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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176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6.27|조회수57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176


수호지 제77회-1

송강의 진중에서 선봉 세 부대가 칼과 도끼를 휘두르며 돌격하자, 동관의 삼군은 대패하여 열에 일고여덟이 죽거나 부상을 당하면서 별똥별이 우수수 떨어지고 구름이 흩어지듯 달아나기에 바빴다. 군사들은 징과 북은 물론이고 칼과 창도 내던지고 아들을 찾고 아비를 찾으며 형을 부르고 동생을 부르며 달아났다. 만여 명을 잃고 30리를 도망가서야 비로소 멈추었다.

오용은 진중에서 징을 울려 군사를 거두고 명을 내렸다.

“끝까지 추격하지 말라! 저들에게 맛만 보여주면 된다.”

양산박의 인마는 모두 산채로 돌아가 각자 공을 아뢰고 상을 청했다.

한편, 동관은 일전을 패하여 많은 인마를 잃고 퇴각하여 영채를 세우고 휴식을 취했다. 동관은 마음속에 근심이 가득한 채 장수들을 모아 상의하였다. 풍미와 필승이 말했다.

“상공께서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 도적놈들이 관군이 온다는 것을 알고 미리 저런 진세를 펼쳐 두었는데, 우리 관군은 이곳에 처음 왔기 때문에 적의 허실을 알지 못하여 간계에 빠졌던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저 도적놈들은 산에 의지하여 진세를 펼치고 군마를 많이 배치하여 허장성세(虛張聲勢)를 부린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일시적으로 지리적 이점을 잃었던 것뿐입니다.

우리는 마보군 장병들을 다시 조련하면서 사흘 정도 휴식을 취함으로써 예기를 기르고 전마들도 쉬게 다음에, 모든 부대를 동원하여 장사진(長蛇陣)을 펼쳐 한꺼번에 공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장사진은 머리가 공격당하면 꼬리가 대응하고, 꼬리가 공격당하면 머리가 대응하며, 가운데가 공격당하면 머리와 꼬리가 함께 대응하는 진입니다. 그렇게 하면 부대 간의 연락이 끊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 진을 펼치면 반드시 대승할 것입니다.”

동관이 말했다.

“그 계책이 묘하다. 내 뜻에 합치된다.”

즉시 명을 내려 삼군을 정비하여 훈련을 시켰다.

사흘 후, 새벽에 밥을 지어 장병들은 배불리 먹고, 갑옷을 입고 칼·도끼·활 등의 무기를 챙기고 말에게도 갑옷을 입혔다. 대장 풍미와 필승이 앞장서서 대군을 거느리고 호호탕탕(浩浩蕩蕩) 기세를 떨치며 양산박을 향해 진격했다. 팔로군마를 좌우로 나누고, 전면에는 3백 명의 철갑 척후병을 내보내 길을 탐색하게 하였다. 척후병이 돌아와 중군에 있는 동관에게 보고했다.

“지난번의 전장에는 단 하나의 군마도 보이지 않습니다.”

동관은 보고를 받고 의심이 들어, 전군으로 가서 풍미와 필승에게 말했다.

“퇴각하는 것이 어떻겠나?”

풍미가 대답했다.

“퇴각할 생각은 마십시오. 우리는 오로지 돌격해야 합니다. 장사진을 펼치고 있는데, 겁낼 게 뭐 있습니까?”

관군이 천천히 진격하여 호숫가에 당도해 보니, 진짜로 군마는 하나도 보이지 않고 아득히 넓은 호수에 갈대만 무성하고 연기가 자욱히 끼어 있었다. 멀리 보이는 수호산채의 정상에도 행황기만 바람에 펄럭이고 있을 뿐 역시 아무런 동정이 없었다.

동관은 풍미·필승과 함께 대군 앞에 말을 세우고 멀리 건너편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갈대숲 속에 작은 배 한 척이 눈에 띄었다. 배에는 한 사람이 타고 있었는데, 머리는 대나무 껍질로 만든 삿갓을 쓰고 몸에는 녹색 도롱이를 입고서 뱃전에 비스듬히 기대어 언덕 쪽으로 등을 돌리고서 혼자 낚시를 하고 있었다. 동관의 보군 하나가 소리쳐 물었다.

“도적은 어디 있나?”

어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동관은 활을 잘 쏘는 병사를 불러 활을 쏘라고 명하였다. 두 기병이 곧장 호숫가로 달려가 말을 세우고 어부의 등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화살이 어부의 삿갓에 명중했는데, ‘땡’ 하는 소리가 울리면서 화살이 튕겨나가 물속으로 떨어졌다. 다른 기병이 다시 화살을 쏘아 이번에는 어부의 도롱이를 맞혔는데, 역시 ‘땡’ 하는 소리가 울리면서 화살이 튕겨나가 물속으로 떨어졌다. 이 두 기병은 동관의 군대에서 활을 가장 잘 쏘는 병사들이었다. 두 사람은 깜짝 놀라 되돌아와 동관에게 말했다.

“두 개의 화살이 모두 명중했지만, 뚫고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그놈이 몸에 무엇을 입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동관은 다시 강궁을 든 병사 3백 명을 호숫가로 보내 일제히 어부를 향해 활을 쏘게 하였다. 화살이 어지럽게 날아오는데도 어부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날아간 화살들은 물에 떨어지거나 배에 꽂힌 것도 많았지만, 어부의 도롱이와 삿갓에 명중한 것도 있었는데 모두 튕겨나가 물속으로 떨어졌다.

동관은 활은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헤엄을 잘 치는 병사들로 하여금 갑옷을 벗고 헤엄쳐 가서 어부를 잡아오게 하였다. 4~50명의 병사들이 배를 향해 헤엄쳐 가기 시작했다. 어부는 선미 쪽에서 첨벙거리는 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헤엄쳐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조금도 당황하지 않으며 낚싯대를 내려놓고 노를 집어 들었다.

병사들이 배 가까이 다가오자 병사들의 이마, 머리, 얼굴 등을 노로 내려치기 시작했고, 노에 얻어맞은 병사들은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뒤따라 헤엄쳐 오던 병사들은 그걸 보고 급히 언덕으로 되돌아와 갑옷을 찾아 입었다.

동관은 크게 노하여, 이번에는 5백 명의 병사들을 물속으로 몰아넣으면서 반드시 어부를 잡아오라고 명하였다.

“만약 그냥 돌아오는 놈은 일도양단(一刀兩段)할 것이다!”

5백 명의 병사들은 갑옷을 벗고 함성을 지르며 물에 뛰어들어 일제히 헤엄쳐 가기 시작했다. 어부는 뱃머리를 언덕 쪽으로 돌리더니 동관을 손가락질하며 큰소리로 욕을 퍼부었다.

“나라를 어지럽히는 적신(賊臣)아! 백성을 해치는 짐승아! 목숨을 바치러 와 놓고서, 어디서 뒈질 줄은 모르는구나!”

동관은 크게 노하여 마군으로 하여금 활을 쏘게 하였다. 어부가 ‘껄껄껄’ 웃으며 말했다.

“저기 군마가 오고 있다!”

어부는 손가락으로 한곳을 가리키더니, 도롱이와 삿갓을 벗어던지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때 헤엄쳐 가던 5백 관군이 거의 배 가까이 다가갔는데,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물속으로 끌려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어부는 바로 낭리백조 장순이었으며, 머리에 썼던 삿갓은 겉은 대나무 껍질이었지만 안에 구리판을 댄 것이었고 도롱이도 마찬가지여서 마치 거북이 등껍질을 뒤집어쓴 것과 같았기 때문에 화살이 뚫지 못했던 것이다.

장순은 물속으로 들어가 요도를 뽑아 관군들의 목을 베어 물속 깊이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호수에는 핏물이 흘러넘쳤다. 장순의 손에서 벗어난 관군들은 죽어라 헤엄쳐서 물가로 도망쳐 나왔다. 동관은 언덕 위에서 얼이 빠져 그 광경을 멍하니 보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한 장수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산정에서 황기가 휘날리고 있습니다!”

동관은 정신을 차리고 바라보았지만 그게 무슨 의도인지 알 수가 없었다. 여러 장수들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풍미가 말했다.

“일단 3백 명의 철갑 척후대를 양대로 나누어 산 뒤편 양쪽을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척후대 두 부대가 산 앞으로 달려가자, 갈대숲 속에서 굉천뢰포가 터지면서 불길이 치솟았다. 척후대는 재빨리 돌아와 복병이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동관은 적잖게 놀랐다. 풍미와 필승은 양쪽으로 사람을 보내 군사들이 동요하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칼을 뽑아 들고 군사들 사이를 왕래하면서 소리쳤다.

“먼저 달아나는 놈은 참할 것이다!”

삼군의 인마를 안정시키고서, 동관은 여러 장수들과 함께 말을 세우고 살펴보았다. 그때 산 뒤편에서 북소리가 천지를 진동하고 함성이 하늘까지 울리면서 한 무리의 군마가 튀어 나오는데, 모두 황기를 들고 있었다. 두 명의 효장(驍將)이 황종마를 타고 앞장섰는데, 미염공 주동과 삽시호 뇌횡이었다. 두 사람은 5천 인마를 이끌고 곧장 관군을 향해 돌격해 왔다.

동관은 풍미와 필승을 내보내 대적하게 하였다. 두 사람은 명을 받고 쟁을 들고 말을 몰아 나가면서 소리쳤다.

“겁대가리 없는 도적놈들아! 빨리 투항하지 않고 또 어느 때를 기다리느냐!”

뇌횡이 말 위에서 크게 웃으며 소리쳤다.

“필부가 죽음이 눈앞에 있는데도 아직 모르고 있구나! 감히 나와 결전해 보겠느냐?”

필승은 크게 노하여 쟁을 들고 말을 박차고 곧장 뇌횡에게 달려들었다. 뇌횡도 쟁을 들고 나와 대적했다. 두 말이 엇갈리고 무기를 부딪치며 20여 합을 싸웠는데 승부가 나지 않았다. 풍미는 필승이 이기지 못하는 것을 보고 칼을 휘두르며 말을 박차고 싸움을 도우러 달려 나갔다. 주동이 그걸 보고 크게 소리치면서 칼을 휘두르며 달려 나가 풍미를 대적하였다. 네 장수가 둘씩 짝을 이루어 진 앞에서 싸움을 벌였다. 동관은 그걸 보고 갈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싸움이 치열해지자 주동과 뇌횡은 파탄 난 척하며 말을 돌려 본진을 향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풍미와 필승은 두 사람을 놓칠세라 말을 박차고 추격하였다. 그러자 양산박 부대가 함성을 지르며 모두 산 뒤편을 향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동관은 추격하라고 소리쳤다.

관군이 있는 힘을 다해 양산박 부대를 추격하여 산허리를 막 돌아갈 때, 산정에서 뿔피리소리가 일제히 울렸다. 관군들이 고개를 들고 바라보니, 앞뒤에서 두 개의 화포가 포탄을 쏘기 시작했다. 동관은 복병이 있음을 알고 더 이상 추격하지 않고 군마를 멈추게 하였다. 그때 산정에 행황기가 나타나 펄럭이기 시작했는데, 거기에는 ‘체천행도’ 네 글자가 쓰여 있었다.

동관은 다시 군대를 재촉하여 산기슭을 지나갔는데, 이번에는 산 위에 잡색 깃발들이 휘날리는 사이에 운성현의 개세영웅(蓋世英雄) 산동 호보의 송강이 나타났다. 그 뒤에는 군사 오용과 공손승 그리고 금창수와 은창수를 거느린 화영과 서녕이 있었다.

동관은 송강을 보고 크게 노하여, 송강을 잡으라고 명을 내렸다. 관군의 대부대가 두 길로 나누어 산을 올라가는데, 산 위에서 북소리가 하늘을 울리더니 양산박의 호걸들이 마구 웃어댔다. 동관은 더욱 노기가 치밀어 이빨을 부드득 갈면서 소리쳤다.

“저 도적놈들이 감히 나를 희롱하다니! 내가 친히 저놈들을 잡으러 가겠다.”

풍미가 간했다.

“상공! 저놈들에게 필시 계책이 있을 겁니다. 친히 험지로 가시면 안 됩니다. 일단 회군했다가, 내일 다시 저놈들의 허실을 탐지한 다음에 진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동관이 말했다.

“헛소리 마라! 일이 이미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어찌 퇴각한단 말이냐! 밤을 새워서라도 도적놈들과 싸워야 한다. 이미 적을 보았으니, 기세로 보아서도 퇴각할 수는 없다.……”

말이 미처 끝나기 전에, 후군에서 함성이 울리면서 척후병이 달려와 보고했다.

“서쪽 산 뒤편에서 한 떼의 군마가 튀어나와, 후군을 공격하여 둘로 나누어 놓았습니다.”

동관은 크게 놀라 풍미와 필승을 데리고 급히 후군을 구원하러 가려고 했는데, 그때 또 동쪽 산 뒤편에서 북소리가 울리면서 한 부대가 나타났다. 절반은 홍기를 들었고 절반은 청기를 들었는데, 두 대장이 5천 군마를 거느리고 돌격해 왔다. 홍기를 든 부대의 대장은 벽력화 진명이었고, 청기를 든 부대의 대장은 대도 관승이었다. 두 대장이 말을 몰아 공격해 오면서 소리쳤다.

“동관은 빨리 수급을 바쳐라!”

동관은 크게 노하여, 풍미를 내보내 관승을 대적하게 하고 필승을 내보내 진명을 대적하게 하였다. 동관은 후군에서 계속 긴급한 함성이 들려오자, 징을 울려 군대를 거두고 퇴각하고자 하였다. 그때 주동과 뇌횡이 다시 황기를 든 부대를 이끌고 양쪽에서 협공해 왔다. 동관의 군병들은 혼란해지기 시작했다.

풍미와 필승은 동관을 보호하여 필사적으로 달아났다. 한창 달아나고 있는데, 비탈 위에서 또 한 무리의 군마가 달려 나왔다. 그 군마는, 절반은 백기를 들었고 절반은 흑기를 들었는데, 두 호장(虎將)이 5천 군마를 거느리고 길을 가로막았다. 흑기 부대의 대장은 쌍편 호연작이고, 백기 부대의 대장은 표자두 임충이었다. 두 장수가 말 위에서 소리쳤다.

“간신 동관아! 어디로 달아나느냐! 빨리 죽음을 받아라!”

두 장수가 돌격해 오자, 수주도감 단붕거가 달려 나가 호연작과 교전하고, 여주도감 마만리가 임충을 대적하였다. 마만리는 임충과 싸운 지 몇 합 되지 않아 기력이 달려 달아났다. 그때 임충이 큰소리로 외치면서 쟁으로 찌르자, 마만리는 말에서 떨어져 죽었다. 단붕거는 마만리가 임충에게 찔려 죽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싸울 마음이 없어져 호연작의 쌍편을 밀어내면서 말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호연작은 더욱 용맹을 떨쳐 추격해 갔다.


양군이 혼전을 벌이는 사이에 동관은 길을 뚫고 달아나기에 바빴다. 그때 전군에서 함성이 크게 일어나면서 산 뒤편에서 한 떼의 보군이 나타나 곧장 관군 가운데로 돌격해 왔다. 앞장선 중 하나와 행자 하나가 군병을 이끌고 오면서 크게 소리쳤다.

“동관이 달아나지 못하게 하라!”

그 중은 불경도 읽지 않고 참회도 하지 않으며 오로지 사람 죽이는 것만을 좋아하는 화화상 노지심이었고, 그 행자는 경양강에서 호랑이를 때려잡은 수호산채의 최고영웅인 그 유명한 행자 무송이었다. 동관의 군대는 노지심과 무송이 이끄는 보군의 공격을 받고 산산이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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