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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197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7.08|조회수57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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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제86회-1

하통군의 이름은 중보인데, 요나라 올안 도통군 아래에서 부통군의 직책을 맡고 있었다. 신장은 10척이고 힘은 만 사람을 대적할 만한 한데, 요술을 잘 부렸으며 한 자루의 삼첨양인도(三尖兩刃刀)를 잘 썼다. 현재 유주를 지키고 있으며, 여러 방면의 군마를 총독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하중보가 요주에게 말했다.

“제가 지키고 있는 유주에 청석욕이란 곳이 있습니다. 들어갈 수 있는 길은 딱 한 길뿐인데, 사방이 모두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빠져나갈 데가 없습니다. 신이 10여 기를 이끌고 가서 그 오랑캐 놈들을 청석욕 안으로 유인한 다음 군마로 입구를 막아 버리면, 그놈들은 앞으로 나아갈 길도 없고 뒤로 물러날 길도 없어 필시 굶어 죽게 될 것입니다.”

올안 도통군이 말했다.

“그런데 그놈들을 어떻게 유인한단 말인가?”

하통군이 말했다.

“그놈들은 우리의 큰 고을을 세 군데나 빼앗아, 기고만장(氣高萬丈)하여 필시 유주를 탐내고 있을 것입니다. 제가 병력을 나누어 그놈들을 유인하면 필시 기세를 타고 추격해 올 것입니다. 일단 함정 속으로 유인하기만 하면, 어디로 달아나겠습니까?”

올안 도통군이 말했다.

“자네 계책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 같네. 내가 대군을 거느리고 가야만 할 것 같은데, 일단 자네가 가서 어떻게 하는지 한번 지켜보기로 하지.”

하통군은 요주를 작별하고 유주성으로 돌아갔다. 군마를 점검하여 세 부대로 나누었다. 한 부대는 유주를 지키고, 두 부대는 패주와 계주로 보냈다. 큰 아우 하탁은 패주로 보내고 작은 아우 하운은 계주로 보내면서 당부하기를, 자신에게 계책이 있으니 송군을 이기려 하지 말고 거짓 패한 척하여 유주 경계로 유인하기만 하라고 하였다.

한편, 송강은 패주를 지키고 있었는데, 보고가 들어왔다.

“요군이 계주를 침범하였습니다. 계주를 잃을지도 모르니, 구원병을 보내야 합니다.”

송강이 말했다.

“쳐들어온다면 대적해야지. 이번 기회에 유주까지 취해야겠다.”

송강은 적은 군마만 남겨 패주를 지키게 하고, 대다수 군병을 이끌고 계주로 가서 노준의의 군마와 합쳐서 진격하고자 하였다.

한편, 요나라 장수 하척은 병력을 이끌고 패주로 가다가 도중에 송강의 군마와 마주쳤다. 3합도 싸우기 전에 하척은 패주하였으나, 송강은 추격하지 않았다. 다른 한편, 하운도 계주를 공격하러 가다가 도중에 호연작을 만나 싸우지도 않고 퇴각하였다.

송강은 노준의와 만나 유주를 취할 계책을 상의하였다. 오용과 주무가 말했다.

“유주에서 병력을 두 길로 나누어 쳐들어온 것은, 필시 우리를 유인하려는 계책입니다. 함부로 나아가서는 안 됩니다.”

노준의가 말했다.

“군사가 틀렸소! 저놈들은 연이어 패전했는데, 어떻게 유인하는 계책을 쓸 수 있겠소? 마땅히 취해야 하는데 취하지 않으면, 지난 후에는 취하기 어려울 것이오. 지금 유주를 취하지 않고 또 어느 때를 기다린단 말이오?”

송강이 말했다.

“저놈들은 기세도 꺾이고 힘도 다 빠졌는데, 무슨 양책이 있겠소?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오.”

송강과 노준의는 오용과 주무의 말을 듣지 않고 병력을 거느리고 유주로 진격하였다. 두 군데 군마를 합쳐 세 길로 나누어 나아갔는데, 전군에서 보고가 들어왔다.

“요군이 앞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송강이 앞으로 나가서 보니, 산언덕 뒤에서 한 떼의 검은 깃발이 나타났다. 송강이 전군을 벌려 세우자, 요군도 산언덕 앞에 네 갈래로 나누어 섰다. 송강과 노준의 등 여러 장수들이 보니, 마치 검은 구름 속에서 수만 명의 인마가 쏟아져 나온 것 같았는데 그 가운데 한 장수가 삼첨양인도를 비껴들고 진 앞에 말을 타고 서 있었다. 깃발에는 ‘대요 부통군 하중보’라고 쓰여 있었다. 송강이 장수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요나라 통군이면 필시 상장일 것인데, 누가 출전하겠는가?”

말이 미처 끝나기 전에, 대도 관승이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며 적토마를 박차고 달려 나가 아무 말 없이 하통군과 싸웠다. 30여 합쯤 싸웠을 때, 하통군은 기력이 달려 칼을 거두고 본진을 향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관승이 말을 몰아 추격했다. 하통군은 패한 군사를 이끌고 산언덕을 돌아 달아났고, 송강은 군마를 몰아 추격하였다.

약 4~50리쯤 가자, 사방에서 북소리가 일제히 울렸다. 송강이 급히 군사를 돌리려고 할 때, 산언덕 왼쪽에서 한 떼의 요군이 나타나 길을 가로막았다. 송강이 급히 병력을 나누어 막으려고 할 때, 오른쪽에서도 요군이 나타났다. 앞에서는 하통군이 병력을 돌려 협공해 왔다. 송강의 병마는 거의 구원할 수가 없게 되어 두 토막으로 끊어지고 말았다.

한편, 노준의는 뒤편에서 싸우고 있었는데, 앞쪽의 군마가 보이지 않자 급히 길을 찾아 돌아가려고 했다. 그때 옆쪽에서 또 요군이 쳐들어왔다. 요군의 함성이 천지를 진동하면서 사방에서 공격해 와, 노준의는 요군에 의해 포위되고 말았다. 노준의는 장수들로 하여금 좌우로 치고 앞뒤로 공격하면서 길을 뚫고 나가라고 하였다. 여러 장수들은 위무를 발휘하고 정신을 집중하여 사방으로 치고받으면서 달아나려고 하였다.

그때 홀연 어두운 구름이 덮이고 검은 안개가 하늘을 가리면서 환하던 대낮이 마치 칠흑 같은 밤이 되어 동서남북을 분간할 수가 없게 되었다. 노준의는 당황하여 한 떼의 군마를 이끌고 급히 목숨을 걸고 탈출했다. 캄캄한 속에서 앞에서 들리는 말방울소리를 따라 달리다가 보니 산 입구에 당도하였다. 골짜기 안에서 사람들 소리와 말 울음소리가 들려, 군마를 이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미친 듯한 바람이 불어대고 돌과 모래가 날려 앞에 있는 사람의 얼굴도 볼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노준의는 무작정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밤중이 되자 비로소 바람이 멎고 구름이 걷히면서 하늘의 별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사방이 모두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좌우에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고 보이는 건 모두 높은 봉우리뿐이어서 올라갈 길도 없었다. 따라온 인마를 점검해 보니, 서녕·삭초·한도·팽기·진달·양춘·주통·이충·추연·추윤·양림·백승 등 12명의 두령과 2천 군마였다. 별빛 아래에서 돌아갈 길을 찾아보았지만,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나갈 수가 없었다.

노준의가 말했다.

“군사들이 하루 종일 싸우느라 심신이 피곤할 것이다. 일단 여기서 하룻밤 쉬고 내일 돌아갈 길을 찾도록 하자.”

한편, 송강은 한창 싸우고 있었는데, 검은 구름이 사방에서 일어나며 돌과 모래가 날려 군사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서 보이지 않을 지경이 되었다. 공손승이 그걸 보고 요술임을 알아채고, 말 위에서 급히 보검을 뽑아 들고 입속으로 주문을 외우다가 소리쳤다.

“가라!”

보검으로 한곳을 가리키자, 구름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미친 듯이 불던 바람이 그쳤다. 요군은 그걸 보고 싸우지 않고 퇴각하였다. 송강은 포위를 뚫고 높은 산으로 후퇴하여 본부군마를 수습하였다. 군량을 실은 수레를 앞뒤로 연결하여 목책을 대신하고, 인마를 점검해 보니 노준의 등 13명의 두령과 5천 군마가 보이지 않았다.

날이 밝자, 송강은 호연작·임충·진명·관승으로 하여금 각각 군병을 거느리고 사방으로 노준의 일행을 찾게 하였다. 하지만 하루 종일 찾아다녀도 소식을 알 수 없었다. 송강은 구천현녀의 천서를 꺼내 향을 피우고 점을 쳐 보고서 말했다.

“큰일은 없겠지만, 깊고 어두운 곳에 빠져 빨리 탈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송강은 마음을 놓을 수 없어, 해진과 해보로 하여금 사냥꾼 차림으로 산을 돌아다니면서 찾게 하고, 또 시천·석용·단경주·조정을 사방으로 보내 소식을 정탐하게 하였다.

해진과 해보는 호피로 만든 옷을 입고 강차를 들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는데 사방을 둘러봐도 인가는 보이지 않는 첩첩산중으로 들어갔다. 해진과 해보는 산봉우리 몇 개를 넘어갔는데, 그날 밤은 달빛이 희미하였다. 멀리 산기슭에 등불이 하나 있는 걸 보고, 형제는 말했다.

“저기 등불 있는 곳에 필시 인가가 있을 것이다. 저기 가서 밥이나 얻어먹자.”

등불을 바라보면서 분주하게 걸음을 옮겼다. 1리를 채 못 갔는데, 숲 옆에 세 칸짜리 초가가 있었다. 깨진 벽 틈으로 불빛이 새어 나왔다. 해진과 해보가 사립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나이가 예순이 넘은 한 노파가 등불 아래 앉아 있었다. 형제는 강차를 내려놓고 노파에게 절을 했다. 노파가 말했다.

“우리 아이들이 왔나 했더니, 뜻밖에 손님들이 왔구려. 절은 하지 마시오. 어디서 온 사냥꾼들인데, 여기는 어쩐 일이오?”

해진이 말했다.

“저희들은 원래 산동 사람으로 예전엔 사냥꾼이었는데, 요즘에는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군마들의 싸움에 휘말려들어 본전을 다 잃어버리고 살아갈 길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저희 형제는 산짐승이라도 잡아서 먹고살려고 했는데, 그만 길을 잃고 헤매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오늘 하룻밤 묵고 가게 해주십시오.”

노파가 말했다.

“옛말에 이르기를, ‘누가 머리에 방을 이고 다니는가!’라고 했소. 우리 집의 두 아들도 사냥꾼인데, 곧 돌아올 거요. 손님들은 잠시 앉아 있으시오. 내가 저녁밥을 지어 올 테니, 같이 먹읍시다.”

해진과 해보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할머니!”

노파는 안으로 들어가고, 형제는 문 앞에 앉아 있었다. 얼마 후 문 밖에서 두 사람이 노루 한 마리를 짊어지고 들어오며 소리쳤다.

“어머니! 안에 계셔?”

노파가 나오며 말했다.

“너희들 왔구나. 노루는 내려놓고 저 두 분 손님과 인사해라.”

해진과 해보가 황망히 절을 하자, 두 사람도 답례를 하고 물었다.

“손님들은 어디서 왔는데,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까?”

해진과 해보는 좀 전에 노파에게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형제에게 했다. 형제가 말했다.

“우리는 조상 때부터 여기서 살아 왔습니다. 나는 유이(劉二)이고, 아우는 유삼(劉三)입니다. 부친은 유일(劉一)인데 불행히도 돌아가시고, 모친만 남으셨습니다. 우리는 사냥으로만 살아온 지 2~30년 되는데, 이곳 산길은 아주 복잡해서 우리도 잘 모르는 곳이 있습니다. 그런데 두 분은 산동 사람이라면서, 어떻게 이곳까지 와서 밥을 얻어먹게 되었습니까? 우리를 속이지 마십시오. 두 분은 사냥꾼이 아니지요?”

해진과 해보가 말했다.

“이렇게 되었으니, 무얼 감추겠습니까? 사실대로 말씀드리지요.”

해진과 해보는 땅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저희들은 본래 산동의 사냥꾼 형제로, 해진과 해보라고 합니다. 송공명 형님을 따라 양산박으로 가서 오랫동안 지내다가, 지금 조정의 초안을 받고 형님을 따라 요나라를 치러 왔습니다. 어제 하통군과 크게 싸우다가 한 떼의 군마가 흩어졌습니다. 어디에 빠졌는지 알지 못해, 형님이 우리 형제를 보내 소식을 정탐해 오라고 하였습니다.”

두 형제가 웃으며 말했다.

“두 분은 호걸이셨군요. 일어나십시오. 저희가 길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잠시 앉아 계십시오. 노루다리 삶고 술을 데워 올 테니, 한 잔 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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