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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235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7.28|조회수66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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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경이 무슨 일일까 의심하고 있는데, 얼마 후에 또 한 사람이 사립문을 밀고 들어오면서 물었다.

“범원장 계십니까? 당신이 이대랑이오?”

두 사람은 서로 바라보다가 깜짝 놀라며 각기 생각했다.

“어디서 본 적이 있는데…”

인사를 마치고 물어보려고 하는데, 마침 범전이 돌아왔다. 세 사람이 좌정하고서, 범전이 말했다.

“이선생은 무슨 일로 오셨소?”

왕경은 그 말을 듣고 문득 생각났다.

“점쟁이 이조였구나.”

이조도 생각이 났다.

“이 사람은 동경의 왕씨로서 내게 점을 친 적이 있었지.”

이조가 범전에게 말했다.

“한동안 원장님을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친척 중에 이대랑이라는 사람이 있습니까?”

범전이 왕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사람이 제 아우 이대랑입니다.”

왕경이 그 말을 받아서 말했다.

“본래 성은 이가인데, 외가 성을 따라 왕가라고도 합니다.”

이조가 손뼉을 치고 웃으면서 말했다.

“제 기억도 좋은 편이군요. 나는 왕씨로 알고 있었는데, 동경 개봉부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지요.”

왕경은 이조가 정확히 말하자,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이조가 왕경에게 말했다.

“그때 헤어진 후에 저는 형남으로 갔다가, 이인(異人)을 만나 검술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사주팔자를 보고 운세를 점치는 사주학(四柱學)에 통달했던 서자평(徐子平)의 묘결(妙訣)도 배웠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저를 금검선생(金劍先生)이라 부릅니다.

근래에 방주에 와서 살게 되었는데, 이곳에 사람이 많이 모여 떠들썩하다는 것을 듣고 살길을 찾으러 왔습니다. 단씨 형제가 저의 검술을 알아보고 가르침을 청해서, 그 집에 머물고 있습니다. 좀 전에 단태공께서 돌아오셔서 당신 사주팔자를 주시면서 점을 쳐보라 하셨는데, 팔자가 어쩜 그렇게 좋습니까? 훗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귀해지실 겁니다. 바야흐로 서광이 비치고 경사가 생길 것입니다.

단삼랑과 단태공이 크게 기뻐하면서 대랑을 사위로 삼고자 하셔서, 오늘이 마침 길일이라 제가 중매를 서려고 왔습니다. 삼랑의 팔자도 남편을 출세시킬 운입니다. 궁합도 딱 맞아서 천생연분입니다. 두 분이 부부가 되면, 저도 술 한 잔 얻어먹어야겠습니다.”

범전은 이조의 말을 듣고서 한동안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단씨는 교활하고 사나운 자들인데, 만약 이 혼인을 승낙하지 않으면 무슨 해를 당할지 모르겠다. 일단 들어주는 수밖에 없다.”

범전이 이조에게 말했다.

“그렇게 됐군요! 단태공과 삼랑의 좋은 뜻은 알겠습니다만, 이 아우가 부족해서 그 댁의 사위가 될 수 있겠습니까?”

이조가 말했다.

“아이고! 원장님은 너무 겸손하십니다. 삼랑은 대랑을 칭찬하느라 입을 다물 줄 모르고 있습니다.”

범전이 말했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제가 이번 혼인을 주도하겠습니다.”

범전은 5냥짜리 은덩어리를 꺼내 이조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시골집에 대접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작은 성의이니 차라도 사서 드십시오. 일이 성사되면 따로 사례하겠습니다.”

이조가 말했다.

“뭘 이렇게까지…”

범전이 말했다.

“별 말씀을! 하나만 더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아우의 성이 2개라는 것은 말씀하지 마십시오, 모든 일은 선생께 맡기겠습니다.”

이조는 일개 점쟁이인지라, 은자를 받자 아주 감사해 하며 범전과 왕경을 작별하고 단가장으로 돌아갔다. 이조는, 왕경의 성이 하나건 둘이건 상관없고 좋은 놈이든 나쁜 놈이든 상관없었다. 그저 두 사람을 맺어주고 술과 음식을 얻어먹고 돈만 챙기면 그만이었다. 게다가 단삼랑이 신랑감을 마음에 들어 하고, 평소에 집안의 모든 사람이 그녀를 두려워하여 비록 단태공이라 할지라도 그녀를 꺾지 못했으므로 혼사는 바로 진행되었다.

범전은 혼인 소문이 퍼져 무슨 일이 생길까 염려되어, 간소하게 치르자고 제안하였다. 단태공도 재물을 아끼는 사람인지라 좋아하면서, 바로 날을 잡아 혼례를 치르기로 했다. 그래서 그 달 22일로 날을 잡아, 양과 돼지를 잡고 물고기와 개구리를 잡아 잔치를 준비했다. 술과 고기를 차려놓고 친척들을 초청하여 술을 마시되, 풍악을 울리고 동방에 화촉을 밝히는 등의 번거로운 절차는 모두 생략하기로 했다.

범전은 왕경에게 새 옷을 해 입히고, 단가장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자신은 관아에 일이 있어 먼저 돌아갔다. 왕경과 단삼랑은 맞절을 하고 합환주를 마시는 등 간략한 혼례 절차를 마쳤다. 단태공은 초당에 술상을 차려놓고, 20여 명의 친척들과 두 아들, 새 사위와 중매인 이조 등과 함께 저녁까지 술을 마시다가 헤어졌다.

친척 중에 집이 가까운 사람들은 돌아가고, 집이 먼 사람들은 단가장에서 유숙했다. 단삼랑의 고모부 방한 부부, 이종사촌 구상의 가족, 단이의 처남 시준 부부 등이었는데, 세 남자는 바깥사랑채에서 자고, 세 여자와 아이들은 술과 음식을 가지고 왕경과 단삼랑의 방으로 가서 웃고 떠들며 술을 마시다가 자러 갔다. 계집종과 할멈이 신방으로 와서 침상에 이불을 펴고, 새신랑과 신부를 쉬게 한 다음 방문을 닫고 각자 잠자리로 돌아갔다.

단삼랑은 어릴 때부터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부끄러움이라는 걸 몰랐기 때문에, 신방에 들어오자마자 비녀를 뽑고 적삼을 벗었다. 왕경은 원래 부랑아인데다 관아에 잡혀 간 후 열 달이 넘도록 홀로 지내왔었다. 단삼랑의 큰 눈과 거친 눈썹이, 비록 교수나 우씨의 요염함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녀가 등잔 앞에서 허리띠를 풀고 하얀 젖가슴을 드러내자 음심이 발동하여 부인을 덥석 끌어안았다. 그러자 단삼랑이 왕경의 따귀를 한 대 올려붙이며 말했다.

“귀찮게 굴지 마! 뭐가 그리 급해!”

하지만 둘은 침상 위에서 서로 끌어안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 한 베개를 베고 운우의 정을 나누었다.

그날 밤 신방 밖에서는 방사를 엿보느라 키득키득 웃는 소리가 들렸다. 방한·구상·시준의 젊은 아내들이 술을 한 잔 걸치고 뺨이 발그레한 채 잠자러 가지는 않고, 단이와 단오의 아내까지 깨워 가지고 신방을 몰래 훔쳐보고 있었던 것이다. 방안의 숨소리까지 자세히 귀 기울여 듣고 있었다.

왕경은 본래 방탕한 놈인지라 방중술(房中術)을 제법 알고 있어서, 바깥에서 아낙들이 엿보고 있는 걸 알면서도 온갖 기교를 부렸다. 방사가 농염한 지경에 이르자, 바깥의 아낙들은 자신의 속옷이 젖어드는지도 모르고 열심히 엿보고 있었다.

아낙들이 키득거리면서 서로 장난하고 있는데, 단이가 뛰어 들어오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어떡하면 좋아! 어떡해야 돼? 당신네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 줄도 모르고 여기서 키득거리고 있는 거야!”

아낙들은 두 손의 땀을 닦으며 어리둥절해 했다. 단이가 또 고함을 질렀다.

“삼랑아! 빨리 일어나! 네 침상이 화를 낳았다!”

단삼랑은 한창 기분이 좋다가, 단이를 나무라며 침상에 누운 채 말했다.

“밤중에 무슨 일이 있길래, 그렇게 놀라는 거요?”

단이가 또 고함을 쳤다.

“불길이 이미 털에 붙었다! 생사를 알 수 없는 일이야!”

왕경은 심중에 대충 짚이는 것이 있어 아내에게 옷을 입게 하고 함께 방을 나갔다. 아낙들은 모두 머리를 싸안고 흩어졌다. 왕경이 방문을 나가자, 단이가 멱살을 잡고 초당으로 끌고 갔다. 범전도 거기 있었는데, ‘아이고’ 신음하면서 마치 뜨거운 철판 위의 개미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뒤이어 단태공·단오·단삼랑도 모두 당도했다.

신안현 공가촌 동쪽에 사는 황달이 상처가 다 낫자, 왕경의 종적을 탐지하여 어제 저녁 방주에 와서 부윤에게 알렸던 것이다. 부윤 장고행은 공문을 내고, 도두로 하여금 토병들을 이끌고 가서 범인 왕경을 붙잡아 오게 하였다. 아울러 범인을 숨겨준 범전과 단씨 일가도 모두 잡아들이게 하였다.

범전은 방주의 설공목과 친한 사이여서, 설공목이 은밀히 먼저 소식을 전해 주었다. 범전은 가족도 내버리고 연기가 꺼지듯 이리로 달려와 소리쳤다.

“이제 곧 관병이 들이닥칠 겁니다! 모두 관아에 붙잡혀 갈 겁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빠질 듯하며 가슴을 두드렸다. 마치 닭이 알을 품고 있는 둥지가 뒤집어진 듯,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왕경을 욕하기도 하고 삼랑을 나무라기도 했다. 그렇게 한창 시끌벅적하고 있을 때 초당 밖의 동쪽 사랑채에서 금검선생 이조가 나와 말했다.

“여러분이 화를 면하고 싶으면 제 말을 들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일제히 앞으로 나아가 둘러싸고 묻자, 이조가 말했다.

“일이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삼십육계 달아나는 것이 상책입니다!”

“어디로 달아난단 말이오?”

“여기서 서쪽으로 20리 밖에 방산이 있소”

“거기는 강도들이 출몰하는 곳이오.”

이조가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은 참으로 딱하시오! 당신들이 이제 착한 사람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소?”

“그게 무슨 소리요?”

“방산의 산채 주인 요립은 저와 잘 아는 사이입니다. 그의 수하에는 5~6백 명의 졸개가 있는데, 관병도 그를 체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체해서는 안 되니, 빨리 귀중품만 챙겨서 모두 그곳으로 가서 입당합시다. 그래야만 큰 화를 피할 수 있습니다.”

방한 등 여섯 남녀는 나중에 친척으로서 연루되는 것도 두렵고 또 왕경과 단삼랑이 꼬드기자 어쩔 수 없이 따르기로 하였다. 장원에서 값나는 것만 이것저것 챙기고 횃불 3~40개를 밝혔다.

왕경·단삼랑·단이·단오·방한·구상·시준·이조·범전 9명은 옷매무새를 단단히 하고, 허리에 요도를 차고 손에 박도를 들었다. 장객들을 불러 모아, 따라가기를 원하는 40여 명도 모두 무기를 들고 옷을 단단히 묶도록 하였다.

왕경·이조·범전이 앞장서고, 방한·구상·시준이 여자들을 보호하면서 가운데를 지켰다. 다행히 다섯 여자들이 모두 전족을 하지 않아 남자처럼 걸을 수 있었다. 단삼랑·단이·단오가 뒤를 맡았다. 장원 앞뒤에 불을 붙이고 함성을 지르며, 무기를 들고 서쪽을 향하여 달려갔다.

이웃과 인근 마을 사람들은 평소에도 단가 사람들을 호랑이처럼 두려워했기 때문에, 오늘 그들이 횃불을 밝혀 들고 무기를 들고 나서자 모두 문을 닫고 아무도 감히 나서서 가로막지 못했다.

왕경 등은 4~50리를 가다가, 황달과 함께 자신들을 잡으러 오는 토병들을 만났다. 앞장섰던 도두는 왕경의 칼에 두 토막이 나 버렸다. 이조와 단삼랑 등이 일제히 돌격하여 토병을 죽이고 흩어 버렸다. 황달도 왕경에게 죽음을 당했다.

왕경 일행이 방산 산채 아래 이르렀을 때는 이미 새벽이 되었다. 이조는 자신이 먼저 산으로 올라가 요립에게 호소하여 사람들을 산으로 끌어올려 입당하기로 하였다.

그때 산채에서 순시하던 졸개들이 산 아래에서 횃불이 어지럽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 즉시 두목에게 가서 보고하였다. 요립은 관병이 온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는 평소에도 관병을 우습게 여겼기 때문에 황망히 일어나 갑옷을 입고 쟁을 들었다. 졸개들을 점검하여 산채 문을 열고 관병을 막으러 산을 내려갔다.

왕경은 산 위에서 횃불이 켜지고 많은 사람들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준비를 했다. 요립은 산에서 내려와 많은 남녀들이 있는 것을 보고, 관병은 아니란 것을 알았다. 요립이 쟁을 들고 소리쳤다.

“너희 좆같은 연놈들은 어찌하여 우리 산채를 놀라게 하는 거냐? 감히 이 태세신(太歲神)을 건드려 화를 자초하느냐?”

이조가 앞으로 나아가 몸을 굽히고 말했다.

“대왕! 아우 이조입니다.”

그리고는 왕경이 죄를 지은 일에서부터 관영을 죽인 일과 또 지금 관병들을 죽이고 온 일 등을 자세히 얘기했다. 요립은 이조가 애기한 왕경의 일을 듣고, 또 단가 형제가 그를 돕는 것을 보고 생각했다.

“나는 혼자뿐인데, 후일 저놈에게 도리어 제압당할지도 모른다.”

요립은 안면을 바꾸고 이조에게 말했다.

“이곳은 협소해서 당신들을 받아들이기 어렵소.”

왕경은 그 말을 듣고 생각했다.

“산채에는 주인이라고는 저놈 하나밖에 없으니, 먼저 저놈만 제거하면 나머지 졸개들이야 무슨 근심거리이겠는가?”

왕경은 박도를 들고 곧장 요립에게 달려들었다. 요립도 노하여 쟁을 들고 맞섰다. 단삼랑은 왕경이 실수할까 염려되어 박도를 들고 왕경을 도우러 나갔다. 세 사람이 10여 합을 싸운 끝에, 세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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