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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207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7.14|조회수70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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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제91회-1

사내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고서, 대종에게 말했다.

“하북(河北)의 전호(田虎)가 난을 일으켰는데, 아십니까?”

대종이 말했다.

“나도 조금은 알고 있소만.”

“전호란 놈이 고을을 침략하여 빼앗고 있는데, 관군은 막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근래에는 개주를 깨뜨렸고, 조만간 위주도 공격할 겁니다. 성안의 백성은 밤낮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고 성 밖의 백성은 사방으로 도망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부에서 나를 중서성으로 보낸 것입니다. 위급을 고하는 공문도 있습니다.”

말을 마치자, 사내는 일어나서 보따리를 지고 우산과 곤봉을 들고, 급히 계산을 한 다음 문을 나서면서 탄식하여 말했다.

“참으로 관아의 심부름은 못해 먹을 노릇이구나! 우리 가족도 모두 성중에 있는데. 황천이시여! 구원병이 빨리 가도록 해주십시오!”

사내는 도성을 향해 달려갔다.

대종과 석수는 그 소식을 듣고 바로 주점을 나와 영채로 가서 송선봉에게 그 일을 보고하였다. 송강이 오용과 상의하며 말했다.

“우리 장수들이 여기서 한가하게 지내고 있는 것이 마땅치 않은 것 같소. 차라리 천자께 아뢰어 병력을 일으켜 전호를 정벌하러 가는 것이 좋겠소.”

오용이 말했다.

“그 일은 숙태위가 아뢰어야 될 것입니다.”

장수들을 소집하여 상의하자, 모두 기뻐하였다.

다음 날, 송강은 관복을 입고 수십 기를 거느리고 성으로 들어가, 곧장 숙태위의 부중을 찾아갔다. 마침 숙태위가 부중에 있어, 사람을 시켜 알렸다. 숙태위는 황망히 불러들였다. 송강이 당상에 당도하여 재배하자, 숙태위가 말했다.

“장군은 무슨 일로 이렇게 오셨소?”

송강이 말했다.

“상공께 말씀 올립니다. 제가 들으니, 하북의 전호가 반란을 일으켜 고을을 점거하고 멋대로 연호를 고쳤다고 합니다. 개주를 이미 침략하였고, 조만간에 위주를 공격할 것이라고 합니다. 송강의 인마가 오래도록 한가하였으니, 저희가 병력을 거느리고 가서 전호를 정벌하여 진충보국(盡忠報國)하자고 합니다. 상공께서 천자께 아뢰어 주십시오.”

숙태위는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며 말했다.

“장군께서 이처럼 충의의 마음으로 나라를 위해 힘을 다하시겠다니, 내가 마땅히 힘써 천자께 아뢰겠습니다.”

송강이 사례하며 말했다.

“저희들이 누차 태위의 두터운 은덕을 입으니, 각골명심(刻骨銘心)하더라도 보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숙태위는 술을 내어 대접하였다. 저녁에 송강은 영채로 돌아와 여러 두령들에게 숙태위와의 대화를 얘기해 주었다.

한편, 숙태위가 다음 날 조정에 들어가니, 천자는 피향전에 있었다. 중서성에서 하북의 전호가 반란을 일으켰음을 아뢰었다. 5주(州) 56현(縣)을 점거하고 연호를 고쳤으며 스스로 왕이라고 칭하고 있는데, 지금 능주와 회주를 공격하고 있다고 하였다. 놀란 이웃 주에서 위급을 고하는 공문이 올라왔다고 하였다. 천자는 크게 놀라 문무백관에게 물었다.

“경들 가운데 누가 과인을 위해 이 도적을 없애겠소?”

반열에서 숙태위가 나와 엎드려 아뢰었다.

“신이 듣건대, 전호는 파죽지세로 이미 중원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맹장과 웅병이 아니면 치기 어렵습니다. 지금 요나라를 격파하고 돌아온 송선봉이 도성 밖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폐하께서 칙령을 내려 송선봉으로 하여금 전호를 치게 하시면 반드시 대공을 세울 것입니다.”

천자는 크게 기뻐하며 즉시 중서성 관원을 보내 송강과 노준의를 피향전으로 불러오게 하였다. 송강과 노준의가 천자를 알현하고 절을 올리자, 천자가 말했다.

“짐은 경들이 영웅이며 충의를 품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이제 경들에게 하북을 정벌할 것을 명하니, 경들은 노고를 아끼지 말라. 개선가를 부르며 돌아오면, 짐이 중용할 것이다.”

송강과 노준의가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신들은 이미 성은을 입었습니다. 어찌 감히 이 한 몸을 다 바쳐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지 않겠습니까!”

천자는 기뻐하면서 송강을 평북정선봉(平北正先鋒)에, 노준의를 부선봉에 임명하였다. 두 사람에게는 어주, 황금 허리띠, 비단 전포, 황금 갑옷, 비단 등을 하사하고, 나머지 장수들에게는 비단과 은냥을 하사하였다. 하북을 평정하고 오면 공에 따라 상을 주고 관작도 내리겠다고 하였다. 송강과 노준의는 재배하고 사은한 다음 영채로 돌아가, 장수들을 소집하여 전호를 정벌하러 갈 준비를 하라고 명하였다.

다음 날, 궁궐의 창고에서 비단과 은냥이 내려와, 장수들과 삼군에 지급하였다. 송강은 오용과 의논하여, 수군두령들에게 전선을 정돈하여 변하(汴河)에서 황하로 들어가 원무현 경계에 당도하여 대군을 기다렸다가 강을 건너게 하라고 하였다. 또 마군두령들에게는 마필을 정돈하여 수륙으로 함께 전진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명하였다.

한편, 하북의 전호는 원래 위승주 심원현의 사냥꾼이었다. 힘이 세고 무예가 뛰어났는데, 오로지 악한 자들만 사귀었다. 그가 사는 곳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무리가 모이기에 쉬웠다. 또 마침 홍수와 가뭄이 빈번히 일어나 백성들이 곤궁하여, 인심이 반란을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전호는 그 기회를 틈타 도망자들을 규합하고 요언을 날조하여 백성들을 선동하였다. 처음에는 재물을 약탈했지만 후에는 고을을 침략하기 시작했는데, 관병들이 그 예봉을 막지 못했다.

전호는 일개 사냥꾼에 불과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창궐할 수 있었을까? 당시 관청을 보면, 문관들은 돈만 요구하고 무장들은 죽음을 두려워했다. 각 고을마다 방어하는 관병들이 있기는 했지만, 모두 노약자들뿐이어서 허깨비에 지나지 않았다. 혹은 혼자서 두세 명의 군량을 타먹기도 했고, 혹은 권세 있는 집안의 자식들이 10여 냥의 보증금을 내고 이름만 달아놓고 군량만 받아먹고서 점고를 하거나 훈련을 할 때에는 고용인을 대신 내보내기도 하였다. 위아래가 모두 깨끗하지 못하여 그런 부조리를 깨뜨릴 수가 없었다.

국가는 돈을 다 쓰고도 결국 조금도 실용성이 없었다. 전쟁터에 나가면 싸울 줄은 모르고, 줄지어 서 있기만 하다가 앞에서 먼지가 일어나고 포성이 울리면, 부모가 다리를 두 개만 낳아준 것을 원망하였다. 당시 몇몇 군관이 병마를 이끌고 전호를 치러 간 적도 있었지만, 아무도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았다. 뒤로 꽁무니만 빼다가 도망치기 일쑤고, 허세만 부리다가 선량한 백성을 죽여 공을 꾸미기도 하였다. 백성의 원한이 심해져, 관병을 피하고 도리어 도적을 따랐다.

전호가 점거한 곳이 5주(州) 56현(縣)이었다. 위승주는 오늘날의 심주, 분양주는 오늘날의 분주, 소덕주는 오늘날의 노안주, 진녕주는 오늘날의 평양주, 개주는 오늘날의 택주이다. 56현은 모두 5개주 관할의 현이었다.

전호는 분양에 궁전을 짓고 가짜 문무백관을 설치하였으며, 안으로 재상을 두고 밖으로 장군을 두어 한 지방을 제패하여 진왕(晉王)이라 칭하였다. 병사들은 정예하고 장수들은 용맹하였으며, 산천은 험준하였다. 지금 군사를 두 길로 나누어 송나라를 침범하러 온 것이었다.

한편, 송강은 날을 택하여 중서성 관원들을 작별하고 출발하였다. 숙태위가 친히 나와서 전송하였고, 조안무가 성지를 받들고 영채로 와서 삼군을 위로하였다. 송강과 노준의는 숙태위와 조추밀에게 사례하고 병력을 세 부대로 나누어 전진하였다.

오호장(五虎將)과 팔표기(八驃騎)로 전군을 삼았다. 오호장은 대도 관승, 표자두 임충, 벽력화 진명, 쌍편장 호연작, 쌍쟁장 동평이었다. 팔표기는 소이광 화영, 금쟁수 서녕, 청면수 양지, 급선봉 삭초, 몰우전 장청, 미염공 주동, 구문룡 사진, 몰차란 목홍이었다.

16표장(彪將)으로 후군을 삼았다. 소표장 16명은, 진삼산 황신, 병울지 손립, 추군마 선찬, 정목안 학사문, 백승장 한도, 천목장 팽기, 성수장군 단정규, 신화장군 위정국, 마운금시 구붕, 화안산예 등비, 금모호 연순, 철적선 마린, 도간호 진달, 백화사 양춘, 금표자 양림, 소패왕 주통이었다.

송강·노준의·오용·공손승은 나머지 장수들과 마보두령 등을 거느리고 중군을 인솔하였다. 호포가 세 번 터지고 징과 북이 일제히 울리면서 진교역을 떠나 동북쪽을 향하여 진격했다. 송강의 호령이 엄명하여 대오가 질서정연하였으며, 지나는 지방마다 추호도 백성을 범하지 않았다.

병력이 원무현 경계에 이르자, 현의 관원들이 교외까지 나와 영접하였다. 전군의 탐마가 와서 수군두령이 이끄는 배들이 이미 강가에 대기하고 있음을 보고하였다. 송강은 이준에게 수병 6백을 이끌고 좌우로 나누어 정탐하게 하였다. 그리고 그곳의 배들을 더 모아서 말과 수레 등을 실어 강을 건너게 하였다. 송강의 대군도 차례로 황하를 건너 북쪽 언덕에 당도하였다. 그리고 이준에게 명을 내려 전선을 이끌고 위주의 위하로 가서 집결하게 하였다.

전군이 먼저 위주에 당도하여 하채하자, 위주의 관원들이 영접하였다. 연석을 마련하여 기다리다가, 송선봉이 당도하자 성중으로 인도하여 대접하였다. 관원들이 말했다.

“전호의 병력이 아주 많으므로 가벼이 대적해서는 안 됩니다. 택주는 전호의 수하인 가짜 추밀 유문충이 지키고 있습니다. 그의 부하인 장상과 왕지가 1만을 거느리고 본주 소속의 휘현을 공격하러 갔고, 심안과 진승이 1만을 거느리고 회주 소속의 무섭을 공격하러 갔습니다. 선봉께서 속히 구해 주시기 바립니다.”

송강은 영채로 돌아와 두 고을을 구원할 일을 오용과 상의하였다. 오용이 말했다.


“능천은 개주의 요지이니, 먼저 능천을 공격하면 두 현의 포위는 절로 풀릴 것입니다.”

노준의가 말했다.

“제가 가서 능천을 취하겠습니다.”

송강은 크게 기뻐하면서, 노준의에게 마군 1만과 보병 5백을 내주었다. 마군두령은 화영·진명·동평·삭초·황신·손립·양지·사진·주동·목홍이고, 보군두령은 이규·포욱·항충·이곤·노지심·무송·유당·양웅·석수였다.

다음 날, 노준의는 병력을 거느리고 떠났다. 송강은 장막에서 다시 오용과 진격할 계책을 의논하였다. 오용이 말했다.

“적병들은 그동안 싸움에 이겨서 오만해졌을 것이니, 노선봉이 이번에 가면 필시 성공할 것입니다. 다만 삼진(三晉) 지방은 산천이 험준하니, 먼저 두령 두 사람을 세작으로 보내 산천의 형세를 정탐한 다음에 진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말이 미처 끝나기 전에 연청이 장막 안으로 들어와 아뢰었다.

“군사께서 애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산천의 형세는 이미 여기 있습니다.”

연청이 두루마리 하나를 탁자 위에 펼쳤다. 송강과 오용이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그건 삼진의 산천·성곽·관문을 그린 지도였다. 게다가 어디에 군사를 주둔할 수 있는지, 어디에 매복할 수 있는지, 어디에서 싸울 수 있는지가 세세히 그려져 있었다. 오용이 놀라서 물었다.

“이 지도를 어디서 얻었는가?”

연청이 송강에게 말했다.

“지난번에 요나라를 격파하고 돌아올 때 쌍림진에서 허관충이란 사람을 만난 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가 저를 집으로 데려갔는데, 떠날 때 이 지도를 주었습니다. 그는 보잘것없는 그림이라고 말했는데, 제가 영채로 돌아와서 한가할 때 꺼내 보았더니 바로 삼진의 지도였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지난번에 자네가 돌아왔을 때, 마침 천자를 알현하느라 바빠서 자세히 물어보지 못했네. 내가 그 사람을 보니, 호걸이었네. 자네도 평소에 그의 장점을 많이 말하지 않았나? 그는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나?”

“관충은 박식하고 재능이 많으며, 무예도 뛰어나고 대담합니다. 그 외에도 거문고도 잘 타고 바둑도 잘 두며 그림도 잘 그립니다. 하지만 벼슬하기를 원치 않아 산속에 숨어 살고 있습니다.”

연청은 허관충의 생활을 자세히 얘기했다. 오용이 말했다.

“참으로 천하의 인재로군!”

송강과 오용은 찬탄해 마지않았다.

한편, 노준의는 병마를 거느리고 능천으로 갔다. 먼저 황신과 손립으로 하여금 3천 병력을 이끌고 능천성 동쪽 5리 밖에 매복하게 하고, 사진과 양지로 하여금 3천 병력을 이끌고 능천성 서쪽 5리 밖에 매복하게 하였다.

“오늘 밤에 병사들은 함매하고 말은 방울을 떼고서 조용히 가도록 하게. 내일 우리가 진격할 때, 만약 적군이 준비가 없어 우리가 쉽게 성을 얻으면 남문에 깃발을 세워 신호하겠네. 그러면 두령들은 군마를 이끌고 천천히 성으로 오면 되네. 하지만 만약 적군이 준비가 되어 있으면 포를 터뜨려 신호하겠네. 그러면 양로에서 일제히 쳐들어와 접응하게.”

네 장수는 명을 받고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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