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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168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6.23|조회수64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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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제72회-2

송강 등이 이사사의 집을 나와 천한교로 가서 등불을 구경하면서 어떤 주루 앞을 지나가는데, 생황소리가 요란하고 북소리가 하늘을 진동하며 등불이 눈부시게 빛나는 가운데 놀러 나온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모여 있었다.
송강과 시진은 주루로 올라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 술과 안주를 주문하여 등을 구경하면서 술을 마셨다. 몇 잔 마시고 있는데, 옆방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노랫소리가 들렸다.

호기(浩氣)은 하늘까지 치솟아 북두성을 꿰뚫건만

영웅의 사업은 아직 다 이루지 못했네.

 손에 3척 용천검(龍泉劍)을 들고

간사한 놈들 목을 벨 때까지는 멈추지 않으리라.

송강이 노래를 듣다가 황망히 옆방으로 가서 보았더니, 구문룡 사진과 몰차란 목홍이 방안에서 술에 잔뜩 취해 미친 듯 노래하고 있었다. 송강이 다가가 꾸짖었다.

“자네들은 날 죽이려 하는가! 빨리 술값을 치르고 여기서 나가게! 나를 만났으니 망정이지 만약 공인들이 들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 자네들이 이렇게 무식하고 거칠게 굴 줄이야 누가 알았겠나! 지체하지 말고 빨리 성을 나가게. 내일 등 구경하고 밤에 바로 돌아가게. 자칫 우리 정체가 탄로하면 안 돼.”

사진과 목홍은 아무 말도 못하고 점원을 불러 술값을 치른 뒤, 주점을 내려가 곧바로 성 밖으로 나갔다. 송강 등 네 사람도 얼굴이 약간 붉어질 정도로 석 잔씩만 마시고 일어섰다. 대종이 술값을 치르고, 네 사람은 주루를 내려가 곧장 만수문 밖의 객점으로 돌아갔다. 이규가 졸린 눈을 부릅뜨고 송강에게 말했다.

“형님이 날 데려오지 않았으면 그만이지만, 기왕에 데려와 놓고서 이렇게 방이나 지키고 있으라니, 이게 뭔 좆같은 경우요! 자기네들은 나가서 재밌게 놀다오고서!”

송강이 말했다.

“넌 성질이 지랄 맞고 생긴 것도 추악해서, 너 때문에 사단이 일어날까 봐 성안으로 데리고 가지 못했다.”

“안 데리고 가면 그만이지, 또 무슨 핑계가 그리 많소! 어린애든 어른이든 날 보고 놀라서 뒈진 놈 봤소?”

“내일 보름밤에는 데리고 가마. 대신 등 구경이 끝나면 밤에 곧바로 돌아가는 거다.”

이규가 껄껄껄 웃었다.

다음 날, 드디어 상원절이 되었는데 날씨가 화창하였다. 저녁 무렵이 되자 보름달을 구경하기 위해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날 밤 송강과 시진은 여전히 한량관처럼 꾸미고 대종·이규·연청을 데리고 만수문으로 들어갔다. 그날 밤은 야간통행금지는 없었지만, 각 성문마다 군사들이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쓰고서 쇠뇌에는 화살을 메기고 칼은 칼집에서 뽑아 든 채 아주 엄정하게 늘어서 있었다. 고태위가 직접 철기마군 5천을 거느리고 성을 순시하고 있었다.

송강 등 다섯 사람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성안으로 들어갔다. 송강이 연청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차여차하게. 우리는 어제 그 다방에서 기다리고 있겠네.”

연청이 곧장 이사사의 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리자, 노파와 이행수가 나와 연청을 맞이하며 말했다.

“원외님께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하다고 전해라. 나리께서 갑자기 사행(私行)을 나오셨으니, 어쩔 수가 없다.”

연청이 말했다.

“주인께서, 꽃 같으신 낭자를 만날 수 있게 해주셔서 할머니께 재삼 감사인사를 드린다고 하셨습니다. 산동은 바닷가에 있는 외진 곳이라 귀한 물건이 없어, 그곳에서 나는 물건은 마음에 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에게 우선 황금 백 냥을 전해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차후에 귀한 물건이 생기면 다시 보내드리겠습니다.”

노파가 물었다.

“지금 원외님은 어디 계시냐?”

“지금 골목 어귀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소인이 인사하고 돌아가면 함께 등 구경을 하러 갈 겁니다.”

세상에 그런 노파들은 재물을 탐하지 않는 자가 없다. 연청이 붉은 숯불 같은 금덩어리 두 개를 면전에 내놓으니, 노파가 어찌 마음이 동하지 않겠는가! 노파가 말했다.

“오늘은 상원절이라 우리 모녀가 집안에서 자리를 마련하여 술을 한 잔 하려고 했는데, 만약 원외님이 괜찮으시다면 우리 집에 오셔서 잠시 얘기라도 나누시라고 해라.”

연청이 말했다.

“소인이 가서 말씀드리면, 반드시 오실 겁니다.”

말을 마치자 연청은 곧장 다방으로 달려갔다. 연청에게 얘기를 들은 송강은 즉시 이사사의 집으로 갔다. 대종과 이규는 문 밖에서 기다리게 하고, 송강은 시진·연청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이사사가 맞이하여 절하며 말했다.


“원외님께서는 처음 보는 저에게 어찌 그리 후한 예물을 내리셨습니까? 물리치자니 공손하지 못한 것 같고, 받자니 너무 과분합니다.”

송강이 대답했다.

“산골짜기에 사는 촌놈이라 귀한 물건이 없어, 사소한 물건을 보내드린 것뿐입니다. 그저 정을 표한 것뿐인데, 낭자께서는 뭘 그렇게까지 말씀하십니까?”

이사사는 송강 등을 작은 방으로 안내하여 주객이 자리를 나누어 앉았다. 계집종들이 좋은 술과 진귀한 과일 등의 안주를 내놨는데, 그릇도 모두 귀한 것들이었다. 이사사가 술잔을 들고 절을 하면서 말했다.

“전생에 인연이 있어 오늘 밤 이렇게 두 분을 뵙게 되었습니다. 변변찮은 음식이지만 어르신들께 올립니다.”

송강이 말했다.

“비록 재산이 좀 있기는 하지만 산골에 사는 촌놈이라, 이런 부귀는 본 적이 없습니다. 낭자의 미모와 풍류에 대한 평판은 온 세상에 널리 퍼져, 얼굴을 한 번 뵙는 것도 하늘에 오를 만큼 어려운 일인데 이렇게 술과 음식까지 내려주시니 참으로 감격스럽습니다.”

이사사사 말했다.

“원외님의 칭찬이 너무 지나치십니다. 제가 어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이사사는 세 사람에게 술을 권하고, 계집종에게 차례로 술을 따르게 하였다. 이사사가 저잣거리의 재밌는 얘기를 하자, 시진이 거기에 회답하고 연청도 곁에서 웃으면서 끼어들었다. 술잔이 몇 순배 돌자, 송강도 점점 수다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손가락질을 해가면서, 양산박에서 하던 버릇이 나왔다. 시진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형님은 술만 취하면 이러신다니까. 낭자께서는 웃지 마십시오.”

이사사가 말했다.

“사람마다 성품이 다르니 어쩌겠습니까?”

그때 계집종이 들어와서 말했다.

“문 앞에 있는 두 사람 가운데 수염이 누렇고 무섭게 생긴 사람이 뭐라고 욕을 자꾸 하고 있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두 사람을 들어오라 하게.”

대종이 이규를 데리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이규는 송강과 시진이 이사사와 마주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걸 보자, 속이 뒤틀리기 시작해 눈을 부릅뜨고 세 사람을 째려보았다. 이사사가 물었다.

“저분은 누구십니까? 토지신 사당의 판관 앞에 서 있는 작은 귀신같네요.”

사람들이 모두 웃었는데, 이규는 무슨 소린지 알아듣지 못했다. 송강이 대답했다.

“저 녀석은 우리 집에 데리고 있는 소이(小李)입니다.”

이사사가 웃으며 말했다.

“저는 상관없습니다만, 이태백 같은 선비님은 힘드시겠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저 녀석이 무예는 뛰어나 2~3백 근도 짊어질 수 있고 4~50명 정도는 때려눕힐 수 있습니다.”

이사사는 은으로 만든 큰 술잔을 가져오게 하여, 대종과 이규에게 각각 세 잔씩 따라주게 하였다. 연청은 이규가 헛소리를 지껄일 봐 두려워, 이규와 대종을 데리고 문 앞으로 나갔다.

송강이 말했다

“대장부가 술을 마시는데, 이런 작은 잔으로 마셔서야 되겠는가!”

송강은 큰 술잔으로 연이어 몇 잔을 마셨다. 이사사가 소동파의 ‘대동강거(大江東去)’라는 시를 나직이 노래했다. 송강은 주흥이 올라 지필묵을 가져오게 하여, 먹을 진하게 갈아 붓으로 듬뿍 찍고 화전지를 펼쳐 놓고서 이사사에게 말했다.

“내가 재주는 없지만 시 한 수를 써서 흉중에 맺힌 것을 모두 털어 놓아 보겠소. 낭자에게 바치는 것이니 잘 봐 주시오.”

송강은 붓을 휘둘러 다음과 같은 시를 한 편 썼다.


동서남북 이 세상 어디서 이 미친 객을 용납할까?

 산동의 연기 서린 수채에 머물다가 황성의 봄빛을 사러 왔네.

 푸른 소매 향기 어리고 백설 같은 살결 비단에 싸여 한번 웃음이 천금의 값어치라.

 신선 같은 자태를 불운한 자가 어찌 얻을 수 있으리오?



 갈대 우거진 여울 들꽃 피어난 물가에서 푸른 하늘의 밝은 달 바라본다.

 줄지어 나는 기러기 행렬 쳐다보며 사면(赦免) 소식 기다릴 뿐.

 의기는 하늘을 감싸고 충심은 땅을 덮건만 세상에 알아주는 이 없네.

 이별의 슬픔이 하도 많아 하룻밤 취흥에 백발이 되었구나.

쓰기를 마치자, 이사사에게 건네주어 읽어보게 했는데, 이사사는 그 뜻을 알지 못했다. 만약 이사사가 그 뜻을 알고 자세히 물어 보면, 송강은 마음속에 맺힌 일을 다 말하려고 했었다. 그때 계집종이 들어와서 알렸다.

“나리께서 지하도를 통해 뒷문으로 오셨습니다.”

이사사가 황망히 말했다.

“멀리까지 전송하지 못하니 용서해 주십시오.”

이사사는 어가를 영접하러 뒷문으로 갔다. 계집종들은 재빨리 술잔과 그릇들을 수습하고 탁자를 닦고 정자를 청소했다. 송강 등은 문을 나가지 않고 어두운 구석에 몸을 숨기고서 몰래 살펴보았다. 이사사가 땅에 엎드려 절을 올리고 아뢰었다.

“성상께서 여기까지 납시느라 용체가 피로하시겠사옵니다.”

천자는 엷은 비단으로 만든 당건을 쓰고 곤룡포를 입고 있었다. 천자가 이사사에게 말했다.

“과인은 오늘 상청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다. 태자에게 선덕루에서 만민에게 어주(御酒)를 내리게 하고, 아우에게는 천보랑에서 물품을 사서 오는 길에 양태위(楊太尉)를 데려오라고 했는데, 한동안 기다려도 오지 않기에 과인이 먼저 왔다. 우리 예쁜이는 이리 가까이 와서 짐과 얘기를 나누자.”

송강이 어둠 속에서 말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더 어려울 것이네. 우리 셋이서 이 기회에 사면과 초안에 대해 아뢰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시진이 말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지금은 윤허할지 모르지만, 다음에 번복할 겁니다.”

세 사람은 어두운 그림자 속에 계속 숨어서 생각하고 있었다.

한편, 이규는 송강과 시진이 미녀와 함께 술을 마시면서 자신과 대종에게는 문을 지키고 있으라고 한 것에 화가 나서, 머리털이 곤두서고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라 어디다 화풀이를 해야 할지 모르고 있던 참이었다. 그때 양태위가 발을 걷고 문을 밀치며 들어오다가 이규를 보고 꾸짖었다.

“네놈은 누구냐? 감히 어디에 들어와 있는 거냐!”

이규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의자를 들어 양태위의 머리를 내리쳤다. 양태위는 피할 새도 없이 의자에 얻어맞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대종이 말리려고 했지만, 이규를 말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규는 벽에 걸린 그림을 찢어 촛불로 불을 붙여 이쪽저쪽에 불을 지르고 탁자와 의자 등을 다 때려 부숴 버렸다.

송강 등 세 사람이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달려 나와 보니, 흑선풍이 웃통을 벗어젖히고 행패를 부리고 있었다. 네 사람은 이규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이규는 거리에서 몽둥이 하나를 주워서 닥치는 대로 때려 부수며 골목으로 들어갔다. 송강은 이규의 성질이 폭발한 것을 보고 시진·대종과 함께 성문이 닫히기 전에 먼저 성을 나갔다. 연청만 남아서 이규를 지키게 하였다.

이사사의 집에 불길이 치솟자, 황제는 깜짝 놀라 한 줄기 연기처럼 달아나 버렸다. 이웃들이 달려와 한편으로 불을 끄고, 한편으로 양태위를 구하였다. 성중에서는 함성이 일어나 천지를 진동하였다. 고태위는 북문에서 순시하고 있다가 불이 났다는 말을 듣고, 군마를 거느리고 범인을 추격하였다.

연청은 이규와 함께 달아나다가 목홍과 사진을 만났다. 네 사람은 각기 창봉을 들고 서로 협력하면서 성문까지 뚫고 나갔다. 성문을 지키고 있던 군사들이 급하게 성문을 닫으려는 순간, 바깥에서 노지심은 철선장을 무송은 쌍계도를 휘두르고, 주동과 유당이 박도를 휘두르며 성안으로 달려 들어와 네 사람을 구출했다. 막 성문을 나가는데 고태위의 군마가 당도하였다. 여덟 명의 두령들은 송강·시진·대종이 보이지 않아 몹시 당황했다.

원래 군사 오용은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동경을 한번 흔들어 놓을 작정을 했었다. 날짜를 정해 다섯 명의 호장(虎將)으로 하여금 군마 1천 기를 거느리고 가서 동경성 밖에 대기하고 있게 하였는데, 마침 그날 밤 송강·시진·대종을 만나 끌고 온 빈 말에 태웠다. 그리고 뒤를 이어 다른 두령들도 도착하여 말을 탔는데, 이규가 보이지 않았다.

고태위의 군마가 당도하자, 송강 수하의 다섯 호장 관승·임충·진명·호연작·동평이 해자 옆에서 말을 타고 서서 크게 소리쳤다.

“양산박 호걸들이 모두 여기 있다! 빨리 성을 바치고 죽음을 면하도록 해라!”

고태위는 그 말을 듣고 감히 성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황망히 조교를 내리고 군사들로 하여금 성을 지키게 하였다. 송강이 연청을 불러 분부했다.

“자네가 그 시커먼 놈과 제일 친하니, 그놈을 기다렸다가 우리 뒤를 따라오게. 나는 군마와 함께 먼저 산채로 돌아가겠네. 도중에 별다른 일이 있을까 걱정되네.”

연청이 인가의 처마 밑에서 살펴보고 있는데, 이규가 객점에서 보따리와 쌍도끼를 찾아 나오면서 큰소리를 지르고 있는데 마치 동경성을 다 때려 부술 듯한 기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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