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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187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7.03|조회수47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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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제81회-3

천자는 다음과 같이 썼다.

신소옥부(神霄玉府)의 참 주인, 선화우사(宣和羽士) 허정도군황제(虛靖道君皇帝)는 연청이 지은 모든 죄를 특별히 사면하니, 어떤 관원도 그를 붙잡아 심문하는 것을 불허하노라.

쓰기를 마치자, 아래에 수결을 했다. 연청은 재배하고 고개를 숙인 채 사면서를 받았다. 이사사는 술잔을 받들어 올리며 은혜에 감사를 드렸다. 천자가 물었다.

“네가 양산박에 있었다고 하니, 그곳 사정을 자세히 알겠구나.”

연청이 아뢰었다.

“송강의 무리는 깃발에 ‘체천행도(替天行道)’라고 크게 써놓았으며, 회의장도 ‘충의당’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감히 고을을 침범하지 않고 양민을 해치지 않으며, 단지 탐관오리와 아첨하는 간신배만 죽일 뿐입니다. 오직 조정의 초안이 내려 국가를 위해 힘을 다할 수 있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과인이 지난번에 두 번이나 조서를 내리고 사람을 보내 초안했는데, 어찌하여 항거하며 귀순하지 않았느냐?”

“첫번째 초안 때에는, 조서에 위무하는 말이 한 마디도 없었으며 어주도 시골 막걸리로 바꿔치기 했습니다. 그래서 사정이 변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두 번째 초안 때에는, 조서를 읽을 때 고의로 구절을 잘못 읽어 송강을 제외하여 몰래 해치우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또 사정이 변하게 되었습니다.

동추밀이 군대를 이끌고 왔을 때에는, 두 번 패전하고서 갑옷 한 조각도 온전히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그 다음에 고태위가 군마를 거느리고 왔을 때에는, 천하의 백성을 일꾼으로 노역을 시켜 전선을 건조하여 쳐들어갔지만 양산박의 부러진 화살 하나도 얻지 못했습니다. 세 번을 패전하여 손발도 쓰지 못할 지경이 되고 군마도 셋 중 하나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고태위 자신도 사로잡혀 산채로 끌려갔다가, 초안을 허락하고서야 비로소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양산박의 두 사람을 데리고 오면서, 문참모를 인질로 남겨두었습니다.”

천자는 듣고 나서 탄식하며 말했다.


“과인이 그런 일을 어떻게 알았겠는가! 동관이 돌아왔을 때에는, 군사들이 더위를 견디지 못해 잠시 군사를 거두어 싸움을 멈추었다고 했다. 그리고 고구가 돌아왔을 때에는, 병이 나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기 때문에 잠시 싸움을 그만두고 경성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이사사가 아뢰었다.

“폐하께서는 현명하시지만 구중궁궐에 계시기 때문에, 간신배들이 어진 이들의 길을 가로막고 있으니 어쩔 수 있겠습니까?”

천자는 탄식하여 마지않았다.

밤이 깊어졌으므로, 연청은 사면서를 챙기고 천자에게 절을 올린 다음 자기 방으로 갔다. 천자는 이사사와 동침하고, 새벽에 일어나 내시와 함께 궁으로 돌아갔다.

연청은 아침에 일어나 볼일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 객점으로 가서, 지난밤에 있었던 일을 대종에게 모두 얘기했다. 대종이 말했다.

“그렇게 되었으니, 참으로 다행일세. 그럼 이제 숙태위에게 서신을 전하러 가세.”

연청이 말했다.

“밥은 먹고 갑시다.”

두 사람은 아침밥을 먹고, 금은보화가 든 상자를 메고 숙태위의 부중을 찾아갔다. 길 가는 사람에게 물어 보았더니, 숙태위는 아직 귀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청이 말했다.

“지금쯤이면 이미 퇴청했을 때인데, 어째서 아직 귀가하지 않았습니까?”

“숙태위는 천자께서 총애하시는 근시관원(近侍官員)이라, 아침저녁으로 천자에게서 촌보도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찍 퇴청할지 늦게 퇴청할지, 시간을 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때 어떤 사람이 말했다.

“저기 태위께서 오십니다!”

연청은 기뻐하며 대종에게 말했다.

“형님은 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계십시오. 제가 태위를 만나러 가겠습니다.”

연청이 숙태위에게 다가가 보니, 비단옷을 입고 꽃가지를 꽂은 모자를 쓴 사람들에 에워싸여 가마를 타고 있었다. 연청이 길거리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소인에게 태위께 올릴 서신이 있습니다.”

숙태위가 연청을 보고 말했다.

“따라오너라!”

연청은 숙태위를 따라 부중으로 들어갔다. 숙태위는 가마에서 내려 서원으로 들어가 좌정하고, 연청을 불러 물었다.

“너는 어디서 왔느냐?”

연청이 말했다.

“소인은 산동에서 왔는데, 문참모의 서신을 올리고자 합니다.”

“문참모가 누구냐?”

연청이 품속에서 서신을 꺼내 바치자, 숙태위가 겉봉을 보더니 말했다.

“문참모가 누군가 했더니, 나와 어릴 때 동창인 문환장이로구먼!”

숙태위는 겉봉을 뜯어 읽었다.

시생(侍生) 문환장, 손을 씻고 백배(百拜)하며 태위께 서신을 바칩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숙태위 댁을 출입한 지 어느덧 30년이 넘었습니다. 지난번에 고태위의 부름을 받고 군대로 가서 참모라는 큰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고태위는 제가 간하는 말을 따르지 않고 충언도 듣지 않아 세 번이나 패전하였으니, 말하기도 심히 부끄럽습니다.

저는 고태위와 함께 사로잡혀 묶인 몸이 되었는데, 의사 송공명은 관유인자하여 조금도 해를 가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고태위는 양산박의 소양과 악화를 데리고 경성으로 돌아가 초안을 청하기로 하고, 저는 이곳에 인질로 남았습니다.

상공께서는 수고를 아끼지 마시고 빨리 천자께 상주하여 초안의 은전을 속히 내리도록 해주십시오. 의사 송공명 등의 죄를 사면하고 은덕을 베푸시면, 큰 공을 세울 것입니다. 그리하면 나라를 위해서 다행이요, 천하 백성을 위해서도 다행일 것입니다. 아울러 저도 구원을 받을 것이니, 참으로 재생의 은혜를 입게 되는 것입니다. 삼가 글을 올리니, 밝게 살펴주십시오.

선화 4년 정월, 환장이 재배하고 바칩니다.

숙태위는 서신을 보고 나서, 크게 놀라며 물었다.

“넌 누구냐?”

연청이 대답했다.

“소인은 양산박의 낭자 연청입니다.”

연청은 바깥으로 나와서 가져온 상자를 서원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서 말했다.

“태위께서 화주에 향을 피우러 오셨을 때, 제가 태위를 모신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상공께서는 잊으셨겠지요. 여기 송강 형님이 바치는 작은 예물이 있습니다. 저희 형님의 성의를 표한 것입니다. 송강 형님은 매일 점을 보면서 태위께서 구제하러 오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송강 등이 바라는 바는 오직 태위께서 초안하러 오시는 겁니다. 상공께서 이 일을 천자께 상주해 주시면, 양산박 10만 명이 모두 큰 은혜에 감사드릴 것입니다. 송강 형님이 기한을 정해 주었기 때문에 소인은 이만 돌아가야겠습니다.”

연청은 절을 하고 부중을 나갔다. 숙태위는 금은보화를 거두고 천자께 아뢸 마음을 먹었다.

한편, 연청은 객점으로 돌아가 대종과 상의했다.

“두 가지 일은 그런 대로 한 것 같습니다. 이제 고태위 부중에 있는 소양과 악화를 어떻게 구출해야 할까요?”

대종이 말했다.

“우리가 예전처럼 시골사람으로 변장하고 고태위 부중 앞으로 가서 기회를 엿보자고. 부중에서 누군가 나오면 금은을 뇌물로 주어 소양과 악화를 만나게 해달라고 하는 거야. 소식을 통할 수만 있으면 뭔 수가 생기겠지.”

두 사람은 옷을 갈아입고 금은을 가지고 태평교로 갔다. 고태위 부중 앞에서 살펴보고 있는데, 한 젊은 우후가 거들먹거리며 안에서 나왔다. 연청이 앞으로 다가가 인사하자, 우후가 말했다.

“누구요?”

연청이 말했다.

“나리께 드릴 말씀이 있으니, 찻집으로 가시지요.”

두 사람은 찻집으로 들어가 대종을 만나 인사하고, 함께 앉아 차를 마셨다. 연청이 말했다.

“나리께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번에 태위께서 양산박에서 두 사람을 데리고 오셨는데, 그 가운데 악화라는 사람이 여기 계신 저희 형님의 친척입니다. 그를 한번 만나고 싶어 나리를 이렇게 모신 겁니다.”

우후가 말했다.

“그런 말 말게. 절당 깊은 곳에 있는데, 누가 만날 수 있단 말인가?”

대종이 소매 속에서 큰 은덩어리 하나를 꺼내 탁자 위에 놓으며 우후에게 말했다.

“족하께서 악화를 데리고 나와 한번만 만나게 해주시면 됩니다. 문 밖으로는 나오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면 이 은덩이를 족하께 드리겠습니다.”

우후는 재물을 보자 마음이 동해서 말했다.

“그 두 사람이 안에 있는 것은 맞소. 태위께서 명을 내려 뒤편 화원 안에 묵고 있소. 불러내 줄 테니, 말한 대로 이 은덩어리는 반드시 내게 주어야 하오.”

대종이 말했다.

“당연하지요.”

우후는 자리에 일어나 말했다.

“두 사람은 이 다방 안에서 기다리시오.”

우후는 급히 부중으로 들어갔다. 대종과 연청이 다방에서 기다리고 있으려니, 반 시간이 채 안 돼서 우후가 황급히 달려와 말했다.

“우선 은덩어리부터 내놓으시오. 악화는 이미 곁방에 데려다 놓았소.”

대종이 연청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여차여차 하라고 말한 다음, 우후에게 은덩어리를 내주었다. 우후는 은덩어리를 받고서, 연청을 데리고 곁방으로 가서 악화를 만나게 해주었다. 우후가 말했다.

“할 말이 있으면 빨리 하고 가시오!”

연청이 악화에게 말했다.

“대종 형님과 같이 왔는데, 계책을 세워서 두 사람을 구출해 주겠소.”

악화가 말했다.

“우리는 뒤편 화원 안에 묵고 있는데, 담장이 높아서 탈출할 수가 없습니다. 꽃가지 칠 때 쓰는 사다리도 감추어 버렸으니, 어떻게 탈출할 수 있겠습니까?”

“담장 옆에 나무가 없소?”

“주변에 큰 버드나무들이 둘러서 있습니다.”

“그럼 오늘밤 늦게 기침소리를 신호로 하여, 내가 바깥에서 밧줄 두 가닥을 담장으로 넘겨줄 테니 가까이 있는 버드나무에 묶도록 하시오. 우리 두 사람이 밖에서 밧줄을 당기고 있을 테니, 당신네 두 사람은 밧줄을 타고 밖으로 나오시오. 새벽 2시 무렵에 올 테니, 착오 없도록 하시오.”

방 밖에 있던 우후가 말했다.

“두 사람은 뭔 얘기를 그렇게 하시오? 빨리 끝내시오!”

악화는 안으로 들어가서 몰래 소양에게 계획을 알렸다. 연청은 급히 대종에게 가서 계획을 얘기했다. 연청과 대종은 거리에서 튼튼한 밧줄 두 개를 사서 몸에 감추었다. 그리고는 고태우 부중의 뒤편 외진 곳으로 가서 살펴보았다. 부중 뒤에는 강이 하나 흐르고 있고, 강변에는 기슭에서 멀지 않은 곳에 빈 배 두 척이 묶여 있었다. 두 사람은 빈 배 안에 들어가 숨어 있었다.

시간이 점점 흘러 마침내 새벽 2시를 알리는 북소리가 들려오자, 두 사람은 기슭으로 올라왔다. 담장 곁에 가서 기침을 하자, 안에서도 기침소리가 들렸다. 연청은 밧줄을 담장 너머로 던졌다. 안에서 밧줄을 나무에 묶기를 기다렸다가, 두 사람은 바깥에서 밧줄을 당겼다. 밧줄이 팽팽하게 당겨지자, 악화가 먼저 밧줄을 타고 나오고 뒤이어 소양이 나왔다. 두 사람이 다 나오자, 밧줄을 담장 안으로 던져 넣었다.

네 사람은 객점으로 돌아가 행장을 수습하고, 밥을 지어 먹은 다음 숙박비를 지불했다. 네 사람은 성문 근처에 가서 기다렸다가, 성문이 열리자 밖으로 나가 양산박을 향해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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