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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208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7.14|조회수43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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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제91회-2

다음 날 노준의는 새벽에 밥을 지어먹고 해뜰 무렵에 군마를 이끌고 능천성으로 쳐들어갔다. 병력을 세 부대로 나누어 ‘一’ 자로 벌려 세운 다음 깃발을 흔들고 북을 울리며 싸움을 걸었다.

성을 지키던 군사가 황급히 달려가 장수 동징과 편장 심기·경공에게 보고하였다. 동징은 유문충의 부하 선봉으로 신장이 9척이고 팔 힘이 아주 세 무게가 30근 나가는 발풍도(潑風刀)를 사용했다. 동징은 송나라 조정에서 양산박 병마를 파견하여 이미 성 아래 당도했다는 보고를 받고, 급히 군마를 점검하여 성을 나가 대적하고자 했다. 그러자 경공이 간했다.

“제가 듣건대, 송강의 무리는 영웅이 많아 가벼이 대적해서는 안 됩니다. 굳게 지키면서 사람을 개주로 보내 구원병이 당도하면 안팎으로 협공해야 이길 수 있습니다.”

동징이 크게 노하여 말했다.

“그까짓 놈들이 감히 나를 우습게보고 우리 성을 치러 오다니! 저놈들은 멀리서 왔기 때문에 피로할 것이다. 내가 나가서 저놈들이 갑옷 한 조각도 가지고 돌아가지 못하게 할 것이다!”

경공이 간곡히 간했지만 듣지 않고, 동징이 말했다.

“정 그렇다면, 1천 군마를 너에게 남겨줄 테니 성을 지키도록 해라. 성루에 올라가 앉아서, 내가 저놈들을 쳐부수는 걸 구경이나 해라.”

동징은 갑옷을 입고 발풍도를 빼어 들고 심기와 함께 성을 나갔다. 성문을 열고 조교를 내린 다음 2~3천의 병마가 달려 나갔다. 송군의 진에서 강궁과 쇠뇌를 쏘아, 사정권 밖에서 대치하였다.

북소리가 둥둥둥 울리더니 능천성 진에서 한 장수가 나섰다. 머리에 쓴 투구에는 붉은 술이 늘어졌고, 연환철갑과 전포를 입었는데, 활을 메고 은색의 권모마(卷毛馬)를 타고 손에는 발풍도를 들었다. 동징이 말을 세우고 큰소리로 외쳤다.

“물가의 도적놈들아! 죽으려고 왔느냐!”

주동이 말을 몰아 나아가며 소리쳤다.

“천병이 왔으니 빨리 말에서 내려 포박을 받아라! 그러면 죽음은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양군에서 함성을 질렀다. 주동과 동징은 가운데서 맞붙었다. 두 말이 서로 얽히고, 무기가 서로 부딪혔다. 두 장수가 교전한 지 10여 합 만에 주동이 말을 돌려 동쪽으로 달아났다. 동징이 추격하자, 동쪽 진에서 화영이 쟁을 들고 달려 나갔다. 두 장수가 30여 합을 싸웠는데, 승부가 나지 않았다.

조교 곁에 있던 심기가, 동징이 이기지 못하는 것을 보고 번쩍이는 점강쟁(點鋼鎗)을 휘두르며 말을 박차고 달려 나가 싸움을 도왔다. 두 장수가 협공을 하자, 화영은 말을 돌려 동쪽으로 달아났다. 동징과 심기가 긴박하게 추격해 오자, 화영은 말을 돌려 다시 싸우기 시작했다.

성 위에서 바라보던 경공은 동징과 심기가 추격하는 것을 보고 실수할까 염려되어 북을 울려 병력을 철수하려고 했는데, 그때 송군의 진에서 한 떼의 부대가 튀어나왔다. 이규·노지심·포욱·항충 등 10여 명의 두령이 나는 듯이 달려와 조교를 공격했다. 능천성의 병사들은 그 흉맹한 기세를 당해내지 못하였다.

경공이 급히 성문을 닫으라고 소리쳤지만, 이미 때는 늦어 노지심과 이규가 성안으로 뛰어들었다. 성문을 지키던 군사들이 일제히 앞을 가로막았지만, 노지심이 큰소리를 지르면서 선장을 휘둘러 두 놈을 쓰러뜨리고, 이규가 도끼를 휘둘러 대여섯 명을 베어 넘겼다. 그러자 포욱 등이 일제히 달려들어 성문을 빼앗고 군사들을 흩어 버렸다. 경공은 형세가 나쁜 것을 보고 급히 성 아래로 내려가 북쪽을 향해 달아났지만, 보군들이 추격하여 사로잡아 버렸다.

동징과 심기는 화영과 싸우다가 조교 부근에서 함성이 일어나는 것을 듣고 급히 말을 돌려 달려갔다. 화영은 추격하지 않고 쟁을 안장에 걸고 활을 당겨 동징의 등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동징은 등에 화살을 맞고 두 다리가 허공으로 올라가면서 말에서 거꾸로 떨어졌다.

노준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군마를 휘몰아 돌격하였다. 심기는 동평의 쟁에 찔려 죽었고, 능천의 병마는 태반이 죽고 나머지는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송군 장수들은 병력을 이끌고 일제히 성안으로 진격하였다. 그때 흑선풍 이규는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베어 죽이고 있었다. 노준의가 이규에게 소리쳤다.


“아우! 백성을 죽이지 마라!”

이규는 비로소 손을 멈추었다.

노준의는 군사를 시켜 빨리 남문 위에 약속했던 깃발을 세워 양로 복병에게 알리게 하고, 다시 군사들을 나누어 각 성문을 지키게 하였다. 잠시 후, 황신·손립·사진·양지의 양로 복병이 모두 성으로 들어왔다. 화영은 동징의 수급을, 동평은 심기의 수급을 바쳤다. 포욱 등은 경공과 부하 두목 몇 명을 사로잡아 왔다. 노선봉은 그들의 포박을 풀어 준 다음 경공을 손님자리에 앉혔다. 경공이 절을 하며 말했다.

“사로잡힌 장수를 어찌 이렇게 후한 예로써 대접하십니까?”

노준의가 경공을 일으키며 말했다.

“장군이 성을 나와 싸우지 않은 것을 보면 뜻이 깊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찌 동징의 무리와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송선봉은 어진 사람을 받아들이는 분이오. 장군이 만약 조정에 귀순한다면, 송선봉은 필시 중용해 달라고 조정에 아뢸 것입니다.”

경공은 고개를 숙이며 사례하고 말했다.

“이미 목숨을 살려주신 은혜를 입었으니, 휘하의 소졸이 되기를 원합니다.”

노준의는 크게 기뻐하며, 다시 좋은 말로 두목들까지 위로하였다. 한편으로 방을 내걸어 백성을 안정시키고, 다른 한편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군사들을 위로하였다.

노준의가 경공과 장수들에게 술을 대접하면서, 경공에게 물었다.

“개주성에는 장병이 얼마나 있소?”

경공이 말했다.

“개주는 유문충이 많은 병력을 거느리고 지키고 있습니다. 양성과 심수는 개주의 서쪽에 있어 여기서는 멀고, 고평현은 여기서 60리밖에 안 됩니다. 그 옆에 한왕산이 있는데, 장례와 조능이 2만 군마를 거느리고 지키고 있습니다.”

노준의는 그 말을 듣고 술잔을 들어 경공에게 권하면서 말했다.

“장군은 마음껏 드시오. 오늘 밤 내가 장군이 공로를 세울 수 있게 해줄 테니, 사양하지 마시오.”

경공이 말했다.

“선봉의 두터운 은혜를 입었으니, 경공이 어찌 감히 마음을 다하지 않겠습니까!”

노준의가 기뻐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우리 형제 몇 명과 장군의 부하 두목들을 딸려 보낼 테니, 여차여차 하시오.”

또 새로 항복한 6~7명의 두목들을 불러 각기 술과 음식을 대접하고 은냥을 준 다음, 공을 세우면 무거운 상을 내리겠다고 약속했다.

술자리를 파한 뒤, 노준의는 이규와 포욱 등 보군두령 7명과 보병 1백 명에게 능천 군사의 갑옷으로 갈아입고 그 깃발을 들게 했다. 또 사진과 양지는 5백 마군을 이끌고 함매하고 방울을 떼고서 경공의 뒤를 멀찌감치 따라가게 하였다. 그리고 화영 등의 장수들에게 성을 지키게 하고, 노준의 자신은 3천 병력을 거느리고 뒤를 따라 접응하기로 하였다.

배정이 끝나자, 경공 등은 계책을 받고 성을 나섰다. 고평성 남문 밖에 당도했을 때는 이미 황혼 무렵이었다. 별빛 아래에서 보니, 성 위에는 깃발이 삼엄하게 늘어서 있고 성중에서 울리는 북소리는 엄명하였다. 경공이 성 아래에서 큰소리로 외쳤다.

“나는 능천을 지키는 장수 경공이다! 동징과 심기, 두 장수가 내 말을 듣지 않고 성문을 열고 나가 경솔하게 대적하다가 성을 잃고 말았다. 나는 급히 백여 명을 데리고 북문을 열고 나와 소로로 몰래 여기까지 왔다. 빨리 성문을 열어라!”

성을 지키는 군사들이 횃불을 비춰 보고서, 급히 달려가 장례와 조능에게 보고하였다. 장례와 조능이 직접 성루에 올라가니, 군사들이 횃불로 앞뒤를 비추었다. 장례가 경공에게 말했다.

“우리편 인마이긴 하지만, 명백하게 살펴봐야겠소.”

장례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자세히 살폈는데, 능천의 경공이 틀림없었다. 거느리고 온 백여 명의 군졸도 갑옷이나 깃발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성 위의 군사들 중에 경공을 따라온 두목들을 알아본 자들이 있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건 손여호야!”

“저건 이금룡이네!”

장례가 웃으며 말했다.

“저들을 들여보내라!”

성문을 열고 조교를 내렸는데, 장례는 또 3~40명의 군사들을 조교 양쪽에 늘어세우고서야 비로소 경공을 성으로 들어오게 하였다. 그때 경공의 뒤에 있던 군사들이 한꺼번에 앞으로 밀어닥치며 말했다.

“빨리 가라고! 빨리 가! 뒤에서 적이 추격해 온단 말이야!”

그리고는 경공조차도 밀치면서 앞으로 밀고 들어왔다. 성문을 지키는 군사들이 소리쳤다.

“어딜 가려고? 왜 이리 어지럽게 날뛰는 거야!”

한창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데, 한왕산 기슭에서 불길이 치솟으면서 한 떼의 군마가 나는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앞장선 두 장수가 소리쳤다.

“적장은 달아나지 마라!”

경공의 군졸 속에는 이미 이규·포욱·항충·이곤·유당·양웅·석수 등 일곱 호랑이가 섞여 있었는데, 각기 무기를 꺼내들고 함성을 지르면서 성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백여 명의 군사들도 일제히 그 뒤를 따랐다. 성안의 군사들은 미처 손 쓸 새가 없어 성문을 닫지 못하였다. 성문 안팎에서 군사들 수십 명이 쓰러지고 성문을 빼앗겼다.

장례는 급히 쟁을 들고 성 아래로 내려가 경공을 찾다가 석수와 마주쳤다. 4~5합을 싸우다가 장례는 더 이상 싸울 마음이 없어 쟁을 끌면서 달아났다. 그때 이규가 추격해 와서 도끼로 내리쳐 두 동강을 내고 말았다.

한편, 한왕산 방면에서 한 떼의 군마가 달려와 성으로 들어왔는데, 바로 사진과 양지의 군마였다. 조능은 난전 가운데 죽었고, 고평 군사들은 태반이 죽었다. 장례의 가족도 모두 죽음을 당했고, 성안의 백성들은 모두 잠에서 깨어나 통곡소리가 하늘까지 울렸다.

잠시 후, 노선봉이 병력을 거느리고 당도하여 군사들에게 성문을 지키게 하는 한편, 군사들을 내보내 백성을 살해하지 말라고 소리치게 하였다. 날이 밝자, 방을 내걸어 백성을 안정시키고 군사들에게 상을 내렸으며, 사람을 보내 송선봉에게 소식을 알렸다.

노준의가 두 성을 공격하여 그렇게 쉽고 신속하게 격파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전호의 부하들은 사방을 종횡하면서도 오랫동안 적수가 없어서 관군을 경시해 왔으며, 그래서 송강의 장수들이 이처럼 영웅들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노준의는 그걸 꿰뚫어보았고, 그래서 그들이 생각지도 않은 때에 공격함으로써 두 성을 연이어 격파한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오용이 ‘이번에 노선봉이 가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까닭이었다.

한편, 송강의 군마는 위주성 밖에 주둔하고 있었다. 송선봉이 장막에서 일을 의논하고 있는데, 홀연 노선봉이 사람을 보내 승첩을 알리고 진병 계책을 다시 의논하기를 청하였다. 송강은 크게 기뻐하면서 오용에게 말했다.

“노선봉이 이틀 만에 두 성을 연달아 깨뜨렸으니, 적들은 이미 간담이 서늘해졌을 것이오.”

얘기하고 있는데 양로의 정찰병이 달려와 보고했다.

“휘현과 무섭, 두 곳을 포위했던 병마가 능천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포위를 풀고 가버렸습니다.”

송강이 오용에게 말했다.

“군사의 귀신같은 계산은 고금에 드물 것이오!”

송강은 영채를 뽑고 서쪽으로 가서 노준의와 병력을 합쳐 진병을 의논하려고 하였다. 그러자 오용이 말했다.

“위주의 왼쪽은 맹문이고, 오른쪽은 태행입니다. 남쪽으로 큰 강에 접해 있고, 북쪽에는 상당이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요충지입니다. 우리 대군이 서쪽으로 간 걸 알고 적군이 소덕을 따라 병력을 이끌고 남하하게 되면, 아군은 동서가 서로 돌볼 수 없게 됩니다. 그러면 어찌하시렵니까?”

송강이 말했다.

“군사 말씀이 참으로 옳소!”

관승·호연작·공손승에게 5천 군마를 거느리고 위주를 지키게 하고, 수군두령 이준, 장씨 형제, 완씨 형제, 동씨 형제에게 수군의 배를 이끌고 위하(衛河)에 정박하여 성안의 군마와 기각(犄角)을 이루게 하였다.

송강은 장수들과 대군을 거느리고 떠났다. 고평에 당도하자, 노준의가 성을 나와 영접하였다. 송강이 말했다.

“형제들이 연이어 두 성을 얻었으니, 그 공로가 적지 않네. 공적부에 모두 일일이 기록하겠네.”

노준의는 새로 항복한 경공을 데려와 인사시켰다. 송강이 말했다.

“장군이 그릇된 길을 버리고 바른 길로 돌아왔으니, 함께 나라를 위해 힘을 다합시다. 그러면 조정에서 마땅히 중용할 겁니다.”

경공은 절하고 시립하였다. 송강의 인마는 많아서 모두 성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성 밖에 주둔하였다. 송강은 오용·노준의와 상의하였다. 오용이 말했다.

“개주는 산이 높고 골짜기가 깊으며, 도로가 험하고 좁습니다. 그런데 이미 개주에 속한 두 현을 우리가 얻었기 때문에, 그 세력이 고립되었습니다. 먼저 개주를 취하여 적의 세력을 분산시킨 후에 병력을 두 길로 나누어 협공하면 위승주도 깨뜨릴 수 있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선생의 말씀이 내 뜻과 합치되오.”

시진으로 하여금 이응과 함께 능천을 지키게 하고, 화영을 비롯한 여섯 장수는 본채로 와서 명을 기다리게 하였다. 사진은 목홍과 함께 고평을 지키게 하였다. 시진 등 네 사람은 명을 받고 떠났다.

그때 몰우전 장청이 아뢰었다.

“소장은 이틀째 감기를 앓고 있습니다. 고평에 잠시 머물면서 치료한 뒤에 영채로 가서 명을 받들겠습니다.”

송강은 신의 안도전에게 고평에 남아 장청을 치료하게 하였다.

다음 날, 화영 등이 당도하였다. 송강은 화영·진명·삭초·손립에게 5천 병력을 주어 선봉으로 삼았다. 동평·양지·주동·한도·팽기에게 1만 병력을 주어 좌익으로 삼고, 황신·임충·선찬·학사문·구붕·등비에게 1만 병력을 주어 우익으로 삼았다. 서녕·연순·마린·진달·양춘·양림·주통·이충은 후대로 삼았다.

송강과 노준의는 나머지 장수들과 함께 대군을 거느려 중군이 되었다. 이렇게 다섯 갈래의 웅병이 개주로 쳐들어갔는데, 마치 용이 대해를 떠나는 듯 호랑이가 깊은 숲에서 나오는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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