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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206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7.13|조회수75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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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제90회-2

한편, 연청은 가까이 따르던 군졸 한 명을 불러, 행장을 챙기게 하고 따로 말 한 필도 준비하게 하였다. 자신의 준마는 허관충이 타게 하였다. 가까이 있는 주점에 들어가 무장을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두 사람은 말을 타고 앞서 가고, 군졸은 행장을 짊어지고 뒤를 따라갔다. 쌍림진을 떠나 서북쪽으로 작은 길을 따라 갔다.

작은 마을을 지나고 숲이 우거진 언덕을 넘어가자, 꼬불꼬불한 산길이 나타났다. 두 사람은 옛정을 생각하며 흉중의 얘기를 나누었다. 좁은 산길을 벗어나고 큰 계곡을 돌아가 약 30리쯤 가자, 허관충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높은 산중에 내 집이 있소.”

다시 10여 리를 가서 산중에 당도하였는데, 산세가 수려하고 계곡물이 맑아 연청은 경치 구경을 하느라 날이 저무는 것도 알지 못했다.

원래 그 산은 대비산이라고 불렸는데, 아주 옛날에 우(禹)임금이 황하를 다스릴 때 이곳에 온 적이 있었다. 서경(書經)에 ‘대비(大伾)에 이르렀다.’는 말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그 증거이다. 지금은 대명부 준현 지방에 속해 있었다.

허관충은 연청을 인도하여 몇 개의 산굽이를 지나 오목한 곳에 당도하였는데, 넓이가 4~5리 정도 되는 넓고 평탄한 곳이었다. 그리고 그곳 숲 속에 세 채의 초가가 눈에 띄었는데, 그 가운데 남쪽 개울가에 몇 칸짜리 초가가 있었다. 대나무 울타리가 둘러 있고 사립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주위에는 곧게 뻗은 대나무와 푸른 소나무, 단풍나무와 측백나무들이 울창하였다.

허관충이 손가락을 그 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가 나의 누추한 집이오.”

연청이 대나무 울타리 안을 들여다보니, 머리카락이 누런 시골 아이 하나가 베옷을 입고서 땅에 널린 마른 소나무 가지들을 주워 처마 아래에 쌓고 있었다. 아이는 말발굽 소리를 듣고 일어나 바깥을 내다보고는 이상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저기 말이 오고 있다!”

그리고는 자세히 보다가 말을 타고 뒤에 오는 사람이 주인인 것을 알아보고, 황망히 문 밖으로 달려 나와 두 손을 모으고 서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처음에 말을 타고 떠날 때 허관충이 말방울을 떼고 가자고 했던 이유를, 여기에 와서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말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고, 군졸은 말을 묶어 두었다.

두 사람은 초당으로 들어가 주객이 자리를 나누어 앉았다. 차를 한 잔 마신 다음, 허관충은 따라온 군졸에게 말안장을 내리고 말을 뒤편의 초방으로 데려가게 하였다. 그리고 아이를 불러 말에게 풀을 먹여 주라 하고, 군졸은 곁방에서 쉬게 하였다.

연청이 허관충의 노모에게 절을 한 다음, 허관충은 연청을 이끌고 서쪽에 있는 동향의 초가로 갔다. 뒤쪽 창을 열자 한 줄기 맑은 개울이 흘러가고 있었는데, 두 사람은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허관충이 말했다.

“우리 집이 작고 누추하더라도, 형은 웃지 마시오.”

연청이 대답했다.

“산수 경치가 수려하여 구경하기 바쁩니다. 참으로 이런 곳은 보기 어렵습니다.”

허관충이 요나라 정벌에 관해 묻자, 연청이 얘기하느라 제법 시간이 흘렀다. 아이가 등불을 가져오고 창문을 닫고서, 탁자를 펼쳐 음식을 차렸다. 채소 대여섯 접시와 닭고기 한 쟁반, 생선 한 쟁반, 그리고 집안에 저장해 두었던 산과일을 차려놓았다. 그리고 술을 내놓았다. 허관충이 한 잔을 따라 연청에게 권하며 말했다.

“형을 여기까지 모셔 와서는, 시골 탁주와 야채뿐입니다. 손님 대접이 소홀해서 죄송합니다.”

연청이 사례하며 말했다.

“제가 도리어 폐를 끼쳐 미안합니다.”

술을 몇 잔 마시는 사이에 창밖에 달빛이 대낮처럼 환해졌다. 연청이 창을 열고 바라보니, 또 다른 경치가 펼쳐졌다. 구름은 가볍게 떠 있고 바람은 잔잔한데, 달은 희고 개울은 맑으며, 산 그림자가 물에 비쳤다. 연청이 칭찬하며 말했다.


“예전에 대명부에 살 때 형과 가장 막역했는데, 형이 과거를 보러 간 후로 보지 못했죠. 그런데 이렇게 좋은 곳을 찾아 살고 있으니 참으로 그윽하고 우아합니다! 그런데 저는 동쪽으로 서쪽으로 뛰어다니고만 있으니, 어느 때나 이렇게 깨끗하고 한가하게 지낼 수 있을까요?”

허관충이 웃으며 말했다.

“송공명과 여러 장군들은 모두 세상을 뒤덮을 만한 영웅으로, 하늘의 별자리에 응하는 사람들이오. 거기다 이제는 그 위세가 강한 오랑캐들까지 복종시켰소. 나같이 달팽이처럼 산에 엎드려 사는 자가 어찌 한 터럭이라도 형에 미칠 수 있겠소?

나는 또 시의에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오. 간사한 무리들이 권력을 전횡하면서 조정을 가리고 있는 것을 보고 벼슬에 나아갈 뜻을 잃어 강호를 떠돌아다니다가 이곳에 이르렀소. 나도 꽤나 소심한 사람이오.”

말을 마치고 크게 웃었다. 그리고 잔을 씻고 다시 술을 따랐다. 연청이 백금 20냥을 꺼내 허관충에게 내밀며 말했다.

“작은 예물이지만, 내 성의입니다.”

허관충이 한사코 받지 않자, 연청이 말했다.

“형은 재능이 있으니, 이 아우와 함께 경성으로 가서 출세할 방도를 찾아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허관충은 탄식하며 말했다.

“지금 간사한 자들이 득세하여 현명한 사람과 재능 있는 사람을 시기질투하고 있소. 귀신같은 자들이나 사람에게 독기를 쏜다는 물여우 같은 자들이 모두 높은 관을 쓰고 넓은 띠를 매고 있으며, 충량하고 정직한 사람들은 모두 감옥에 갇혀 있거나 해를 입고 있소.

벼슬하려던 내 생각은 이미 오래 전에 재가 되었소. 형도 공명(功名)을 성취하는 날 마땅히 물러날 길을 찾으시오. 옛말에 이르기를, ‘독수리가 없어지면 좋은 활도 창고에 감추어진다.’고 하였소.”

연청도 고개를 끄덕이며 탄식하였다. 두 사람은 밤늦게까지 얘기를 나누다가 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 세수하고 아침밥을 먹은 다음, 허관충은 연청을 데리고 산 구경을 나섰다. 산봉우리가 겹겹이 가로막고 사면이 모두 산이어서, 오직 날짐승의 울음소리만 들릴 뿐 인적은 보이지 않았다. 산중에 살고 있는 인가는 모두 20여 가에 지나지 않았다. 연청이 말했다.

“여기가 무릉도원보다 낫겠습니다.”

온종일 산 경치를 구경하다가 저녁이 되어 돌아와, 또 하룻밤을 묵었다.

다음 날, 연청은 허관충을 작별하며 말했다.

“송선봉께서 염려하실까 걱정되니 이만 작별해야겠습니다.”

허관충이 문 앞까지 배웅 나왔다가, 말했다.

“잠깐만 기다리시오!”

잠시 후 아이가 두루마리 하나를 가지고 나왔고, 허관충이 그걸 연청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이건 내가 근래에 그린 졸렬한 그림인데, 경성에 가거든 한번 세밀히 보시오. 나중에 혹 쓰일 데가 있을지 모르겠소.”

연청은 감사인사를 하고 군졸에게 행장 속에 갈무리하게 했다. 두 사람은 차마 헤어지기 아쉬워 1~2리를 같이 걷다가, 연청이 말했다.

“‘천리를 배웅해도 끝내 이별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멀리 나오지 마시고, 나중에 다시 만납시다.”

두 사람은 아쉽게 작별했다. 연청은 허관충이 멀리까지 돌아간 뒤에야 비로소 말에 올랐다. 군졸도 말에 올라 함께 달려가 하루도 안 되어 동경에 도착했다. 마침 송선봉은 진교역에 주둔하고서 천자의 성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연청은 영채로 가서 송선봉을 뵈었다.

한편, 먼저 돌아온 숙태위와 조추밀의 중군 인마가 도성으로 들어와, 송강 등의 공로를 천자에게 아뢰었다. 그리고 송선봉과 여러 장수들이 병마를 거느리고 돌아와 관외에 이미 당도했음을 보고하였다.

조추밀은 천자 앞에서 송강과 여러 장수들이 변방에서 고생한 일을 자세히 아뢰었다. 천자는 그걸 듣고 크게 칭찬하면서, 황문시랑에게 성지를 내려 송강 등은 갑옷을 입고 도성으로 들어와 천자를 알현하게 하라고 명하였다.

송강과 여러 장수들은 성지를 받들어 갑옷을 입고 천자가 하사한 금패나 은패를 걸고 동화문으로 들어가, 문덕전에 이르러 천자를 알현하고 절을 한 다음 만세를 세 번 불렀다. 황제가송강 등을 보니 모두 영웅으로 비단 전포를 입고 금띠를 둘렀는데, 오용·공손승·노지심·무송만은 본래 복장이었다. 천자는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과인은 경들이 변방에 나가 적과 싸우느라 노고가 많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부상을 입은 자가 많다고 하니, 과인이 심히 걱정된다.”

송강이 재배하고 아뢰었다.

“성상의 홍복 덕분에, 신들이 비록 다치기는 했으나 모두 무사합니다. 이제 조정에 거역하던 오랑캐들이 투항하여 변경이 편안해졌으니, 실로 폐하의 위덕 덕분입니다. 신들이 무슨 노고가 있었겠습니까?”

송강은 재배하고 칭사하였다. 천자는 중서성 관원들에게 명하여 관작 봉하는 일을 의논하라고 하였다. 태사 채경과 추밀사 동관이 상의하여 아뢰었다.

“송강 등의 관작은 신들이 의논하여 다시 아뢰겠습니다.”

천자는 그렇게 하라고 이르고, 광록시에 명하여 연회를 열게 하였다. 송강에게는 비단 전포 한 벌과 황금 갑옷 한 벌, 명마 한 필을 하사하였고, 노준의 이하 장수들에게는 황금과 비단을 상으로 내렸다.

송강과 장수들은 천자에게 사은하고 궁궐을 나와 서화문 밖에 주둔하면서 성지를 기다렸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채경과 동관 등이 관작 봉할 일을 의논하지 않고 시간만 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송강은 영채에서 한가하게 군사 오용과 고금의 흥망성쇠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대종이 석수와 함께 평복 차림으로 와서 말했다.

“영중에서 가만히 있자니 무료해서, 오늘 석수 형제와 함께 나들이나 할까 해서 형님께 아뢰러 왔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갔다가 빨리 돌아오게. 함께 술이나 한 잔 하세.”

대종은 석수와 함께 진교역을 떠나 북쪽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저자거리 몇 개를 지나 걷다 보니, 문득 길가에 큰 비석이 하나 서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비석에는 ‘조자대(造字臺)’라고 쓰여 있고, 그 위에 작은 글자가 몇 줄 쓰여 있었는데 풍우에 깎여 분명히 보이지가 않았다. 대종이 자세히 보고 말했다.

“창힐(蒼頡)이 문자를 만들었던 곳이군.”

석수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별로 안 쓰는 것이지요.”

두 사람은 웃었다. 또 걸어가다가 어떤 큰 공터에 다다랐는데, 땅바닥에 온통 기와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북쪽에 돌문이 하나 있고 거기에 가로로 석판이 하나 걸려 있는데, ‘박랑성(博浪城)’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대종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원래 이곳이 한(漢)나라 유후(留侯) 장량이 역사(力士)를 시켜 철퇴로 진시황을 공격했던 곳이로군.”

대종이 칭찬하여 말했다.

“유후는 훌륭한 분이었지!”

석수가 말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철퇴가 명중하지 못했죠!”

두 사람은 탄식하면서 또 북쪽을 향해 걸어갔는데, 어느덧 영채에서 20여 리나 떨어졌다. 석수가 말했다.

“벌써 반나절이나 지났네요. 어디 가서 술이나 한 사발 하고 영채로 돌아갑시다.”

대종이 말했다.

“저 앞에 있는 것이 주점 아닌가?”

두 사람은 주점으로 들어가 창가 밝은 곳에 자리 잡고 앉았다. 대종이 탁자를 두드리며 소리쳤다.

“술 가져오너라!”

점원이 채소 몇 접시를 탁자 위에 갖다놓으며 물었다.

“나리! 술을 얼마나 드릴까요?”

석수가 말했다.

“먼저 술 두 병 하고 안주거리 가져오게.”

잠시 후 점원이 술 두 병과 소고기·양고기·닭고기를 한 쟁반 가져왔다. 두 사람은 술을 마시면서 한담을 나누고 있었는데, 그때 한 사내가 우산과 곤봉을 들고 주점으로 들어왔다. 등에는 보따리를 지고 허리에는 전대를 차고 있었는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들어오자마자 우산과 곤봉, 보따리를 내려놓고 자리에 앉아 소리쳤다.

“빨리 술과 고기를 가져오너라!”

점원이 술 한 병과 채소 세 접시를 갖다놓자, 사내가 말했다.

“여러 말 할 것 없이 빨리 고기 한 접시 썰어 오너라. 얼른 먹고 성으로 들어가 볼 일 봐야겠다.”

그리고 술을 따라 벌컥벌컥 들이켰다. 대종이 사내를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저자는 공인 같은데, 무슨 일로 저렇게 급할까?”

대종은 사내 앞으로 가서 공수하고 물었다.

“형씨! 무슨 일이 있길래, 그렇게 서두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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