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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186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7.02|조회수95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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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제81회-2

이사사가 말했다.

“저는 오래 전부터 오라버니가 음악에 뛰어나다는 말을 들었어요. 이 술자리에서 한 번 들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연청이 말했다.

“제가 조금 배우기는 했지만, 어찌 감히 낭자 앞에서 잔재주를 부릴 수 있겠습니까?”

“그럼 제가 먼저 퉁소 한 곡조를 불어볼 테니, 오라버니가 들어 보세요.”

이사사는 하녀를 불러 퉁소를 가져오게 하였다. 비단 주머니에서 꺼낸 관봉소(管鳳簫)를 받아든 이사사는 입에 대고 가볍게 불기 시작했다. 구름을 뚫고 올라가듯 하고 돌도 깨뜨릴 듯한 피리소리에 연청은 갈채하여 마지않았다. 이사사는 한 곡을 불고 나서, 퉁소를 연청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오라버니도 한 곡 불어 보세요! 저를 위해서요!”

연청은 이사사의 환심을 사야 했기 때문에 실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다. 퉁소를 넘겨받아, 목이 메어 오열하는 듯한 애절한 곡조를 연주했다. 이사사는 듣고 나서 갈채를 멈추지 않으며 말했다.

“우리 오라버니는 원래 퉁소의 달인이시네!”

이사사는 이번에는 월금(月琴)을 꺼내 연청에게 한 곡조 들려주었다. 과연 옥패가 서로 부딪혀 일제히 우는 듯 꾀꼬리가 지저귀는 듯하며, 여운이 길게 이어졌다. 연청이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말했다.


“이번에는 제가 낭자를 위하여 한 곡 불러보겠습니다.”

연청이 노래를 부르는데, 목소리가 청아하고 운율이 감미로워 참으로 멋진 노래였다. 연청은 노래를 마치고 다시 이사사에게 절을 했다. 이사사는 노래를 칭찬하고 술잔을 들어 권하였다. 그러면서 요염한 소리를 내면서 연청을 유혹했다. 연청은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고 있을 뿐이었다. 술이 몇 잔 오고간 후에 이사사가 웃으며 말했다.

“오라버니 몸에 문신이 있다고 들었는데, 한번 보여줄 수 있어요?”

연청이 웃으며 말했다.

“제 천한 몸에 꽃문신이 있기는 하지만, 어찌 감히 낭자 앞에서 벗은 몸을 드러낼 수 있겠습니까?”

“비단 같은 몸매를 지닌 분이 옷을 벗어 맨몸을 드러내서 안 될 게 뭐 있겠어요?”

서너 차례 졸라대자, 연청은 할 수 없이 웃옷을 벗었다. 이사사는 연청의 몸을 보고 아주 기뻐하면서 섬섬옥수로 그 몸을 쓰다듬었다. 연청은 깜짝 놀라 황망히 옷을 다시 입었다. 이사사가 다시 연청에게 술잔을 권하며 수작을 걸어왔다. 연청은 그녀가 적극적으로 다가오면 피하기 어려울 것 같아, 한 가지 꾀를 생각해내고 이사사에게 물었다.

“낭자께서는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이사사가 대답했다.

“저는 올해 스물일곱이예요.”

연청이 말했다.

“저는 올해 스물다섯이니, 제가 두 살 어리네요. 낭자께서 저를 과분하게 아껴주시니, 누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연청은 벌떡 일어나 공손하게 여덟 번 절을 올렸다. 이 팔배는 이사사로 하여금 그릇된 마음을 품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고, 그래서 큰일을 망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만약 연청이 다른 마음을 품고 주색에 빠져 버렸더라면, 큰일을 망쳤을 것이다. 이로써 보면 연청은 마음이 철석 같이 굳센 멋진 남자임을 알 수 있다. 연청은 또 이마마도 청해서 절을 하고 어머니로 모셨다.

연청이 돌아가겠다고 하자, 이사사가 말했다.

“이제 동생은 우리 집에 머물도록 해. 객점에서 지내지 말고.”

연청이 말했다.

“이렇게 과분하게 아껴주시니, 제가 객점으로 가서 짐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내가 기다리게 하지 마.”

“객점이 멀지 않으니,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연청은 잠시 이사사를 작별하고 객점으로 가서 방금 있었던 일을 대종에게 애기했다. 대종이 말했다.

“아주 잘 됐네! 그런데 아우가 마음이 설레서 흔들릴까 봐 걱정이네.”

연청이 말했다.

“대장부가 처세하면서 주색에 빠져 근본을 잊는다면 짐승과 다를 바가 있겠습니까? 연청이 다른 마음을 먹는다면 만 개의 칼에 맞아 죽을 겁니다!”

대종이 웃으며 말했다.

“자네나 나나 모두 호걸인데, 맹세까지 할 필요는 없네.”

“이렇게 맹세하지 않으면, 형님은 필시 의심이 생길 겁니다.”

“자네는 얼른 가 보게. 그리고 상황을 잘 살펴서 일을 빨리 마치고 돌아오게. 날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고. 숙태위에게 보내는 서신은 자네가 돌아온 다음에 전하도록 하세.”

연청은 자질구레한 금은 등을 챙겨서 다시 이사사의 집으로 가서, 절반은 이마마에게 주고 나머지 절반은 집안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모두들 기뻐하였다. 그때부터 연청은 객실 옆의 방 한 칸에서 지내게 되었다. 집안사람들은 모두 연청을 ‘아저씨’라고 불렀다.

마침 인연이 되려고 그랬는지, 그날 밤 천자가 온다는 전갈이 왔다. 연청은 그 말을 듣고 이사사를 찾아가 절하고 말했다.


“누님께서 어떻게 해서든 오늘 밤에 이 동생이 천자를 뵙게 해주십시오. 천자께서 어필로 이 동생의 죄를 사면해 준다는 사면서를 써 주시기만 하면, 그것은 모두 누님의 은덕입니다.”

이사사가 말했다.

“오늘 밤 천자를 뵐 수 있게 해 줄 테니, 너는 재간을 발휘해서 천자를 기쁘게 해 드려라. 그러면 사면서 받는 것이 무슨 걱정이겠느냐?”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달빛이 흐릿해지자, 꽃향기가 진하게 나고 난초와 사향 향기가 은은히 났다. 도군황제가 어린 내시 하나를 데리고 선비 차림으로 지하도를 통해 이사사 집 후문으로 들어왔다. 황제가 집안으로 들어서자, 앞뒤 문을 단단히 잠그고 등촉을 휘황하게 밝혔다.

이사사는 머리장식을 예쁘게 꽂고 옷을 단정하게 입고 나와 황제를 영접하였다. 춤추듯 절을 올리고 일어나 문안 인사를 마치자, 천자는 거추장스런 예복을 벗으라고 명하였다. 이사사는 천자의 명에 따라 예복을 벗고 천자를 방안으로 모셨다. 방안에는 이미 여러 가지 과일과 안주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사사가 술잔을 들어 천자에게 권하자, 천자는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애경(愛卿)은 가까이 와서 앉아라!”

이사사는 천자의 기분이 좋은 것을 보고 앞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천첩에게 고종사촌 동생이 하나 있사온데, 어릴 때부터 외지를 떠돌아다니다가 오늘에야 비로소 돌아왔습니다. 폐하를 알현하고 싶어 하나, 소인이 감히 멋대로 할 수 없으니 폐하께서 굽어 살펴 주시옵소서.”

천자가 말했다.

“네 동생이라면 과인을 만나는 것이 뭐가 어렵겠느냐?”

이사사는 하녀를 시켜 연청을 방안으로 불러오게 하였다. 연청은 천자를 뵙고 바닥에 엎드려 절을 올렸다. 천자는 연청의 인물이 준수함을 보고 크게 기뻐하였다.

이사사는 연청에게 퉁소를 불게 하고, 자신은 천자의 술시중을 들었다. 그 다음에는 이사사가 월금을 연주하면서 연청에게 노래를 부르라고 하였다. 연청이 다시 천자에게 재배하고 아뢰었다.

“소인이 아는 것은 모두 음란한 애정타령뿐인데, 어찌 감히 폐하 앞에서 부를 수 있겠사옵니까?”

천자가 말했다.

“과인이 이렇게 몰래 기방에 출입하는 이유가 바로 그런 노래를 들으면서 답답함을 해소하려는 것이니, 꺼려하지 말고 불러 봐라.”

연청은 박판을 받아들고 다시 절한 다음, 이사사에게 말했다.

“가락이 틀리거든 누님이 가르쳐 주십시오.”

연청은 목청을 가다듬고 박판을 두드리며 ‘어가오(漁家傲)’ 한 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한 번 고향을 떠나더니 소식이 묘연하네.

  온갖 생각으로 창자 끊어지는 아픔 언제나 그치려나.

 제비는 아니 오고 꽃만 시드네.

봄을 맞아 야위어만 가는 이 작은 몸.

 박정한 낭군은 언제나 돌아오려나.

 애초에 이럴 줄 알았더라면 만나지나 말 것을.

 꿈속에서 만나려 해도 그도 어렵네.

푸른 창 앞에서 꾀꼬리가 새벽을 알리네.



연청이 노래를 마쳤지만, 진짜로 꾀꼬리가 아직도 지저귀고 있는 것처럼 맑은 여운이 남아 있었다. 천자가 아주 좋아하면서 한 곡 더 부르라고 하였다. 연청이 바닥에 엎드려 절하고 아뢰었다.

“신이 ‘감자목란화(減字木蘭花)’ 한 곡조를 불러 보겠습니다.”

천자가 말했다.

“좋지! 한 번 들어보자!”

연청이 절을 하고 나서 ‘감자목란화’ 한 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내 슬픈 사연을 들어 주오!

내 슬픈 사연을 들어 주오!

 떠도는 이 천한 몸 누가 알아주랴?

 누가 알아주랴?

 천지의 은혜는 끝이 없건만

죄악에 빠져 벗어나기 어려워라.

 누가 나를 불구덩이에서 구해 주랴?

이 가슴 속엔 아직 충효가 남아 있건만.

 충효가 남아 있으니

언젠간 큰 은혜에 보답하리라!



연청이 노래를 마치자, 천자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너는 무슨 까닭으로 이런 노래를 하느냐?”

연청이 울면서 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자, 천자는 더욱 의심이 들어 말했다.

“너는 흉중에 있는 일을 말해 보아라. 과인이 너를 위해 해결해 주마.”

연청이 아뢰었다.

“신은 천리에 어긋나는 죄를 지어 감히 아뢸 수가 없습니다.”

“너의 죄를 사면해 줄 테니, 말해 보아라.”

“신은 어릴 때부터 강호를 떠돌아다니다가 산동으로 흘러가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객상을 따라다니게 되었는데, 어느 날 양산박을 지나다가 산채로 붙잡혀 가서 3년을 지냈습니다. 올해 겨우 탈출하여 경성으로 돌아와 누님을 만나기는 했지만, 아직 감히 길거리를 나다니지 못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누군가 알아보고 관아에 고발하면, 어떻게 변명하겠습니까?”

이사사가 아뢰었다.

“제 동생의 마음속에 그런 괴로움이 있습니다. 폐하께서 살펴주십시오!”

천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건 쉬운 일이다. 이행수의 동생인데 누가 감히 잡아가겠느냐!”

연청이 이사사에게 눈짓을 하자, 이사사가 교태를 부리며 천자에게 아뢰었다.

“폐하께서 동생의 죄를 사면한다는 사면서 한 장을 써 주십시오. 그러면 동생도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천자가 말했다.

“옥새가 없는데, 사면서를 어떻게 쓰겠느냐?”

“폐하의 어필로 써진 친서라면 옥쇄가 찍힌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동생을 구제해 주는 부적이 있다면, 천첩이 폐하를 모신 보람이 있을 것입니다.”

천자는 하는 수 없이 지필묵을 가져오라고 하였다. 하녀가 문방사구를 가져오자, 연청은 먹을 진하게 갈고 이사사는 붓을 바쳤다. 천자는 화선지를 펼쳐놓고 글씨를 쓰다가, 연청에게 물었다.


“과인이 너의 이름을 잊었구나.”

연청이 말했다.

“소인 연청이라 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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