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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181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6.30|조회수58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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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제79회-2

한편, 양산박에서는 고태위가 하는 일을 다 알고 있었다. 오용은 유당을 불러 계책을 주고, 수로에서 싸우는 일을 관장하게 하였다. 여러 수군 두령들도 각각 작은 배를 준비하여, 뱃머리는 철판을 씌우고 선창에는 갈대와 마른 땔감을 싣고 거기에 유황과 염초 같은 인화물질을 부어 두었다. 포수 능진은 사방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산 위에 화포를 설치하여, 포를 터뜨려 신호하게 하였다.

물가에 나무가 많이 우거진 곳에는 나무마다 깃발을 매달고 징과 북, 화포 등을 배치하여 마치 인마가 주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였다. 임시로 성루를 만들어, 공손승이 거기서 바람을 부를 수 있게 하였다. 지상의 부대는 크게 셋으로 나누어 서로 접응하게 하였다. 이 모든 것은 오용이 계획하고 지시한 것이었다.


한편, 고태위는 제주에서 군마를 일으켰다. 수로의 군사는 우방희가 유몽룡·당세영과 함께 관장하게 하였다. 고태위는 갑옷을 입고 전고를 세 번 울렸다. 나루터에 있던 배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육지에서는 말들이 출발했다. 배는 화살처럼 빨리 나아가고 말들은 나는 듯이 달려, 양산박을 향해 진격하였다.

수로로 진격하는 관군의 배들은 줄지어 징과 북을 울리며 서서히 양산박 깊은 곳까지 나아갔는데, 한 척의 배도 보이지 않았다. 점점 금사탄에 접근하자, 연꽃이 넓게 피어 있는 가운데서 두 척의 어선이 나타났다. 각 배에 두 사람씩 타고 있었는데, 박수를 치며 크게 웃고 있었다. 맨 앞의 배에서 유몽룡이 활을 마구 쏘게 하자, 어부들은 모두 물속으로 뛰어들어 버렸다. 유몽룡은 배들을 급하게 재촉해 금사탄에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금사탄 일대에는 녹음이 우거진 버드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데, 나무에는 황소 두 마리가 묶여 있고 푸른 풀밭에는 서너 명의 목동들이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에서 또 한 목동이 황소를 거꾸로 타고서 구성지게 피리를 불며 오고 있었다. 유몽룡은 선봉대에서도 용맹한 자들을 먼저 뭍에 오르게 하였다. 그러자 목동들이 벌떡 일어나 ‘깔깔깔’ 웃으며 모두 버드나무 그늘 밑으로 들어가 버렸다.

5~6백 명의 관군이 뭍에 오르자, 버드나무 그늘 아래에서 포성이 터지고 양변에서 북이 일제히 울렸다. 왼쪽에서 붉은 갑옷을 입은 군대가 튀어나오는데, 대장은 벽력화 진명이었다. 오른쪽에서는 검은 갑옷을 입은 군대가 튀어나오는데, 대장은 쌍편 호연작이었다. 각각 5백 군마를 이끌고 물가에서 공격했다.

유몽룡은 급히 군사들을 배에서 내리게 했는데, 먼저 내린 군사들은 이미 절반이 죽은 뒤였다. 우방희는 앞에서 함성이 일어나는 것을 듣고 뒤에 있는 배들을 후퇴시키려고 했는데, 산정에서 연주포 터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갈대숲 속에서 바람 부는 소리가 우수수 들려왔다. 공손승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검을 짚고 북두칠성을 밟고서 산정에서 바람을 일으킨 것이었다. 처음에 바람은 숲을 뚫고 오더니 다음에는 자갈과 모래를 날리기 시작했다. 잠깐 사이에 흰 물결이 하늘까지 치솟고 검은 구름이 대지를 덮었다. 붉은 해도 빛을 잃고 광풍이 크게 불어대기 시작했다.

유몽룡이 급히 배를 돌리려고 할 때, 갈대숲 속 깊숙이 연꽃이 피어 있는 좁은 물길에서 작은 배들이 노를 저어 와 관선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북소리가 울리자 작은 배들에 일제히 불이 붙기 시작하더니, 삽시간에 큰 불길이 되어 화염이 하늘까지 치솟았다. 불은 관선들에 옮겨 붙었고, 관선들은 불이 붙은 채 사방으로 흩어졌다.

모든 관선들이 불길에 휩싸이고 금사탄 나루터도 불바다가 되자, 유몽룡은 갑옷과 투구를 벗어 버리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감히 뭍으로 올라가지는 못하고, 물길이 넓은 곳을 찾아 헤엄쳐 갔다. 그때 갈대숲 속에서 한 사람이 혼자 작은 배를 저어 왔다. 유몽룡이 물속으로 들어갔는데, 누군가가 허리를 끌어안고 배 위로 끌어 올렸다. 배를 저어 온 사람은 출동교 동위였고, 물속에서 유몽룡을 잡은 사람은 혼강룡 이준이었다.


한편, 우방희는 사방의 관선들이 모두 불길에 휩싸이자 갑옷을 벗어던지고 물속으로 뛰어들려고 했는데, 뱃머리에 있던 사람이 갈고리를 던져 머리를 걸어 거꾸로 물속으로 끌어들였다. 그 사람은 선화아 장횡이었다. 양산박의 수면에는 시체가 즐비했고 핏물이 넘쳐흘렀으며, 머리가 탄 관군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당세영만은 작은 배를 저어 달아났는데, 갈대숲 속 양쪽에서 날아온 화살을 맞고 물속으로 떨어져 죽었다. 물에 익숙한 관군들은 목숨을 건져 달아났지만, 물에 익숙하지 못한 관군들은 모두 물에 빠져 죽었다. 사로잡힌 관군들은 모두 산채로 끌려갔다. 이준은 유몽룡을 사로잡고 장횡은 우방희를 사로잡았는데, 산채로 끌고 가면 송강이 또 살려서 보내줄 것 같아 아예 수급을 잘라서 산채로 가지고 갔다.


한편, 고태위는 군마를 거느리고 물가에서 접응하려고 했는데, 연주포가 터지고 북소리가 끊이질 않는 것을 듣고 물 위에서 싸움이 벌어진 것을 알았다. 군마들을 모아 산을 등지고 서서 바라보고 있었는데, 관군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물속에서 나와 뭍으로 기어오르고 있었다. 자기편 장교 하나를 알아보고 고구가 어떻게 된 일인지 묻자, 배들은 모두 불타 버리고 군사들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고 대답하였다. 고태위는 그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더욱 당황하였다. 함성은 끊임없이 울렸고 검은 연기가 하늘에 가득 찼다.

고태위가 급히 군사를 이끌고 왔던 길로 되돌아가려고 할 때, 산 앞에서 북소리가 크게 울리면서 한 떼의 마군이 나타나 길을 가로막았다. 급선봉 삭초가 큰 도끼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고태위 옆에 있던 절도사 왕환이 쟁을 들고 나가 삭초와 교전하였다. 싸운 지 5합이 되지 않아 삭초가 말을 돌려 달아나자, 고태위는 군사를 이끌고 추격하였다. 산허리를 돌아가니 삭초는 보이지 않고, 뒤에서 표자두 임충이 군사를 이끌고 추격해 왔다.

관군은 임충과 한바탕 싸우다가 달아났다. 6~7리를 채 못 갔는데, 뒤에서 청면수 양지가 군사를 이끌고 추격해 왔다. 관군은 양지와 한바탕 싸우다가 또 달아났다. 8~9리를 채 못 갔는데, 뒤에서 미염공 주동이 추격해 왔다. 관군은 또 주동과 한바탕 싸웠다. 이는 오용의 추격 계책으로, 앞을 가로막지 않고 뒤에서만 추격하는 계책이었다.

패전한 군사들은 싸울 마음이 없기 때문에, 그저 달아나기만 할 뿐 후군을 구원해 주지 못하였다. 그렇게 고태위는 쫓기기만 하여 제주까지 달아났다. 성에 들어갔을 때에는 이미 자정이 지나 있었다. 그때 성 밖의 영채에서 불길이 치솟으며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원래 석수와 양웅이 5백 보군을 거느리고 매복해 있다가, 서너 군데에 불을 지르고 가만히 돌아가 버렸던 것이다.

깜짝 놀란 고태위는 혼이 몸에 붙어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사람을 보내 정탐해 보게 하였더니, 양산박 군사들이 불을 지르고 돌아갔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고태위는 비로소 마음을 놓았는데, 군마를 점검해 보니 태반을 잃었다.

고구가 고민하고 있는데, 멀리 정탐을 나갔던 군사가 돌아와 보고하였다.

“천자의 사신이 왔습니다.”

고구는 군마와 절도사들을 거느리고 성을 나가 사신을 영접하였다. 사신은 천자가 초안을 내린 일을 설명하고, 문환장 참모를 인사시켰다. 모두 함께 성으로 들어가 원수부에서 상의하였다. 고태위는 먼저 조서를 자세히 읽어 보았다. 그런데 초안을 받아들이지 않자니 두 번이나 패전하여 수많은 배들이 다 불타 버렸고, 초안을 받아들이자니 경성으로 돌아가는 것이 부끄러웠다. 고태위는 마음속으로 주저하면서 며칠 동안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주에 왕근이라는 늙은 관리가 하나 있었는데, 평생 악독한 짓만 해서 사람들이 ‘심장을 도려 먹는 자’ ‘완심왕(剜心王)’이라 불렀다. 그는 제주부에서 원수부에 물자를 공급하는 일을 맡고 있었는데, 조서의 사본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고태위가 주저하면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을 듣고, 원수부로 찾아와 고태위에게 말했다.

“귀인께서는 너무 고민하지 마십시오. 제가 보기에 조서에는 이미 살길이 있습니다. 한림원에서 조서를 쓸 때, 귀인께 도움이 되라고 미리 뒷문을 열어 놓은 것 같습니다.”

고태위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미리 뒷문을 열어 놓은 걸 어떻게 아는가?”

“조서에서 가장 요긴한 곳에 ‘除宋江盧俊義等大小人眾所犯過惡並與赦免’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 구절은 그 뜻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붙여서 읽으면 ‘송강과 노준의 등 대소 인원들이 범한 죄악을 사면한다.’는 뜻이 되지만, ‘除宋江’을 따로 떼어 읽으면 ‘송강은 제외하고, 노준의 등 대소 인원들이 범한 죄악을 사면한다.’는 뜻이 됩니다.

조서를 읽으실 때, ‘除宋江’을 따로 떼어 읽으십시오. 그렇게 저들을 속여 성안으로 불러들인 다음, 송강만 붙잡아 죽여 버리고 나머지는 모두 흩어 버리면 됩니다. 예로부터 이르기를 ‘뱀은 대가리가 없으면 가지 못하고, 새는 날개가 없으면 날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송강만 없으면 나머지 것들이 무슨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 생각이 어떻습니까?”

고구는 크게 기뻐하면서, 즉시 왕근을 원수부의 장사(長史)로 승진시키고 문참모를 불러 그 일을 설명했다. 문환장이 간했다.

“당당한 천자의 사신으로서 오직 바른 이치로 상대해야지, 사람을 속여서는 안 됩니다. 혹시라도 송강의 수하에 있는 지모 있는 자가 간파하게 되면, 일이 뒤집어져서 더욱 어렵게 될 것입니다.”

고태위가 말했다.

“아니오! 예로부터 병서에 이르기를 ‘병법에는 속임수가 있다.’고 하였소. 어찌 공명정대한 방법만 사용할 것인가?”

“병법에는 속임수가 있다 하더라도, 이번 일은 천자의 성지이니 천하에 신의가 있어야 합니다. 예로부터 임금의 말은 곧은 실과 같아서 옥음(玉音)이라 하였으니, 고쳐서는 안 됩니다. 지금 만약 그렇게 했다가 후에 사람들이 알게 되면, 신의를 얻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당장 눈앞의 일이 중요하니, 이치는 나중에 다시 따집시다.”

끝내 고태위는 문환장의 말을 듣지 않고, 사람을 양산박으로 보내 송강 등 모든 두령들은 제주성 아래로 와서 죄를 사면해 준다는 천자의 조칙을 들으라고 하였다.

한편, 송강은 고태위에게 또 일전을 이기고, 불에 탄 배들을 거두어 땔감으로 쓰게 하고 불에 타지 않은 배들은 수채로 보내게 하였다. 사로잡은 장병들은 모두 제주로 돌려보냈다. 그날 송강이 대소 두령들과 충의당에서 상의하고 있는데, 장교가 와서 보고하였다.

“제주부에서 사람을 보내 알려 왔습니다. 조정에서 특별히 천자의 사신을 파견하여, 투항하라는 조서를 내렸다고 합니다. 죄를 사면하여 초안하고 관작을 줄 것이라고 합니다.”

송강은 뛸 듯이 기뻐하면서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여, 제주부에서 온 사람을 불러오게 하였다. 그가 와서 말했다.

“조정에서 초안한다는 조서를 내렸습니다. 고태위께서 소인을 먼저 보내 두령님들에게 알리고, 모두 제주성 아래로 와서 조서를 들으라고 하였습니다. 다른 뜻은 없으니 의심하지 마십시오.”

송강은 군사 오용을 불러 상의하고, 제주부에서 온 사람에게 은자와 비단을 상으로 주어 돌려보냈다. 송강은 명을 전하여, 대소 두령들은 모두 조서를 들으러 가기 위해 모이라고 하였다. 노준의가 말했다.

“형님은 급하게 서두르지 마십시오. 혹 고태위의 수작일지도 모르니 형님은 가시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자네들처럼 그렇게 의심만 하다간 어떻게 바른 길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어쨌든 가보기는 해야지.”

오용이 웃으며 말했다.

“고구란 놈은 우리한테 당해서 간담이 서늘해졌을 것이니, 계책이 있다 하더라도 쓰지는 못할 것입니다. 여러 형제들은 의심하지 말고 송공명 형님을 따라 산을 내려가기로 합시다. 먼저 흑선풍 이규로 하여금 번서·포욱·항충·이곤과 보군 1천을 거느리고 제주의 동쪽 길에 매복하게 하고, 일장청 호삼랑으로 하여금 고대수·손이랑·왕왜호·손신·장청과 보군 1천을 거느리고 제주의 서쪽 길에 매복하게 합니다. 그랬다가 연주포 터지는 소리가 나면 모두 북문으로 모이게 할 것입니다.”

오용의 배정이 끝나자 여러 두령들은 산을 내려가고, 수군두령들은 남아 산채를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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