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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204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7.12|조회수60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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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제89회-2

며칠 후 일행은 경성에 도착하여 금은보화 등의 예물을 실은 수레와 인마는 역관에 머물게 하고, 시진과 소양은 공문을 가지고 먼저 중서성으로 가서 아뢰었다.

“지금 우리 병마가 연경을 포위하여 조만간에 깨뜨릴 상황이었는데, 요나라 임금이 성 위에 항기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지금 승상 저견을 보내 표문을 올리고 죄를 청하며 투항하고자 합니다. 죄를 사면하고 전쟁을 그만두는 일은 저희가 감히 함부로 할 수 없기에, 천자의 성지를 청하러 왔습니다.”

중서성 관원이 말했다.

“그대들은 역관에서 저들과 함께 쉬고 있으시오. 우리가 의논하겠소.”

당시 채경·동관·고구·양전과 중서성의 관료들은 모두 이익을 탐하는 무리들이었다.

한편, 요나라 승상 저견과 관원들은 먼저 연줄을 찾아 태사 채경 등 네 대신을 만나고 또 중서성의 관원들을 만나 뇌물을 먹이고, 조정의 여러 부처에도 예물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조회 때 백관이 조하를 마친 후 추밀사 동관이 출반하여 아뢰었다.


“선봉사 송강이 요군을 물리치고 연경까지 진격하여 성을 포위하고 공격하고 있는데, 조만간에 깨뜨리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요나라 임금이 항기를 세우고 투항하고자, 승상 저견을 보냈습니다. 칭신(稱巨)하면서 투항하고 죄를 청하니, 강화를 허락하고 병력을 거두어 전쟁을 그만 둘 것을 애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해마다 공물을 바치고 감히 다시는 위배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폐하께서 굽어 살피십시오.”

천자가 말했다.

“그렇다면 강화를 맺고 전쟁을 그만두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경들의 생각은 어떠하시오?”

태사 채경이 출반하여 아뢰었다.

“신들이 이렇게 의논하였습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사방의 오랑캐들이 모두 없어진 적은 없습니다. 신들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요나라를 존속하게 하여 북방의 울타리로 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조공을 바치게 하면, 그것도 나라에 이익이 될 것입니다. 저들의 투항을 받아들여, 전쟁을 끝내고 군마를 회군하여 경성을 지키게 하십시오. 신들이 감히 함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페하께서 결단하십시오.”

천자는 채경의 말에 따라, 성지를 내려 요나라 사신을 불러들이게 하였다. 전두관이 명을 전하자, 저견 등 사신 일행이 금전 아래 이르러 절을 올리고 만세를 세 번 불렀다. 시신이 표문을 어안에 올리자, 학사가 큰소리로 읽었다.

요나라 주인이며 폐하의 신하인 야율휘는 머리를 조아리며 백번 절하고 아룁니다.

신은 북쪽의 사막에서 태어나 변방에서 성장하였기 때문에, 성현의 경전을 읽지 못해 삼강오상(三綱五常)의 예(禮)를 알지 못했습니다. 거짓된 글과 잘못된 무예를 배웠으며, 좌우에 이리 같은 마음을 지니고 개 같은 행실을 하는 무리들만 있어 뇌물을 좋아하고 재물만 탐하였으며, 앞뒤에는 모두 쥐새끼 같고 노루 대가리 같은 무리들만 있을 뿐입니다.

소신은 어리석고, 거느린 무리는 미쳐 날뛰는 것들이었습니다. 폐하의 강토를 침범하여 천병(天兵)의 토벌을 받게 되었고, 망령되이 인마를 몰고 갔다가 왕실에서 군대를 일으키는 노고를 겪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개미가 어찌 태산을 흔들 수 있겠습니까? 모든 물은 반드시 큰 바다로 들어가게 마련입니다.

지금 특별히 사신 저견을 보내 하늘같은 위엄을 뵙게 하고 땅을 바치며 죄를 청합니다. 성상께서 미천한 저희들을 가련히 여기시어 조상의 유업을 폐하지 않게 해주시고 지난 과오를 용서해 주시면,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여 변방으로 물러나 영원히 천조(天朝)의 울타리가 되겠습니다. 늙은이든 어린아이든 모두 재생의 은혜를 입은 것으로 알고 자자손손 영원히 감사하며 해마다 공물을 바치고 감히 다시 위배하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다. 신들은 두려워 떨면서 삼가 표문을 올려 아룁니다.

선화 4년 겨울. 요나라 임금이며 폐하의 신하인 야율휘 올림.


휘종천자가 표문을 듣고 나자, 계하의 신하들이 축하를 드렸다. 천자는 어주를 가져와 사신에게 하사하라고 명하였다. 승상 저견이 금은보화를 바치자, 천자는 창고에 넣어두게 하였다. 그리고 해마다 공물을 바치기로 하였다. 천자는 사신에게 비단을 하사하게 하고, 광록시에서 연회를 열어 대접하게 하였다. 승상 저견 등은 먼저 돌려보내고, 천자가 관원을 보내 조서를 내리기로 하였다. 저견 등은 사은하고 조정을 나가 역관으로 돌아갔다.

그날 조회가 끝난 뒤 저견은 또 사람을 보내 관원들에게 뇌물을 주었다. 채경이 저견에게 말했다.

“모든 것은 우리 네 사람에게 맡기고, 승상은 돌아가시오.”

저견은 태사에게 사례하고 요나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채태사는 백관을 이끌고 입조하여, 천자에게 빨리 조서를 요나라로 보낼 것을 주청하였다. 천자는 주청을 받아들여, 급히 한림학사에게 조서를 작성하게 하고, 태위 숙원경으로 하여금 요나라로 가서 조서를 읽어 주라고 하였다. 그리고 조추밀에게 칙령을 내려 송선봉으로 하여금 전쟁을 그만두고 경성으로 회군하게 하라고 하였다.

사로잡은 요나라 장병은 모두 석방하여 요나라로 돌려보내고, 빼앗은 성도 돌려주고 창고에 있는 병기들도 요나라 관원들에게 돌려주라고 하였다. 천자가 조회를 끝내자, 백관은 모두 해산하였다. 다음 날 중서성 관원들이 숙태위의 부중으로 가서 떠나는 날짜를 정하였다.

숙태위는 조칙을 받고서 감히 오래 머뭇거리지 않고, 따라갈 사람과 말을 준비하여 천자에게 하직 인사를 올리고 중서성 관원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시진·소양과 함께 경성을 떠나 진교역을 향해 출발했다.

때는 한겨울이라 붉은 구름이 짙게 깔리고 서설이 내려 온 새상이 은빛으로 덮였다. 숙태위 일행은 눈보라를 무릅쓰고 꾸준히 전진하여, 눈이 채 그치기도 전에 변방에 접근하였다. 시진과 소양은 먼저 초마를 조추밀에게 보내 알리고, 또 송선봉에게도 통보하였다.

송강은 보고를 받고 곧 술을 마련하여 50리 밖에까지 나와 길에 엎드려 숙태위를 영접했다. 송강이 숙태위를 맞이하여 인사를 마치고 접풍주(接風酒)를 올리자, 모두들 기뻐하였다. 영채로 와서 연회를 열어 대접하고, 조정의 일을 함께 의논하였다. 숙태위가 말했다.

“중서성의 관원들과 채경·동관·고구·양전이 요나라의 뇌물을 받아먹고 천자께 극력 상주하여, 저들의 투항을 받아들이고 전쟁을 그만두기로 하였소. 그래서 천자께서 조칙을 내려 회군하여 경성을 수비하라고 하셨소.”

송강은 그 말을 듣고 탄식하며 말했다.

“제가 조정을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세운 공이 모두 헛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숙태위가 말했다.

“선봉은 너무 근심하지 마시오! 내가 조정으로 돌아가면, 천자께서 반드시 중용하도록 하리다.”

조추밀도 말했다.

“내가 보증을 서서 장군의 대공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소!”

송강이 말했다.

“저희들 108인은 힘을 다하여 나라의 은혜에 보답할 뿐 다른 마음이 없으며 또한 은혜를 바라는 마음도 없습니다. 다만 여러 형제들이 고생을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다행으로 여깁니다. 추밀상공께서 주장해 주신다면, 그 후덕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그날 연회에서 모두 술을 마시며 즐거워했고, 밤이 되어 헤어졌다. 그리고 즉시 사람을 요나라로 보내 조서를 영접할 준비를 하라고 알렸다.

다음 날, 송강은 대장 열 명을 뽑아 숙태위를 호위하여 요나라로 가게 하였다. 대장들은 모두 비단 전포와 금빛 갑옷을 입고 무장을 했는데, 임충·진명·호연작·화영·동평·이응·시진·여방·곽성이었다. 마보군 3천을 거느리고 태위를 호위하여 연경성으로 들어갔다. 연경의 백성들은 수백 년 동안 중국 군대의 위용을 본 적이 없었는데, 태위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나와 향화와 등촉을 밝혀 환영했다.

요나라 임금이 친히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남문으로 나와 조서를 영접하고 금란전으로 인도했다. 열 명의 대장이 좌우에 시립하고, 숙태위는 용정(龍亭)의 좌측에 섰다. 임금과 백관은 계하에 무릎을 꿇었다. 전두관이 절을 올리라고 외치자, 임금과 백관은 조서를 향해 절을 올렸다. 요나라 시랑이 천자의 은혜를 받들어 전상에서 조서를 낭독하였다.

대송황제가 이르노라.

삼황(三皇)이 제위에 오르고 오제(五帝)가 계승하여 중화(中華)에 주인이 있게 되었는데, 이적(夷狄)이라고 해서 어찌 임금이 없겠는가? 너희 요나라는 천명을 준수하지 않고 수차 강토를 침범하였으므로 일고(一鼓)에 없애 버리는 것이 마땅하나, 짐이 정성어린 표문을 보고 그 애절함을 가련히 여기고 그 고독함을 불쌍히 여겨 차마 죽이지 않고 그 나라를 보존해 주기로 하였다.

조서가 당도하는 날, 사로잡은 장병들을 모두 석방하여 본국으로 돌려보내고 빼앗은 성도 본국의 관할로 돌려보낼 것이며, 해마다 바치는 조공을 게을리 하지 않도록 하라. 아! 대국을 공경하여 섬기고 천지를 경외하는 것이, 변방 울타리의 직무이니라. 너희는 삼가 행하도록 하라!

선화 4년 겨울

시랑이 조서 낭독을 마치자, 임금과 백관은 재배하고 사은하며 군신(君臣) 간의 예를 다하였다. 조서를 올려놓은 용안을 치우고, 임금은 숙태위와 상견하였다. 예를 마치고 후전으로 청하여 연회를 열어 대접하였다. 산해진미가 갖추어졌고, 요나라 관원들이 술을 가져오고 장수들은 술을 권하였다. 가무가 벌어지고 풍악이 울렸다. 연경의 미녀들이 북방 음악을 연주하고 춤을 췄다. 연회가 끝나자, 숙태위와 장수들을 역관으로 안내하여 쉬게 하고 수행한 인원들에게도 모두 상을 주었다.

다음 날, 요나라 임금은 승상 저견에게 명하여 송군 영채로 가서 조추밀과 송선봉을 청해 함께 연경으로 오게 하였다. 송강은 군사 오용과 의논하느라 가지 못하고, 조추밀만 연경성으로 가서 숙태위와 함께 연석에 앉았다.

그날도 요나라 임금은 연회를 크게 열고 송나라 사신 일행을 대접하였다. 포도주가 은항아리에 넘쳐나고 양고기가 금쟁반에 가득하였다. 기이한 과일이 상 위에 쌓이고, 기이한 꽃들이 고운 빛깔을 뽐냈다. 연회가 끝날 무렵 임금은 금쟁반에 보물을 가득 담아 숙태위와 조추밀에게 바쳤다. 술을 마시며 즐기다가 밤늦게 헤어졌다.

사흘째 되는 날, 임금은 문무백관을 소집하여 풍악을 울리면서 숙태위와 조추밀을 전송하였다. 그리고 승상 저견에게 다시 명하여, 소·양·말과 금은·비단 등의 예물을 가지고 송선봉의 영채로 가서 연회를 크게 열어 삼군을 위로하고 장수들에게 상을 주도록 하였다.

송강은 영을 전하여, 천수공주 등 1천 명을 본국으로 돌려보내게 하고 빼앗았던 단주·계주·패주·유주를 요나라 관할로 돌려보내게 하였다. 먼저 경성으로 돌아가는 숙태위 일행을 전송하고, 그 후에 장수들과 군병, 수레 등을 수습하여 조추밀을 호송하여 떠나게 했다. 송선봉은 영채 내에서 연회를 열어 수군두령들을 위로하고 나서 배를 타고 수로로 먼저 동경으로 가서 대기하라고 하였다.

송강은 다시 사람을 연경으로 보내 좌우 승상을 군중으로 불렀다. 요나라 임금은 좌승상 유서패근과 우승상 태사 저견을 송선봉의 영채로 보냈다. 송강은 두 사람을 장막으로 맞이하여 빈객을 나누어 앉아, 말했다.

“우리 무장병들이 성 아래 임하여 공을 세우는 일이 가까이 다가왔었소. 그래서 본래는 그대들의 투항을 용납하지 않고, 성을 깨뜨린 후에 모두 죽여 버리는 것이 마땅한 이치였소. 그런데 우리 원수께서 그대들의 투항을 받아들이고 조정에 아뢰는 것을 허용하셨소. 그리고 황상께서도 그대들을 가련하게 여기고 측은지심(惻隱之心)을 발휘하시어, 죽이지 않고 투항을 허락하신 것이오.

이제 우리 임무가 끝나 동경으로 돌아가는데, 결코 송강이 그대를 이기지 못하여 돌아가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시오. 해마다 공물을 바치는 일을 빠뜨리지 않도록 하시오. 내가 이제 돌아가지만, 그대들은 삼가 본분을 지키고 다시 침범하지 않도록 하시오. 천병이 다시 오게 되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오!”

두 승상은 머리를 조아리고 죄를 빌며 사례하였다. 송강은 다시 좋은 말로 훈계하였고, 두 승상은 간곡히 사례하고 돌아갔다.


송강은 일장청으로 하여금 한 부대를 이끌고 먼저 출발하게 하였다. 그리고 군중에 있는 석공들을 불러 비석을 만들게 하고, 소양에게 글을 지어 이번 일을 기록하게 하였다. 김대견이 글을 새긴 다음, 영청현 동쪽 15리 지점에 있는 모산(茅山)에 세웠다. 지금까지 그 고적이 존재하고 있다.

송강은 군마를 다섯 부대로 나누어 날을 정해 출발하기로 하였다. 그때 노지심이 문득 찾아와 합장하고 인사하며 송강에게 말했다.

“이 아우가 지난날 진관서를 때려죽이고 대주 안문현으로 도망쳤다가, 조원외가 저를 오대산으로 보내 지진장로께 예를 올리고 머리 깎고 중이 되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두 번이나 선문(禪門)에서 소란을 피워, 사부님께서 저를 동경 대상국사의 지청선사께 보냈습니다.

선사께서는 저를 집사승으로 삼아 대상국사의 채소밭을 지키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임충을 구했기 때문에 고태위의 위협을 받아 결국 도적이 되었습니다. 그 후로 형님을 만나 오랫동안 수행하면서 또 수년이 지났습니다.

제가 그동안 사부님을 늘 생각했지만, 한 번도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사부님께서 저에게 하신 말씀을 항상 생각하고 살아왔습니다. 제가 비록 살인 방화하는 심성을 타고났지만, 후에는 반드시 참된 나를 깨달으리라고 하셨습니다.

이제 태평무사한 때가 되었으니, 저에게 며칠 간 휴가를 주시면 오대산으로 가서 사부님을 찾아뵙고 싶습니다. 그동안에 얻은 재물을 모두 보시하고, 사부님께 저의 앞날을 다시 여쭈어 보고자 합니다. 형님께서 군마를 거느리고 먼저 가시면, 아우가 뒤를 따라 가겠습니다.”

송강은 노지심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지만, 묵묵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자네에게 그런 살아있는 부처님 같은 분이 계셨다면, 왜 좀 더 일찍 말하지 않았는가? 우리도 함께 가서 참례하고 앞날을 여쭈어 보세.”

송강이 여러 두령들과 상의하자, 모두 가고 싶어 했다. 다만 공손승만은 도교의 도사인지라, 가지 않으려 했다. 송강은 오용과 상의하여 결정했다.

“김대견·황보단·소양·악화 네 사람을 남겨 부선봉 노준의와 함께 군마를 거느리고 먼저 떠나게 합시다. 우리는 여러 형제들과 함께 1천 명을 데리고 노지심을 따라 지진장로에게 참례하러 갑시다.”

송강과 여러 두령들은 향·비단·의복·금은 등을 수습하여 오대산으로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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