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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182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6.30|조회수67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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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제80회-1


고태위는 제주성의 원수부에 앉아서 왕환 등의 절도사들을 불러 상의하여, 각로의 군마들은 영채를 뽑고 성안으로 들어와 갑옷을 입고 성안에 숨어 있게 하였다. 군사들은 성안에 줄지어 서서 대기하고, 성 위에는 깃발을 하나도 세우지 않았다. 단지 북문 위에만 ‘천조(天詔)’라고 쓴 황기를 세웠다. 고구는 사신과 관원들을 거느리고 성 위로 올라가 송강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날 양산박에서는 먼저 몰우전 장청이 5백 척후병을 거느리고 제주성으로 와서 주변을 한 바퀴 돌고 북쪽으로 갔다. 잠시 후 신행태보 대종이 보행으로 성을 한 바퀴 돌고 갔다. 보고를 받은 고태위는 친히 백여 명의 종자를 데리고 성 위로 올라가 휘장을 치고 향탁자를 설치했다.

멀리 북쪽에서 송강의 군마가 다가오고 있었다. 앞에서는 징과 북을 울리고 갖가지 깃발을 휘날리면서, 여러 두령들이 기러기가 날개를 펼친 것 같은 대형을 이루어 다가왔다. 앞장선 송강·노준의·오용·공손승이 말 위에서 몸을 숙여 고태위에게 인사했다. 고태위는 사람을 시켜 소리치게 했다.

“지금 조정에서는 너희들의 죄를 사면하고 초안하려고 하는데, 너희들은 어찌하여 갑옷을 입고 왔느냐?”

송강은 대종을 보내 성 아래에서 대답하게 하였다.

“저희들은 아직 조정의 은택을 입지 못했고, 조서에 어떤 뜻이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갑옷을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이니, 태위께서는 살펴주십시오. 성안의 백성들과 원로들을 불러 함께 조서를 들을 수 있게 해주시면, 갑옷을 벗겠습니다.”

고태위는 명을 내려 성안의 원로들과 백성들을 성 위로 불러오게 하였다. 잠시 후 많은 사람들이 성 위로 올라왔다. 송강 등은 성 위에 백성들이 가득한 것을 보고 비로소 말을 몰아 앞으로 나왔다. 북이 한 번 울리자, 두령들은 말에서 내렸다. 북이 두 번째 울리자, 보행으로 성 가까이까지 갔다. 뒤에서는 장교들이 말고삐를 잡고 화살이 미치지 못할 거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북이 세 번째 울리자, 두령들은 성 아래로 가서 두 손을 맞잡고 조서를 듣기 위해 대기하였다.

사신이 조서를 읽었다.

사람의 본심은 본래 두 가지가 아니며, 나라의 변치 않는 도리도 하나이다. 선한 일을 하면 양민이 되고, 악한 일을 하면 역적이 된다. 짐이 듣건대, 양산박에 무리가 모인 지 오래 되었는데, 선한 교화를 받지 못해 아직 양심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제 사신을 보내 조서를 내리니, 송강을 제외하고, 노준의 등 모든 인원들이 지은 죄를 사면해 주려고 한다.

우두머리 되는 자들은 경성으로 와서 은혜에 감사하고 협력하여 따르던 자들은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라. 오호라! 비와 이슬에 젖듯 은혜를 입어 나쁜 길에서 떠나 바른 마음으로 돌아갈 것이며, 더 이상 나쁜 짓을 저지르지 말고 옛것을 고쳐 새 뜻으로 살아가라! 이렇게 이르노니, 바르게 알아들을지라.

선화(宣和) 모년 모월 모일.


군사 오용은 ‘송강을 제외하고’라는 말을 듣자, 화영에게 눈짓을 하며 말했다.

“장군도 들었소?”

조서 낭독이 끝나자, 화영이 소리쳤다.

“우리 형님을 사면하지 않는다는데, 우리가 투항하면 뭐 하겠냐!”

활을 들어 조서를 낭독하던 사신을 향해 쏘면서 말했다.

“화영의 신전(神箭)을 봐라!”

화살은 날아가 사신의 얼굴에 명중하였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급히 구해서 내려갔다. 성 아래의 두령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반(反)!”

성 위를 향해 마구 활을 쏘았다. 고태위는 화살을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때 성문이 열리면서 군마가 돌진해 나갔다. 송강의 군중에서 북소리가 울리자, 두령들은 일제히 말에 올라 달아나기 시작했다. 관군들이 추격하다가 5~6리쯤에서 되돌아갔다. 그때 뒤편에서 포성이 울리면서 동쪽에서는 이규가 보군을 이끌고 쳐들어오고, 서쪽에서는 호삼랑이 마군을 이끌고 쳐들어왔다. 양로 군병이 하나로 합쳐 공세를 펼쳤다.

관군들은 매복이 있을까 두려워 급히 퇴각하는데, 송강의 전부대가 말을 돌려 땅을 말듯이 공격해 왔다. 삼면에서 협공하자, 관군은 크게 혼란해져 급하게 성으로 돌아갔는데 사상자가 아주 많았다. 송강은 더 이상 추격하지 않고 군대를 거두어 양산박으로 돌아갔다.

한편, 고태위는 제주성에서 다음과 같은 표문을 써서 조정에 아뢰었다.

“송강 도적놈은 천자의 사신을 활로 쏘아 죽이고, 초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따로 밀서를 써서 채태사·동추밀·양태위에게 보냈다. 천자께 아뢰어 군량과 병력을 더 보충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한편, 채태사는 고태위의 밀서를 받고 조정으로 들어가 천자께 아뢰었다. 천자는 기쁘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이 도적들은 몇 번이나 조정을 모욕하고 대역죄를 범하는구나.”

즉시 칙령을 내려 여러 곳의 군마를 동원하여 고태위에게 보내라고 하였다. 양태위는 전황이 불리함을 알고 어영사에서 두 장수를 선발하였다. 그리고 용맹·호익·봉일·충의 네 영채에서 각각 정병 5백을 선발하여 두 장수를 따라가 고태위의 토벌을 돕게 하였다.

두 장수는 누구인가? 한 사람은 80만 금군의 도교두이며 좌의위 친군지휘사 호가장군 구악이고, 또 한 사람은 80만 금군의 부교두이며 우의위 친군지휘사 거기장군 주앙이었다. 이 두 장수는 여러 번 대단한 공을 세워 이름이 천하에 알려졌으며, 무예에도 통달하여 그 위세가 경성을 진압하고 있었다. 또 고태위의 심복이기도 하였다.

두 장수는 떠나기에 앞서 채태사를 찾아갔다. 채태사가 그들에게 분부하였다.

“조심하여 큰 공을 세우도록 하게. 그러면 반드시 중용하겠네.”

두 장수는 채태사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네 영채에서는 신체가 건장하고 산을 잘 오르고 물에도 익숙한 산동과 하북의 정예군사 2천 명을 선발하여 두 장수에게 주었다. 구악과 주앙은 관원들을 작별하고 양태위를 찾아가 아뢰었다.

“내일 출발하겠습니다.”

양태위는 두 장수에게 각각 5필의 좋은 말을 하사하여 전투에 사용하도록 하였다. 두 장수는 양태위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각자 영채로 돌아가 출발 준비를 했다.

다음 날, 군병들은 갑옷을 입고 출발 준비를 하여 모두 어영사 앞에서 대기하였다. 용맹과 호익의 영채에서 선발한 1천 명의 군사와 2천 필의 군마는 구악이 거느리고, 봉일과 충의의 영채에서 선발한 1천 명의 군사와 2천 필의 군마는 주앙이 거느렸다. 그리고 1천 보군도 둘로 나누어 두 장수를 따르게 하였다. 구악과 주앙은 아침에 군대를 이끌고 성을 나갔다. 양태위는 친히 성문 위에 올라가 바라보았다.

장병들이 모두 위엄이 있고 용맹해 보였는데, 그 중에서도 호가장군 구악의 모습은 더욱 늠름하였다. 구악이 말을 타고 좌대 인마를 거느리고 가는 것을 본 동경 백성들은 갈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 뒤를 따르는 우대 인마도 질서정연하였는데, 거기장군 주앙 역시 위용을 뽐내며 말을 타고 지나갔다. 두 장수는 성문에 당도하자 말에서 내려 양태위와 관원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동경을 떠나 제주를 향하여 출발하였다.

한편, 고태위는 제주에서 문참모와 상의하여, 증원군이 올 때까지 근처 산림에서 큰 나무를 벌채하고 부근 지방에서 배 만드는 장인들을 불러 모아 제주성 밖에서 전선을 건조하였다. 그리고 방을 내어 용감한 수군을 모집하였다.

그때 제주성 안의 객점에 섭춘이라는 나그네 하나가 묵고 있었다. 원래 사주 사람으로 배를 잘 만드는 사람이었는데, 산동으로 오면서 양산박을 지나다가 소두목에게 본전을 빼앗기고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해 제주에서 떠돌고 있는 중이었다. 고태위가 나무를 베어 배를 만들어 양산박을 토벌하려 한다는 것을 듣고, 종이에 배 모양을 그려 가지고 고태위를 뵈러 갔다. 섭춘은 고태위에게 절한 다음 아뢰었다.

“지난번에 상공께서 배를 타고 도적들을 토벌하려 가셨는데, 승전하지 못한 까닭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배들을 여기저기서 끌어 모아 돛이나 노를 사용하는 법이 일정하지 않고, 배 밑바닥이 뾰족하여 전투용으로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제 한 계책을 바치고자 합니다.

만약 저 도적들을 토벌하고자 하신다면, 반드시 큰 배 수백 척을 건조해야 합니다. 제일 큰 배는 대해추선이라고 하는데, 양쪽에 24개의 수차(水車)가 있고 수백 명을 태울 수 있습니다. 각 수차는 12명이 발로 밟아서 움직이고, 바깥은 대나무로 막아 화살을 피할 수 있게 합니다. 배 위에는 쇠뇌를 쏘는 누각을 세우고 차단막을 설치합니다. 진격할 때에는 이 누각에서 딱따기를 치면 24개의 수차를 일제히 밟으면 나는 듯이 달려 어떤 배도 당해낼 수 없으며, 적군을 만나게 되어 배 안에 숨겨둔 쇠뇌를 일제히 발사하면 어떤 걸로도 막지 못합니다.

두 번째 배는 소해추선이라고 하는데, 양쪽에 12개의 수차가 있고 백 명을 태울 수 있습니다. 전면과 후미에는 긴 못을 박고 양변에는 역시 쇠뇌를 쏘는 누각을 세우고 대나무로 차단막을 설치합니다. 이 배는 양산박의 좁은 물길에서 복병을 막아낼 수 있습니다. 이 계책에 따르면, 양산박의 도적은 손바닥에 침 뱉는 것처럼 쉽게 평정할 수 있습니다.”

고태위는 그 말을 듣고 또 도본을 보고서 크게 기뻐하였다. 술과 음식을 가져오게 하여 대접하고, 의복을 비롯한 상을 내렸다. 그리고 섭춘을 전선 건조의 총감독으로 임명하였다. 연일 밤낮으로 재촉하여 나무를 베어 기한 내에 제주로 바치게 하고, 각 지방 관아에도 전선 건조에 필요한 물품들을 바치라고 명하였다. 만약 기한을 이틀 넘기면 곤장 40대를 치고, 거기서 하루 더 늦을 때마다 곤장 40대가 추가되었으며, 닷새를 넘기면 군령에 의하여 참수하였다. 이렇게 핍박을 받은 수령들은 더욱 백성들을 재촉하였으니, 백성들의 원망은 많아지고 도망친 자들도 많았다.

우물 안 개구리가 하늘을 어찌 알랴.

고구가 거짓말에 속은 것이 안타깝도다.

 끝내 해추선으로도 이기기는 어려우리.

헛되이 재물을 버리고 사람만 고생시키는구나.

한편, 각처에서 증원된 수군 등이 계속해서 제주에 도착하였으며, 고태위는 그들을 각 영채의 절도사들에게 배속시켰다. 어느 날, 문지기가 와서 보고했다.

“조정에서 파견한 구악·주앙 두 장수가 당도하였습니다.”

고태위는 절도사들에게 명해 성을 나가 영접하게 하였다. 두 장수가 원수부에 당도하여 고태위에게 인사하자, 술과 음식을 내어 위로하고 군사들에게도 상을 내렸다. 두 장수가 군사를 이끌고 성을 나가 싸우겠다고 청하자, 고태위가 말했다.

“두 분은 며칠만 기다려 주시오. 해추선이 완비되면 수륙으로 병진하여 일고(一鼓)에 도적들을 평정할 것이오.”

구악과 주앙이 아뢰었다.

“양산박 도적놈들 정도는 저희들이 볼 때 아이들 장난일 뿐입니다. 태위께서는 마음 놓으십시오. 반드시 개선가를 부르며 동경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고구가 말했다.

“두 장군께서 그 말대로만 해주신다면, 내가 천자께 아뢰어 반드시 중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날 연회가 끝나자, 두 장수는 말을 타고 본채로 돌아가 군마를 주둔하고 명을 기다렸다.

한편, 송강은 여러 두령들과 제주성 아래에서 ‘反’이라고 외치며 사람들을 죽이고서 양산박으로 돌아와서, 오용 등과 상의하며 말했다.

“조정에서 두 번이나 초안했는데, 모두 사신을 해쳐서 죄악이 더욱 무거워졌소. 조정에서 필시 또 군마를 보낼 것이오.”

졸개들을 산 아래로 내려 보내 사정을 정탐하고 급히 돌아와 보고하게 하였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졸개들이 상세히 정탐하고 돌아와 보고했다.

“고구가 근래에 수군을 모집하였는데, 섭춘이란 자를 총감독으로 임명하여 크고 작은 해추선 수백 척을 건조하고 있습니다. 동경에서 또 새로 두 명의 지휘사를 파견하여 싸움을 돕게 하였는데, 구악과 주앙이라고 합니다. 두 장수가 다 용맹하고, 또 각처에서 많은 증원군을 보내고 있습니다.”

송강이 오용과 상의하며 말했다.

“그렇게 큰 배가 수면 위를 날면 어떻게 격파할 수 있겠소?”

오용이 웃으며 말했다.

“뭘 두려워하십니까? 수군두령 몇 명만 보내면 해결할 수 있고, 육지에서의 교전은 또 우리에게 맹장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큰 배를 건조하려면 필시 수십 일이 걸릴 것이니, 아직 4~50일이 남아 있습니다. 먼저 몇몇 형제들을 보내 저들의 배 건조장을 한번 뒤집어놓은 다음에 천천히 대응하겠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그게 좋겠소. 고상조 시천과 금모견 단경주를 보냅시다.”

“그리고 장청과 손신을 나무 끌고 오는 인부로 꾸며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배 건조장으로 들어가게 하고, 고대수와 손이랑은 밥 짓는 아낙네로 꾸며 다른 아낙네들에게 섞여 들어가게 해서 시천과 단경주를 돕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몰우전 장청으로 하여금 군사를 이끌고 가서 접응하게 함으로써 만전을 기하게 하겠습니다.”

임무를 부여받은 두령들을 각각 산을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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