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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219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7.20|조회수52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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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제97회-1

오용이 송강에게 말했다

“성중의 군마는 고립되고 약해졌습니다. 지난날에는 교도청의 요술에 의지했지만, 이제 교도청이 패한 것을 알고 있고 구원병도 오지 않으니, 어찌 놀라고 두렵지 않겠습니까? 제가 오늘 새벽에 운제가 올라가 바라보았더니, 성을 지키는 군사들이 모두 놀라고 두려운 기색이 있었습니다. 이 기회를 틈타서 저들에게 새 길을 열어주고 이해(利害)를 명백히 밝혀주면, 성중에서는 필시 장수를 포박하여 투항할 것입니다. 그러면 칼에 피를 묻히지 않고, 성은 손에 침 뱉는 만큼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송강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군사의 계책이 참으로 좋소!”

의논이 정해지자, 군사들을 깨우쳐 줄 격문을 수십 장 썼다.


대송(大宋)의 정북정선봉(征北正先鋒) 송강은 소덕성을 지키는 장병과 주민들에게 알리노라. 전호는 반역하였으니 법에 따라 필시 주살하겠지만, 그 나머지는 협박에 못 이겨 따른 것이니 정상을 참작할 것이다. 성을 지키는 장병들은 잘못된 길에서 돌아서서 바른 길로 돌아오라. 개과천선(改過遷善)하여 백성을 이끌고 성문을 열어 투항하면, 조정에 아뢰어 죄를 사면하고 벼슬을 내릴 것이다.

만약 장수들이 끝내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다면, 너희 군사들과 백성들도 모두 송조(宋朝)의 귀한 자식들이니 속히 대의를 일으켜 장수들을 포박하여 천조(天朝)에 귀순하라. 앞장서는 자에게는 무거운 상과 높은 벼슬을 내릴 것이다. 만약 고집을 부리며 머뭇거리다가는, 성이 깨지는 날 옥석(玉石)이 함께 불타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송강은 군사들에게 명하여 격문을 화살에 묶어 사면에서 성중으로 쏘아 넣게 하였다. 그리고 각 성문의 공격을 늦추고 성중의 동정을 살피라고 명하였다.


다음 날 아침, 성중에서 함성이 천지를 진동하더니 네 성문에 항기가 세워졌다. 성을 지키던 편장 김정과 황월이 군사들과 주민들을 모아 부장 섭성·우경·냉녕을 죽이고 그 수급을 장대에 매달아 송군에게 내보였다. 감옥에서 이규·노지심·무송·유당·포욱·항충·이곤·당빈을 풀어주고 가마에 태워 성문을 활짝 열고 밖으로 내보냈다. 백성들은 향화와 등촉을 밝히고 송군을 영접하였다.

송선봉은 크게 기뻐하면서 각 성문 밖에 있는 장수들에게 군마를 거느리고 차례로 성중으로 들어가라고 명하였다. 칼에 피를 묻히지도 않고 백성을 추호도 범하지 않았으니, 환호성이 우레처럼 진동하였다.

송강이 원수부에 좌정하자, 노지심 등 여덟 명이 앞으로 나와 절하며 말했다.

“형님! 하마터면 뵙지 못할 뻔했습니다! 형님의 위력 덕분에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니, 마치 꿈만 같습니다.”

송강을 비롯한 모든 두령들이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 잠시 후, 김정과 황월이 옹규·채택·양춘을 데리고 와서 절을 했다. 송강이 황망히 답례한 뒤 그들을 일으키며 말했다.

“장군들이 대의를 일으켜 많은 목숨을 구했으니, 이는 불세(不世)의 공이오.”

황월 등이 말했다.

“저희들이 빨리 귀순하지 못한 죄가 큽니다. 그런데도 선봉께서 이처럼 후한 예로 맞이해 주시니, 각골명심(刻骨銘心)하여 목숨 바쳐 나라의 은혜에 보답할 것을 맹세합니다.”

황월 등은 또 노지심과 이규 등이 역적에게 굴하지 않고 맞섰던 일을 자세히 얘기했다. 송강은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칭찬하였다. 이규가 말했다.

“그 좆같은 도사 놈이 백곡령에 갇혔다고 들었습니다. 내가 가서 그 새끼를 도끼로 백 번쯤 다져 놔야 이 좆같은 기분을 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교도청은 일청 형제가 백곡령에서 포위하고 있어 곧 항복할 것이다. 나진인께서 이미 뜻이 있으시니, 아우는 함부로 나서지 마라.”

노지심이 이규에게 말했다.

“형님의 명을 어찌 감히 지키지 않겠느냐?”

이규는 비로소 입을 다물었다.

송선봉은 방을 내걸어 백성을 안무하고, 삼군에 상을 내리고 노고를 위로하였다. 공적부에 공손승과 김정·황월의 공을 차례로 기록하게 하였다. 송강이 공무를 처리하고 있는데, 홀연 신행태보 대종이 진녕에서 돌아왔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대종이 들어와 절을 하자, 송강이 황급히 진녕의 소식을 물었다. 대종이 말했다.


“제가 형님의 명을 받고 진녕에 갔더니, 노선봉은 성을 공격하고 있었습니다. 노선봉이 ‘내가 성을 빼앗으면 형님께 승첩을 전하게.’라고 하면서 저를 붙잡아 두어, 사나흘을 그곳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급하게 공격했으나, 진녕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달 6일이었습니다. 그날 밤은 안개가 두텁게 깔려 지척도 분간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노선봉은 군사들로 하여금 조용히 다가가서 흙포대를 성 아래에 쌓게 하였습니다. 자정이 되었을 때, 방비가 조금 허술한 성 동북쪽으로 군사들이 흙포대를 밟고 성 위로 올라가 성을 지키던 장수 13명을 죽였습니다. 그러자 전표(田彪)는 북문을 열고 달아났고, 나머지 아장들은 모두 항복했습니다. 노획한 말이 5천여 필이었고, 투항한 군사는 2만여 명이었으며, 죽은 자도 무수하였습니다.

진녕을 얻고 나니 날이 밝아오고 안개가 걷혔습니다. 노선봉이 백성을 안무하고 있었는데, 홀연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위승의 전호가, 손안으로 하여금 장수 10명과 군마 2만을 거느리고 진녕을 구원하게 하였는데, 지금 성에서 10리 떨어진 곳에 하채하였다는 것입니다. 노선봉은 즉각 진명·양지·구붕·등비에게 병력을 이끌고 성을 나가 적을 맞이하라고 하고, 노선봉도 친히 병력을 거느리고 접응하러 나갔습니다.

진명이 손안과 5~60합을 싸웠으나, 승부가 나지 않았습니다. 노선봉이 당도하여 손안이 용맹한 것을 보고, 징을 울려 군사를 거두었습니다. 그러자 손안도 역시 군사를 거두고 각각 영채를 세웠습니다. 노선봉은 영채로 돌아와, 손안은 용맹하니 지혜로 취해야지 힘으로 대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날, 군마를 매복해 두고, 노선봉이 친히 출전하여 손안과 싸웠습니다. 50여 합을 싸웠을 때 갑자기 손안이 타고 있던 말이 앞으로 쓰러지면서 손안이 말에서 떨어졌습니다. 그러자 노선봉이 말했습니다. ‘이는 네가 싸움에서 패한 것이 아니니, 빨리 말을 바꿔 타고 와서 싸워라!’

손안은 말을 바꿔 타고 와서 다시 노선봉과 싸웠습니다. 50여 합을 싸웠을 때, 노선봉이 거짓 패한 척하면서 달아났습니다. 손안이 숲까지 추격해 왔을 때, 포성이 울리면서 양쪽의 복병이 일제히 튀어나왔습니다. 손안은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반마삭에 걸려 사람과 말이 모두 사로잡혔습니다.

적진에서 진영·육청·요약 세 장수가 일제히 출전하여 손안을 구출하려 하였으나, 양지·구붕·등비가 일제히 출전하여 가로막았습니다. 여섯 필의 말이 쌍을 이루어 얽히다가, 양지가 큰소리를 지르면서 쟁으로 진영을 찔러 말에서 떨어뜨렸습니다.


육청은 구붕과 싸우다가, 구붕이 파탄 난 척하자 칼로 베면서 파고들었습니다. 하지만 구붕이 몸을 슬쩍 피하자 육청의 칼은 허공을 베었고, 미처 칼을 거두지 못한 사이에 구붕의 쟁에 등을 찔려 죽었습니다. 요약은 두 사람이 말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말을 돌려 본진으로 달아나다가, 추격해 간 등비의 쇠사슬에 맞아 투구와 머리통이 함께 박살났습니다.

그때 노선봉이 대군을 몰아 공격하자, 북군은 대패하여 4~5천 명이 죽고 10리를 후퇴하여 하채하였습니다. 아군은 승전하고 성으로 들어갔는데, 군졸들이 손안을 묶어서 끌고 왔습니다. 노선봉이 친히 포박을 풀어 주고 두터운 예로 대접하면서 천조에 귀순하도록 손안에게 권했습니다. 손안은 노선봉의 그러한 의기를 보고 진정으로 귀순하기를 원했습니다.

손안이 노선봉에게 말했습니다. ‘성 밖에 아직 7명의 장수와 군마 1만5천이 있습니다. 저를 성 밖으로 내보내 주시면 그들을 불러 투항하도록 하겠습니다.’ 노선봉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손안을 성 밖으로 내보내 주었습니다. 손안은 단기로 북군 영채에 가서 일곱 장수를 설득하여 노선봉에게 데리고 왔습니다.

노선봉이 크게 기뻐하면서 술을 내어 그들을 대접했습니다. 손안이 말했습니다. ‘저는 교도청과 함께 병력을 거느리고 위승을 떠났는데, 교도청은 호관을 구원하러 갔습니다. 그는 요술을 잘 부리므로, 송선봉께서 해를 입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교도청과 저는 동향입니다. 저는 장군의 두터운 은혜에 감격하여, 호관으로 가서 소식을 정탐하고 교도청을 설득하여 귀순하도록 하겠습니다.’

노선봉이 허락하고, 저더러 손안을 데리고 함께 가서 승첩을 보고하라고 하였습니다. 노선봉은 선찬·학사문·여방·곽성에게 병마 2만을 거느리고 진녕을 지키게 하고서, 노선봉은 친히 나머지 장수들과 병마 2만을 거느리고 분양으로 진격하였습니다.

저는 어제 진녕을 출발하여 손안과 함께 신행법을 써서 오다가 도중에 형님이 소덕성을 포위하여 교도청이 곤경에 빠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성에 도착해 보니, 형님의 대군이 이미 성으로 들어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형님을 뵈러 왔습니다. 손안은 지금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송강은 크게 기뻐하면서, 대종에게 손안을 데리고 들어오라고 하였다. 대종이 손안을 원수부로 데리고 들어와서 인사를 시켰다. 송강이 손안을 보니 풍채가 우람하고 훤칠하여 속되지 않았다. 송강이 계단을 내려가 영접하자, 손안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제가 대군에 항거하였으니, 그 죄가 만 번 죽어 마땅합니다!”

송강이 답례하고 말했다.

“장군은 그릇된 길에서 돌아서서 바른 길로 왔으니, 나와 함께 전호를 멸합시다. 조정에 돌아가면 천자께 아뢰어 중용되도록 해드리겠소.”

손안이 감사의 절을 올리자, 송선봉이 자리를 권하고 술을 내어 대접하였다. 손안이 말했다.

“교도청의 요술은 대단한데, 이번에 다행히 공손선생이 깨뜨렸군요.”

송강이 말했다.

“공손일청이 그를 항복시켜 정법을 전수하려고 지금 사나흘째 포위하고 있는데, 그는 아직 항복할 뜻이 없는 것 같소.”

손안이 말했다.

“그 사람은 저와 아주 친하므로, 제가 그를 설득하여 투항하게 하겠습니다.”

송선봉은 대종으로 하여금 손안과 함께 북문을 나가 공손승의 영채로 가게 하였다. 인사를 마치고 대종과 손안이 찾아온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자, 공손승은 크게 기뻐하면서 손안을 백곡령으로 들여보내 교도청을 찾아가게 하였다. 손안은 명을 받고, 단기로 백곡령으로 들어갔다.

한편, 교도청은 비진·설찬과 15~6명의 군사들과 함께 신농씨 사당에 숨어 지내면서, 사당 도인(道人)들에게 잡곡을 빌려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사당에는 도인이 셋 있었는데, 그들이 몇 달 동안 얻어 모아 놓은 양식을 교도청 등이 다 빼앗아 먹어 버렸다. 하지만 그들이 숫자가 많아, 도인들은 아무 소리도 못하고 참고 있었다.

그날, 교도청은 성중에서 함성이 들려오자 사당을 나와 높은 절벽에 올라가 바라보았다. 성 밖의 군사들은 이미 포위를 풀었고 성문으로 인마가 출입하는 것을 보고, 송군이 이미 입성하였음을 알았다. 교도청이 탄식하고 있는데, 홀연 절벽 아래 숲속에서 한 나무꾼이 걸어 나왔다. 허리에는 도끼를 꽂고, 멜대를 지팡이 삼아 한 걸음씩 벼랑길을 올라가면서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산을 오르는 것은 배를 억지로 끌어당기는 것과 같고

산을 내려가는 것은 흐름을 따라 내려가는 것과 같네.

 배를 억지로 끌어당길 때는 마땅히 스스로 삼가야 하지만

흐름을 따라 내려갈 때는 항상 자유롭다네.

 내가 지금 산을 올라가지만

내려갈 계책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네.

교도청은 나무꾼을 노래를 듣고 뭔가 깨닫는 바가 있어, 나무꾼에게 물었다.

“자네는 성중의 소식을 아는가?”

나무꾼이 말했다.

“김정과 황월이 부장 섭성을 죽이고 성을 바쳐 송조에 귀순했습니다. 송강은 칼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소덕성을 얻었습니다.”

교도청이 말했다.

“그렇게 되었구나!”

나무꾼은 말을 마치자 절벽을 돌아 산 뒤편으로 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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