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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189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7.04|조회수53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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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제82회-2

숙태위가 말했다.

“나는 여러 의사들이 충의의 마음을 지니고서 하늘을 대신해 도를 행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천자의 좌우에 있으면서도 감히 아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번에 문참모의 서신과 여러분의 후한 예물을 받고서야 비로소 충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천자께서 피향전에 납시어 저와 한담을 나누신 적이 있었는데, 천자께서 의사들에 관해 물으시기에 내가 사정을 아뢰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천자께서는 이미 자세한 사정을 알고 계셨고, 내가 아뢴 내용과 같았습니다.

다음 날, 천자께서 문덕전에 납시어 백관 앞에서 동추밀을 통렬하게 문책하시고, 고태위가 누차 공을 세우지 못했음을 꾸짖었습니다. 그리고는 문방사구를 가져오게 하여 친히 어필로 조서를 쓰시고, 나를 이곳 산채로 보내 두령들을 불러오라고 하셨습니다.

번거롭더라도 의사들은 빨리 일을 수습하고 동경으로 가서, 천자께서 초안하시는 뜻을 어기지 않도록 하시오.”

두령들은 모두 기뻐하면서 절을 올리고 감사해 마지않았다. 예가 끝나자, 장태수는 공무를 핑계대고 태위와 작별하고 제주성으로 돌아갔다.

송강은 문참모를 불러내 숙태위와 만나게 하였다. 두 사람은 옛정을 나누며 기뻐하였고, 충의당은 환희로 가득 찼다. 숙태위를 가운데 좌정하게 하고 문참모를 마주앉게 하고서, 두령들은 충의당 위아래에 서열대로 앉아 크게 연회를 열었다. 술잔을 돌려가며 마시고, 충의당 앞에서는 크게 풍악을 울렸다. 비록 용이나 봉황의 고기는 없었지만 고기가 산처럼 쌓이고 술이 바다처럼 넘쳐났다. 그날 모두 마음껏 마시고 크게 취한 후에 각자 처소로 가서 쉬었다.

다음 날 또 연회를 열어, 각기 속마음을 털어놓고 평생 품은 뜻을 얘기했다. 사흘째에도 다시 연석을 마련했으며, 숙태위를 청하여 산 경치를 구경하며 놀다가 밤이 되어서야 모두 취해서 해산하였다.

어느덧 며칠이 지나자, 숙태위는 돌아가고자 했다. 송강 등이 만류하자, 숙태위가 말했다.

“의사들은 속사정을 잘 모를 것이오. 내가 천자의 칙명을 받들어 이곳에 온 지 며칠이 지났는데, 영웅들이 기꺼이 귀순의 뜻을 밝혀 대의를 성취했소. 하지만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간신들이 시기하여 또 다른 의논을 내놓을까 두렵소.”

송강이 말했다.

“그렇다면 굳이 만류하지 않겠습니다. 단 오늘만 취하도록 마시고 내일은 아침 일찍 산 아래까지 내려가 상공을 전송하겠습니다.”

대소 두령들을 모두 모아 연회를 열고, 술을 마시면서 모두 숙태위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숙태위는 좋은 말로 두령들을 위로하였다. 밤이 되어 연회를 마치고 헤어졌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수레와 말을 준비해 놓고 송강은 금은보화 한 쟁반을 가지고 숙태위의 숙소로 갔다. 송강이 재배하고 금은보화를 바쳤지만, 숙태위는 받지 않으려 했다. 송강이 재삼 권하자 비로소 받았다. 숙태위는 행장을 수습하여 출발 준비를 했다. 숙태위를 따라온 사람들도 며칠 동안 주무와 악화가 잘 대접하고 또 금은과 비단을 후하게 주었기 때문에 모두 기뻐하였다.

송강은 문참모에게도 금은보화를 주었지만, 문참모 역시 받으려 하지 않았다. 송강이 억지로 권하자, 할 수 없이 받았다. 송강은 문참모도 숙태위를 따라 함께 경성으로 돌아가도록 했다. 양산박 대소 두령들은 풍악을 울리면서 산 아래로 내려와 금사탄을 건너 30리까지 따라오며 숙태위를 전송하였다. 두령들은 모두 말에서 내려 숙태위에게 술잔을 들어 올리며 작별인사를 했다. 송강이 먼저 술잔을 잡고 말했다.

“태위께서 돌아가 천자를 뵈면 잘 말씀해 주십시오.”

숙태위가 말했다.

“의사는 마음 놓으시고, 빨리 일을 수습하여 경성으로 올라오는 것이 상책이오. 군마가 경성에 당도하면 먼저 사람을 내게 보내 알려주시오. 그러면 내가 천자께 아뢰어 신표를 가진 사신을 보내 맞이하도록 하겠소. 그렇게 해야 공적인 일이 될 것이오.”

송강이 말했다.

“상공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저희 양산박은 왕륜이 개창한 후 조개를 걸쳐 지금의 송강에 이르기까지 몇 년이 지나면서, 부근의 주민들에게 끼친 해가 적지 않습니다. 저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산채의 모든 재물을 열흘 안에 시장에서 팔고 뒷정리를 한 다음 경성으로 갈까 합니다. 혹 시간이 지체될 수도 있으니, 태위께서는 천자께 잘 말씀드려 기한을 넉넉하게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숙태위는 응낙하고, 두령들과 작별한 뒤 일행을 거느리고 제주로 떠나갔다.

송강은 산채로 돌아와 북을 울려 두령들을 모두 충의당으로 불러 모았다. 대소 두령들이 자리에 앉고, 군사들도 모두 충의당에 모이자 송강이 말했다.

“형제들은 들으시오. 왕륜이 산채를 개창한 이래 조천왕께서 새로 건업하시어 이처럼 흥왕하게 되었소. 내가 강주에서 여러 형제들의 구원을 받아 이곳으로 와서 첫째 두령의 자리에 앉은 것도 여러 해가 되었소. 오늘 기쁘게도 조정의 초안을 받아 다시 하늘의 밝은 태양을 보게 되었으니, 조만간 경성으로 올라가 국가를 위해 힘을 다해야 할 것이오. 지금 여러분이 창고의 공용물을 가져간 것이 있으면 다시 창고로 되돌려놓고, 그 외의 것들은 균등히 나누어 가지도록 하시오.

우리 108인은 위로 하늘의 별자리에 응하는 사이이므로 생사를 함께 합니다. 이제 천자께서 관대한 은혜로 조서를 내려 죄를 사면하고 초안하셨으므로, 우리는 모두 과거에 지은 죄로부터 풀려났습니다. 우리 108인은 조만간에 경성으로 올라가 천자를 알현할 것이니, 천자의 큰 은혜를 저버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여러 군사들은 스스로 산으로 들어와 우리를 따른 사람도 있고, 관군이었는데 사로잡힌 사람도 있고, 끌려온 사람도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초안을 받아 모두 조정으로 가는데, 우리를 따라가기를 원하는 사람은 명단에 이름을 올려 함께 갈 것이고, 따라가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재물을 나눠주고 산을 내려가 가게 해주겠소. 원하는 대로 하시오.”

송강은 호령을 내린 후, 배선과 소양으로 하여금 명단을 작성하게 했다. 삼군의 군사들은 각각 상의했는데, 떠나겠다는 사람이 4~5천 명이었다. 송강은 그들에게 돈과 재물을 나누어주어 떠나가게 하고, 따라가겠다는 자들은 군대에 편성하였다.

다음 날, 송강은 소양에게 고시문을 쓰게 하고 사람들을 사방으로 보내 고을마다 붙이게 하였다.


양산박 의사 송강 등은 대의로써 사방에 알립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산림에 모여 사방 백성에게 많은 괴로움을 끼쳤는데, 이제 다행히 천자께서 두터운 은덕을 베푸시어 우리의 죄를 사면한다는 조서를 특별히 내리시고 초안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조만간 조정에 귀순할 것인데, 백성에게 달리 사례할 길이 없어 산에서 열흘간 장을 열어 우리가 가진 재물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이상히 여기지 말고 물건 값을 적절히 가져오면 일일이 보답할 것이며 결코 속이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특별히 고시하니, 원근의 주민들은 의심하거나 피하지 말고 찾아와 주면 다행으로 여기겠습니다.

선화 4년 3월 양산박 의사 송강 등이 삼가 청합니다.

소양이 고시문을 쓰자, 송강은 사람들을 사방 고을로 보내 곳곳에 붙이게 하였다. 창고 안에 있던 금은보화와 비단 등을 꺼내 두령들과 군사들에게 일부 나누어주고, 또 일부는 나라에 바칠 예물로 남겨두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전부 산채에 쌓아두고, 10월 3일부터 10월13일까지 팔게 하였다. 소와 양을 잡고 술을 빚어 산채에 물건 사러 오는 사람들을 대접할 준비를 했다.

정한 날이 되자 사방의 주민들이 보따리를 메고 상자를 짊어지고 구름같이 산채로 몰려들었다. 송강은 명을 내려 같은 값에 물건을 10배 더 주게 하였다. 사람들은 모두 기뻐하며 감사하고 산을 내려갔다. 그렇게 열흘 동안 물건을 팔고, 열흘이 지나자 장을 끝냈다.

송강은 명을 내려 행장을 수습하여 경성으로 떠날 준비를 하라고 이르고, 가족들은 모두 고향으로 보내라고 하였다. 오용이 간했다.


“형님!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가족들은 일단 산채에 남아 있게 해야 합니다. 우리가 조정으로 가서 천자를 뵙고 은혜를 받은 이후에 가족들을 고향으로 보내도 늦지 않을 겁니다.”

송강이 말했다.

“군사의 말씀이 옳소.”

다시 명을 내려 두령들은 출발 준비를 하고 군사를 정돈하라고 하였다. 송강 등이 제주에 당도하여 태수 장숙야에게 인사하자, 태수는 연회를 열어 두령들을 대접하고 삼군의 인마에도 상을 내려 위로하였다 송강 등은 장태수를 작별하고 동경을 향해 나아가면서, 먼저 대종과 연청을 숙태위에게 보내 알리게 하였다.

태위는 소식을 듣고 즉시 궁궐로 들어가 천자에게 아뢰었다.

“송강 등이 군마를 이끌고 경성으로 오고 있습니다.”

천자는 크게 기뻐하며, 어가지휘사 한 사람에게 깃발과 신표를 주어 숙태위와 함께 성을 나가 맞이하게 하였다.

한편, 송강의 군마는 질서정연하였다. 두 개의 깃발을 앞세웠는데, 각각 ‘순천(順天)’과 ‘호국(護國)’이라고 쓰여 있었다. 네 사람을 제외하고 모든 두령들은 갑옷을 입었다. 오학구는 윤건(綸巾)을 쓰고 우복(羽服)을 입은 선비 차림이었고, 공손승은 학창의와 도포를 입은 도사 차림이었다. 노지심은 붉은 승복을 입었고, 무송은 검은 장삼을 입었다.

며칠 동안 행군하여 동경성 밖에 당도하자, 어가지휘사가 신표를 가지고 맞이하러 나왔다. 송강이 여러 두령들을 거느리고 나아가 숙태위를 만났다. 군마는 신조문 밖에 주둔하고 천자의 명을 기다렸다.

숙태위와 어가지휘사가 성으로 들어가 천자에게 아뢰었다.

“송강의 군마가 신조문에 주둔하여 폐하의 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천자가 말했다.

“과인은 양산박의 송강 등 108인이 위로 하늘의 별자리에 응하며 모두 용맹한 영웅이라고 들었다. 이제 귀순하여 경성에 이르렀으니, 과인이 내일 백관을 거느리고 선덕루에 올라가 보겠노라. 송강 등으로 하여금 무장을 갖추고 4~5백 마보군만 거느리고 성으로 들어와 동쪽에서 서쪽으로 지나가도록 하라. 과인도 친히 그들을 살펴보겠지만, 성안의 군사와 백성도 그들이 영웅호걸이요 나라의 훌륭한 신하가 되었음을 알게 하라. 그런 후에 무장을 해제하고 하사한 비단전포로 갈아입고서 동화문을 통과해 문덕전으로 와서 알현하게 하라.”

어가지휘사는 즉시 양산박의 영채로 가서 송강 등에게 천자의 뜻을 전했다.

다음 날, 송강은 명을 내려 철면공목 배선으로 하여금 표범 같은 보군 5백 명을 선발하게 하였다. 깃발과 징·북을 앞세우고, 창칼과 도끼 등 무기 등이 뒤를 따르고, 가운데에는 ‘순천’과 ‘호국’의 두 붉은 깃발을 세우게 하였다. 군사들은 모두 갑옷을 입고 칼을 차고 활을 메고서 대오를 지어 동곽문으로 들어갔다.

동경의 백성과 군사들도 노인을 부축하고 어린아이 손을 이끌고 길가에 나와서 구경하는데, 마치 천신(天神)을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때 천자가 백관을 거느리고 선덕루에서 난간에 기대어 굽어보고 있었다. 앞에는 깃발과 징·북을 벌려 세우고, 창칼과 도끼 등 무기들이 대오를 지어 그 뒤를 따르는데, 가운데는 백마를 탄 마군들이 ‘순천’과 ‘호국’이라고 쓴 두 개의 붉은 깃발을 들고 있었다. 대열 바깥에는 2~30기의 기마병들이 북을 울리고, 그 뒤를 여러 호걸들이 무리를 지어 따라가고 있었다.

108 두령의 별호를 보면 참으로 다양했다. 우선 신령한 별호도 있었으니, 성인(聖人), 신선(神仙), 나타(那吒), 금강(金剛), 염라(閻羅), 판관(判官), 문신(門神), 태세(太歲), 야차(夜叉), 귀신[鬼], 마왕[魔]이 있었다.

비천대성(飛天大聖; 하늘을 나는 대성인) 이곤

철적선(鐵笛仙; 쇠피리 부는 신선) 마린

팔비나타(八臂那吒; 팔이 여덟 개인 불가의 수호신 나타) 항충

운리금강(雲裏金剛; 구름 속의 금강역사) 송만

활염라(活閻羅; 살아있는 염라대왕) 완소칠

최명판관(催命判官; 목숨을 재촉하는 재판관) 이립

상문신(喪門神; 재앙의 신) 포욱

입지태세(立地太歲; 건드리면 화를 불러일으키는 귀신) 완소이

모야차(母夜叉; 야차 같은 여인) 손이랑

적발귀(赤髮鬼; 붉은 머리털 귀신) 유당

조도귀(操刀鬼; 칼 잘 쓰는 귀신) 조정

혼세마왕(混世魔王; 세상을 어지럽히는 마왕) 번서

짐승과 관련된 별호도 있었으니, 작은 범[彪], 표범[豹], 기린(麒麟), 사자[狻猊], 들개[犴狴], 금시(金翅), 독수리[雕], 거북[龜], 원숭이[猿], 개[犬], 쥐[鼠], 뱀[蛇], 전갈[蝎]이 있었다.

금안표(金眼彪; 금빛 눈의 범) 시은

표자두(豹子頭; 표범 머리) 임충

금표자(錦豹子; 표범 같은 사나이) 양림

금전표자(金錢豹子; 동전 무늬가 있는 표범) 탕륭

옥기린(玉麒麟) 노준의

화안산예(火眼狻猊; 붉은 눈을 지닌 사자) 등비

정목안(井木犴; 文을 관장하는 들개) 학사문

마운금시(摩雲金翅; 구름에 오른 금시조) 구붕

박천조(撲天雕; 하늘로 날아오르는 독수리) 이응

구미귀(九尾龜; 꼬리가 아홉인 거북) 도종왕

통비원(通臂猿; 긴 팔 원숭이) 후건

금모견(金毛犬; 머리털이 붉은 개) 단경주

백일서(白日鼠; 대낮에 돌아다니는 쥐) 백승

양두사(兩頭蛇; 머리가 둘인 뱀) 해진

백화사(白花蛇; 흰 구렁이) 양춘

쌍미갈(雙尾蠍; 꼬리가 둘인 전갈) 해보

한지홀률(旱地忽律; 마른 땅의 악어) 주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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