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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179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6.29|조회수52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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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제78회-2

한편, 고태위는 경성에서 20여 일 동안 준비했는데, 천자가 칙명을 내려 군사를 일으키라고 재촉하였다. 고구는 먼저 어영군마를 성 밖으로 내보내고, 기방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기녀들 30여 명을 뽑아 군사를 따라가서 위문하게 하였다.

출병할 날이 되자 군기(軍旗)에 제사를 지내고, 천자에게 인사한 다음 마침내 출발했다. 그럭저럭 1개월 정도가 지나, 때는 초가을이 되었다. 관원들이 모두 장정(長亭)까지 나와서 전송했다. 고태위는 갑옷을 입고 황금안장을 얹은 전마를 탔는데, 그 앞에는 다섯 필의 좋은 말이 늘어섰다. 좌우에는 당세영·당세웅 형제가 있었고, 뒤에는 많은 전수부 통제관들과 제할·병마방어사·단련사 등의 군관들이 따라갔다.

고태위는 대군을 거느리고 성을 나와 장정에 당도하여 말에서 내렸다. 여러 관원들과 송별주를 마신 후 작별하고, 다시 말에 올라 제주를 향해 진군하였다. 가는 도중에 군사들이 마을에 가서 제멋대로 노략질하는 것을 방임하여, 백성들이 입은 해가 엄청났다.

한편, 10로 군마는 속속 제주로 모여들고 있었다. 절도사 왕문덕이 경북에서 군마를 이끌고 밤을 새워 제주로 달려가고 있었다. 제주에서 40여리 떨어진 곳에 당도하였는데, 그곳의 지명은 봉미파라는 고개였고 그 밑에는 큰 숲이 있었다.

전군이 막 숲을 지나가고 있을 때 징소리가 울리면서 숲속에서 한 떼의 군마가 나타났다. 앞장선 장수가 길을 가로막는데,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었으며 활을 메고 있었다. 화살통에는 작은 황기 두 개가 꽂혀 있었는데 각각 ‘영웅쌍쟁장’ ‘풍류만호후’라고 쓰여 있었고, 양손에는 강쟁을 들고 있었다. 그는 바로 양산박에서 적진을 뚫는 데에 제일인 용장 동평이었다. 동평이 말을 세우고 길을 가로막으며 소리쳤다.


“거기 오는 놈들은 어디 병마냐? 빨리 말에서 내려 포박을 받지 않고 또 어느 때를 기다리느냐?”

왕문덕도 말을 세우고 ‘껄껄껄’ 웃으며 말했다.

“병이나 항아리에도 두 귀가 있는데, 너는 우리 10절도사가 누차 큰 공을 세워 천하에 이름을 날린 것을 듣지 못했느냐? 나는 대장 왕문덕이다.”

동평이 크게 웃으며 소리쳤다.

“네가 바로 애비를 죽인 미련한 놈이구나.”

왕문덕은 크게 노하여 꾸짖었다.

“나라를 배반한 도적놈이 어찌 감히 나를 모욕하느냐!”

쟁을 들고 말을 박차고 나가 동평에게 달려들었다. 동평도 쌍쟁을 들고 대적하였다. 두 장수가 싸운 지 30합이 되었지만 승부는 나지 않았다. 왕문덕은 동평을 이기지 못할 것 같아 소리쳤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싸우자!”

두 장수는 각자 본진으로 돌아갔다. 왕문덕은 군사들에게 굳이 싸우려 하지 말고 곧바로 적진을 뚫고 나가라고 분부하였다. 왕문덕이 앞장서고 군사들이 그 뒤를 따라 크게 함성을 지르면서 뚫고 나갔다. 동평은 군사를 이끌고 추격하였다. 관군이 숲을 통과하여 달려가고 있는데, 앞에서 또 한 떼의 군마가 나타났다. 앞장선 상장은 바로 몰우전 장청이었다. 장청이 말 위에서 크게 소리쳤다.

“달아나지 마라!”

장청은 손에 쥐고 있던 돌을 왕문덕의 머리를 향해 던졌다. 왕문덕은 급히 피하려고 했지만, 돌은 투구를 때렸다. 왕문덕은 안장에 바짝 엎드려 달아났다. 동평과 장청이 그 뒤를 추격하였다. 점점 추격해 가고 있는데, 옆쪽에서 한 부대가 돌격해 왔다. 왕문덕이 보니, 같은 절도사인 양온의 군마가 구원하러 온 것이었다. 동평과 장청은 더 이상 추격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왕문덕과 양온의 군마는 함께 제주로 들어가서 휴식을 취했다. 태수 장숙야는 각로에서 온 군마들을 접대했다. 며칠 후 고태위의 대군이 도착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열 명의 절도사들은 성을 나가 영접하고, 고태위를 호위하여 성으로 들어갔다. 관아에 원수부를 설치하고 고태위는 거기에 머물렀다.

고태위는 명을 내려 10로 군마는 성 밖에 주둔하면서 유몽룡의 수군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진격하라고 하였다. 10로 군마는 각자 성 밖에 하채하였는데, 가까운 산에서 나무를 마구 베고 인가의 대문이나 창문 등을 노략질해서 영채를 만드는 바람에 백성들에게 엄청난 해를 끼쳤다.

고태위는 성중의 원수부 안에서 토벌에 나설 인마를 선정했는데, 은자를 바치지 않는 자는 모두 선발대로 내보내 교전하게 하고 은자를 바친 자들은 중군에 남겨 공을 세우지 않아도 공을 세운 것처럼 보고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폐단은 결코 일단에 그치지 않았다.

고태위가 제주에 도착한 지 이틀이 지나지 않아 유몽룡의 전선이 당도하였다. 유몽룡이 원수부에 와서 인사를 마친 후, 고구는 즉시 열 명의 절도사를 불러 계책을 의논하였다. 왕환이 아뢰었다.

“태위께서는 먼저 마보군을 내보내 길을 정탐하게 하고, 적을 유인하여 출전하게 한 다음 전선들을 수로로 보내 적의 소굴을 기습하게 하십시오. 그렇게 하여 도적들이 양편으로 나뉘어 서로 돌아보지 못하게 하면 그놈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고태위는 그 말에 따르기로 하였다. 왕환과 서경을 선봉으로, 왕문덕과 매전을 합후로, 장개와 양온을 좌군으로, 한존보와 이종길을 우군으로 삼았다. 항원진과 형충은 전후로 다니면서 접응하게 하였다. 당세웅은 정병 3천을 이끌고 배에 올라 유몽룡의 수군을 도우면서 전투를 감독하게 하였다. 각 부대는 명을 받고 사흘 동안 정비하고, 고태위를 청해 검열을 받았다. 고태위는 성을 나가 일일이 점검한 다음, 삼군과 수군을 일제히 양산박을 향해 진격하게 하였다.

한편, 동평과 장청은 산채로 돌아가 자세히 보고했다. 송강은 여러 두령과 함께 대군을 거느리고 산을 내려갔는데, 얼마 가지 않아 관군이 오는 것이 보였다. 전군이 활을 쏘아 사정권 밖에 양군이 마주보고 진을 펼쳤다. 선봉 왕환이 장쟁을 들고 진 앞으로 나와 말 위에서 큰소리로 외쳤다.

“겁대가리 없는 도적놈들아! 죽어 마땅한 촌놈들아! 대장 왕환을 아느냐?”

양산박의 진에서 송강이 나와서 왕환에게 인사하고 말했다.

“왕절도사님! 당신은 이제 나이가 많아서 국가를 위해 힘을 쓰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쟁으로 대적하다가 혹시 조금이라도 실수하여 일세의 깨끗한 이름을 더럽히게 될까 염려됩니다. 당신은 들어가시고, 다른 젊은 사람을 출전시키시지요,”

왕환은 그 말을 듣고 크게 노하여 욕을 했다.

“네 이놈! 얼굴에 문신을 새긴 아전 놈이 어찌 감히 천병에 항거하느냐!”

송강이 대답했다.

“왕절도사님! 실력 자랑하지 마십시오. 우리 아이들은 하늘을 대신해 도를 행하는 호걸들이라 당신에게 지지 않을 겁니다!”

왕환이 쟁을 들고 달려 나오자, 송강의 뒤편에서 말방울 소리가 울리면서 한 장수가 쟁을 들고 달려 나갔다. 송강이 보니, 표자두 임충이었다. 두 사람이 맞붙자, 양군에서 함성이 터져 나오고 고태위도 진 앞으로 나와 말을 세우고 바라보았다. 양군이 함성을 올리고 갈채하는 가운데, 마군들은 말등자를 밟고 일어서서 바라보고 보군들은 투구를 제치고 눈을 들어 바라보았다.

두 장수는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한쪽이 호랑이가 양을 집어삼키듯 달려들면, 다른 한쪽은 독수리가 토끼를 덮치듯 공격했다. 두 사람이 7~80합을 싸웠지만 승부가 나지 않았다. 양쪽에서 징을 울려 두 장수는 싸움을 멈추고 각자 본진으로 돌아갔다.

절도사 형충이 앞으로 나와 말 위에서 고태위에게 인사하고 말했다.

“소장이 도적놈들과 일전을 겨루어 보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고태위가 허락하자, 형충은 누런 말을 타고 대간도를 휘두르며 달려 나왔다. 송강의 진에는 호연작이 달려 나갔다. 두 장수가 교전한 지 20여 합이 되었을 때, 호연작이 파탄 난 척하자 형충이 대간도로 찌르며 들어왔다. 그 순간 호연작이 대간도를 슬쩍 피하면서 강편으로 형충의 머리를 내려쳤다. 형충은 머리가 깨져 골이 터져 나오고 눈알이 튀어나오면서 말에서 떨어져 죽었다.

고구는 절도사 하나가 죽는 것을 보고 급히 항원진을 출전시켰다. 항원진이 쟁을 들고 말을 몰아 진 앞으로 나오며 소리쳤다.

“어떤 놈이 감히 나와 싸우겠느냐?”

송강의 진에서 쌍쟁장 동평이 달려 나가 항원진과 맞붙었다. 두 장수가 교전한 지 10합이 되지 않아, 항원진이 말을 돌려 쟁을 끌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동평이 말을 박차고 뒤를 추격했다. 항원진은 본진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바깥쪽을 돌아 들판으로 달아났다. 동평은 나는 듯이 말을 달려 추격했다. 항원진은 쟁을 안장에 꽂고 왼손으로 활을 들고 오른손으로 화살을 메겨 몸을 뒤집으면서 쏘았다. 동평은 활 시위소리를 듣고 손을 들어 막았는데, 화살이 날아와 오른쪽 팔에 박혔다. 동평은 쟁을 버리고 말을 돌려 달아났다. 항원진은 활을 안장에 걸고 동평을 추격했다. 호연작과 임충이 달려 나가 동평을 구해 본진으로 돌아왔다.

고태위는 대군을 진격시켜 혼전을 벌였다. 송강은 동평을 산채로 돌려보내고, 군마를 내보내 관군을 막게 하였다. 하지만 양산박의 군사들은 관군을 막지 못하고 모두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고태위는 물가에까지 추격해 가서, 거기서 수로로 오는 배들을 접응하게 하였다.

한편, 유몽룡은 당세웅과 함께 수군을 거느리고 배를 타고 양산박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호수는 아득히 넓은데 온통 갈대가 빽빽하여 물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관군의 배들은 10여 리를 연이어서 줄지어 나아가고 있었다. 그때 산 위에서 한 발의 화포가 터지면서 사방팔방에서 작은 배들이 일제히 나타났다. 배 위에 있던 관군들은 이미 반쯤 겁을 먹고 있었는데, 갈대숲이 워낙 깊숙하여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몰라 더욱 당황하고 있었다.

갈대숲 속에 매복하고 있던 작은 배들이 일제히 나와 관군의 배들 사이를 끊어 놓아, 관선들은 앞뒤가 서로 도울 수 없게 되었다. 관군의 태반은 배를 버리고 뭍으로 달아났다. 양산박 호걸들은 관군의 진이 어지러워지는 것을 보고 일제히 북을 울리며 관군을 향해 돌진했다.

유몽룡과 당세웅은 급히 배를 돌리려고 했지만, 그때는 이미 양산박 호걸들이 배에 싣고 온 땔나무와 풀, 그리고 산에서 베어 온 나무들을 물 위에 흩어 놓았기 때문에 노를 저을 수가 없었다. 관군들은 모두 배를 버리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유몽룡도 갑옷을 벗고 헤엄을 쳐서 뭍으로 올라가 샛길로 달아났다.

당세웅은 배를 포기하지 않고, 수군들에게 물이 깊은 곳을 찾아 나아가라고 소리쳤다. 2리를 채 못 갔는데, 앞에서 작은 배 세 척이 나타났다. 배 위에는 완씨 삼형제가 타고 있었는데, 각각 여뀌잎처럼 생긴 쟁을 손에 들고 관선에 접근해 왔다. 그걸 본 관군들은 모두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당세웅은 창을 들고 뱃머리에 서서 완소이와 싸우려고 했다. 하지만 완소이는 물속으로 뛰어들고, 완소오와 완소칠이 다가왔다. 당세웅은 두 사람을 당해내지 못할 것 같아 창을 내던지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때 물속에서 선화아 장횡이 나와 한손으로는 당세웅의 머리카락을 잡고 다른 한손으로는 허리를 붙잡아 갈대가 있는 곳으로 집어던졌다. 그러자 그곳에 숨어 있던 10여 명의 졸개들이 갈고리와 올가미로 당세웅을 사로잡아 산채로 끌고 갔다.

한편, 고태위는 물 위에 있는 배들이 어지럽게 흩어지면서 산기슭 쪽으로 가는 것을 보았는데, 배 위에 포박된 자들은 모두 유몽룡의 수군들이었다. 고태위는 수군이 패한 것을 알고 급히 군령을 내려 병력을 거두어 제주로 돌아가려고 했다. 관군들이 퇴각하려고 할 때 날이 이미 저물기 시작했는데, 사방에서 화포 터지는 소리가 들렸는데 송강의 군마가 어느 길에서 오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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