이제는 지난날과 비교할 바가 아니니, 내가 한 마디 하겠소. 오늘 이렇게 천강성과 지살성이 모두 모였으니, 하늘에 맹세합시다. 딴 마음을 지니지 말고 생사를 함께 하며, 환난에는 서로 도와 함께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편안하게 합시다.”

모두 크게 기뻐하며 향을 사르고 일제히 충의당에 무릎 꿇자, 송강이 대표로 맹세하였다.

“송강은 비천한 아전으로서 학문도 없고 재능도 없는데, 천지의 은혜와 일월의 굽어 살피심 덕분에 형제들을 양산박에 모아 모두 108명이 되었습니다. 위로는 하늘의 운수에 따르고 아래로는 인심에 부합하겠습니다.

오늘 이후로 만약 누구든 불인한 마음을 품거나 대의를 저버리는 자는, 천지가 벌하고 귀신과 사람이 함께 주륙하여 만세 동안 사람의 몸으로 태어나지 못하고 영원히 어둠 속에 가라앉게 하시옵소서. 오직 충의를 마음속에 품고 함께 나라에 공을 세워 하늘을 대신해 도를 행함으로써 나라를 보존하고 백성을 편안케 하기를 바랍니다. 천지신명이시여 굽어 살펴주시고 밝게 감응해 주시옵소서.”

송강이 맹세를 마치자, 모든 두령들이 한 목소리로 함께 기원하였다. 살아서도 함께 하고 죽어서도 서로 만나 영원히 함께 하기를 빌면서, 삽혈하고 맹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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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양산박 두령들은 한가할 때 산을 내려갔는데, 인마를 데리고 갈 때도 있었고 몇몇 두령들끼리 내려가기도 했다. 도중에 객상의 수레를 만나면 그냥 지나가게 뒀지만, 임지로 가는 관원들을 만나게 되면 재물을 빼앗고 가족도 모두 죽여 버렸다. 빼앗은 재물은 산채로 가져가 창고에 넣어 두고 공용으로 쓰고, 사소한 것들은 나누어가졌다.

거리가 백리가 되든 2~3백 리가 되든 재물과 양식을 많이 쌓아놓고 백성을 괴롭히는 부자가 있으면, 인마를 이끌고 가서 공공연하게 뺏어오는데 아무도 막지 못했다. 또 선량한 사람을 속이고 억압하여 벼락부자가 된 소인배가 있다는 소문을 들으면 거리를 불문하고 사람을 보내 그 재산을 모두 빼앗아 산으로 가져오게 하였다. 그렇게 크고 작은 약탈이 수천 번 있었지만, 그 누구도 막지 못했다. 재물을 빼앗긴 자들도 보복이 두려워 그 사실을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에 소문도 별로 나지 않았다.

송강은 맹세한 이후로 한 번도 산을 내려간 적이 없었는데, 어느덧 더위가 지나가고 선선한 가을이 찾아와 중양절(重陽節)이 다가왔다. 송강은 송청을 불러 연회를 열어 형제들을 모두 모아 국화를 감상하자고 하였다. 산을 내려가 있는 형제들도 원근을 막론하고 모두 산채로 돌아와 연회에 참석하라는 전갈을 보냈다.

정한 날이 되자, 고기가 산처럼 쌓이고 술이 바다처럼 넘쳐났다. 먼저 마군·보군·수군 삼군의 소두목들에게 술과 고기를 나누어주어 각기 부하들과 함께 먹고 마시게 했다. 그리고 충의당 위에 국화를 늘어놓고 두령들이 차례대로 앉아 술잔을 나누었다. 충의당 앞 양편에서는 풍악이 울리고 서로 웃고 떠들면서 술잔을 부딪치며 두령들은 가슴을 열고 통쾌하게 술을 마셨다.

마린은 피리를 불고, 악화는 노래를 불렀으며, 연청은 거문고를 연주했다. 즐겁게 놀다 보니 어느덧 해가 저물었다. 크게 취한 송강은 지필묵을 가져오게 하여 주흥을 못 이겨 ‘만강홍(滿江紅)’이란 시 한 수를 쓰고, 악화에게 노래로 부르게 하였다.


즐거운 중양절을 만나 맛있는 술도 새로 익었구나.

 푸른 물 붉은 산을 바라보니 갈대는 시들고 대나무는 말랐도다.

 머리엔 백발이 늘어났지만 곁의 국화야 즐기지 못할 건가.

 술 단지 늘어놓으니 형제의 정 금옥 같도다.



 이리 같고 범 같은 형제들을 거느리고 변방을 지키면

 호령은 밝고 군대의 위세는 엄숙하리라.

 마음속 소원은 오랑캐 평정하여 백성을 지키고 나라를 안정시키는 것.

 일월은 언제나 충성스런 가슴 속에 있건만 먼지가 일어 간사한 자들이 눈을 가리네.

바라건대 천자께서 조서를 내려 초안한다면 이 마음이 비로소 만족하리라.



악화의 노래가 ‘천자께서 조서를 내려 초안하기를 바란다.’는 대목에 이르자, 무송이 큰소리로 외쳤다.

“오늘도 초안! 내일도 초안! 형제들의 마음을 김새게 하고 있네!”

흑선풍 이규가 눈을 부릅뜨고서 소리쳤다.

“초안! 초안! 어떤 좆같은 놈이 불러준단 말이오!”

발로 탁자를 차 버리자, 탁자가 박살이 나 버렸다. 그러자 송강이 큰소리로 꾸짖었다.

“저 시커먼 놈이 어찌 감히 이렇게 무례하냐? 여봐라! 저놈을 끌어내어 참수하라!”

여러 두령들이 무릎을 꿇고 아뢰었다.

“저 사람이 술이 취해 발광한 것이니, 형님께서는 너그럽게 용서하십시오.”

송강이 대답했다.

“아우들은 일어나게. 저놈을 감옥에 가두어라!”

두령들이 모두 안심하였다. 형벌을 맡은 장교 몇 명이 와서 데려가려고 하자, 이규가 말했다.

“니들은 내가 소란을 피울까 봐 두려우냐? 형님이 나를 죽인다 해도 원망하지 않고, 내 살을 깎아낸다 해도 원한이 없다. 하지만 형님 외에는 하늘도 무섭지 않다.”

말을 마치자, 이규는 장교들을 따라 감방으로 가서 잠들어 버렸다. 송강은 이규의 말을 듣고 술이 깨면서 문득 슬픈 생각이 들었다. 오용이 위로했다.

“형님이 이 모임을 마련하여 모두 기분 좋게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그놈은 원래 거친 놈이고 잠시 술에 취해서 아무렇게나 지껄인 것이니,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형제들과 함께 마음껏 즐깁시다.”

송강이 말했다.

“내가 전에 강주에서 술에 취해 반역시를 읊었다가 그놈 덕에 살아났는데, 오늘은 만강홍을 지었다가 하마터면 그놈을 죽일 뻔했네. 여러 형제들이 간해서 구해 주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나? 그놈에 대한 내 정이 너무나 깊어, 자꾸만 눈물이 흐르네.”

송강은 무송을 불러 말했다.

“아우! 자네는 세상일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닌가? 내가 초안을 받아 잘못을 고치고 바른 길로 돌아가 국가의 신하가 되겠다고 하는데, 그것이 어찌하여 형제들의 마음을 김새게 한단 말인가?”

노지심이 말했다.

“지금 조정에 가득한 문무관원들이 대부분 간사한 놈들로서 천자의 총명을 가리고 있습니다. 마치 내 장삼이 까맣게 물들어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걸 아무리 빤다고 해도 하얗게 될 수가 있겠습니까? 초안이란 건 다 소용없는 일입니다. 차라리 다 때려치우고 내일 각자 제 갈길 찾아갑시다.”

송강이 말했다.

“여러 형제들은 내 말을 들어보게. 지금 황제께서는 지극히 총명하신데, 다만 간신들이 가리고 있어 잠시 어두운 것일 뿐이네. 구름이 걷히고 해가 나타나면, 우리가 하늘을 대신해 도를 행하고 양민을 괴롭히지 않은 것을 아시고 죄를 사면하고 초안하실 걸세. 그래서 우리가 한 마음으로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고 청사에 이름을 남긴다면, 어찌 아름답지 않겠는가! 그래서 빨리 초안이 내리기를 바라는 것이지,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네.”

두령들이 모두 그 말에 찬동하기는 했지만, 그날은 더 이상 기분이 나지 않아 자리를 파하고 해산했다.

다음 날 아침, 두령들이 이규를 찾아갔더니 아직도 자고 있었다. 두령들이 깨워서 말했다.

“어제 자네가 크게 취해서 형님한테 욕을 해서, 오늘 형님이 자넬 죽이려 하네.”

이규가 말했다.

“난 꿈에서도 감히 형님을 욕한 적이 없는데, 날 죽인다고? 어쨌든 형님이 날 죽이겠다면 그냥 죽어야지.”

두령들은 이규를 데리고 충의당으로 가서 송강에게 죄를 청했다. 송강이 소리쳤다.

“내 수하에 수많은 사람이 있는데, 모두 너같이 그렇게 무례하면 법도가 어지러워지지 않겠느냐? 이번에는 여러 형제들의 체면을 봐서 네 목을 붙여 두겠지만, 다음에 또 그러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이규는 ‘예’ ‘예’ 하면서 물러났고, 두령들도 모두 해산하였다.

그 후로 별다른 일 없이 세월이 흘러 연말이 다가왔다. 한동안 눈이 계속 내리다가 맑게 갠 어느 날, 산 아래에서 졸개가 올라와 보고했다.

“산채에서 7~8리 떨어진 곳에서, 내주에서 동경으로 등을 팔러 가는 사람을 사로잡았습니다. 지금 관문 밖에서 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그들을 포박하지 말고 잘 모시고 오너라.”

얼마 후 충의당 앞으로 데리고 왔는데, 두 명의 공인과 8~9명의 등 만드는 장인, 그리고 수레 다섯 대였다. 우두머리가 말했다.

“소인들은 내주의 공인이고, 이 사람들은 등 만드는 장인들입니다. 해마다 동경에서는 저희들에게 등 세 시렁을 만들어 오라고 요구하는데, 올해는 두 시렁을 더 만들어 오라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옥붕영령구화등(玉棚玲瓏九華燈)입니다.”

송강은 그들에게 술과 대접하고, 등을 꺼내 보여 달라고 하였다. 장인들이 옥붕등을 꺼내 사방에 걸자 위아래로 81개의 등이 충의당 위에서부터 땅까지 드리워졌다.

송강이 말했다.

“내가 본래 당신들이 가진 모든 등을 놔두고 가게 하려고 했는데, 그러면 당신들이 고통을 당하겠지. 구화등만 여기 남겨 놓고, 나머지는 가지고 가시오. 등 만든 수고비로 은자 20냥을 주겠소.”

공인과 장인들은 감사인사를 하고 산을 내려갔다. 송강은 등을 조천왕의 위패를 모셔둔 당에 걸게 하였다.

다음 날, 송강이 두령들에게 말했다.

“나는 산동에서 나고 자라 아직까지 경성에 가 본 적이 없소. 듣자 하니, 금상께서 등불을 많이 내걸고 백성과 함께 즐기면서 원소절(元宵節)을 경축한다고 하오. 동지에서부터 등을 달기 시작했으면 지금쯤 완비되었을 것이오. 내가 몇몇 형제들과 몰래 경성으로 가서 등불 구경을 한번 했으면 좋겠소.”


오용이 간했다.

“안 됩니다. 지금 동경에는 관원들이 엄청 많을 겁니다. 만약 실수하면 어찌합니까!”

송강이 말했다.

“낮에는 객점에 숨어 있다가 밤에 성으로 들어가 등을 구경하면, 무슨 염려가 있겠소?”

두령들이 모두 말렸지만, 송강은 끝내 고집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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