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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210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7.15|조회수51 목록 댓글 1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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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제92회-2

송강·노준의·오용은 영채로 돌아왔다. 오용은 항장 경공을 불러 개주성 안의 길에 대해 물었다. 경공이 말했다.

“유문충은 예전의 관아를 원수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 북쪽에는 사당이 몇 개 있고, 공터는 모두 풀밭입니다.”

오용은 경공의 말을 듣고서 송강과 의논한 다음, 시천과 석수를 불러 은밀하게 말했다.

“계책에 따라서 여차여차하되, 화영에게 가서 은밀히 명을 전하고 때가 되면 일을 진행하라고 하게.”

오용은 또 능진·해진·해보를 불러 3백 군사와 함께 굉천포(轟天炮)를 가지고 가서 여차여차 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노지심과 무송은 징과 북을 지닌 3백 군사를 데리고, 유당·양웅·욱보사·단경주는 각각 2백 군사를 데리고 횃불을 준비하여 동서남북으로 가 있다가 계책에 따라 행하도록 하였다. 대종은 동서남 세 영채로 가서 은밀히 명을 전하여, 성중에서 불길이 치솟으면 성을 공격하라고 하였다. 배정이 정해지자, 두령들은 떠나갔다.

한편, 유문충은 밤낮으로 구원병이 오기만을 기다렸지만 감감 무소식이었다. 군사들을 더 다그쳐 나무와 돌을 성 위로 운반하여 굳게 지키기만 하였다. 어느 날 황혼 무렵에 문득 북문 밖에서 함성이 천지를 진동하고 북소리와 나팔소리가 일제히 울렸다. 유문충이 북문으로 달려가 성 위로 올라가 바라보았더니, 함성과 북소리가 모두 그치고 어디에 병마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유문충이 의아해 하고 있는데, 성 남쪽에서 또 함성이 일어나고 징소리와 북소리가 천지를 진동하였다. 유문충은 우옥린에게 북문을 지키게 하고, 자신은 남쪽으로 달려갔다. 성 위에 올라가 보니, 함성이 그치고 징소리와 북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유문충이 멀리 바라보니, 송군의 남쪽 영채에서 시각을 알리는 북소리만 은은하게 들려올 뿐 불빛도 하나 보이지 않았다.

유문충이 성 위에서 천천히 내려와 원수부로 가서 장병들을 점검하고 있는데, 돌연 동문 밖에서 연주포가 터지고 서쪽에서 함성이 울리고 북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유문충이 동분서주하는 사이 날이 밝았다.

송군이 다시 와서 성을 공격하다가, 밤이 되자 퇴각하였다. 그날 밤에 또 북소리와 나팔소리, 함성이 울렸다. 유문충이 말했다.

“이건 의병(疑兵)의 계책이다. 신경 쓰지 말고, 우리는 성을 굳게 지키기만 하면 된다. 저놈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자.”

홀연 동문에서 화광이 충천하면서 셀 수도 없이 많은 횃불을 들고 비루와 운제가 성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보고를 받은 유문충은 동문으로 달려가, 저형·석경·진승과 함께 군사를 감독하여 불화살과 포석 등을 쏘게 하였다.

그때 화포 소리가 산골짜기를 울리면서 성루도 흔들렸다. 성중의 군사와 주민들은 십분 놀라고 두려웠다. 이렇게 이틀 밤을 괴롭히더니, 날이 밝자 또 성을 공격했다. 군사들은 눈을 붙일 시간이 없었고, 유문충도 밤낮으로 성을 순시했다.

사흘째 되던 날, 홀연 서북쪽에서 한 떼의 깃발이 해를 가리면서 동남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리고 송군의 10여 기 초마가 나는 듯이 본채로 달려가고 있었다. 유문충은 구원병이 온 것을 알고, 우옥린에게 성을 나가 접응할 준비를 하게 하였다.

한편, 서북쪽에서 온 군마는 진녕을 지키는 전호의 아우인 삼대왕(三大王) 전표가 보낸 구원병이었다. 전표는 구원을 요청하는 개주의 문서를 받고, 부하 맹장 봉상과 왕원에게 2만 군사를 주어 구원하러 보냈던 것이다. 그들이 양성을 지나 개주를 향해 가고 있을 때, 성에서 10여 리 떨어진 곳에서 홀연 포성이 울리면서 동쪽의 높은 언덕과 서쪽의 밀림에서 두 부대가 나는 듯이 달려 나왔다. 한쪽은 사진·주동·목홍·마린이고, 또 한쪽은 황신·손립·구붕·등비였다. 8명의 맹장이 1만 웅병을 이끌고 땅을 말듯이 돌진해 왔다.

진녕병들은 비록 2만이었지만 멀리서 오느라 피곤했다. 그런데 송군은 10여 일을 매복해 있으면서 예기를 길러 양쪽에서 협공을 해 왔다. 진녕군은 대패하여 징과 북, 깃발과 창, 투구와 갑옷을 버리고 달아나기에 바빴다. 군사는 태반이 죽음을 당했고, 마필도 무수히 잃었다. 봉상과 왕원은 겨우 목숨을 건져 패잔병을 이끌고 진녕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한편, 유문충은 송군이 구원병을 가로막고 공격하는 것을 보고, 급히 우옥린으로 하여금 북문을 열고 나가 접응하게 하였다. 북문에는 공격하는 송군이 없었던 것이다. 우옥린이 병력을 이끌고 북문을 나가 조교를 건너자마자, 서쪽에서 오는 화영의 부대와 마주쳤다. 반군들이 소리쳤다.

“신전장군이 온다!”

군사들은 당황하여 급히 퇴각하여 성안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우옥린도 이미 남문에서 간담이 서늘할 정도로 놀란 적이 있었기 때문에, 감히 화영과 교전하지 못하고 성안으로 물러갔다. 화영 등은 돌격하여 20여 명을 죽였지만, 더 이상 추격하지 않고 그들이 성안으로 들어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성안으로 쫓겨 들어간 반군들은 성문을 급히 닫았다.

그때 석수와 시천이 반군 복장을 하고 그들과 섞여 성으로 들어갔다. 성문을 통과한 두 사람은 소란스런 틈을 타서 골목길로 스며들었다. 골목을 돌아가니 사당이 하나 있었는데, 편액에 ‘당경토지신사(當境土地神祠)’라고 쓰여 있었다. 두 사람이 사당 안으로 들어가 보니, 한 도인이 동쪽 벽 밑에서 불을 쬐고 있었다. 도인은 군사 두 명이 사당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물었다.

“나리! 바깥소식이 어떻습니까?”

석수가 말했다.

“방금 우리가 우장군에게 불려 싸우러 나갔다가 신전장군을 만났는데, 우장군도 감히 그와 싸우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성으로 도망쳐 들어왔는데, 쫓기다 보니까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석수는 은자를 꺼내 도인에게 주면서 말했다.

“술 가진 것 있으면 두 사발만 주십시오. 추워 죽겠습니다.”

도인은 웃으면서 일어나 말했다.

“나리! 싸움의 정세가 긴급하여 신에게 바칠 향도 없는데, 무슨 술이 있겠습니까?”

도인이 은자를 돌려주려 하자, 석수가 도인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그냥 넣어 두십시오. 우리가 며칠 동안 성을 지키느라 눈을 붙일 새가 없었습니다. 오늘 밤은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 일찍 떠나겠습니다.”

도인이 손을 저어면서 말했다.

“두 분은 기분 나쁘게 듣지 마십시오. 유장군의 군령이 아주 엄하여, 조금 있으면 순찰이 올 겁니다. 만약 내가 두 분을 여기 머물게 하면, 우리 모두 무사하지 못할 겁니다.”

시천이 말했다.

“그렇다면 다른 곳을 찾아야겠네.”

석수는 도인 옆으로 가서 함께 불을 쬐고 있었다. 시천이 사방을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다음, 석수에게 눈짓을 했다. 석수는 몰래 패도를 뽑아 불을 쬐고 있는 도인의 뒤에서 목을 쳐 버렸다. 그리고 사당 문을 닫아걸었다. 때는 이미 저녁이 되었다.

시천이 주방을 돌아가 보니, 뒷벽에 문이 하나 있었다. 문 밖에 나가 보니 처마 밑에 짚더미가 쌓여 있었다. 시천과 석수는 짚더미를 운반해서 도인의 시체를 덮었다. 두 사람은 사당 문을 열고 뒤로 돌아가 지붕 위로 올라갔다. 두 사람이 지붕 위에 엎드려 하늘을 우러러보니 밝은 별들이 총총히 빛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사방을 한번 둘러보고 지붕에서 내려왔다.

사당 밖으로 나가 살펴보니, 왕래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두 사람을 몇 걸음 더 나아가 좌우를 살펴보았는데, 인근에 인가가 몇몇 있었지만 모두 문을 닫고 조용한 가운데 은은히 우는 소리만 들렸다. 시천이 다시 남쪽으로 걸음을 옮겨 흙담을 돌아가 보니, 아주 큰 공터가 나타났는데 마른 풀이 수십 군데 쌓여 있었다. 시천은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여기는 초료장(草料場)이 분명한데, 어째서 지키는 군사가 하나도 없을까?”

원래 성중의 장사들은 모두 성 위에 올라가 적을 막고 있었기 때문에, 초료장 지킬 군사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나마 조금 남아있던 군사들조차, 송군이 구원병을 쫓아 버렸다는 소식을 듣고 성은 이제 끝장이라고 생각하고서 목숨을 건지려고 각자 숨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시천과 석수는 다시 사당으로 돌아가, 불씨를 취해 도인의 시체를 덮은 풀더미부터 불을 붙였다. 그리고 초료장으로 가서 여기저기 불을 질렀다. 잠시 후 초료장에서는 불길이 활활 타올랐고 화염이 충천하였다. 사당에서도 불길이 치솟았다.

초료장 서쪽에 사는 주민들이 불이 났다는 말을 듣고 횃불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시천이 달려가서 횃불을 빼앗자, 석수가 말했다.

“우리가 가서 유원수에게 보고하겠소.”

주민들은 두 군사를 보고 의심하지 않았다. 시천은 횃불을 들고 석수와 함께 남쪽으로 달려갔다. 입으로는 원수에게 보고해야 된다고 소리치면서, 주민들의 집이 보이면 여기저기 불을 질렀다. 조용한 곳에 이르러서 횃불을 집어던지고 반군의 복장을 벗어 버린 다음, 몸을 숨겼다.

너덧 곳에서 불길이 치솟자 성안은 마치 물이 끓어오르듯 소란해졌다. 유문충은 초료장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보고 급히 군사들을 보내 불을 끄게 하였다.

성 밖에서는 성안에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보고, 시천과 석수가 내응한 것을 알고 힘을 다해 성을 공격했다. 송강은 오용과 함께 해진·해보를 데리고 성 남쪽으로 갔다. 오용이 말했다.

“제가 전에 봤더니, 이곳 성벽이 좀 낮습니다.”

오용은 진명 등을 불러 비루를 성벽 가까이 대게 하고, 해진과 해보에게 말했다.

“적들의 간담이 서늘해지고 군사들도 이미 지쳤을 것이니, 형제들은 힘을 다해 성을 올라가게.”

해진은 박도를 차고 비루로 올라가 성벽을 뛰어넘었다. 그 뒤를 따라 해보도 성벽을 올라갔다. 두 사람은 함성을 지르며 박도를 휘둘러 마구 베어 넘겼다. 성 위의 군사들은 본래 피곤한데다가 해진과 해보가 너무 흉맹하게 설쳐대는 것을 보고 놀라고 두려워 모두 성 아래로 달아나 버렸다.

저형은 두 사람이 성 위에 올라온 것을 보고 쟁을 들고 달려들었다. 10여 합을 싸우다가 해보가 박도로 저형을 찌르자, 해진이 달려들어 머리를 베어 버렸다. 그때는 송군 가운데 성 위로 올라온 군사가 이미 백여 명이 되었다. 해진과 해보가 앞장서서 성 아래로 달려가며 소리쳤다.

“올라오는 놈은 모조리 고깃덩이로 만들어버릴 거다!”

군사들이 석경과 진승을 죽이고 성문을 지키던 군사들을 모두 베고 성문을 빼앗았다. 조교를 내리자 서녕을 비롯한 장수들이 병력을 이끌고 성안으로 돌격해 왔다. 서녕은 한도와 함께 병력을 이끌고 동문으로 달려갔다. 안사영은 버티지 못하고 서녕의 쟁에 찔려 죽었다. 서녕은 동문을 열어 임충 등을 성안으로 불러들였다. 진명은 팽기와 함께 서문을 빼앗아 동평 등을 성안으로 불러들였다. 막진·혁인·조홍은 난군 가운데서 죽음을 당했다. 시체가 거리에 가득했고, 흐르는 피가 개울을 이루었다.

유문충은 성문이 모두 빼앗긴 것을 보고 말에 올라 성을 포기하고 우옥린과 함께 2백여 명을 거느리고 북문을 나가 도주하였다. 1리를 채 못 갔는데, 어둠 속에서 흑선풍 이규와 화화상 노지심이 튀어나와 길을 가로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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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겨울행복 | 작성시간 23.07.15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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