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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240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7.30|조회수54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240


송강은 장수들과 군마를 거느리고 형남으로 진격하여, 매일 60리를 가서 쉬었다. 대군이 지나는 곳에서는 백성을 추호도 범하지 않았다. 마침내 군마가 기산에 당도하여 하채하였는데, 기산은 형남의 북쪽에 있는 요해처였다.

기산에는 적장 이양이 병마 3만을 거느리고 산 위에서 지키고 있었다. 이양은 이조의 조카인데, 왕경이 선무사에 봉하였다. 이양은 송강이 산남군을 격파하고 단이를 죽였다는 소식을 듣고, 사람을 남풍으로 보내 이조에게 알렸다.

“송군의 세력이 커서, 이미 큰 고을 두 개를 격파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형남을 공격하러 왔는데, 노준의는 병력을 나누어 서경을 취하러 갔다고 합니다.”

이조는 소식을 듣고 크게 놀라, 즉시 왕경에게 보고하러 궁으로 들어갔다. 내시가 안으로 들어갔다 나와서 말했다.

“군사께서 잠시 기다리시면, 대왕께서 나오실 것입니다.”

이조는 두 시간 정도 기다렸는데, 안에서는 아무런 동정이 없었다. 이조가 은밀히 친한 근시에게 물었더니, 근시가 대답했다.

“대왕께서는 단낭랑과 한창 다투고 계십니다.”

이조가 물었다.

“대왕께서 무슨 일로 낭랑과 다투시는가?”

근시가 이조의 귀에 대고 말했다.

“대왕께서는 낭랑의 용모를 싫어하셔서 오랫동안 낭랑의 궁에 가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단낭랑께서 노하신 겁니다.”

이조가 또 한참 기다리고 있자니, 내시가 나와서 말했다.

“대왕께서, 군사가 아직 돌아가지 않고 있냐고 물으셨습니다.”

이조가 말했다.

“여기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네!”

내시가 안으로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어, 내시와 궁녀들을 거느리고 왕경이 나와 대전에 좌정하였다. 이조가 엎드려 절하고 아뢰었다.

“소신의 조카 이양이 알려오기를, 송강의 장병들이 용맹하여 완주와 산남을 깨뜨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 송강은 병마를 둘로 나누어, 하나는 서경을 취하러 갔고 하나는 형남을 공격하러 가고 있습니다. 대왕께서는 병력을 보내 구원하십시오.”

왕경은 그 말을 듣고 크게 노하며 말했다.

“송강의 무리는 물웅덩이의 도적일 뿐인데, 어찌 그렇게 창궐한단 말인가?”

왕경은 즉시 칙지를 내려, 도독 두학으로 하여금 장수 12명과 병마 2만을 거느리고 가서 서경을 구원하게 하고, 또 통군대장 사우로 하여금 장수 12명과 병마 2만을 거느리고 가서 형남을 구원하게 하였다.

두 장수는 병부를 받고 병마를 선발하고 기계를 정돈하였다. 가짜 추밀원에서는 장수들을 배정하고, 가짜 전운사(轉運使)에서는 군량을 공급하였다. 두 장수는 왕경을 작별하고 각기 병력을 이끌고 두 곳을 구원하러 떠났다.

한편, 송강의 병마는 기산 북쪽 10리 밖에 하채하여 공격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적군의 소식을 정탐한 군사가 돌아와 보고하자, 송강은 오용과 의논한 다음 장수들에게 말했다.

“내가 듣건대, 이양의 수하들은 모두 용맹한 장사들이고 기산은 형남의 요해처라고 한다. 우리 장병들의 숫자가 적의 배가 되기는 하지만, 적들은 험지를 점거하고 있고 우리는 산 아래에 있기 때문에 적에 의해 갇힌 것과 같다. 게다가 이양은 교활하고 속임수가 많은 놈이니, 여러 형제들은 형세를 잘 살펴서 싸우도록 하고 결코 적을 우습게 여겨서는 안 된다.”

그리고 명을 내렸다.

“모든 군사를 영채 안으로 들이고, 문을 닫고 길을 청소하라. 감히 나가려는 자는 죽일 것이며, 감히 큰소리를 내는 자도 죽일 것이다. 군대에는 두 가지 명이 있을 수 없다. 명을 어기는 자도 죽일 것이며, 명을 빨리 시행하지 않는 자도 죽일 것이다.”

명을 내리자, 군중은 숙연해졌다. 송강은 대종을 보내 수군두령 이준 등에게, 군량을 실은 배들을 잘 지키면서 군량 공급이 끊어지지 않게 하라고 명을 전하게 하였다. 송강은 또 이양에게 전서를 보내, 내일 결전을 벌이자고 하였다.


송선봉은 명을 내려, 진명·동평·호연작·서녕·장청·경영·김정·황월로 하여금 병마 2만을 이끌고 앞서 나아가 적을 공격하게 하였다. 또 초정·욱보사·단경주·석용으로 하여금 보병 2천을 이끌고 가서 싸우기 편하도록 나무를 베고 길을 넓히게 하였다. 배정이 정해지자, 송강과 장수들은 각자 영채를 지키며 휴식을 취했다.

다음 날 새벽, 밥을 지어 군사들이 배부르게 먹게 하고 말들에게 사료를 충분히 먹였다. 날이 밝자 싸움터로 나갔다.

이양은 편장 마강·마경·원랑·등규·등감과 병마 2만을 거느리고 내려왔다. 이 다섯 명은 적군 중에서 가장 용맹한 자들로 왕경이 호위장군(虎威將軍)에 봉한 자들이었다. 적병은 진명 등의 군마와 대치하였다. 적병은 북쪽 기슭의 평평하고 양지 바른 곳에 진을 치고, 산 위에도 많은 병마들이 접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양쪽 군대는 깃발을 휘날리면서 진을 펼치고, 강궁과 쇠뇌를 쏘아 사정권 밖에서 대치하였다. 북소리가 천지를 진동하고 갖가지 빛깔의 깃발들이 눈을 어지럽히는 가운데, 적진의 문기가 열리면서 적장 원랑이 말을 몰아 앞으로 나섰다. 머리에는 구리 투구를 쓰고 몸에는 꽃을 수놓은 비단 전포와 검은 갑옷을 입고 털이 곱슬곱슬한 검은 말을 타고 있었다. 붉은 얼굴에 누런 수염이 나 있고, 키는 9척 장신이었다. 손에는 강철 몽둥이를 들었는데, 왼손에 든 것은 무게가 15근이고 오른손에 든 것은 16근이었다.

원랑이 큰소리로 외쳤다.

“물웅덩이에 사는 도적놈들아! 어느 놈이 나와서 목숨을 바칠 거냐!”

송군 진영에서 하북 항장 김정과 황월이 첫 번째 공을 세우고자 일제히 진 앞으로 나서면서 꾸짖었다.

“나라를 배반한 역적 놈은 말할 건더기도 없다!”

김정은 발풍대도(潑風大刀)를 휘두르고, 황월은 혼철점강쟁(渾鐵點鋼鎗)을 휘두르며 말을 몰아 곧장 원랑에게 덤벼들었다. 원랑은 두 자루 쇠몽둥이를 휘두르며 맞서 싸웠다. 세 장수가 ‘丁’ 자 모양으로 싸움을 벌였다. 싸움이 30여 합에 이르렀을 때, 원랑이 쇠몽둥이로 상대의 무기를 밀쳐내고서 말을 돌려 달아났다. 김정과 황월이 추격하였다.

달아나던 원랑이 갑자기 말을 돌리자, 김정의 말이 원랑과 아주 가까워졌다. 김정이 칼을 휘둘러 원랑을 베자, 원랑이 왼손에 든 쇠몽둥이로 막았다. ‘쨍’ 하는 소리가 울리면서 김정의 칼날이 이가 빠졌다. 그 순간 김정이 칼을 미처 거두기 전에, 원랑이 오른손에 든 쇠몽둥이로 김정의 투구를 내리쳤다. 김정은 투구와 함께 머리가 박살나면서 말에서 떨어졌다.

그때 황월이 당도하여 쟁으로 원랑의 가슴을 찔렀다. 하지만 원랑은 눈이 밝고 손이 민첩하여, 몸을 비켜 쟁을 피했다. 황월의 쟁이 원랑의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허공을 찌르는 순간, 원랑이 왼손으로 쇠몽둥이 둘을 다 잡고 오른손으로 황월의 쟁 자루를 잡고 뒤로 당겼다. 황월이 원랑의 품 안으로 끌려들어가자, 원랑은 쟁 자루를 놓고 오른손으로 황월의 허리를 잡아채서 땅바닥에 내던졌다. 그러자 적병들이 함성을 지르며 달려 나와 황월을 사로잡아 진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황월이 탔던 말은 주인을 잃은 채 본진으로 돌아왔다.

송군 진영의 벽력화 진명이 두 장수가 꺾이는 것을 보고 크게 노하여, 낭아곤을 휘두르며 말을 몰아 나아가 곧장 원랑에게 덤벼들었다. 원랑도 쇠몽둥이를 휘두르며 진명과 맞붙었다. 두 장수가 50여 합쯤 싸웠을 때, 송군 진영에서 여장군 경영이 방천화극을 들고 은총마를 몰아 달려 나왔다. 머리에는 취봉관(翠鳳冠)을 쓰고 몸에는 붉은 비단 전포와 은백색 사슬갑옷을 입고서 진명을 도우러 달려 나갔다.


적장 등규가 여자임을 알아보고 말을 박차고 나가며 큰소리로 웃었다.

“송강의 무리는 진짜 도적놈들이구나! 어찌 계집년을 싸움터에 내보낸단 말이냐?”

등규는 삼첨양인도를 휘두르며 경영과 맞붙어 싸웠다. 두 사람이 10여 합을 싸웠을 때, 경영이 화극으로 등규의 칼을 밀쳐내고 말을 돌려 본진을 향해 달아났다. 등규가 큰소리를 지르면서 추격하였다.

경영은 안장에 걸려 있는 비단주머니에서 몰래 돌을 꺼내, 버들가지 같은 허리를 돌리면서 등규를 향해 날렸다. 등규는 날아온 돌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고 살갗이 터지고 피를 흘리면서 말에서 떨어졌다. 그때 경영이 말을 돌려 달려가 화극으로 찔러 등규를 끝장내고 말았다.

등감은 여장군이 형을 죽이는 것을 보고 크게 노하여, 대나무 마디로 만든 강편을 휘두르며 말을 박차고 달려 나가 경영에게 덤벼들었다. 그러자 호연작이 쌍편을 휘두르며 말을 몰고 나가 등감을 가로막고 싸웠다. 여러 장수들이 보니, 등감과 호연작은 무예도 비슷한데다 차림새도 별 차이가 없었다. 호연작은 뿔이 난 투구에 누런 비단을 감고 있었으며, 검은 비단 전포에 검은 갑옷을 입고 척설오추마를 타고 있었다. 등감은 엇갈린 뿔이 난 투구에 붉은 비단을 감고 있었으며, 검은 비단 전포에 검은 갑옷을 입고 황총마를 타고 있었다.

등감은 강편이 하나인데 호연작은 8각형의 강편이 2개였다. 두 장수는 진 앞에서 좌우로 돌고 앞뒤로 밀고 밀리면서 50여 합을 싸웠는데, 승부가 나지 않았다. 저쪽 편에서는 진명과 원랑이 이미 150여 합을 싸우고 있었다.

적진의 주장 이양은 높은 언덕 위에서 여장군이 돌을 날려 등규를 죽이는 것을 보고 징을 울려 병력을 철수하였다. 진명과 호연작은 적장들이 효용한 것을 보고 추격하지 않고 본진으로 돌아왔다. 적병들은 산 위로 올라갔다.

진명 등은 병력을 거두어 대채로 돌아와 송강에게 보고하였다.

“적장들이 효용하여 김정과 황월을 잃었습니다. 장장군의 부인이 나서지 않았더라면 아군의 예기가 꺾일 뻔했습니다.”

송강은 보고를 받고 근심하면서 오용과 상의하였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형남을 깨뜨릴 수 있겠소?”

오용은 두 손가락을 겹치면서 한 가지 계책을 내놓았다.

“여차여차할 수밖에 없습니다.”

송강은 그 계책을 쓰기로 하고, 노지심·무송·초정·이규·번서·포욱·항충·이곤·정천수·송만·두천·공왕·정득손·석용 등 10명의 두령을 불러 일렀다.

“자네들은 능진과 함께 용감하고 민첩한 보병 5천을 거느리고, 오늘 밤 어둠을 틈타 각자 가벼운 갑옷을 입고 단도·방패·표창·비도 등을 가지고 소로를 통해 산 뒤편으로 가 있다가 때가 되면 행동하게.”

장수들은 명을 받고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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