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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사랑이다-1

작성자제이서|작성시간23.07.18|조회수214 목록 댓글 0

 

 

 

 

 

이것이 사랑이다-01

 

부제:

내 사랑은 신(神) 보다 더 좋아요 / My love is better than the God

 

 

 

1.

 

“서영아. 나 천지수를 믿을수 있겠지? 믿기 힘들어도 믿어야 해. 너가 사랑하는 것 보다 수 억배로 나는 지선경을 사랑한다. 우리는 영혼이 결합된 영혼부부야. 나는 지선경을 살려야 한다. 어떻게든 살려 낼 것이다. 운명이 이제 나에게 목숨을 건 시험을 하고 있어. 나는 내 모든 것들을 다 쏫아 부어 이 시험을 이겨 낼거고 지선경을 살려 낼 것이다. 지선경이 죽는다면 나도 죽어서 지선경의 영혼을 구해 다시 돌아 올 것이다. 너가 다 이해할 수 없더라도 나를 믿어야 돼. 서영아.”

남자의 얼굴에는 처열한 각오로 긴장되어 있었고 음성 또한 심연에서 울려오는 것 같이 깊고 강하며 결의에 차 있었다.

 

“저도 어머니가 천지수를 믿듯이 천지수를 믿어요. 허나, 어떻게…”

생명공학 박사인 박서영 조차도 더 이상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데, 하물며 의사도 아닌 그가 어떻게 숨져가는 어머니를 살려낸다는 말인지 얼른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믿고 싶었다. 의학이 할 수없는 그 무엇을 그가 할 것인지 알수가 없지만, 기대고 싶었다. 그는 한발짝 더 박서영 박사 앞으로 다가오며 허트러짐 없는 얼굴에 강한 결심으로 빛나는 눈동자를 크게 뜬 채 놀란 서영의 눈을 내려다 보면서 힘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부터 너는 퇴원수속을 밟고 어머니와 너의 여권을 챙겨. 그리고 며칠 여행할 간단한 여행 가방도 꾸리고. 나는 여행사에서 우리 셋의 티켓을 구입하겠다. 그리고 출입국 관리소의 친구를 만나 출국 수속을 협조해 달라고 부탁할 것이고, 시드니로 전화하여 변호사인 척 김과 시드니 대학 법의학 교수이자 경찰청 검시관인 디몬 이스트우드에게 입국 수속을 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다. 그들은 내 부탁을 거절 할 수는 없어. 나는 이 일을 다 마치고 해가 지기 전에 돌아 오겠다. 시간이 우리에게 많지 않아. 오늘 밤. 우리는 출국해야 돼. 서영아~ 그대로 할 수 있겠지?”

서영은 이의를 말하거나 이 명령같은 지시를 거절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금 급박한 상황에 의하여 뭔가 순종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이 몸과 마음에 가득하였다.

 

“예. 알았어요. 그러나 중환자이신 어머니를 비행기에 태울 수 있을지가 걱정되어요?”

“그래. 알아. 그것 때문에 어려운 부탁을 친구에게 하려는 거야. 흔하지는 않지만 간혹 대 수술을 위하여 중환자를 특별 관리하에 비행기에 태워 미국으로 수송하는 경우가 있었어. 지금이 그와 같은 경우야. 너는 어머니 옆에서 일 분도 떠날 수 없는 담당 의사야. 절차 문제는 내가 해결한다. 그러니 너는 할 수 있는 간호 준비를 다 하고 기다리기만 하면 돼. 알겠지?”

그는 확신에 차 있었다. 도대체 저런 남자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전쟁에 나가는 장수처럼 힘이 있었다. 서영은 거역할 수 없는 뭔가 모를 힘에 의하여 끌려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환자 침대에 누워있는 어머니를 다시 보았다. 설사 어머니가 숨을 거둔다 하여도 행복할 것이라는 부러운 생각을 하였다.

 

잠자듯이 곱고 아름다운 얼굴 그대로 죽은 듯 누워있는 어머니에게 키스를 하고 나가는 그를 바라보는 서영은 드라마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을 열고 돌아서며 그가 다시한번 힘주어 말했다.

 

“서영아! 지금이 2시. 늦어도 6시 30분까진 돌아오겠다. 멜번 도착 비행기는 9시에 출발한다.”

 

천지수는 병원 정문을 나서며 휴대폰을 꺼냈다.

 

“지인성. 지금이 너가 나를 도와줄 마지막 기회이다. 쉽지 않다는 것은 짐작해. 그러나 그것도 못할 너라면 애당초 너와 인연을 맺지 않았다. 너는 날 도울 수 있어. 그리고 도와줘야해. 환자 수송은 불법이 아니야. 절차적인 문제를 너가 맡아서 해결해. 필요한 것은 계속 전화로 물어. 답할테니까. 오늘 오후 9시 호주 멜번으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야한다. 그렇게 해 주길 바란다. 지선경 여자 환자와 박서영 여자 의사겸 간호사 그리고 나 이렇게 세명이다. 퍼스트 클라스 티켓을 살거다. 그럼, 공항에서 만나자.”

 

지인성. 그는 지금 인천 국제공항세관 출입국 관리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가 대리로 근무하고 있었을 때. 4년 전, 그의 실수로 중국에서 넘어 온 마약과 딜리버(deliver=운반책)를 놓쳤었다. 그 딜리버는 마약과 함께 싱가폴을 거쳐 스리랑카를 디스티네션 (destination=도착지) 으로 하여 가고 있었고 지인성 역시 그 한국인 딜리버를 잡아야 했다. 스리랑카까지 쫏아갔지만 콜롬보 공항에서 그를 놓친 지인성은 막막한 절망감에 빠져 있을때, 중고 자동차 수출을 위하여 콜롬보에 와 있던 천지수와 만났다. 그는 천지수가 캐나다의 사립탐정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음을 알았고 천지수에게 조광호를 잡게 도와달라고 애걸하듯 하였다. 천지수와 지인성은 천지수가 설립한 스리랑카 지사의 현지 사장이자 스리랑카 대통령 비서 실장과는 콜롬보 대학 동문이며 친한 친구인 죠이사 데 챤드라를 만나 그의 인맥을 이용하여 캔디시(Candy City)의 외곽에서 조광호를 체포하였고, 콜롬보 경찰 마약 단속반은 그들과 공조로 콜롬보에 막 설립하려는 마약 공급조직 아유타 싱어 파를 일망 타진할 수 있었다.

 

지인성은 자기의 순간적인 판단에 의한 실수를 마침내 정상으로 회복하였었다. 그는 국제공조마약검거단에 리포터를 작성하여 보고하였고, 그 보고서는한국으로 이첩되어 그의 활약상이 오히려 역전되어 승진하는 결과를 낳았다.

 

“천지수. 당신의 도움이 없었다면…나는 생각하기도 싫은 결과가 나에게 왔을겁니다. 그러나 이제 의외의 결과가 한국의 사무실에서 나를 기다리고있습니다. 암담했던 검거과정이 전화위복이 된거지요. 무엇으로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형님으로 부르겠습니다. 한국에 오시면 언제라도 저에게 무엇으로라도 은혜를 갚도록 해 주십시요. 천지수 형께서 법의 테두리안에서 생활해 오신 것을 압니다. 그래서 당신의 어떤 부탁이라도 떳떳하게 들어 줄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형님.”

그의 말은 고마움과 은혜에 대한 진정한 보답을 하겠다는 심정어린 인사였다.

 

전화를 마치자 그는 곧 무역센터내 신한국 은행으로 갔다. 아무래도 현금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는 7년 전부터 미국과 캐나다 싱가폴 독일에 있는 은행들 안에 개인 금고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리고 한국에도 신한국 은행에서 관리하는 개인금고를 가지고 있었다. 이 방법들은 그가 사업을 하면서 터득한 위험대비책 중 하나였다. 또한 그는 은행보증 체크는 물론, 신용카드 조차도 사용하지 않았다. 어느 은행이든 본 은행에 개인금고를 가지고 있는 고객은 특별보호와 신속한 절차적 써비스를 받는다. 그는 은행의 특별관리 고객담당이 안내한 개인 금고실에서 호주 달러와 현금을 점퍼속 주머니에 넣고 은행을 나와 지하 상가들이 늘어선 통로를 거쳐 르네상스 호텔안에 있는 대한항공티켓 발급 사무실로 갔다. 일등석 4자리의 티켓 가격은 그의 금고 한 켠을 거의 텅비게 하였다. 어쩧든 그는 아끼지 않았다. 아낄 이유가 없었다.

 

“퍼스트 클래스 4장. 예약 확인바랍니다.”

그는 긴장하고 급박한 상황에서 마음을 추스리느라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예. 여기 발급되었어요. 그런데, 3명이 실제 탑승한다고 하셨는데…”

“예. 그것이 뭐 문제가 되었습니까?”

그는 티켓 4장을 받아 주머니에 넣으며 근심스런 표정으로 여직원에게 물었다.

 

“아니예요. 소장님이 발급해 드리라고 승낙하셨어요. 다만, 이런 일이 흔한게 아니어서 궁금했어요. 좋은 여행되세요.”

좋은여행? 그는 두 어깨를 들썩하며 그 말에 웃어주었다. 왼 손목의 시계를 보니 아직은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병원 응급차를 타고 공항으로 바로 가기로 하였기 때문에 생각할 여유를 가진 것이다. 그는 호텔 5302로 가서 숨을 가다듬고 명상에 잠기리라 작정하였다.

그렇게 하여야 했다. 그는 이세상과 하직을 할 수도 있음을 각오하여야 했다.

 

 

 

 

2

 

“여보! 천지수. 이 바다속에도 전복이 있어요?”

밝은 핑크색 비키니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중년의 여인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창가에 서서 남자를 바라보며 수줍은 미소를 띈채 물었다.

 

“글쎄. 호주 본다이 비치에서는 전복을 잡았으니 이곳에도 있을거야. 제일 먼저 잡은 전복을 당신에게 줄께. 기대해봐.”

여보. 라고 불리웠던 그 남자. 천지수는 수영복을 입고 고글과 군인들이 사용하는 야전용 나이프를 챙겨 들고 그녀의 앞으로 갔다. 그녀는 다가오는 그를 두 팔을 벌려 맞으며 그의 가슴에 안겼다.

 

“아!. 여보. 천지수. 우리 이렇게 영원히 함께 있고 싶어요.”

그녀는 여보라는 소리를 지금까지 불러보지 못했다. 얼마나 불러보고 싶었던가. 그러나 사별한 남편에게는 절대 부를 수가없었다. 그녀는 지금 그 동안 불러 볼 수 없었던 호칭을 맘껏 불렀다.그리고 그의 풀 네임 ‘천지수’를 다 불렀다. 아낄 이유가 없었다. 그도 그녀의 이름 ‘지선경’을 다 불렀다. 아끼지않았다.

 

“지선경 내라버. 운명은 우리를 결코 떼어 놓지는 못할거야. 영혼이 되어서도 당신은 나와 함께 할거야. 내가 당신에게 약속했잖아.”

그는 그녀의 이마에 사랑이 가득 담긴 키스를 하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몰디브 섬을 두르고 있는 바다는 거울같이 맑고 깨끗하였으며 바람없는 호수의 수면같이 고요하였다.

 

모래사장에서 1km 바닷속으로 들어와 지어진 방갈로는 나무로 만들어진 다리로 연결되어 있었다. 나무 줄기처럼 길게 바다로 뻗은 나무다리 끝에는 좌우로 반달형을 이룬 스무채의 오픈된 방갈로가 물위에 떠 있듯 느껴졌다. 그러나 각 방갈로는사방과 중간에 튼튼한 강철제 에이치 빔으로 바닷속 깊이 박혀 고정되어 있었다. 어떤 폭풍우가 닥쳐도 끄떡없을 정도로 잘 지어져 있었다. 그 바다속의 바위 표면에는 숱하게 많은 종류의 산호초와 성게와 바닷풀들이 군락을 이루어 자생하고 있었다. 이 정도의 환경이라면 전복도 틀림없이 있을 것이었다.

 

그들이 묵고 있는 방갈로는 좌측에서 2번째였다. 마지막 방갈로는 예약은 되었지만, 아직 투숙객이 들어 오지 않아서 비어 있었다. 몰디브로 결정한 것은 천지수가 수년 전 스리랑카의 콜롬보에서 회사 현지인 사장으로 있던 죠이샤 데 챤드라의 형이 몰디브의 관광성 장관으로 근무하고 있어서 함께 낚시와 다이빙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던 곳 이었으며, 약 30만명의 사람들은 천 수백개의 섬 중 202곳의 섬에 흩어져 살며 인간의 본성과 자연을 그대로 유지한 채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을 보고 느꼈기 때문에 첫 해외 여행인 지선경과의 동반 휴가로서는 가장 적당할 것으로 판단했다. 예상대로 모든 것들이 좋았다. 더구나 지선경이 너무 환호하며 좋아했기에 절묘한 판단을 실행에 옮긴 자신의 결정에 만족하였다.

 

바닷속은 맑았다. 바닥이 부서지는 햇살에 속살을 다 드러내듯 하였다. 잔잔하게 움직이는 바닷속 파도는 부끄러운 초기의 속살을 바닷풀로 감추느라 흐느적 거렸다. 그 사이로 열대어와 산호들은 특별하고 고유한 색상들을 맘껏 발산하였다.

5-6m 깊이에 있는 얕으막한 산과같은 바닷속 바윗돌 위에는 숱한 바다해초와 휘황 찬란한 색을 펼치고 있는 산호와 한옥의 지붕 기와골과 같은 굴곡으로 이루어진 대형 가리비군들이 입을 벌린 채 살아 숨쉬고있었다. 바위 표면에는 짙은 초록색을 띤 김과 같은 모양의 키 작은 잡해초들이 숱하게 돋아나 주위를 돌아다니는열대어들에게 좋은 먹이감이 되어 주고 있었다. 그 사이 사이 9개의 숨구멍이 뚫어진 손바닥만한 일편 덮개를 가진 전복들이 보였다. 그들의 덮개는 검붉은 해초로 덮여 잘위장되어 있었다. 제임스는 이미 한국 동해바다와 시드니의 본다이 비치와 로즈베이 비치등에서 충분히 전복사냥을 하며 경험을 쌓았었다. 그런 그에게 위장된 전복을 발견하는 것은 쉬웠다. 붙어있는 전복과 바위 틈사이로 난 작은 공간속으로 신속하게 나이프를 넣어 전복이 방어를 하는 순간보다 더 빠르게 나이프를 위로 제치면 전복은 포기한듯 바위에서 떨어져 굴렀다.

 

양손에 전복을 두마리씩 잡은 천지수가 바닥을 차고 수면 위로 솟구치며 제일 먼저 찾은 것은 지선경이었다. 잔잔한 수면 위로 언제쯤 머리가 숫구쳐 나타날까 방갈로 침실 바로 앞에나무로 만들어 놓은 베란다 끝에 앉아 목 빠져라 기다리며 지키고 있다가 튀어 오르는 천지수를 환호하며 반기는 것도 지선경이었다.

 

“여보! 이렇게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되는가요?”

“응. 씹기 좋게 잘랐으니 초장에 찍어 그렇게 먹으면 돼. 천천히 잘 씹어서 맛보며 넘겨. 알았지?”

신기한듯 접시위의 전복을 바라보던 지선경은 포크로 작은 한 부분을 찍어들어 올려 자기 입속으로 가져가는 척 당기다 획 돌려 바라 보고 있는 천지수의 입속에 얼른 넣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돌진에 대처하지 못한 천지수는 엉급결에 날아 온 전복을 입안으로 받았다. 인도양에서 전복을 발견하기는 거의 불가능한데 전복이 있었고 모양은 좀 달랐다. 크기도 작았다. 굳이 따진다면 전복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입안에서 씹는 맛은 비슷하였다. 바다가 다 같으니까.

 

“ㅎㅎㅎ 천하의 천지수도 별 수없죠. 내가 당신에게 먼저 맛 보이게 하려는 의지가 더 빠른거예요. 당연하죠. 수고한 당신이 먼저 맛 보셔야죠. 천지수. 나 잘했죠?”

“응. 잘했어. 당신은 왜 그렇게 사랑스러워?”

“응. 여보! 나 원래부터 사랑스러워. 당신 앞에서만.”

화사하게 웃는 지선경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중년 임에도 불구하고 큰 눈속에 맑은 호수같은 눈동자. 요염하기까지한 잘 균형잡힌 코와 입술. 그 얼굴에서 은은히 번지는 미소는 살인적이었다.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흙속에 묻혀 갈아지지 않은 다이야몬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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