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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195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7.07|조회수48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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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제85회-1

구양시랑이 아뢰었다.

“송강의 무리는 모두 양산박의 영웅호걸들입니다. 하지만 지금 송나라는 채경·동관·고구·양전 네 간신이 동자황제를 둘러싸고 멋대로 권력을 휘둘러 현인을 시기하고 유능한 자를 질투하여 길을 가로막고서, 자신들과 친하지 않으면 승진시키지 않고 뇌물을 바치지 않으면 등용하지 않고 있으니, 어찌 그들을 받아들이겠습니까?

신의 어리석은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주군께서 그들에게 관작을 내리고 재물을 하사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신이 사신으로 가서 그들이 우리 대요국(大遼國)에 투항하도록 설득하겠습니다. 만약 주군께서 저들의 군마를 얻게 된다면, 중원을 얻는 것은 손바닥 뒤집는 것처럼 쉬울 것입니다. 신이 감히 멋대로 결단할 수 없는 일이니, 주군께서 살피시기 바랍니다.”

요주(遼主)가 말했다.

“그대의 말이 옳소. 그대가 사신이 되어 108필의 준마와 108필의 비단을 가지고 가서, 과인의 칙령으로 송강을 진국대장군(鎮國大將軍) 겸 모든 병마를 거느리는 대원수에 봉하고 금은을 하사하여 신표로 삼게 하라. 그리고 두령들의 성명도 모두 기록해 와서 전부 관작을 봉하도록 하라.”

그때 반열에서 올안 도통군(都統軍)이 나와 아뢰었다.

“송강의 무리는 도적놈들인데, 그놈들을 초안해서 무얼 하시겠습니까? 저의 수하에는 28수(宿)의 장군과 11요(曜)의 대장을 비롯하여 맹장과 강병이 무수히 있으니, 어찌 그놈들을 이기지 못할까 걱정하겠습니까? 만약 저 오랑캐 놈들이 물러나지 않는다면, 제가 직접 가서 저놈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겠습니다.”

요주가 말했다.

“그대도 호걸이요 호랑이이니, 저들을 더한다면 호랑이에게 두 날개가 생기는 것과 같을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그대는 이 일을 막지 말라.”

요주가 올안의 말을 듣지 않으니, 그 누구도 감히 다시 말하지 못했다. 원래 올안광 도통군은 요나라 제일의 상장(上將)으로 18반 무예에 능통하지 않는 것이 없고 병서와 전략에도 모두 익숙하였다. 나이는 35~6세인데, 체격이 당당하고 풍모가 늠름하였으며, 키는 8척이 넘고 얼굴은 희고 입술은 붉으며 수염은 누렇고 눈은 푸르러 위의가 있고 용맹하였다. 전장에 나서면 한 자루 혼철점강쟁(渾鐵點鋼鎗)을 잘 썼고, 싸움이 한창 무르익으면 불시에 허리에서 네모진 채찍인 철간(鐵簡)을 꺼내 휘둘렀는데, 실로 만 사람도 당하지 못할 용맹을 지니고 있었다.

한편, 구양시랑은 요나라 군주의 칙서와 많은 예물 및 준마를 가지고 계주로 갔다. 송강은 계주에서 군사들을 쉬게 하고 있었는데, 요나라 사신이 왔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알 수 없어 구천현녀가 준 천서를 꺼내 점을 쳐 봤더니, 아주 좋은 점괘가 나왔다. 송강은 오용을 불러 상의하며 말했다.


“아주 좋은 점괘가 나왔소. 요나라가 우리를 초안하려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어찌하는 것이 좋겠소?”

오용이 말했다.

“만약 그렇다면, 저들의 계책을 역이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일단 저들의 초안을 받아들이고, 계주는 노선봉에게 맡기고 우리는 패주를 취합시다. 패주를 얻는다면 요나라를 격파하는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단주를 취하여 요나라의 왼팔을 꺾어 놓은 셈이니, 이는 쉬운 일입니다. 다만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않는 척하다가 나중에 받아들여야 저들이 의심하지 않을 겁니다.”

한편, 구양시랑이 성 아래에 당도하자, 송강은 성문을 열고 받아들이라고 명하였다. 구양시랑이 성중으로 들어와 관아 앞에서 말을 내리고 대청으로 올라왔다. 예를 마친 다음, 주객을 나누어 좌정하고서 송강이 물었다.

“시랑께서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구양시랑이 말했다.

“긴히 드릴 말씀이 있으니, 좌우를 물리쳐 주십시오.”

송강은 좌우를 물리치고 후당 깊숙한 곳으로 구양시랑을 데리고 들어갔다. 구양시랑은 후당으로 들어오자, 고개를 숙이며 송강에게 말했다.

“우리 대요국에서는 장군의 큰 이름을 오래 전부터 들어왔으나, 산수가 가로막혀 존안을 뵈올 기회가 없었습니다. 또 장군께서 양산박 산채에 계실 때 하늘을 대신하여 도를 향하며 여러 형제들이 동심협력했다는 것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송나라 조정에서는 간신들이 어진 이의 길을 가로막고, 뇌물을 바치는 자만 고관으로 중용하고 뇌물을 바치지 않는 자는 나라에 큰 공을 세워도 등용하지 않고 매장시켜 버리고 있습니다.

그처럼 간신배들이 권력을 농단하고 아첨과 참소를 일삼아, 어진 이와 유능한 자를 시기질투하며 상벌이 분명하지 않으니 천하가 크게 혼란해지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강남·양절·산동·하북에 도적들이 봉기하여 양민들은 도탄에 빠져 살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지금 장군께서는 10만의 정병을 거느리고 충심으로 조정에 귀순하였지만, 겨우 선봉이라는 직책을 얻었을 뿐 아무런 관작도 받지 못했습니다. 여러 형제들도 나라를 위해 힘을 다하고서도 아무 관작도 받지 못한 채 사막까지 와서 이런 고생을 하면서 공을 세우고 있는데도, 조정에서는 아무런 은혜도 베풀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이 모두 간신들의 계책입니다. 만약 도중에 노획한 금은보화를 채경·동관·고구·양전 네 간신에게 뇌물로 바치면 관작을 얻고 천자의 은혜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장군께서 충심으로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여 큰 공을 세우더라도, 조정에 돌아가면 도리어 죄인으로 몰리게 될 것입니다.

저는 지금 장군을 요나라 진국대장군 겸 병마대원수로 봉한다는 대요국 군주의 칙명을 받들고 왔습니다. 그리고 금은과 비단 108필, 명마 108기를 하사하시고, 108두령의 성명을 적어 내면 모두 관작을 내리겠다고 하셨습니다.

이는 결코 장군을 꾀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저희 군주께서 오래 전부터 장군의 큰 덕을 들어 왔기 때문에 특별히 저를 보내 장군과 여러 장병들을 청하여 한 마음으로 협력하여 본국을 돕게 하기 위함입니다.”

송강이 대답했다.

“시랑의 말씀이 극히 옳습니다. 하지만 송강은 출신이 미천한 운성현의 아전인데, 죄를 짓고 도망쳐서 잠시 양산박에 숨어서 재난을 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송나라 천자께서 세 번이나 조서를 내려 죄를 사면하고 초안하셨습니다. 비록 지금 관직은 낮지만, 아직 죄를 사면해 준 조정의 은혜를 갚을 만한 공을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요나라 군주께서 높은 관작과 무거운 상을 내려주셨지만, 감히 받을 수 없습니다. 시랑께서는 일단 돌아가십시오. 지금은 날씨가 너무 무더워 군마가 휴식을 취하게 해야 하므로 잠시 요나라의 두 성을 빌려 머물고자 합니다. 선선한 가을이 오면 다시 상의하십시다.”

구양시랑이 말했다.

“장군께서는 버리지 마시고 일단 요왕께서 보낸 금은과 비단 및 명마를 받아 두십시오. 제가 돌아갔다가 다시 와서 천천히 의논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송강이 말했다.

“시랑께서는 우리 108명을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이목(耳目)이 많은데, 혹 소식이 새나가기라도 한다면 화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병권이 모두 장군의 손 안에 있는데, 누가 감히 복종하지 않겠습니까?”

“시랑께서는 우리의 속사정을 잘 모르실 겁니다. 형제들 중에는 성품이 강직한 용사들이 많습니다. 제가 그들을 잘 달래서 한 마음이 된 다음에 천천히 얘기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송강은 술과 안주를 마련하여 구양시랑을 대접하고, 성 밖에까지 나가 전송했다. 송강은 오용을 불러 상의하며 말했다.

“좀 전에 요나라 시랑이 한 말을 어떻게 생각하시오?”

오용은 송강의 말을 듣고 길게 탄식하면서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송강이 물었다.

“군사는 무슨 까닭으로 그렇게 탄식하시오?”

오용이 대답했다.

“저 나름대로 생각이 났습니다만, 형님께서 오로지 충의만을 생각하시니 제가 감히 다른 말씀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구양시랑이 한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지금 송나라 천자는 현명하지만, 채경·동관·고구·양전 네 간신이 권력을 농단하고 주상께서는 그들을 너무 믿고 계십니다.

그러니 우리가 설혹 공을 세운다 하더라도 필시 상을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세 번이나 초안을 받았지만, 형님은 선봉이라는 이름뿐인 직책만 얻었을 뿐입니다. 저의 어리석은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송나라를 버리고 요나라를 따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형님의 충의지심을 저버리기가 어려울 뿐입니다.”

송강이 말했다.

“군사가 틀렸소! 만약 요나라를 따를 생각이었다면, 이 일을 결코 제기하지 않았을 것이오. 끝내 송나라 조정이 나를 저버린다 하더라도 나의 충심은 송나라를 저버릴 수 없소. 훗날 비록 상을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청사(靑史)에 이름을 남기게 될 것이오. 만약 바른 길을 배반하고 그릇된 길을 따른다면 하늘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오! 우리는 죽을 때까지 나라에 충성해야 하오!”

오용이 말했다.

“형님께서 오로지 충의만을 생각하신다면, 이 일을 이용해서 패주를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날이 너무 무더우니, 잠시 군마를 쉬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송강과 오용은 계책이 정해지자,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계주에 주둔하면서 더위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날, 공손승과 군중에서 한담을 나누다가 송강이 물었다.

“아우의 사부이신 나진인께서는 이 시대의 고사(高士)라고 들었네. 전에 고당주를 칠 때, 고렴의 요술을 깨기 위해 아우를 찾으려고 대종과 이규를 보내지 않았나? 그때 그들이 말하기를, 나진인의 술법이 아주 영험하다고 하였네. 번거롭겠지만, 아우가 내일 나를 사부님께 인도해 주지 않겠나? 분향하고 참배하여 세속의 먼지를 씻고 싶네. 자네 뜻은 어떤가?”

공손승이 말했다.

“빈도도 노모와 스승님을 뵙고 싶었으나, 형님께서 아직 군마를 주둔할 곳을 정하지 못하신 것 같아 감히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오늘 마침 형님께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생각지도 않게 형님께서 먼저 말씀하셨네요. 내일 아침 일찍 함께 가서 스승님께 참배하시지요. 빈도도 노모를 뵙고 오겠습니다.”

다음 날, 송강은 군사 오용에게 잠시 군마를 맡기고 향과 과일, 금은보화와 비단 등을 수습하여 화영·대종·여방·곽성·연순·마린과 5천 보졸을 데리고 공손승과 함께 이선산 구궁현을 향해 떠났다. 계주를 떠나 점점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니, 푸른 소나무가 빽빽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니 전혀 덥지 않았다. 참으로 경치가 좋은 아름다운 산이었다. 공손승이 말했다.

“이 산은 어비산이라 합니다.”

송강은 공손승과 함께 자허관(紫虛觀)에 당도하여 말에서 내리고 의관을 정제했다. 향과 예물을 들고 학헌(鶴軒)으로 가니 도인들이 공손승을 보고 예를 올렸다. 공손승이 물었다.

“스승님은 어디 계십니까?”

도인들이 말했다.

“스승님께서는 뒤채로 물러나 조용히 좌선하시면서 자허관에는 잘 나오시지 않습니다.”

공손승은 송강과 함께 뒷산의 거처로 갔다. 자허관을 돌아 험한 오솔길을 따라가고 구불구불한 층계를 한참 올라가니, 가시나무 울타리가 나타났다. 울타리 밖에는 모두 푸른 소나무와 잣나무가 울창하고 울타리 안에는 예쁜 꽃들이 가득 피어 있었다. 가운데 세 칸 짜리 초암에 나진인이 단정히 앉아서 경을 읽고 있었다. 동자가 손님이 온 것을 보고 문을 열어 맞아들였다. 공손승이 초암 앞에 나아가 절을 하고 아뢰었다.

“제자의 오랜 친구인 산동의 송공명이 초안을 받고 칙명을 받들어 선봉이 되어 병력을 거느리고 요나라를 치기 위해 지금 계주에 왔습니다. 특별히 스승님께 참배하기 위해 이렇게 왔습니다.”

나진인은 송강을 안으로 들어오게 하였다. 송강이 초암 앞으로 가자, 나진인이 계단을 내려와 영접하였다. 송강이 나진인에게 좌정하고 인사를 받으라고 재삼 간청하자, 나진인이 말했다.

“장군께서는 국가의 상장(上將)이시고 빈도는 산야의 촌부인데,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송강이 굳이 겸양하며 예배하겠다고 하자, 나진인은 할 수 없이 자리에 앉았다. 송강은 먼저 향로에 향을 피운 다음 여덟 번 절을 올렸다. 그리고 화영 등 여섯 두령들도 절을 올리게 하였다. 나진인은 모두 자리에 앉게 하고, 동자에게 차와 과일을 내오게 하였다. 나진인이 말했다.

“장군께서는 위로는 별의 우두머리이며 바깥으로는 여러 별들과 화합하여 함께 하늘을 대신해 도를 행하였습니다. 이제 송나라 조정에 귀순하였으니, 그 깨끗한 이름이 만 년 간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송강이 말했다.

“저는 운성현의 아전으로서 죄를 짓고 산으로 도망쳤는데, 감사하게도 사방의 호걸들이 바람에 불려오듯 모여들어 서로 돕게 되었습니다. 그 은혜는 골육과 같고 정은 팔다리와 같습니다. 하늘이 알려주어 비로소 천강성과 지살성이 서로 응하여 한곳에 모이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조칙을 받들어 대군을 거느리고 요나라를 정벌하러 왔는데, 이렇게 선경(仙境)을 지나게 된 것은 전생의 인연이 있는 것 같아 참배하러 오게 되었습니다. 진인께서 저희들의 앞날을 가르쳐 주시면 그보다 더한 다행이 없을 것입니다.”

나진인이 말했다.

“장군께서는 저를 버리지 않으시고 몸을 굽혀 하문하셨는데, 출가인이 세속과 멀어진 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마음은 이미 식은 재와 같아 충성을 다할 수 없으니, 너무 나무라지 마십시오.”

송강이 재배하고 다시 가르침을 구하자, 나진인이 말했다.

“장군께서는 잠시 앉아 계시다가 소찬이라도 드십시오. 날이 이미 저물었으니 산속 초당에서 하룻밤 묵으시고 내일 아침에 돌아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저는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아 어리석음에서 깨어나고자 왔으니, 어찌 그냥 돌아갈 수 있겠습니까?”

종자들을 불러 금은보화와 비단 등의 예물을 나진인에게 바치게 하였다. 나진인이 말했다.

“빈도는 산간벽지에 사는 촌늙은이로서 집안에만 기거하고 있으니, 이런 금은보화를 받아도 쓸 데가 없습니다. 또 베옷으로 몸을 가리고 있으니, 비단이 있어도 걸칠 데가 없습니다. 장군께서는 수만 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계시니, 상도 많이 주어야 하고 날마다 소비하는 양도 많을 것입니다. 이 물품들은 도로 가져가십시오.”

송강이 재배하면서 받아주기를 청했지만, 나진인은 한사코 받지 않았다. 잠시 후 밥을 먹고 차를 마셨다. 나진인은 공손승에게 집에 가서 노모를 찾아뵙고 내일 아침 돌아와서 송강과 함께 계주성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그날 밤 송강은 초당에 유숙하면서 한담을 나누다가, 마음속에 들어 있는 일을 자세히 나진인에게 말하고 가르침을 구하였다. 나진인이 말했다.

“장군의 충의지심은 천지와 함께 할 것이니, 신명도 필시 보우하실 것입니다. 훗날 살아서는 제후에 봉해질 것이고, 죽어서는 사당에서 봉양을 받을 것이니, 결코 의심하지 마십시오. 다만 장군의 일생은 박명(薄命)하여 모든 것이 다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제가 선종(善終)할 수 없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장군께서는 침상에서 죽음을 맞이할 것이며, 죽은 후에는 묘에 안장될 것입니다. 다만 생명이 짧을 뿐이고, 하는 일마다 어려움이 많고 즐거움이 적을 것입니다. 뜻을 얻었을 때 마땅히 물러나시고, 결코 부귀에 연연하지 마십시오.”

“스승님! 부귀는 제가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 다만 형제들이 항상 모여 살고, 비록 빈천하더라도 만족할 줄 안다면 더 이상의 안락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나진인이 웃으며 말했다.

“기한이 되면 어찌 뜻대로 머물 수 있겠소?”

송강이 재배하고 법어를 구하자, 나진인이 동자에게 지필묵을 가져오게 하여 여덟 구절의 법어를 써서 주었다.


忠心者少 충심 있는 자는 적고

義氣者稀 의기 있는 자는 드물다.

 幽燕功畢 유연(幽燕)에서 공 이루어도

明月虛輝 밝은 달은 헛되이 빛난다.

 始逢冬暮 한겨울 만나게 되면

鴻雁分飛 기러기 떼 흩어져 날고

 吳頭楚尾 오나라와 초나라 사이에서

官祿同歸 관작과 봉록이 함께 돌아가리.


송강은 법어를 보고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어, 재배하고 말했다.

“스승님께서 해석해 주셔서 저의 어리석음을 인도해 주십시오.”

나진인이 말했다.

“이는 천기(天機)이니 누설해서는 안 됩니다. 훗날 때가 되면 장군께서 스스로 알게 될 것입니다. 밤이 깊었으니 장군께서는 자허관으로 가서 하룻밤 묵으시고 내일 다시 봅시다. 빈도는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해 다시 꿈속으로 들어가야겠습니다. 장군께서는 나무라지 마십시오.”

송강은 법어를 품속에 간직하고, 나진인을 작별하고 자허관으로 가서 방장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다음 날 아침 송강이 나진인을 뵈러 가니, 그때 공손승은 이미 초암에 와 있었다.

나진인은 조반을 가져오게 하여 대접했다. 식사가 끝나자 나진인이 다시 송강에게 말했다.

“장군께 빈도가 한 말씀 아뢰겠습니다. 이 제자 공손승은 본래 빈도를 따라 산중으로 출가하여 속세의 먼지를 멀리 끊어야 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인데, 다른 한편 별자리의 인연을 타고나서 그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속세의 인연은 짧고 도를 행해야 할 날은 깁니다. 오늘 이곳에 남겨 빈도를 따르게 하고 싶지만, 형제들과의 지난 정분을 보아 그럴 수는 없겠습니다.

오늘은 장군을 따라가 큰 공을 세우도록 하고, 개선가를 부르며 경성으로 돌아오게 되면 그때는 장군께서 놓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첫째는 빈도가 도를 전해 주어야 할 사람이고, 둘째는 노모가 더 이상 문에 기대어 기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장군께서는 충의지사이니 반드시 충의의 행동을 하실 것입니다. 장군께서는 빈도의 뜻을 따라주시겠습니까?”

송강이 말했다.

“스승님의 가르침을 제자가 어찌 감히 듣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공손승 선생은 송강의 형제이니, 그가 머물거나 가는 것을 어찌 막을 수 있겠습니까?”

나진인은 공손승과 함께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장군께서 허락하시니 감사합니다.”

송강 일행이 모두 나진인에게 절을 올리고 작별인사를 했다. 나진인은 암자 밖에까지 나와 송강 일행을 전송하며 말했다.

“장군께서는 몸을 잘 보중하시고 빨리 공을 세워 제후에 봉해지시기를 바랍니다.”

송강이 작별인사를 하고 자허관 앞으로 나오자, 종자들이 말을 끌고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도인들은 자허관 밖에까지 나와 송강 일행을 배웅했다. 송강은 산중턱 평평한 곳까지 말을 끌고 와서, 일행과 함께 말에 올라 계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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