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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177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6.29|조회수68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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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제77회-2

관군들은 앞으로 나아가려 해도 길이 없고 뒤로 후퇴할 수도 없었다. 풍미와 필승이 겨우 두터운 포위를 뚫고 혈로를 뚫어 산 뒤편으로 돌아갔다. 숨을 헐떡이며 잠시 쉬려는 찰나, 또 포성이 천지를 진동하고 북소리가 일제히 울리면서 두 맹장이 한 떼의 보군을 이끌고 나와 길을 가로막았다. 양두사 해진과 쌍미갈 해보가 강차를 들고 보군을 이끌고 동관의 진중으로 돌격해 들어왔다.

동관의 부대는 그들을 막을 수 없어 포위를 뚫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다섯 방면의 양산박 마군과 보군이 일제히 추격하여 공격하자, 관군들은 별똥별이 우수수 떨어지고 구름이 흩어지듯 사방으로 패주하였다. 풍미와 필승은 힘을 다해 동관을 보호하며 달아나다가, 강차를 휘두르며 돌격해 오는 해진·해보 형제와 맞닥뜨렸다. 동관은 급히 말을 박차고 산비탈을 향해 도주하였고, 풍미와 필승이 그 뒤를 따라 달렸다. 당주도감 한천린과 등주도감 왕의가 또 그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네 사람이 힘을 합쳐 겨우 포위를 벗어난 듯했는데, 헐떡이는 숨을 채 그치기도 전에 전면에서 먼지가 일어나고 함성이 치솟으면서 푸른 숲속에서 한 떼의 군마가 튀어나와 길을 가로막았다. 앞장선 맹장은 쌍쟁장 동평과 급선봉 삭초였다. 두 사람은 아무런 말없이 곧장 동관에게 달려들었다. 왕의가 쟁을 들고 맞섰지만, 삭초의 도끼에 맞아 말에서 떨어져 죽었다. 또 한천린이 왕의를 구하러 달려가다가 동평의 쟁에 찔려 죽었다.


그 사이에 풍미와 필승은 사력을 다해 동관을 보호하여 달아났다. 사방에서 징소리와 북소리가 어지럽게 일어나는데 도대체 어디서 군대가 오는지 알 수 없었다. 동관이 언덕 위에 올라가 말을 세우고 바라보니, 사면팔방을 네 부대의 양산박 마군이 에워싸고 있는데 또 양옆으로 두 부대의 양산박 보군이 밀려들고 있었다. 양산박 군마가 일제히 돌격해 오자, 동관의 군마는 거센 바람에 낙엽이 떨어지고 구름이 흩어지듯 이리저리 쫓겨 흩어지며 혼란에 빠졌다.

그때 산기슭 밑에서 한 떼의 인마가 달려 나오는 것이 보였는데, 깃발을 보니 진주도감 오병이와 허주도감 이명의 부대였다. 하지만 두 장수가 이끄는 부대는 모두 칼도 잃어버리고 창도 부러진 패잔군마로서 양산박 군사들에게 쫓겨 임랑산 쪽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동관은 사람을 보내 그들을 불렀다.

달아나던 두 장수가 언덕으로 올라가려고 급히 인마를 정돈하고 있는데, 또 산허리에서 함성이 일어나면서 한 떼의 군마가 달려 나와 관군을 향해 돌격해 갔다. 앞장선 두 맹장은 청면수 양지와 구문룡 사진이었다. 양지와 사진은 칼을 휘두르며 오병이와 이명의 관군을 가로막고 공격했다. 이명은 쟁을 들고 양지와 싸우고, 오병이는 방천화극을 들고 사진과 싸웠다. 네 사람은 언덕 아래에서 밀고 밀리며 이리 돌고 저리 돌면서 각기 평생 익힌 무예를 겨루었다. 동관은 언덕 위에서 싸움을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네 사람이 교전한 지 30여 합이 되었을 때, 오병이가 화극으로 사진의 가슴을 찌르며 들어가자 사진이 슬쩍 피하면서 화극이 자신의 겨드랑이 사이로 빠지게 하였다. 오병이가 사진에게 가까이 다가가게 되자, 사진이 칼을 휘둘러 오병이의 목을 베었다. 오병이의 목에서 한 줄기 피가 뿜어져 나오면서 투구를 쓴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이명은 오병이가 죽는 것을 보고 말을 돌려 달아났는데, 그때 양지가 크게 고함을 질렀다. 깜짝 놀란 이명은 혼비백산하고 간담이 서늘하여 손에 쥐고 있는 쟁이 거꾸로 되어 있는지도 몰랐다. 양지는 이명의 정수리를 향해 칼을 내리쳤는데, 이명이 살짝 피하는 바람에 칼은 말 엉덩이를 찍고 말았다. 엉덩이에 칼을 맞은 말이 뒷다리를 치켜들자, 이명은 말에서 뛰어내려 손에 쥐고 있던 쟁도 내던지고 달아났다. 하지만 양지가 곧바로 뒤따라가 재빨리 칼로 베었다. 가련하게도 이명의 반평생 군관생활은 남가일몽(南柯一夢)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관군의 두 장수는 모두 언덕 아래에서 죽고 말았다. 양지와 사진이 패전한 관군을 공격하는데, 마치 오이를 베고 박을 자르듯 하였다.

동관은 풍미·필승과 함께 언덕 위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었지만, 감히 내려가지도 못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세 사람은 어떻게 하면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지 상의했다. 풍미가 말했다.

“상공께서는 마음 놓으십시오. 소장이 살펴보니, 남쪽에 우리 관군 큰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데, 깃발이 아직 꺾이지 않았으므로 우리를 구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필도통께서는 여기서 상공을 보호하고 계십시오. 제가 길을 뚫고 가서 군마를 이끌고 상공을 구하러 오겠습니다.”

동관이 말했다.

“날이 저물고 있으니, 빨리 갔다 오게.”

풍미는 대간도를 들고 나는 듯이 언덕 아래로 말을 몰아 길을 뚫고 남쪽으로 달렸다. 남쪽 진영에 당도하여 보니 숭주도감 주신의 부대였는데, 진영을 둥글게 펼쳐 놓고 사력을 다해 적군 가운데서 버티고 있었다. 주신은 풍미를 진 안으로 맞이하여 물었다.

“상공은 어디 계시오?”

풍미가 말했다.

“저 앞의 언덕 위에 계시는데, 당신의 군마가 와서 구원해 주기만 기다리고 있소. 지체해서는 안 되니, 빨리 갑시다.”

주신은 명을 내려, 마군과 보군이 서로 협력하여 대오를 흩트리지 않으면서 나아가게 하였다. 두 대장이 앞장서자 군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적진을 뚫고 언덕을 향해 나아갔다. 언덕까지 화살이 닿을 정도의 거리에 이르렀을 때, 산비탈에서 한 떼의 군마가 달려왔다. 풍미는 칼을 휘두르며 나아가 대적하려 했는데, 알고 보니 수주도감 단붕거의 부대였다. 세 사람이 군대를 합쳐 언덕 아래까지 진격하자, 필승이 내려와 맞이하였다. 동관은 함께 상의하며 말했다.

“오늘 밤에 빠져나가는 것이 좋겠는가? 아니면 내일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빠져나가는 것이 좋겠는가?”

풍미가 말했다.

“저희 넷이서 사력을 다해 상공을 보호할 것이니, 오늘 밤에 포위를 뚫고 나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점점 밤이 다가왔지만, 사방에서 함성은 끊이지 않았고 징소리와 북소리도 계속 어지럽게 들렸다. 밤 10시쯤 되자 별빛과 달빛이 밝았다. 풍미가 앞장서고 장수들이 동관을 에워싸고서 일제히 언덕 아래로 달려 내려갔다. 그때 사방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동관을 놓치지 마라!”

관군은 오로지 남쪽 길을 향해서만 돌진해 나갔다. 계속 혼전을 벌이면서 나아갔는데, 새벽 2시경이 되었을 즈음에야 비로소 적진 속에서 벗어난 것 같았다. 동관은 말 위에서 손을 이마에 올려 천지신명께 예를 올리며 말했다.

“부끄럽습니다! 이제는 큰 어려움에서 벗어났습니다!”


동관은 장병을 재촉하면서 제주를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동관의 기쁨이 다하기도 전에, 앞의 언덕 위에서 횃불이 나타났는데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었다. 배후에서도 함성이 일어나면서 횃불 가운데 두 사람의 호걸이 박도를 나타났는데 ,그 뒤에 또 백마를 타고 점강쟁을 든 대장이 있었다. 말을 타고 있는 대장은 옥기린 노준의였고, 그 앞에 박도를 들고 있는 두 호걸은 병관색 양웅과 반명삼랑 석수였다. 세 사람이 3천 인마를 거느리고 길을 가로막았다. 노준의가 말 위에서 소리쳤다.

“동관은 빨리 말에서 내려 포박을 받지 않고, 또 어느 때를 기다리느냐!”

동관은 장수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앞에는 복병이 있고 뒤에는 추격병이 있으니, 어찌하면 좋은가?”

풍미가 말했다.

“소장이 목숨을 버려 상공의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여러 장수들은 상공을 보호하면서 길을 뚫고 제주로 가시오. 나는 여기서 적들과 싸우겠소.”

풍미는 말을 박차고 나가 대도를 휘두르며 노준의에게 달려들었다. 교전한 지 몇 합도 되지 않아, 노준의가 쟁을 내지르며 풍미의 대도를 제치고 바짝 다가갔다. 한 손으로 풍미의 허리를 붙잡고 말을 발로 차 버린 다음 풍미를 사로잡아 버렸다. 양웅과 석수가 접응하면서, 군사들이 풍미를 묶어서 끌고 갔다.

필승·주신·단붕거는 사력을 다해 동관을 보호하면서 길을 막고 있는 양산박 군병들을 뚫고 한편으로 싸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달아났다. 배후에서는 노준의가 추격해 왔다. 패주하는 동관의 군대는 마치 상가(喪家)에서 제대로 얻어먹지 못한 개처럼 비참하고 그물에서 막 벗어난 물고기처럼 마음이 급했다. 날이 밝을 무렵 겨우 추격병에게서 벗어나 제주를 향해 달아났다.

한참 달아나고 있는데, 앞에 있는 언덕 뒤에서 또 보군 한 부대가 나타났다. 군사들은 모두 쇠로 된 엄심갑을 입고 붉은 두건을 쓰고 있었으며, 네 명의 보군두령이 앞장서고 있었다. 이규는 쌍도끼를 들고, 포욱은 한 자루 보검을 들고, 항충과 이곤은 방패를 들고서 마치 불덩이가 굴러 내려오듯 언덕 위에서 아래로 돌격해 왔다. 관군은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동관과 장수들은 한편으로 싸우면서 또 한편으로 목숨만 부지하기 위해 달아났다. 이규는 관군 속으로 뛰어들어 단붕거의 말 다리를 도끼로 찍었다. 말이 쓰러지면서 단붕거가 말에서 떨어지자, 이규는 도끼로 단붕거의 머리를 쪼개 놓고 다시 한 번 도끼질을 하여 목을 베어 버렸다.

한편, 패주한 관군은 제주에 거의 다가갔는데, 투구는 벗겨지고 갑옷도 너덜거리며 군사들은 모두 기력을 잃었고 말도 지쳐 있었다. 개울에 당도하여 군마가 모두 물을 마시고 있는데, 건너편에서 화포가 터지면서 화살이 메뚜기 떼처럼 쏟아졌다. 관군들은 급히 언덕으로 올라갔는데, 숲속에서 한 떼의 군마가 튀어나왔다. 몰우전 장청이 공왕·정득손과 함께 3백 기마병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말들은 모두 방울이 달린 가면을 쓰고 꿩꼬리를 꽂은 붉은 가슴걸이를 하고 있었고 병사들은 가벼운 활과 짧은 화살을 메고 창을 들고 있었다.

숭주도감 주신은 장청의 군마가 적은 것을 보고 나가서 대적하였고, 그 사이에 필승은 동관을 보호하면서 달아났다. 주신이 쟁을 들고 말을 몰아 달려 나가자, 장청은 쟁을 왼손으로 옮겨 쥐고 오른손으로 돌을 던지며 소리쳤다.

“받아라!”

주신이 콧잔등에 돌을 맞고 말에서 떨어지자, 공왕과 정득손이 나는 듯이 달려가 강차로 목을 찔러 죽였다. 동관은 필승을 제외한 모든 장수들을 잃고 겨우 목숨을 건져 달아났다. 감히 제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패잔병들을 이끌고 밤을 새워 동경으로 돌아갔다.

원래 송강은 인덕을 지닌 사람이라 평소에 조정에 귀순할 마음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추격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여러 장수들이 동관을 악착같이 추격할까 염려되어 급히 대종을 보내 명을 전하여 여러 두령들은 각기 군마를 거두어 산채로 돌아와 공을 청하라고 하였다. 두령들은 각처에서 징을 울려 군사를 거두고 개선가를 부르며 양산박으로 돌아왔다.

송강·오용·공손승은 먼저 산채로 돌아와 충의당에 좌정하고, 배선으로 하여금 각자가 세운 공을 알아보게 하였다. 노준의가 사로잡은 풍미를 끌고 와 충의당 앞에 무릎을 꿇리자, 송강은 친히 포박을 풀어 주고 당상으로 청하여 자리에 앉게 하고 술잔을 바치며 사과하였다. 풍미는 송강의 태도에 몹시 놀랐다. 여러 두령들도 모두 충의당에 모여 소와 말을 잡아 연회를 열고 삼군에 중상을 내렸다.

송강은 풍미를 이틀 간 산채에 머물게 한 다음, 말을 준비하여 산 아래로 내려 보냈다. 풍미가 크게 기뻐하자, 송강이 사과하며 말했다.

“장군의 위엄을 모독한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송강 등은 본래 다른 마음이 없습니다. 오로지 조정에 귀순하여 국가를 위해 힘을 다하고자 할 뿐인데, 공정하지 못하고 법을 지키지 않는 자들의 핍박을 받아 이러고 있습니다. 장군께서 조정으로 돌아가시면, 좋은 말로 저희들의 사정으로 얘기하여 구원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만약 다음에 다시 천자의 은혜를 입게 되면, 죽어도 그 큰 은덕을 잊지 않겠습니다.”

풍미는 살려준 은혜에 감사하며 산을 내려갔다. 송강은 사람을 시켜 경계 밖까지 호송해 주게 하였다.

송강은 충의당에서 오용을 비롯한 여러 두령들과 상의했다. 원래 이번에 사용한 십면매복(十面埋伏)의 계책은 모두 오용의 지혜에서 나온 것이었다. 동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대군의 삼분지이를 꺾어 놓음으로써 꿈속에서도 두려워하게 만들려는 것이었다.

오용이 말했다.

“동관이 경성으로 돌아가 천자에게 아뢰면, 분명히 다시 군대를 일으킬 것입니다. 따라서 한 사람을 동경으로 보내 허실을 정탐해 오게 하여 미리 준비를 해야 합니다.”

송강이 말했다.

“군사의 말씀이 내 뜻과 합치됩니다. 형제들 가운데 누가 가겠소?”

그러자 좌중에서 한 사람이 나와 말했다.

“제가 가겠습니다.”

사람들이 그를 보고 모두 말했다.

“이 사람이 가면 틀림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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