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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184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7.01|조회수80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184


수호지 제80회-3

고태위는 문참모와 함께 중군 배 위에서 함성이 어지럽게 일어나는 것을 듣고 급히 배를 돌려 언덕으로 올라가려고 했다. 그때 갈대숲 속에서 북소리가 크게 일어났는데, 선창에 있던 군사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배 밑바닥에 물이 샌다!”

배 밑바닥에서 물이 콸콸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고태위가 탄 배뿐만 아니라 앞뒤의 모든 관선들이 물속으로 점점 가라앉아 가고 있었다. 사방에서는 양산박의 작은 배들이 관선을 향해 마치 개미 떼처럼 몰려들고 있었다. 고태위의 배는 새로 만든 배인데, 왜 물이 샜을까? 그것은 장순이 물이 익숙한 수군들을 데리고 관선 밑바닥에 끌로 구멍을 뚫었기 때문이었다.

고태위는 배의 누각으로 올라가서 뒤편 배들을 향해 구원해 달라고 소리쳤다. 그때 물속에서 한 사람이 불쑥 솟아오르더니 배 위로 올라와 말했다.

“태위님! 제가 구해 드리겠습니다.”

고구가 보니,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가 누각으로 올라오더니 한 손으로는 고태위의 두건을 잡고 또 한 손으로는 허리띠를 붙잡으며 소리 질렀다.

“가라!”

그는 고태위를 물속으로 집어던져 버렸다. 위세가 대단하던 중군원수가 물속에 첨벙 빠져 버리고 말았다! 그때 작은 배 두 척이 나는 듯이 달려와 고태위를 건져 올렸다. 그 사람은 바로 낭리백조 장순이었으니, 그가 물속에서 사람을 사로잡는 것은 항아리 속에 든 자라를 잡아내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앞쪽 배에 있던 구악은 관군의 진세가 어지러워진 것을 보고 급히 달아날 궁리를 하고 있었는데, 양산박 수군들 가운데서 한 명이 뛰어나와 미처 방어할 새도 없이 한칼에 구악을 베어 물속으로 빠뜨렸다. 그는 바로 금표자 양림이었다. 서경과 매전은 선봉 구악이 죽는 것을 보고 양림에게 달려들었다. 그때 또 양산박 수군들 가운데서 네 명의 두령이 뛰쳐나왔다. 백면낭군 정천수, 병대충 설영, 타호장 이충, 조도귀 조정이었다. 네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자 서경은 당해내지 못하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뜻밖에 물속에 한 사람이 이미 기다리고 있다가, 서경을 사로잡아 버렸다. 설영은 쟁으로 매전의 허벅지를 찔러 쓰러뜨렸다. 원래 여덟 명의 두령이 수군을 돕기 위해 투입되었는데, 그 중 셋은 앞쪽 배에 타고 있었으니 청안호 이운, 금전표자 탕륭, 귀검아 두흥이었다. 절도사들은 설혹 머리가 셋이고 팔이 여섯 개라고 해도 어찌해 볼 수가 없었다.

양산박의 송강과 노준의도 각자 수로와 육로로 진공했다. 송강은 수로를 맡고, 노준의는 육로를 맡았다. 수로에서는 이미 전승을 거두었다. 노준의가 장수들과 군마를 거느리고 산 앞의 대로로 돌격해 가자, 주앙과 왕환이 나와 대적하였다. 주앙이 노준의를 보고 앞으로 나서며 큰소리로 꾸짖었다.

“반적아! 나를 알아보겠느냐?”

노준의가 소리쳤다.

“무명 소장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알지 못하는구나!”

노준의가 쟁을 들고 말을 박차고 나가 곧장 주앙에게 달려들자, 주앙도 큰 도끼를 휘두르며 말을 몰고 나와 대적하였다. 산 앞의 대로에서 두 장수가 교전한 지 20여 합이 되었지만 승부가 나지 않았다. 그때 관군의 후대에서 함성이 일어났다. 양산박의 대규모 군마가 산 앞의 양쪽 숲속에 매복해 있다가 함성을 지르면서 사방에서 돌격해 나온 것이었다.

동남쪽에서는 관승과 진명이, 서북쪽에서는 임충과 호연작이 네 방면에서 일제히 공격하였다. 항원진과 장개는 막을 수가 없어서 길을 뚫고 달아나기에 급급했다. 주앙과 왕환도 더 이상 싸울 마음이 없어져 쟁과 도끼를 끌면서 길을 뚫고 달아나 제주성 안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한편, 수로를 맡고 있던 송강은 고태위를 사로잡았다는 말을 듣고 급히 대종을 시켜 명을 전해 관군들을 죽이지 말라고 하였다. 중군의 대해추선에 있던 문참모와 노래하고 춤추는 기녀들과 시종들도 모두 사로잡혔다. 송강은 징을 울려 군사를 거두어 산채로 돌아갔다.

송강·오용·공손승 등이 충의당에 앉아 있으니, 장순이 물을 뚝뚝 흘리면서 고구를 끌고 왔다. 송강은 고구를 보자마자 황망히 당 아래로 내려가 부축하고, 새 비단옷을 가져오게 하여 갈아입게 하고 당상으로 청하여 정면에 좌정하게 하였다. 송강은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고 절하며 말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고구는 황망히 답례하였다. 송강은 오용과 공손승을 불러 고구에게 절하고 자리에 앉게 하였다. 그리고 연청을 불러 명을 전하게 하였다.

“지금부터 사람을 죽이는 자는 군령에 의거하여 무거운 벌을 내릴 것이다!”

명을 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두령들이 사로잡은 관군들을 끌고 왔다. 동위·동맹은 서경을, 이준과 장횡은 왕문덕을, 양웅과 석수는 양온을, 삼완은 이종길을, 정천수·설영·이충·조정은 매전을 끌고 왔다. 양림은 구악의 수급을, 이운·탕륭·두흥은 섭춘과 왕근의 수급을 바쳤다. 해진·해보는 문참모와 기녀 및 시종들을 끌고 왔다. 관군 가운데서 살아서 달아난 자는 주앙·왕환·항원진·장개 네 사람뿐이었다.

송강은 사로잡혀 온 사람들을 모두 새 옷으로 갈아입히고 충의당으로 불러 올려 잘 대접했다. 사로잡혀 온 군사들은 모두 제주로 돌려보내고, 따로 좋은 배 한 척을 마련하여 기녀들과 시종들이 기거하게 하였다.

송강은 소와 말을 잡아 연회를 크게 열었다. 한편으로는 군사들에게 상을 내리고, 또 한편으로는 풍악을 울리며 대소 두령들을 모아 고태위와 상견하게 하였다. 예를 마치고 송강이 술잔을 들어 올리자, 오용과 공손승이 술병을 들었고 노준의 외 여러 두령들이 시립하였다. 송강이 말했다.


“얼굴에 문신을 새긴 하찮은 아전이 어찌 감히 조정에 반역하겠습니까? 어쩌다가 죄가 쌓여 이렇게까지 되었을 뿐입니다. 두 번이나 천자께서 은혜를 베푸셨지만 중간에 일을 왜곡한 간사한 자들이 있어 제대로 받지 못하였습니다. 바라건대 태위께서 자비를 베푸시어 깊은 구덩이에 빠진 저희들을 구원해 하늘의 밝은 해를 바라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리하면 그 은혜를 각골명심(刻骨銘心)하여 죽음으로 보답할 것을 맹세합니다.”

고구가 여러 호걸들을 살펴보니,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대단한 영웅들이었다. 그 가운데서 임충과 양지가 노한 눈으로 노려보면서 금방이라고 발작할 것 같은 기색을 띠고 있는 것을 보고, 십분 겁을 먹고서 말했다.

“송공명과 그대들은 마음 놓으시오! 내가 조정으로 돌아가면 반드시 다시 천자께 상주하여, 대사면의 관대한 은혜를 내리고 초안하여 상과 관직을 내리도록 청하겠소. 의사(義士)들이 모두 조정의 봉록을 받는 좋은 신하가 될 수 있을 것이오.”

송강은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태위에게 감사의 절을 올렸다. 그날의 연회는 격식을 갖춘 질서정연한 연회였다. 대소 두령들이 돌아가면서 고태위에게 은근히 술잔을 권하였다. 고태위는 크게 취하여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풀어져서 말했다.

“내가 어릴 때 씨름을 배워 천하에 적수가 없었다.”

노준의도 취했는데, 고태위가 ‘천하에 적수가 없다.’고 한 말이 아니꼬워 연청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내 아우도 씨름을 잘 하는데, 대악의 씨름대회에 세 번이나 나갔지만 천하에 적수가 없었습니다.”

고구는 벌떡 일어나서 옷을 벗고 연청에게 씨름을 요청하였다. 여러 두령들은 송강이 고구를 조정의 태위로서 공경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송강이 하라는 대로 하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고구가 연청에게 씨름을 청하자 고구의 위세를 꺾어놓으려고 모두 일어나서 권했다.

“좋습니다! 좋아요! 어디 씨름 구경 한 번 합시다!”

두령들이 모두 떠들썩하게 충의당 아래로 내려가자, 송강도 역시 취하여 말리지 않았다. 두 사람이 옷을 벗고 뜰에 내려서자, 송강은 푹신한 이불을 깔게 하였다. 두 사람은 이불 위에서 서로 마주보고 자세를 잡았다. 고구가 먼저 덤벼들었는데, 연청이 손을 쓰는가 싶더니 고구를 붙잡아 이불 위에 내동댕이쳤다. 고구는 그대로 뻗어버려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연청이 사용한 기술은 ‘수명박(守命撲)’이라는 것이었다.

송강과 노준의는 황망히 고구를 부축해 일으키고, 다시 옷을 입혀주고서 웃으며 말했다.

“태위께서 취하셔서 씨름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겁니다. 용서하십시오!”

고구는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다시 자리에 앉아 밤늦도록 술을 마시다가 후당으로 들어가 쉬었다.

다음 날 송강은 다시 연회를 열어 고태위의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 주었다. 고구가 송강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가려 하자, 송강이 말했다.

“저희들이 귀인을 이곳에 머물게 한 것은 결코 다른 마음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만약 속임수가 있다면 천벌을 받을 것입니다.”

고구가 말했다.

“의사들께서 고구를 경성으로 돌려보내 주시면, 천자께 아뢰어 의사들을 초안하고 중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다시 번복한다면 천지 사이에 용납되지 못하고 창칼이나 화살에 죽음을 당할 것입니다!”

송강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숙이며 감사했다. 고구가 또 말했다.

“의사께서 고구의 말을 믿지 못하시면, 장수들을 이곳에 남겨두겠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태위께서는 귀인이시니 어찌 신의를 잃으시겠습니까? 굳이 장수들을 구류할 필요가 없습니다. 말이 준비되는 대로 모두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렇게까지 해주신다니, 후의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럼,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송강은 억지로 만류하여 다시 큰 연회를 열고, 지난 일을 얘기하고 앞날의 일을 논하면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다가 헤어졌다.

사흘째 되는 날, 고태위가 산을 내려가겠다고 하자 송강도 더 이상 만류하지 않고 송별연을 열었다. 금은과 비단, 천금의 돈을 전별의 예물로 내놓았고, 여러 절도사와 그 아래 사람들에게도 따로 작별 선물을 주었다. 고태위는 거절하지 못하고 모두 받았다. 이별주를 마시는 동안에 송강이 다시 초안에 대해 말을 꺼내자, 고구가 말했다.

“의사께서는 세심한 사람 하나를 저에게 딸려 보내시지요. 제가 직접 그를 인도하여 천자를 알현하게 하고, 양산박의 속마음을 상주하게 함으로써 조칙이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송강은 오직 한마음으로 초안을 바라고 있었기 때문에, 오용과 상의하여 성수서생 소양을 고태위에게 딸려 보내기로 하였다. 오용이 다시 말했다.

“철규자 악화도 함께 보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고태위가 말했다.

“의사께서 이렇게 믿어 주시니, 문참모를 신의의 표시로 이곳에 남겨 두도록 하겠습니다.”

송강은 크게 기뻐하였다.

나흘째 되는 날, 송강은 오용 등 20여 명의 두령들과 함께 금사탄까지 내려가 고태위와 절도사들을 전송하였다. 송강은 산채로 돌아가 오로지 초안 소식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고태위 일행은 제주를 향해 가면서 먼저 사람을 보내 알렸다. 제주에서는 주앙·왕환·항원진·장개와 태수 장숙야 등이 성을 나와 영접하였다. 고태위는 성으로 들어가 며칠 동안 머물면서 군마를 수습하고, 절도사들은 각자 병사들을 데리고 돌아가 쉬면서 명령을 기다리라고 하였다. 고태위는 조앙과 아장들, 그리고 소양과 악화를 데리고 동경을 향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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