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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173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6.26|조회수49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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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제75회-1



진종선은 조서를 받고 부중으로 돌아가 길 떠날 준비를 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축하하며 말했다.

“태위의 이번 행차는, 첫째로는 국가를 위한 큰일이고, 둘째로는 백성의 근심을 덜고 우환을 제거하는 일입니다. 양산박은 충의를 주로 하면서 조정의 초안만 기다린다고 하니, 태위께서 좋은 말로 위로하시면 뜻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태사부에서 장간판이란 사람이 와서 말했다.

“태사께서 하실 말씀이 있다고 태위님을 모셔 오라고 하셨습니다.”

진종선은 가마를 타고 신송문 거리에 있는 태사부로 갔다. 절당 안의 서원으로 가서 태사를 만나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차를 한 잔 마신 다음 채태사가 말했다.


“천자께서 당신을 양산박으로 보내 초안하신다는 말을 듣고, 특별히 할 얘기가 있어 이렇게 청했소. 거기에 가면 조정의 기강을 잃지 않고 국가의 법도를 어지럽히지 않도록 주의하시오. 논어에 ‘처신함에 염치가 있고, 사방의 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군명을 욕되게 하지 않으면 선비라고 할 수 있다.’라고 한 말을 들었을 것이오.”

진태위가 말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태사의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채경이 장간판을 가리키며 또 말했다.

“이 사람이 당신을 따라가도록 하면 좋겠소. 이 사람은 법도에 아주 밝아, 당신이 혹 살피지 못한 것이 있으면 일깨워 줄 것이오.”

진태위가 말했다.

“상공의 후의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진태위는 채태사를 작별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서 쉬고 있는데, 문지기가 와서 고태위가 왔다고 알렸다. 진태위는 황망히 달려 나가 영접하였다. 대청에 좌정하고 인사를 나눈 다음, 고태위가 말했다.

“오늘 조정에서 송강을 초안하는 일을 의논했다고 들었는데,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반드시 막았을 겁니다. 그 도적놈은 여러 차례 조정을 능욕하여 죄악이 하늘까지 넘쳐나는 놈입니다. 그런데 지금 그놈의 죄를 사면하고 경성으로 끌어들이면, 필시 후환이 있을 것입니다. 내가 다시 아뢰려고 했지만 천자께서 이미 윤허하셨기 때문에, 이 일이 어떻게 될지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만약 그 도적놈이 그래도 양심을 속이고 천자의 성지(聖旨)를 거스른다면, 태위께서는 빨리 경성으로 돌아오십시오. 그러면 내가 천자께 아뢰어 대군을 점검하여 직접 양산박으로 가서 뿌리째 모조리 제거해 버리겠습니다. 그것이 내가 바라는 바입니다.

그리고 태위께서 이번에 가실 때 저의 수하에 있는 우후 한 사람을 데려가십시오. 그는 말을 아주 잘 해서 하나를 물으면 열을 답할 수 있으니, 태위를 여러 가지로 도울 수 있을 겁니다.”

진태위가 사례하며 말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구가 일어나자, 진태위는 문 앞까지 나가서 배웅했다.

다음 날, 채태사가 보낸 장간판과 고태위가 보낸 이우후가 왔다. 진태위는 인마를 점검하여 조서와 어주 열 병을 가지고 황기를 앞세우고 길을 떠났다. 진태위가 말에 오르자 수행원 대여섯 명이 옆을 따르고, 장간판과 이우후도 말을 타고 뒤를 따랐으며, 조서를 등에 진 사람이 앞장을 섰다. 일행이 신송문을 나서자, 전송하러 나온 관원들은 모두 돌아갔다.

진태위 일행이 제주에 당도하자, 태수 장숙야가 나와 영접하고 부중으로 청하였다. 연석을 마련하여 대접하면서 태수가 초안에 관해 물어보자, 진태위가 자세히 설명했다. 장태수가 말했다.

“저의 어리석은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초안하는 것이 가장 좋기는 한데 한 가지 유의하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태위께서 그곳에 가시면 온화한 분위기에서 말씀하시고 좋은 말로 그들을 달래서, 어떻게든 일이 성사되도록 하셔야 합니다. 그들 가운데는 성질이 불같은 놈들도 있어 만약 한 마디라도 그놈들의 비위에 거슬리면 만사 끝장입니다.”

장간판과 이우후가 말했다.

“마음 놓으십시오. 저희 둘이 태위를 따라왔으니 일이 잘못되지 않을 겁니다. 태수께서는 조심해서 부드럽게만 대하라고 하시는데, 그리하면 조정의 기강이 무너집니다. 소인배들은 항상 억눌러야 합니다. 그래도 절반밖에 따르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만약 저놈들이 고개를 치켜들도록 놔두었다간 생겨먹은 대로 하려고 들 겁니다.”

장태수가 진태위가 말했다.

“이 두 분은 누구십니까?”

진태위가 말했다.

“한 사람은 채태사 부중에 있는 간판이고, 또 한 사람은 고태위 부중에 있는 우후입니다.”

“이 두 사람은 데리고 가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사람들은 채태사와 고태위의 심복입니다. 데리고 가지 않으면 필시 의심할 겁니다.”

“제가 말씀드린 대로 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애만 쓰시고 아무런 공이 없을까 염 려됩니다.”

장간판이 말했다.

“우리 두 사람에게 맡겨 두십시오. 만 길의 깊은 물에서 한 방울도 새지 않을 것입니다.”

장태수는 감히 다시 말하지 못하고, 진태위 일행을 잘 대접한 다음 역관으로 가서 쉬게 하였다. 다음 날, 제주부에서는 먼저 사람을 양산박으로 보내 천자의 사신이 왔음을 알렸다.

한편, 송강은 매일 충의당에 두령들을 모아 군사 일을 상의하고 있었는데, 세작이 달려와 사신이 오는 일을 보고하였다. 아직 진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송강은 마음속으로는 아주 기뻐하였다. 그날 졸개가 제주부에서 온 사람을 충의당으로 안내해 왔다. 그가 말했다.

“조정에서 보낸 태위 진종선이 어주 열 병과 사면하고 초안한다는 조서를 가지고 제주부에 당도하였습니다. 영접할 준비를 하십시오.”

송강은 크게 기뻐하면서, 술과 음식을 내어 그를 대접하고 비단 2필과 은자 열 냥을 주어 돌려보냈다. 송강이 여러 두령들에게 말했다.

“우리가 초안을 받았으니 국가의 신자(臣子)가 되었다. 오랫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오늘 드디어 바른 성과를 이루게 되었다!”

오용이 웃으며 말했다.

“제 생각으로는, 이번 초안은 필시 이루어지지 않을 겁니다. 초안한다고 해서 그냥 사신을 따라가면, 저들은 우리를 초개처럼 바라볼 것입니다. 차라리 저들이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우리의 지독한 솜씨를 보여줘 인마를 모조리 죽임으로써 꿈속에서조차도 우리를 두려워하게 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비로소 초안을 받아들여야, 우리가 기를 펼 수 있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자네들 말대로 한다면, ‘충의’ 두 글자는 무너지고 마는 것이네.”

임충이 말했다.

“조정의 고관이 올 때는 거짓으로 꾸미는 것이 많으므로, 반드시 좋은 일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관승이 말했다.

“조서에는 필시 협박하는 말이 쓰여 있을 것입니다. 우리를 놀라게 하려는 겁니다.”

서녕도 말했다.

“오는 사람은 틀림없이 고태위 사람일 겁니다.”

송강이 말했다.

“자네들은 의심하지 말게. 조서를 맞이할 준비나 하세.”

송청과 조정에게 연석을 준비하라고 명하고, 시진에게 일을 주관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추라고 하였다. 태위를 맞이할 장막을 설치하여 오색 비단을 늘어놓고 충의당 아래위에 비단과 꽃을 걸어놓았다. 배선·소양·여방·곽성을 먼저 내려 보내 20리 밖에까지 나가 사신을 영접하게 하였다. 수군두령들은 큰 배를 호숫가에 대놓고 준비하였다.

오용이 명령을 전했다.

“자네들은 모두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게. 그렇지 않으면 일이 잘못될 거야.”

한편, 소양은 세 두령과 함께 대여섯 명의 졸개를 데리고 작은 무기도 없이 술과 과일을 가지고 20리 밖에까지 나가 사신 일행을 영접하였다. 진태위는 장간판과 이우후를 데리고 말에서 내려 걸어왔다. 뒤에서는 2~3백 명의 수행원들이 따르고, 제주의 군관 10여 기가 앞에서 길을 열었다.

용과 봉이 새겨진 상자에는 어주가 들어 있고, 말 등에 실린 작은 상자에는 조서가 들어 있었다. 제주 군졸들도 앞뒤로 5~60명 정도가 있었는데, 모두 양산박에 가면 뭔가 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다. 소양·배선·여방·곽성이 땅에 엎드려 영접하자, 장간판이 물었다.

“너희 송강이란 놈은 대체 누구냐? 황제의 조서가 왔는데도, 어찌하여 직접 영접하러 나오지 않는 거냐? 황제를 업신여김이 심하구나! 네놈들은 본시 죽어 마땅한 놈들이니, 어찌 조정의 초안을 받을 수 있겠느냐? 태위님! 돌아가십시다!”

소양·배선·여방·곽성은 땅에 엎드린 채 죄를 청하였다.

“조정에서 산채로 조서가 온 적이 없어서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송강은 여러 두령들과 함께 금사탄에서 영접하려고 대기하고 있습니다. 태위께서는 천둥번개 같은 노여움을 잠시 거두시고 국가를 위하여 일이 잘 되도록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우후가 말했다.

“일이 잘못 되도 걱정하지 않는다. 너희 도적놈들이 하늘로 날아가기라도 하겠느냐?”

여방과 곽성이 말했다.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어찌 그렇게 사람을 가벼이 여기십니까?”

소양과 배선은 단지 간청하면서 술과 과일을 바쳤는데, 저들은 그것을 받으려 하지도 않았다. 일행이 호숫가에 당도하자 양산박에서는 세 척의 전선을 대기시켜 놓고 있었다. 한 척에는 말을 태우고, 다른 한 척에는 배선 등 양산박 사람들을 태웠다. 그리고 세 번째 배에는 진태위를 비롯한 수행원들을 태웠는데, 조서와 어주는 뱃머리에 두었다. 이 배를 감독하는 사람은 활염라 완소칠이었다.

완소칠은 선미에 앉아 20명의 수군들에게 노를 젓게 하였는데, 그들은 모두 허리에 요도를 차고 있었다. 진태위는 배를 탈 때부터 아주 거만하여 방약무인(傍若無人)이었으며, 배 한가운데 자리 잡고 앉았다. 완소칠이 배를 저어라고 명하자, 양쪽에 있던 수군들은 배를 저으며 일제히 노래를 불렀다. 그러자 이우후가 꾸짖었다.

“야! 이 촌 당나귀 같은 놈들아! 귀인이 여기 계신데 어찌 함부로 구느냐!”

하지만 수군들은 이우후를 노려보면서 계속 노래를 불렀다. 이우후가 등나무 회초리를 들어 수군들을 때렸지만,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몇몇 우두머리가 대꾸했다.

“우리가 노래하고 싶어 하는데, 왜 이리 간섭하시오?”

이우후가 말했다.

“죽여도 시원찮을 반적 놈들아! 어디 감히 나한테 대꾸하느냐?”

이우후는 등나무 회초리를 들고 마구 때렸다. 그러자 수군들이 모두 물속으로 뛰어들어 버렸다. 완소칠이 선미에서 말했다.

“우리 뱃사람들을 그렇게 때려서 물속으로 내쫓았으니, 이 배는 이제 어떡할 거요?”

그때 상류에서 두 척의 쾌속선이 다가왔다. 원래 완소칠은 배 밑바닥에 구멍을 두 개 내놓고 쐐기로 막아 놓았는데, 두 척의 배가 가까이 다가오자 쐐기를 뽑아 버리고 소리쳤다.

“배에 물이 샌다!”

배 밑바닥에서 물이 용솟음치자 사람들은 모두 ‘사람 살려!’라고 고함을 치는데, 물은 순식간에 한 자나 차올랐다. 그때 두 척의 배를 옆에 갖다 대자, 사람들은 급히 진태위부터 옮겨 태웠다. 나머지는 각자 배를 옮겨 타느라 정신이 없어 조서와 어주는 그대로 뱃머리에 남겨져 있었다. 두 척의 쾌속선은 사람들만 태우고 가 버렸다.

완소칠은 밑바닥 구멍을 다시 막고, 수군들을 불러 배안의 물을 퍼내고 닦아내게 하였다. 그리고 한 수군을 불러 말했다.

“일단 어주를 한 병 가져오너라. 내가 먼저 맛을 봐야겠다.”

수군이 상자 안에서 어주 한 병을 꺼내 봉인을 벗기고 완소칠에게 건넸다. 완소칠은 먼저 코로 향기를 맡아본 다음 말했다.

“독이 들었을지도 모르니 조심해야지. 내가 먼저 맛을 봐야겠다.”

완소칠은 잔도 없이 병째 들이마셨다. 한 병을 다 마신 다음 말했다.

“맛있는데!”

한 병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 또 한 병을 가져오게 하여 또 다 마셔 버렸다. 술이 아주 술술 넘어가자 연이어 네 병을 마셔 버렸다. 그러고 나서 말했다.

“음… 어떡하면 좋을까?”

수군이 말했다.

“선미에 막걸리 한 통이 있습니다.”

완소칠이 말했다.

“물 퍼는 바가지 하나 가져오너라. 너희들도 맛을 보게 해 주마.”

나머지 어주 여섯 병을 모두 수군들이 나누어 마시게 하고, 시골 막걸리를 열 병에 채우고 다시 원래대로 봉인한 다음 상자에 넣었다. 나는 듯이 배를 저어 금사탄에 당도하여, 조서와 어주를 가지고 배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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