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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205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7.13|조회수81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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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제90회-1

오대산의 지진장로는 원래 송나라 때 당세의 활불(活佛)로서 과거와 미래의 일을 모두 알고 있었다. 수년 전에 이미 노지심이 깨달음을 얻을 사람임을 알았지만, 다만 속세의 인연이 아직 다하지 못해 살생의 업보를 갚아야 하므로 그를 속세로 보낸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업보가 거의 끝나가고 본래의 도심(道心)으로 돌아가면서 스승을 찾아뵈려는 마음이 생겨난 것이었다. 송공명 역시 평소에 선심(善心)이 있었으므로, 노지심과 함께 지진장로를 찾아뵙게 되었다.

송강과 여러 두령들은 수행인마를 거느리고 노지심과 함께 오대산에 당도하였다. 인마는 산 아래에 영채를 세워 머물게 하고, 사람을 산 위로 보내 알렸다. 송강 등은 모두 무장을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입고서 걸어서 산을 올라갔다.

산문에 당도하자 절 안에서 종소리와 북소리가 나면서 여러 스님들이 나와 영접하고, 송강과 노지심 등에게 인사하였다. 그들 가운데는 노지심을 알아보는 이도 많았다. 그들은 당당한 많은 두령들이 송강을 따라온 것을 보고 모두 놀랐다. 앞장선 수좌가 송강에게 말했다.

“장로께서는 좌선(坐禪) 중이시므로 장군을 영접하지 못하십니다. 너무 나무라지 마십시오.”

수좌는 송강 등을 손님방으로 인도하였다. 차를 마시고 나자, 시자(侍者)가 나와서 말했다.

“장로께서 좌선을 마치시고 방장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장군께서는 들어가시지요.”

송강 등 일행 백여 명이 방장으로 가서 지진장로에게 인사를 올리자, 장로는 황망히 계단을 내려와 맞이하였다. 방장으로 들어가 예를 마친 다음 송강이 장로를 보니, 나이는 예순을 넘어 눈썹과 머리도 모두 백발이었다. 골격은 깨끗하면서 기이하였고, 위엄이 있어 하늘 높이 솟은 산과 같은 모습이었다.

송강은 지진장로를 상좌에 모시고, 향을 피우며 예배를 올렸다. 모든 두령들의 예배가 끝난 다음, 노지심이 앞으로 나아가 향을 꽂고 예배를 올렸다. 지진장로가 말했다.

“제자가 이곳을 떠난 지 수년이 지났는데, 아직 살인 방화하는 태도를 바꾸지 못했구나.”

노지심이 묵묵히 있자, 송강이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

“장로님의 청아한 덕을 오래 전부터 들었으나, 인연이 없어 존안을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조칙을 받들어 요나라를 격파하고 이곳에 이르러, 큰스님을 배견하게 되니 평생의 다행입니다. 지심 형제는 비록 살인 방화하였으나, 충심이 있어 선량한 사람을 해치지 않았습니다. 지금 송강과 여러 형제들을 인도하여 대사님을 뵙게 한 것도 바로 지심 형제였습니다.”

지진장로가 말했다.

“고승들이 이곳에 와서 세상일을 들려주기도 합니다. 오래 전부터 장군께서 하늘을 대신하여 도를 행하고 충의를 마음에 지니고 있음을 들어 왔습니다. 나의 제자 지심이 장군을 따라다녔으니, 어찌 잘못된 일을 했겠습니까!”

송강은 감사해 마지않았다.

노지심이 금은과 비단 등을 한 보따리 바치자, 지진장로가 말했다.

“제자는 이 물건들을 어디서 얻었는가? 의롭지 못한 재물은 결코 받을 수 없다.”

노지심이 아뢰었다.


“제자가 여러 번 공을 세워 상으로 받은 것들입니다. 저는 쓸 데가 없으니, 스승님께 바칩니다. 공용으로 써 주십시오.”

장로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쓰기는 어렵겠다. 너를 위해 불경을 만들어 간직해 두마. 죄악을 소멸하고 빨리 선과(善果)을 얻도록 해라.”

노지심은 감사의 절을 올렸다.

송강도 금은과 비단을 바쳤는데, 장로는 한사코 받지 않으려 했다. 송강이 아뢰었다.

“스승님께서 받지 않으시니, 창고에 넣어두었다가 재(齋)를 올릴 때나 스님들의 공양에 쓰십시오.”

송강 일행은 그날 오대산 절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다음 날 절의 살림을 감독하는 스님이 재를 지낼 준비를 갖추었다. 오대산 절 안의 법당에서 종과 북을 울리자, 지진장로는 스님들을 법당에 모아 설법을 하고 참선했다. 잠시 후 모든 스님들이 가사를 입고 법당에 좌정하고, 송강과 노지심 등 여러 두령들은 양쪽에 시립하였다. 경쇠 소리가 울리자, 두 개의 홍사등롱이 장로를 법좌로 인도하였다. 지진장로는 법좌에 올라앉아 먼저 향을 사른 다음 축원했다.

“이 향을 사르며 엎드려 비옵니다. 황상께서 만수무강하시고 만민이 생업을 즐기게 해주십시오. 다시 한 번 향을 사르며 기원합니다. 재주(齋主)의 신심이 안락하고 수명이 연장되도록 해주십시오. 또 다시 향을 사르며 기원합니다. 나라가 안정되고 백성이 편안하며 해마다 풍년이 들게 해주시고 삼교(三教)가 흥왕하고 사방이 평안하게 해주십시오.”


축원을 마치고 지진장로가 법좌에 앉자, 스님들이 합장 배례하였다. 송강이 앞으로 나아가 향을 사르고 예배한 다음 합장하고 말했다.

“제가 스승님께 감히 여쭈어 볼 말씀이 있습니다. 뜬 구름 같은 세상에서 주어진 세월은 유한한데 고해(苦海)는 끝이 없습니다. 사람의 몸은 미천하지만, 생사가 가장 큰일입니다.”

지진장로가 게(偈)로 대답했다.



 육근(六根)의 속박이 여러 해이고

사대(四大)의 얽매임도 오래되었다.

 석화(石火) 같은 빠른 빛 속에서

몇 번이나 곤두박질할까?

 아!

 뜬 구름 같은 세계의 중생들이

모래 더미 속에서 울부짖는구나.

(六根은 여섯 가지 지각기관인 눈·귀·코·혀·몸·의식. 四大는 신체를 구성하는 네 가지 요소인 地水火風.)



장로가 게를 마치자, 송강은 배례하고 시립하였다. 두령들이 모두 앞으로 나와 향을 사르고 예배한 다음 맹세하였다.

“다만 형제들이 동생동사(同生同死)하고 세세상봉(世世相逢)하기만을 원합니다!”

분향을 마치자 스님들은 모두 물러가고, 두령들은 운당(雲堂)으로 가서 재를 지냈다. 재를 마친 후, 송강은 노지심과 함께 장로를 따라 방장으로 갔다. 저녁까지 한가한 얘기를 나누다가, 송강이 장로에게 물었다.

“제자가 노지심과 함께 본래는 스승님을 며칠 동안 따르면서 어리석음을 깨우치려 하였는데, 대군을 거느리고 있어 오래 머물 수가 없습니다. 스승님께서 하신 말씀을 깨달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 작별 인사를 드리고 경성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저희 형제들의 앞날이 어떠한지 스승님께서 밝게 가르쳐 주시기를 바랍니다.”

지진장로는 지필묵을 가져오게 하여, 사구게(四句偈)를 써 주었다.


當風雁影翩 바람을 만나 기러기는 날아가고

東闕不團圓 동궐에 단란히 모일 수 없네.

隻眼功勞足 외눈에는 공로가 족하지만

雙林福壽全 쌍림에 복수(福壽)가 모두 있네.



지진장로는 사구게를 써서 송강에게 주며 말했다.

“이는 장군의 일생을 말한 것이니 깊이 간직하십시오. 훗날 반드시 그렇게 될 것입니다.”

송강은 봐도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어, 장로에게 다시 물었다.

“제자가 어리석어 법어를 깨닫지 못하겠습니다. 스승님께서 명백하게 설명해 주셔서 근심과 의심을 풀어 주십시오.”

지진장로가 말했다.

“이는 선기(禪機)가 감추어진 말이라, 스스로 깨달아야 하지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장로는 말을 마치고, 노지심을 가까이 불러 말했다.

“네가 이제 가면 나와는 영원히 이별이지만, 머지않아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너에게 사구게를 줄 테니, 종신토록 지니도록 해라.”



逢夏而擒 하(夏)를 만나 사로잡고

遇臘而執 납(臘)을 만나 붙잡는다.

 聽潮而圓 조(潮)를 들으면 깨닫고

見信而寂 신(信)을 보면 입적(入寂)한다.



노지심은 절을 하고 게를 받아 몇 번 읽어 본 다음 품속에 간직했다.

또 하룻밤을 묵고, 다음 날 송강과 노지심 일행은 장로를 작별하고 산을 내려왔다. 지진장로와 스님들이 모두 산문 밖에까지 나와서 전송했다.

송강 일행은 오대산을 내려와 군마를 거느리고 급히 본채로 돌아왔다. 노준의와 공손승 등이 송강 일행을 맞이했다. 송강은 노준의 등에게 오대산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고, 지진장로가 준 사구게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노준의나 공손승도 그 뜻을 알지 못했다. 소양이 말했다.

“선기(禪機)가 숨어있는 법어인데, 어찌 쉽게 알 수 있겠습니까?”

모두 놀라고 궁금해 했다.

송강은 명을 전해 군마를 재촉하여 출발 준비를 하라고 했다. 장수들은 명을 받고 삼군의 인마를 재촉하여, 동경을 향해 출발했다. 군사들은 지나는 지방마다 추호도 백성을 범하지 않았다. 백성들은 노인을 부축하고 어린애들 손을 이끌고 나와서 군대를 구경하면서, 송강을 비롯한 장수들의 영웅적인 모습을 칭송하고 공경했다.

송강 일행은 며칠을 행군하여 쌍림진이란 곳에 당도하였다. 그 고을 주민들과 가까운 시골의 농부들이 모두 나와 군대를 구경했다. 송강 일행이 열을 지어 나아가는데, 문득 전군의 한 두령이 말에서 뛰어내려 구경꾼들 가운데 한 사람을 붙들고 소리쳤다.

“형이 어찌하여 여기 계시오?”

두 사람은 인사를 나누고 얘기를 주고받았다. 송강이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낭자 연청이 어떤 사람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연청이 공수하고 말했다.

“허형! 이 분이 바로 송선봉이십니다.”

송강이 그 사람을 보니, 빛나는 눈에 눈동자가 두 개였고 눈썹은 팔자 모양이었다. 키는 7척 정도인데 세 가닥 콧수염을 길렀으며 머리엔 검은 두건을 쓰고 삼베 도복을 입고 있었다. 결코 평범한 사람 같지 않고, 산림에 숨어 사는 선비 같았다.

송강은 황망히 말에서 내려 몸을 굽혀 인사하고 물었다.

“고사(高士)의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그 사람이 땅에 엎드려 송강에게 절을 하며 말했다.

“장군의 성함을 오래 전부터 들었는데, 오늘에야 뵙게 되었습니다!”

놀란 송강이 얼른 그를 일으키며 말했다.

“하찮은 송강에게 어찌 이런 과분한 인사를 하십니까?”

그가 말했다.

“저는 허관충이라 하며, 대명부 사람인데 지금은 산속에 살고 있습니다. 예전에 연장군과 사귀었는데, 뜻밖에 이별한 지 10여 년이 지나도록 만나지 못했습니다. 후에 제가 강호를 떠다닐 때 연형이 장군 휘하에 있다는 소문을 듣고 흠모하여 마지않았습니다.

오늘 장군께서 요나라를 격파하고 개선하신다는 것을 듣고 이렇게 뵈러 나왔는데, 여러 영웅들을 뵙게 되어 평생의 행운입니다. 연형을 저의 집으로 데리고 가서 얘기나 나누어 보고 싶은데, 장군께서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연청 역시 아뢰었다.

“아우가 허형과 이별한 지 오래 되었는데, 여기서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형님께서 허락해 주시면, 한번 갔다 오겠습니다. 형님께서 먼저 가시면, 아우가 곧 뒤따라가겠습니다.”

송강이 문득 생각이 나서 말했다.

“연청 아우가 항상 선생이 영웅답다고 말했었는데, 송강이 운이 없고 인연이 없어 만나지 못했습니다. 오늘 이렇게 뵙게 되었으니, 우리와 함께 가시면서 가르침을 주시지 않겠습니까?”

허관충이 사양하며 말했다.

“장군께서 충의를 중시하시니 저도 오래 전부터 가까이서 모시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노모께서 연세가 칠순이 넘어 감히 멀리 떠날 수가 없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그렇다면 억지로 권할 수는 없겠지요.”

송강이 또 연청에 말했다.

“아우는 빨리 돌아오게. 그래야 내가 마음을 놓을 수 있으니. 게다가 이제 곧 경성에 당도할 것이니, 천자를 알현해야 하네.”

연청이 말했다.

“아우가 감히 형님의 명령을 어기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연청은 다시 노준의에게도 아뢰고, 작별했다.

송강이 말에 올랐을 때, 앞서 가던 두령들은 이미 화살 날아갈 거리만큼 가고 있었는데, 송강이 허관충과 얘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말을 세우고 기다리고 있었다. 송강이 말을 달려가자, 모두 함께 출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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