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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183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7.01|조회수60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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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제80회-2

한편, 고태위는 배 건조를 밤낮으로 재촉하며 매일 백성들을 붙잡아 와서 일을 시켰다. 제주의 동쪽 일대는 모두 배 건조장이 되어 버렸다. 대해추선 백 척을 건조하느라 인부 수천 명이 북적거렸는데, 사나운 군사들이 칼을 뽑아 들고 인부들을 위협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재촉하였다.

시천은 단경주와 함께 건조장에 당도하여 말했다.

“손신과 장청 부부가 건조장에 방화하는 걸 보고서, 우리가 거기로 가면 우리의 실력을 드러낼 수가 없지. 우리는 여기 숨어 있다가, 건조장에 불이 나면 성문 근처로 가자고. 불이 나면 필시 군사들이 불을 끄러 나올 것이니, 그 틈에 성으로 들어가서 나는 성루에 불을 지를 테니 자네는 서쪽 초료장에 불을 지르게. 그래서 서로 구원하지 못하게 하면, 아마 적잖이 놀라게 되겠지.”

두 사람은 몰래 약속하고, 인화물을 몸에 지니고서 각자 적당한 곳을 찾아 숨었다.

한편, 장청과 손신이 제주성 아래에 와서 보니, 4~5백 명의 인부들이 나무를 끌어 건조장 안으로 옮기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 틈에 섞여들어 나무를 끌고 건조장으로 숨어들었다. 그곳에는 약 2백 명의 군인들이 허리에 요도를 차고 손에는 곤봉을 들고서 인부들을 때리면서 나무를 건조장으로 옮기게 하고 있었다. 건조장 주위는 목책으로 둘러쳐 있고, 앞뒤에 2~3백 칸쯤 되는 초가집이 있는데 바로 배를 만드는 곳이었다.

장청과 손신이 안으로 들어가 보니, 수천 명의 장인들이 한쪽에서는 나무를 켜고 다른 쪽에서는 배에 못을 박고 또 다른 쪽에서는 배에 칠을 하고 있었다. 장인들과 인부들이 어지럽게 북적거리고 있는데,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두 사람이 대나무 울이 둘러쳐 있는 밥 짓는 곳으로 가서 몸을 숨겼는데, 손이랑과 고대수가 허름한 옷차림으로 밥통을 들고 다른 아낙네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날이 점점 어두워져 달빛이 환하게 빛났는데, 장인들 태반은 아직도 공정을 마치지 못하여 강제 노역을 당하고 있었다. 밤 10시쯤 되었을 때, 손신과 장청은 건조장 왼쪽에 불을 지르고 손이랑과 고대수는 건조장 오른쪽에 불을 질렀다. 양쪽에서 불길이 일어나자 초가는 금새 화염에 휩싸여 불길이 치솟았다. 건조장 안에 있던 인부들과 장인들이 일제히 고함을 지르며 목책을 뽑아 버리고 각자 달아났다.

고태위는 자고 있다가 보고를 받았다.

“배 건조장에 불이 났습니다!”

고태위는 황급히 일어나 관군을 성 밖으로 내보내 불을 끄게 하였다. 구악과 주앙은 각각 본부군병을 이끌고 불을 끄러 성을 나갔다. 그런데 그들이 성을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성루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보고를 받은 고태위는 친히 말에 올라 군사를 거느리고 불을 끄기 위해 성 위로 올라갔다. 그때 또 보고가 들어왔다.

“서쪽 초료장에도 불이 났습니다!”

여기저기서 불길이 마구 치솟아 대낮같았다. 구악과 주앙은 군사를 이끌고 먼저 서쪽 초료장으로 불을 끄러 갔는데, 북소리가 땅을 울리고 함성이 하늘을 진동하였다. 몰우전 장청이 5백 기병을 거느리고 그곳에 매복해 있다가, 구악과 주앙이 불을 끄러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공격한 것이었다. 구악·주앙의 군마와 마주치자 장청이 크게 소리쳤다.

“양산박 호걸이 모두 여기 있다!”

구악이 크게 노하여 말을 박차고 칼을 휘두르며 곧장 장청에게 달려들었다. 장청도 긴 쟁을 들고 맞붙었는데, 3합이 되지 않아 말을 돌려 달아났다. 구악은 공로를 세우려는 마음에 뒤를 추격하며 소리쳤다.

“반적은 달아나지 마라!”

장청은 쟁을 안장에 꽂고 몰래 비단주머니에서 돌을 꺼내 손에 쥐었다. 구악이 접근해 오자 몸을 돌리면서 손을 들고 외쳤다.

“받아라!”

날아간 돌은 구악의 얼굴에 명중하였다. 구악이 말에서 떨어지자, 주앙과 몇 명의 아장들이 구하러 달려갔다. 주앙이 장청과 교전하는 동안 아장들이 구악을 구하여 말에 태워 돌아갔다. 장청은 주앙과 몇 합 싸우다가 말을 돌려 달아났다. 주앙은 추격하지 않았다. 장청이 다시 돌아왔는데, 왕환·서경·양온·이종길의 4로 군마가 당도하였다. 장청은 5백 기병을 손짓해 불러 오던 길로 되돌아갔다. 관군들은 복병이 있을까 두려워 감히 추격하지 못하고 군병을 거두어 돌아가 불을 껐다. 세 군데의 불이 모두 꺼질 때쯤 하늘이 밝아왔다.

고태위는 사람을 보내 구악의 상처가 어떤지 살펴보고 오게 하였다. 장청이 던진 돌이 입에 정통으로 맞아 이빨이 네 개 부러지고 코와 입술도 모두 터져 있었다. 고태위는 의원을 보내 치료해 주었다. 구악이 중상을 입은 것을 본 고태위는 양산박에 대한 원한이 골수에 맺혔다. 한편으로 섭춘을 불러 배 건조를 서두르라고 재촉하고, 다른 한편으로 절도사들에게 명하여 건조장 주위에 목책을 두르고 철통같이 방비하게 하였다.

한편, 장청과 손신 부부 네 사람은 임무를 완수하여 모두 기뻐하였고, 시천과 단경주도 돌아왔다. 여섯 사람은 자신들의 부하들을 만나 함께 양산박으로 돌아갔다. 충의당으로 가서 방화한 일을 얘기하자, 송강은 크게 기뻐하며 여섯 사람을 위해 연회를 열었다. 그 후로도 항상 사람을 보내 정탐하기를 그치지 않았다.

배가 완성되어 갈 무렵 겨울이 찾아왔는데, 그 해에는 기온이 따뜻했다. 고태위는 그것이 하늘의 도움이라 여기며 마음속으로 기뻐하였다. 섭춘이 배가 완성되었다고 보고하자, 고태위는 수군들을 재촉하여 배 위에서 훈련을 시켰다. 크고 작은 해추선들이 연이어 물에 진수되고, 사방팔방에서 모집한 수군이 약 1만 명이 되었다. 그 가운데 절반은 배에서 수차 밟는 법을 배우고, 나머지 절반은 쇠뇌 쏘는 법을 배웠다. 20일 지나지 않아 모든 연습이 완료되어, 섭춘은 고태위를 청하여 점검하라고 하였다.

그날, 고태위는 여러 절도사들과 군관 우두머리들을 거느리고 배를 보러 갔다. 해추선 3백 척이 물 위에 떠 있었는데, 그 가운데 10여 척을 선발해서 시범을 보였다. 깃발을 두루 꽂고 징과 북을 울리고 딱따기를 치자, 양쪽의 수차를 일제히 밟아서 돌리니 배가 바람처럼 빨리 달리기 시작했다. 고태위는 그걸 보고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였다. 이렇게 빠른 배를 도적놈들이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이번 전투는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금은과 비단을 섭춘에게 상으로 주고, 장인과 인부들에게도 여비를 지급하여 집으로 돌려보냈다.

다음 날, 고구는 관리들에게 명하여 검은 소, 백마, 돼지, 양을 잡게 하고, 금은과 지전을 함께 차려놓고 수신(水神)에게 제사를 지냈다. 제사상이 차려지자, 장수들이 고태위를 청하여 향을 피우게 하였다. 구악은 상처가 다 나았는데, 원한이 골수에 맺혀 장청을 사로잡아 원수를 갚으려고 하였다. 구악은 주앙 및 여러 절도사들과 함께 말에 올라 고태위를 따라 선착장으로 가서, 고구를 따라 수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제사가 끝나고 장수들이 고구에게 경하를 드리자, 고구는 경성에서 데리고 온 노래하고 춤추는 기녀들을 모두 배에 태워 풍악을 울리며 연회를 열었다. 수군들에게 수차를 밟게 하자 배는 나는 듯이 수면 위를 달렸다. 배 위에서는 풍악을 울리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밤늦게까지 놀다가 배 안에서 잠을 잤다.

그 다음 날에도 또 연회를 열어 술을 마셨다. 그렇게 사흘 동안 놀기만 하느라 전투할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놀고 있는데 보고가 들어왔다.

“양산박 도적들이 시 한 수를 제주성 토지묘 앞에 붙여 놓았는데, 어떤 사람이 떼어 왔습니다.”



건달이던 고구가 때를 만나

삼군을 거느리고 물 위에서 놀고 있네.

해추선 만 척이 있다 한들

양산박에 들어오면 모두 끝장나리라.



고태위를 시를 보고 크게 노하여 군사를 일으켜 양산박을 토벌하고자 하였다.

“도적놈들을 모조리 죽이지 않으면, 맹세코 회군하지 않을 것이다!”

문참모가 간했다.

“태위께서는 천둥 같은 노여움을 잠시 식히십시오. 생각건대 저 미친 도적놈들이 두려워서 이런 악한 말로 우리를 놀라게 하려는 것일 뿐 큰일은 아닙니다. 며칠 더 쉬면서 수륙 군마를 정비하여 진격해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은 한겨울인데도 날씨가 따뜻하니, 이는 천자의 홍복이고 원수의 호랑이 같은 위세입니다.”

고구는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성안으로 들어가 군사 일으킬 일을 상의하였다. 육로에서는 주앙과 왕환이 함께 대군을 거느리고 진격하면서 수군과 접응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항원진과 장개는 군마 1만을 거느리고 곧장 양산박 앞의 큰길을 가로막고 공격하기로 하였다.

원래 양산박은 예로부터 사면팔방이 넓은 호수로 둘러싸여 있고 갈대가 무성하고 연무가 짙게 끼는 곳이었는데, 근래에 송공명이 산 앞으로 큰길을 새로 만들었다. 고태위는 마군을 먼저 보내 그 길 입구를 가로막으려고 한 것이었다. 그 외에 문참모·구악·서경·매전·왕문덕·양온·이종길 및 장사 왕근과 배를 만든 섭춘, 그리고 수행하는 아장들과 대소 장교 등은 모두 고태위를 따라 배를 타고 진격하기로 하였다.

문참모가 간했다.

“원수께서는 마군을 감독하시면서 육로로 진격하시고, 친히 수로로 나아가 험지로 들어가지 마십시오.”

고태위가 말했다.

“괜찮소! 지난번 두 차례 싸움에서는 적당한 인재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많은 인마와 배를 잃었었소. 하지만 이번에는 좋은 배도 있는데, 내가 친히 감독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저 도적놈들을 잡을 수 있겠소? 이번에야말로 도적놈들과 결사전을 벌일 것이니, 당신은 여러 말 마시오!”

문참모는 감히 다시 입을 열지 못하고, 고태위를 뒤따라 배에 올랐다. 고구는 대해추선 30척을 구악·서경·매전에게 주어 선봉이 되게 하였다. 소해추선 30척은 양온에게 주어 왕근·섭춘과 함께 길을 열도록 하였다. 선두에 선 배에는 붉은 깃발 두 개를 세웠는데, ‘바다와 강을 뒤엎고 거센 물결 헤치며 나아가 도적을 무찔러 나라를 안정시킨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고태위와 문참모는 노래하고 춤추는 기녀들을 데리고 중군의 대오를 거느렸다. 4~50척의 대해추선 위에서는 푸른 깃발과 수자기(帥字旗), 황월백모, 붉은 깃발과 검은 산개 등이 펄럭이고 있었다. 그 뒤를 따르는 배에는 왕문덕과 이종길이 뒤를 받치고 있었다.

때는 11월 중순이었다. 마군이 명을 받아 먼저 출발하고, 수군 선봉 구악·서경·매전도 선두에서 출발하여 구름이 날고 안개가 깔리듯 양산박을 향하여 나아갔다.

한편, 송강과 오용은 이미 모든 것을 자세히 알고서 미리 모든 준비를 해놓고 관군의 배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관군의 세 선봉은 배를 재촉해 와서, 소해추선은 양쪽의 작은 나루에 대기시키고 대해추선은 호수 가운데로 계속 나아갔다. 장수들과 병사들은 이리저리 살피느라 눈은 게처럼 비뚤어지고 목은 학처럼 길어졌다. 오직 앞만 바라보며 서서히 양산박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멀리서 한 떼의 배들이 나타났다.

배마다 14~5명이 타고 있는데, 모두 갑옷을 입고 가운데에는 두령이 한 명씩 앉아 있었다. 맨 앞의 배 세 척에는 각각 백기가 꽂혀 있는데, 깃발에는 ‘양산박 완씨삼웅’이라고 쓰여 있었다. 중간에는 완소이, 왼쪽에는 완소오, 오른쪽에는 완소칠이었다. 멀리서 볼 때에는 빛이 번쩍번쩍 하는 것이 모두 갑옷을 입은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금박과 은박을 옷에 붙였을 뿐이었다. 관군의 세 선봉은 그걸 보고 화포와 불화살을 일제히 쏘게 하였다. 완씨 삼형제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가까이 다가오더니 화살이 닿을 거리에 이르자 함성을 지르며 일제히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구악 등 세 선봉은 빈 배 세 척만 빼앗아 다시 나아갔다. 3리를 채 못 갔는데 세 척의 쾌속선이 바람을 가르며 달려왔다. 맨 앞의 배에는 10여 명이 타고 있는데, 모두 몸에 울긋불긋한 칠을 하고 머리는 풀어헤친 채 휘파람을 불며 나는 듯이 다가왔다. 양쪽의 두 배에는 각각 5~6명이 타고 있는데, 역시 몸에는 붉은 색과 푸른 색을 칠했다. 중앙은 옥번간 맹강, 왼쪽은 출동교 동위, 오른쪽은 번강신 동맹이었다. 선봉인 구악이 또 화포와 불화살로 공격하게 하자, 그들도 함성을 지르면서 배를 버리고 일제히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또 빈 배 세 척을 빼앗아 3리쯤 나아갔는데, 또 수면 위에 중간 크기의 배 세 척이 오고 있었다. 배마다 네 개의 노가 있어 8명이 저었으며, 10여 명의 졸개들이 타고 있었다. 배에는 붉은 깃발이 꽂혀 있고 뱃머리에는 두령이 하나 앉아 있는데, 깃발에 ‘수군두령 혼강룡 이준’이라고 쓰여 있었다. 왼쪽 배 위에도 한 두령이 손에 철쟁을 쥐고 앉아 있는데, 푸른 깃발에 ‘수군두령 선화아 장횡’이라고 쓰여 있었다. 왼쪽 배에도 한 호걸이 서 있는데, 웃통을 벗고 맨다리를 드러낸 채 허리에는 끌을 몇 개 꽂았고 손에는 쇠망치를 들고 있었다. 검은 깃발에 ‘수군두령 낭리백조 장순’이라고 쓰여 있었다.

양산박 두령 한 사람이 큰소리로 외쳤다.

“배를 여기까지 보내줘서 고맙소!”

관군의 세 선봉이 그 말을 듣고 외쳤다.

“화살을 쏴라!”

화살이 날아가자, 세 척의 배에 타고 있던 양산박 무리들이 모두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때는 늦겨울이어서 관군들 가운데 헤엄을 잘 치는 수군들도 감히 물속에 뛰어들지는 못했다. 관군들이 주저하고 있는데, 양산박 정상에서 호포가 연이어 터졌다. 그러자 사방팔방의 갈대숲 속에서 1천 척이 넘는 작은 배들이 마치 메뚜기 떼처럼 몰려나오는데, 배마다 서너 명씩 타고 있었고 선창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었다.

대해추선으로 작은 배들을 들이받으려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수차를 밟았지만, 물속에 있는 부분에 무엇이 끼었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누각에서 화살을 쏘았지만, 작은 배에 타고 있는 자들은 머리 위를 판자로 막아 놓아 소용이 없었다. 작은 배들이 점점 다가오더니, 한 두령이 갈고리를 던져 대해추선의 키를 걸어 당기고, 또 한 두령은 대해추선에 뛰어올라 수차를 밟는 관군들을 칼로 베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를 이어 양산박 군사 5~60명이 관군의 배에 뛰어올라 공격했다. 관군은 후퇴하려고 했지만 뒤편이 막혀 급히 후퇴할 수도 없었다. 앞쪽 관선에서 혼전이 벌어지고 있는 사이에 뒤쪽 관선에서도 함성이 크게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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