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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239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7.30|조회수56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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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적장 계삼사와 예습이 10여 명의 편장을 거느리고 기세등등하게 성 아래까지 쳐들어왔다. 그런데 성문은 활짝 열려 있고, 세 관원과 한 선비가 성루 위에서 풍악을 들으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사면의 성벽 위에는 깃발이나 사람의 그림자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계삼사가 의심이 들어 감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자, 예습이 말했다.

“성중에 필시 준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속히 후퇴하여 적의 계략에 빠져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계삼사는 급히 후퇴하라는 명을 내렸다. 그때 성루에서 포성이 울리자, 함성과 북소리가 천지를 진동하면서 무수한 깃발들이 성벽 안에서 왔다 갔다 하였다. 적병들은 주장의 말을 듣고서 이미 놀라고 의심하는 차에, 성중에서 그런 움직임이 있는 것을 보자 싸우기도 전에 스스로 혼란에 빠졌다.

그때 성중에서 선찬과 학사문이 병력을 이끌고 출격하였다. 적병은 대패하여, 무수한 깃발과 무기·말 등을 버리고 달아났다. 그 와중에 죽은 적병은 만 명이 넘었고, 계삼사와 예습도 난군 가운데서 죽음을 당하였다. 나머지 적병들은 모두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선찬과 학사문은 승전하고 병력을 거두어 성으로 돌아왔다. 진안무 등은 원수부로 돌아와 있었다.

한편, 북쪽으로 나간 화영과 임충은 이미 궐저와 옹비를 죽이고 적병들을 모두 쫓아버렸다. 다만 미생만 홀로 달아났을 뿐이었다. 화영과 임충이 병력을 거두어 개선하고 돌아오는데, 또 두 길로 적병이 쳐들어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서쪽은 이미 소양의 묘계로 적군을 물리쳤는데, 남쪽으로 나간 여방과 곽성은 아직 승부를 알 수 없다고 하였다.

화영 등은 그 소식을 듣고 군사를 이끌고 남쪽으로 달려갔다. 그때 여방과 곽성은 한창 적군과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임충과 화영이 병력을 몰아 싸움을 도우러 가자, 적병들은 별똥별이 떨어지고 구름이 흩어지듯 사방으로 달아났다. 그날 세 길로 쳐들어온 적병들은 죽은 자가 3만여 명이고, 부상당한 자는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었다. 시체가 들판을 뒤덮고 흘러내린 피가 도랑에 가득 찼다.

임충·화영·여방·곽성은 병력을 거두어 성으로 돌아와, 선찬·학사문과 함께 원수부로 와서 승첩을 보고하였다. 진관·후몽·나전은 크게 기뻐하면서 소양의 묘책과 화영을 비롯한 여러 장수들의 용맹함을 칭찬하였다. 진안무는 연회를 크게 열어 장병들에게 상을 내리고 위로하였다. 소양과 임충 등의 공로를 기록하고, 성을 굳게 지켰다.

한편, 단이는 미생 등의 군병이 성을 나간 후 굳게 지키고만 있었다. 다음 날 저녁, 단이는 성루에 올라가 송군을 살펴보았다. 때는 8월 중순이어서 둥근 달이 대낮처럼 밝게 비치고 있었다. 단이가 바라보니, 송군 진영에서 깃발이 어지럽게 펄럭이면서 서서히 북쪽으로 후퇴하는 모습이 보였다. 단이가 참모에게 말했다.

“송강이 완주가 위급한 것을 알고 후퇴하는 모양이다.”

참모가 말했다.

“맞습니다! 빨리 철기병을 내보내 추격해야 합니다.”

단이는 전빈과 전의 두 장수에게 병마 2만을 내주고 성을 나가 송군을 추격하라고 명하였다. 두 장수는 명을 받고 떠났다.

단이가 서쪽으로 성 밖의 양수를 바라보니, 잔잔히 흐르는 강물 위에 은은히 달빛이 비치고 있는데 송군의 군량을 실은 배 4~5백 척이 북쪽을 향해 천천히 가고 있었다. 단이는 평소에 노략질을 일삼던 놈이라, 군량을 실은 많은 배들을 보자 욕심이 생겼다. 게다가 배 위에 수군은 보이지 않고 6~7명의 사공들만 배를 젓고 있을 뿐이었다. 단이는 성 서쪽의 수문을 열고, 수군총관 제능에게 5백 척의 전선을 이끌고 나가 송군의 배들을 뺏어오라고 명하였다.

송군은 배위에서 적군이 오는 것을 보고 황급히 배를 기슭에 대더니, 사공들이 모두 기슭으로 올라갔다. 제능은 전선을 저어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 송군 배들 뒤에서 징소리가 울리더니, 백여 척의 작은 어선들이 나타났다. 배마다 서너 명이 타고 있는데, 각기 손에는 방패·표창·박도·단도 등을 들고 나는 듯이 저어오고 있었다. 제능은 수군들에게 화포와 불화살을 쏘게 하였다. 어선에 타고 있던 자들은 대적하지 못하고 함성을 지르면서 모두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적병들은 승전하고 군량선을 탈취하였다. 제능은 수군들에게 배를 저어 성으로 들어가게 하였다. 배 한 척이 막 성으로 들어서자, 배들을 모두 수색한 다음에 성중으로 들이라는 명이 내려왔다. 제능은 군사들에게 먼저 성중으로 들어온 배부터 수색하라고 하였다. 10여 명의 군사들이 송군 배 위로 올라와 선창의 널빤지를 들어 올리려고 했지만, 마치 배와 하나의 통나무로 된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제능이 크게 놀라 소리쳤다.

“필시 적의 간계에 빠졌구나!”

제능은 황급히 도끼와 끌을 가져오게 하여 널빤지를 쪼개라고 하면서, 또 명을 내렸다.

“성 밖에 있는 배들은 성 안으로 들이지 마라!”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성 밖에 있는 군량선들 중 서너 척이 노 젓는 사람도 없는데 마치 조수를 타고 오듯 혹은 순풍에 떠밀려오듯 절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제능은 계략에 빠진 것을 깨닫고 급히 기슭으로 뛰어오르려고 했는데, 물속에서 여러 사람이 입에 칼을 물고 솟구쳐 올랐다. 바로 이준·이장(二張)·삼완(三阮)·이동(二童) 8명의 영웅이었다.

적병들이 급히 무기를 들고 찌르려고 하자, 이준이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너덧 척의 군량선 안에 숨어 있던 보군두령들이 널빤지를 밀어젖히고 함성을 지르면서 각기 짧은 무기를 들고 튀어나왔다. 포욱·항충·이곤·이규·노지심·무송·양웅·석수·해진·해보·공왕·정득손·추연·추윤·왕정륙·백승·단경주·시천·석용·능진 등 20명의 두령들과 천여 명의 보병들이 일제히 기슭으로 뛰어올라 적군을 베기 시작했다. 적병들은 감당하지 못하고 어지럽게 달아나고, 제능은 동위에게 죽음을 당했다.

성 안팎의 전선에 타고 있던 적병들은 이준 등에게 태반이 죽음을 당하여 강이 온통 붉게 물들었다. 이준 등이 수문을 탈취하자, 포욱 등 보군두령들이 능진을 호위하면서 굉천포를 터뜨리고 성중으로 돌격하여 불을 지르고 적병들을 마구 베어 넘겼다. 성중은 삽시간에 가마솥에 불이 끓어오르듯 하여, 형을 부르고 아우를 부르며 자식을 찾고 부모를 찾는 울음소리가 하늘을 진동하였다.

단이는 변란을 듣고서 급히 병력을 이끌고 접응하러 나오다가, 무송·유당·양웅·석수·왕정륙과 맞닥뜨렸다. 단이는 왕정륙의 박도에 다리를 맞고 넘어져 사로잡혔다. 노지심과 이규 등 10여 명의 두령들은 북문으로 쳐들어가 성문을 지키는 군사들을 죽이고 성문을 활짝 열고 조교를 내렸다.

그때 송강의 병마는 성중에서 굉천포 터지는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방향을 바꾸어 성으로 쳐들어가다가, 전빈·전의의 병마와 마주쳐 한 바탕 혼전을 벌였다. 전빈은 변상에게 죽음을 당하고, 전의는 마령의 쟁에 찔려 말에서 떨어졌는데 인마에 짓밟혀 곤죽이 되고 말았다. 3만 철기병 태반이 죽었다. 손안·변상·마령 등은 병력을 이끌고 앞장서서 곧장 북문으로 쳐들어갔다. 여러 장수들이 적병을 물리쳐 성을 빼앗았고, 뒤를 이어 송선봉의 대군이 입성하였다.

그때는 이미 새벽이 되었다. 송강은 명을 내려, 군사들로 하여금 불을 끄게 하고 백성을 해치지 못하게 하였다. 날이 밝자 방을 내붙여 백성을 안정시켰다. 여러 장수들이 적장의 수급을 바쳤는데, 왕정륙은 단이를 포박하여 끌고 왔다. 송강은 군사들로 하여금 단이를 진안무에게 압송해 가게 하여, 거기서 처리하도록 했다. 적군의 편장과 아장들 가운데 죽은 자가 무수히주 많았고, 항복한 군사는 만 명이 넘었다.


송강은 소와 말을 잡아 연회를 열어 삼군의 장병들을 위로하였다. 이준 등 여러 장수들의 공을 기록하게 하고, 마령을 진안무에게 보내 승첩을 보고하게 하고 적병의 소식을 탐문하게 하였다. 마령이 두세 시간 뒤에 돌아와 보고하였다.

“진안무는 승첩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조정에 표문을 올려 아뢰었습니다.”

마령은 또 소양이 계책을 내어 적을 물리친 일을 얘기하였다. 송강은 놀라면서 말했다.

“만약 적이 간파했더라면 어쩔 뻔했나? 끝내 선비의 식견이로다.”

송강은 창고에 있는 곡식을 전쟁으로 인해 피해 입은 백성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여러 가지 군무를 처리한 다음, 송강이 오용과 형남군을 공격할 계책을 의논하고 있는데 홀연 진안무가 추밀원에서 내려온 공문을 보내왔다. 서경의 도적들이 날뛰어 동경에 속한 현들을 약탈하고 있으니, 송강 등은 먼저 서경을 소탕한 다음 왕경의 소굴을 토벌하라는 내용이었다. 진안무가 따로 보낸 사적인 서신에는 추밀원에서 한 웃기는 짓들이 쓰여 있었다.

송강과 오용은 의논한 끝에, 병력을 나누어 형남과 서경을 동시에 공격하기로 하였다. 그때 부선봉 노준의와 하북 항장들이 서경을 공격하겠다고 청하였다. 송강은 크게 기뻐하면서, 장수 24명과 군마 5만을 노준의에게 내주었다. 24명의 장수는 부선봉 노준의와 부군사 주무 외에 양지·서녕·삭초·손립·단정규·위정국·진달·양춘·연청·해진·해보·추연·추윤·설영·이충·목춘·시은과 하북 항장 교도청·마령·손안·변상·산사기·당빈이었다.

노준의는 그날 송선봉을 작별하고 장수들과 군마를 거느리고 서경을 향하여 진격했다. 송강은 사진·목홍·구붕·등비로 하여금 병마 2만을 거느리고 산남성을 지키게 하였다. 송강이 사진 등에게 말했다.

“만약 적병이 쳐들어오면 단지 성을 굳게 지키기만 하게.”

송강은 여러 장수들과 병마 8만을 거느리고 형남을 향하여 진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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