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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185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7.02|조회수93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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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제81회-1

양산박 두령들이 모여 상의하고 있는데, 송강이 말했다.

“고구를 돌려보내긴 했는데, 진실을 알 수가 없네.”

오용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그 자의 상을 보니, 벌 같은 눈매에 뱀 같은 얼굴로서 은혜를 잊어버리는 인간인 것 같습니다. 그는 많은 군마를 잃고 조정의 많은 군량을 허비하고서 경성으로 돌아갔으니, 필시 병을 핑계대고 집에서 나가지 않을 것입니다. 천자에게는 두루뭉술하게 아뢰고 장병들을 잠시 쉬게 하고, 소양과 악화는 자기 부중에 연금해 둘 겁니다. 초안을 기다리는 것은 헛되이 피로하기만 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오? 초안은 그렇다 치고, 두 사람만 잃게 생겼소.”

“형님께서는 다시 약삭빠른 사람을 둘 뽑아서, 금은보화를 가지고 경성으로 가서 소식을 정탐하게 하십시오. 그리고 여기저기 뇌물을 써서 우리의 뜻을 천자께 알릴 수 있게 되면, 고태위도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게 상책입니다.”

연청이 벌떡 일어나 말했다.

“지난번에 동경을 소란스럽게 했을 때 제가 이사사의 집에 들어가 일을 꾀하려 했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한바탕 소란을 일으키고 말았습니다. 이사사도 이미 어느 정도 눈치를 챘을 것입니다. 이사사는 천자의 총애를 받는 사람이라, 관가의 의심을 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녀는 필시 천자에게 ‘폐하께서 이곳에 몰래 드나드시는 것을 양산박에서도 알고 일부러 놀라게 하려고 그런 짓을 했을 것입니다.’라고 아뢰었을 겁니다. 이번에 제가 금은보화를 가지고 가서, 이사사로 하여금 베겟머리 송사를 벌이게 하는 것이 제일 빠른 길입니다. 제가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하겠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아우가 이번에는 가는 것은 너무 위험해!”

대종이 말했다.

“저도 함께 가서 돕겠습니다.”

신기군사 주무가 말했다.

“형님께서 지난번에 화주를 치실 때 숙태위에게 은혜를 베푼 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는 착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라, 그로 하여금 천자에게 상주하게 하면 일이 순조롭게 될 것입니다.”

송강은 문득 구천현녀가 말한 ‘숙을 만나 거듭 기뻐한다.’는 구절이 떠올랐다. 구천현녀가 말한 ‘숙’이 곧 숙태위임을 안 송강은, 문참모를 충의당으로 불러 물었다.

“상공께서는 태위 숙원경을 잘 아십니까?”

문환장이 말했다.

“그는 저와 동창이며 친구입니다. 지금 천자 곁에서 촌보도 떨어지지 않고 모시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매우 인자하고 관후하여 사람을 대할 때 언제나 온화한 기운으로 대합니다.”

“상공께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는 고태위가 동경으로 돌아가서 필시 초안에 대해서 천자께 상주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숙태위는 지난 날 화주에서 분향할 때 저와 한번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사람을 보내 그분의 도움을 빌려 우리의 사정을 천자께 아뢰고자 합니다.”

“장군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제가 서신을 써서 숙태위에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송강은 크게 기뻐하면서 지필묵을 가져오게 하였다. 한편으로 좋은 향을 피우고 현녀가 준 천서를 꺼내 허공을 향해 기도한 다음 점괘를 보니 대길의 조짐이었다. 대종과 연청을 전송하는 술자리를 마련하고, 금은보화를 큰 상자 두 개에 담고 문환장이 써준 서신을 몸에 감추게 하였다. 개봉부의 관인이 찍힌 공문을 가지고 두 사람은 공인으로 변장하여, 산채를 내려가 금사탄을 건너 동경을 향하여 떠났다.

대종은 손에 우산을 들고 등에는 상자를 짊어졌고, 연청은 손에 곤봉을 들고 등에 상자를 짊어졌다. 도중에 배고프면 밥을 먹고 목마르면 물을 마시면서, 밤에는 쉬고 새벽에 일어나 열심히 걸었다. 며칠 만에 동경에 도착한 두 사람은 만수문으로 갔다. 성문을 지키는 군사들이 가로막자, 연청이 상자를 내려놓고 시골 사투리로 말했다.

“뭣 땜시 날 막는 거여?”

군사가 말했다.

“전수부에서 명을 내렸다. 양산박의 잡놈들이 성안으로 들어올지 모르므로, 각 성문에서는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을 철저히 검문하라고 하였다.”

연청이 웃으며 말했다.

“당신네도 공인인데, 같은 공인끼리 뭔 검문이래? 우리 둘은 개봉부에 늘 볼일이 있어 이 문만 수만 번 출입했는데, 뭔 검문을 또 한다고 그러셔? 그러다가 진짜 양산박 놈들이 오면 눈 벌겋게 뜨고서 그냥 지나가게 두려고?”

연청은 품속에서 가짜 공문을 꺼내 군사의 얼굴 앞에 흔들면서 말했다.

“이거 보슈! 이게 개봉부 공문 아니오?”

감문관이 그 말을 듣고 소리쳤다.

“개봉부 공문이 있다는데 왜 붙잡고 있냐? 빨리 들여보내라!”

연청은 공문을 접어 다시 품속에 넣고 상자를 짊어지고 성안으로 들어갔다. 대종도 웃으며 따라 들어갔다. 두 사람은 개봉부 근처에서 객점을 찾아 들어가 쉬었다.

다음 날, 연청이 베적삼으로 갈아입고 허리띠를 매고 두건을 삐딱하게 쓰니, 제법 한량 같았다. 상자에서 금은보화 한 꾸러미를 꺼내고는 대종에게 말했다.

“형님! 저는 오늘 이사사 집에 가서 일을 꾸며 보겠습니다. 혹시 일이 잘못되면, 형님은 빨리 산채로 돌아가십시오.”

연청은 곧장 이사사의 집으로 갔다. 문 앞에 이르러 보니, 휘어지고 조각된 난간과 푸른 창에 붉은 창틀은 예전과 같았는데, 전보다 더 멋있게 수리되어 있었다. 연청이 대나무 발을 걷고 안으로 들어가니, 색다른 향기가 진하게 풍겨왔다. 객실에 들어가서 둘러보니, 사방에 유명한 사람들의 서화가 걸려 있고, 계단 밑에는 2~30개의 화분이 놓여 있는데 푸른 소나무와 괴석이 심어져 있었다. 의자는 모두 꽃무늬를 새긴 향나무로 만들어져 있고, 침상에는 비단 이불이 펼쳐져 있었다.

연청이 가볍게 헛기침을 하자 하녀가 나와서 연청을 보더니 안으로 들어가 알렸다. 이사사의 어미인 이마마가 나와서 연청을 보더니 깜짝 놀라며 말했다.

“네가 어찌 또 왔느냐?”

연청이 말했다.

“낭자 좀 나오라고 하십시오. 제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네가 지난번에 우리 집을 연루시켜 방이 무너졌다. 할 말이 있으면 해 봐라.”

“낭자께서 나오시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사사가 창 뒤에서 듣고 있다가 나타났다. 연청이 이사사를 보니, 여전히 아름다웠다. 얼굴은 새벽이슬을 머금은 해당화 같고, 허리는 봄바람에 하늘거리는 수양버들 같았다. 낙원에 사는 신선과 같고 달나라 궁전에 사는 선녀보다 아름다운 것 같았다. 이사사가 치맛자락을 끌며 살포시 걸음을 옮겨 객실로 들어서자, 연청은 벌떡 일어났다. 금은보화가 든 꾸러미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먼저 이마마에게 네 번 절을 한 다음 이사사에게 두 번 절했다.


이사사가 겸양하며 말했다.

“절하지 마세요! 제가 나이가 어리니 절을 받을 수 없습니다.”

연청이 절을 하고 일어나 말했다.

“지난번에 놀라서 저희들은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습니다.”

이사사가 말했다.

“속이지 마세요. 손님이 처음에는 이름이 ‘장한’이고 산동의 장사꾼이라고 했는데, 떠날 때 한바탕 소란을 피웠지요. 제가 폐하께 잘 둘러대지 않았더라면 온 집안이 화를 만났을 겁니다. 그리고 그때 한 분이 남겨놓은 시에 ‘줄지어 나는 기러기 행렬 쳐다보며 사면 소식 기다릴 뿐’이라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제가 그때 의문이 들어 막 여쭤 보려고 했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천자께서 오시고 또 한바탕 소동이 나서 여쭤 보지 못했습니다. 오늘 마침 이렇게 오셨으니, 제 심중의 의문을 풀어 주세요. 조금도 숨기지 말고 사실대로 말씀해 주세요. 만약 분명히 말씀하시지 않으면, 저도 결코 그냥 있지 않을 겁니다!”

연청이 말했다.

“제가 사실대로 속내를 말씀드릴 테니, 매화처럼 아름다우신 낭자께서는 놀라지 마십시오. 지난번에 왔던 사람 가운데 피부가 검고 키가 작으며 윗자리에 앉았던 사람이 호보의 송강입니다. 그리고 둘째 자리에 앉았던 얼굴이 희고 준수하며 세 갈래 수염이 난 사람은 시세종의 적파자손인 소선풍 시진입니다. 공인 차림으로 앞에 서 있던 사람은 신행태보 대종이고, 문 앞에서 양태위를 두들겨 팬 사람은 흑선풍 이규입니다.

저는 북경 대명부 사람으로, 사람들이 모두 저를 낭자 연청이라 부릅니다. 당초에 우리 형님이 동경에 와서 낭자를 만나보고 싶어 해서, 제가 장한이라고 속이고 이 댁에 들어와 일을 꾸민 겁니다. 우리 형님이 낭자의 존안을 뵙고자 한 것은, 웃음을 사서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낭자께서 천자를 만나고 있음을 오래 전부터 들었기 때문에, 직접 천자를 뵙고 속마음을 호소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는 하늘을 대신해 도를 행하며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을 천자께 아뢰어 초안을 받게 된다면, 수많은 생명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러한 은혜를 입게 된다면, 낭자께서는 양산박 수만 인의 은인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간신들이 천자께 아첨하여 권세를 휘두르면서 어진 사람의 길을 가로막아 아랫사람의 뜻이 천자께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가닥 길을 찾으려 하다가, 생각지도 않게 낭자를 놀라게 했던 것입니다. 이제 우리 형님이 죄송한 마음으로 사소한 예물을 보냈으니, 웃으며 받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연청이 꾸러미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펼치니, 모두 금은보화와 값진 그릇들이었다. 이마마는 재물을 탐하는 사람이라, 기뻐하면서 황망히 하녀를 불러 재물을 수습하게 하였다. 그리고 연청을 안쪽의 작은 방으로 안내하여 좋은 음식과 차를 내어 은근히 접대하였다.

원래 이사사의 집은 황제가 불시에 찾아오는 곳이기 때문에 왕손이나 공자, 부호의 자제라 할지라도 감히 차 한 잔 얻어 마실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술과 안주까지 잘 차려놓고 이사사가 직접 대접하였다. 연청이 말했다.


“저는 죽어 마땅한 자인데, 어찌 감히 매화처럼 아리따우신 낭자와 마주보고 앉을 수 있겠습니까?”

이사사가 말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양산박 의사(義士)들의 큰 이름은 오래 전부터 들었습니다. 단지 중간에 이어줄 좋은 사람이 없어서 그처럼 물가에 숨어 계신 것 아닙니까?”

“지난번에 진태위가 초안하러 왔을 때에는, 조서에 우리를 위무하는 말을 한 마디도 없고 어주도 시골 막걸리로 바꿔치기 해놓았습니다. 초안한다는 조서가 두 번째 내려왔을 때에는, 중요한 구절을 고의로 잘못 읽었습니다. ‘송강을 제외하고, 노준의 등 대소 인원들의 죄악을 사면한다.’고 읽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또 귀순하지 못했습니다.

동추밀이 군사를 이끌고 왔을 때, 우리에게 두 번 패하고 갑옷 한 조각도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고태위가 천하의 백성을 노역시켜 배를 만들어 쳐들어왔지만, 세 번 패전하고 인마의 태반을 잃었습니다. 고태위는 사로잡혀 산으로 끌려 왔는데, 우리 형님이 죽이지 않고 잘 대접하여 경성으로 돌려보내 주었습니다. 생포된 관군들도 모두 놓아주었습니다.

고태위는 양산박에 있을 때 맹세하기를, 조정으로 돌아가면 천자께 상주하여 초안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 양산박의 두 사람을 데리고 왔지요. 한 사람은 수재인 소양이고, 또 한 사람은 노래 잘하는 악화입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을 자기 집안에 가두어 두고서 바깥에 나가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많은 장병들을 잃었기 때문에 천자를 속이고 있는 것이지요.”

“저들이 많은 전비와 군량을 허비하고 장병들을 잃었으니, 어찌 감히 천자께 사실대로 아뢸 수 있겠어요? 이제 제가 모두 알았으니, 우선 술이나 몇 잔 하면서 따로 상의하도록 해요.”

“저는 천성이 본래 술을 마시지 못합니다.”

“풍상(風霜)을 겪으면서 멀리서 오셨는데, 이제 몇 잔 술로 회포나 푸시지요.”

연청은 거절하기 어려워 한 잔, 두 잔 마시며 이사사를 상대해 주었다. 원래 이사사는 세상 풍진을 다 겪은 기녀이며, 정이 물처럼 흐르는 사람이었다. 연청이 인물도 좋고 말도 잘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끌렸다. 술을 마시는 동안에 은근히 유혹하는 말을 비치다가, 몇 잔 마신 후에는 한두 마디 도발을 하기도 했다. 연청은 본래 영리한 사람인데, 어찌 모르겠는가? 하지만 호걸로서 가슴 속에 품은 뜻이 있고, 형님의 큰일을 그르칠 수 없었기 때문에 유혹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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