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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사랑이다-18

작성자제이서|작성시간23.08.02|조회수87 목록 댓글 0

 

 

 

 

 

 

 

 

이것이 사랑이다-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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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이것은 또 다른 놀라움이었다. 정말 놀라웠다.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들은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을 알고 쏘울나들목을 알고 초령검을 말하는 그를 어떻게 믿지 않아야 할지 혼란스러워하였다. 특별한 현실의 체험과 꿈이라고 생각되는 조우 사이에서 불안한 혼미를 느꼈다. 그들이 지금 앞에 앉아 맥주(tooheys)를 마시고 있는 젋은 울루불루 추장을 만난 것은 전혀 생각치 못한 곳에서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상황속에서 였다.

 

지선경이 오페라 하우스를 온전히 한바퀴 돌고 난후 페리 선착장을 거쳐서 하버브릿지 아래까지 갔다 오자고 졸랐기 때문에 페리 선착장을 어슬렁거리듯 느긋하게 걸어가며 밤바다에 비친 씨드니를 즐겼다. 케머러는 처음부터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싱할라마가 케머러로 영혼을 상처내지 말라고 충고하였기에 지금까지 구입도 하지 않았었다. 아쉬운 곳들이 많았지만 그 어떤 것도 찍지 않은 것은 잘한 것이라고 서로 동감하였었다. 지선경은 밤바다를 보고 싶어했다.

몰디브의 밤바다는 너무 고요해서 나락에 빠져든 영혼의 휴식처같다고 생각하였다. 씨드니의 밤 바다는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아직도 부둣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딱히 부둣가라고 해도 되는지 망설여도 되었다. 왜냐면, 도시 깊숙히 들어 온 태평양은 이리 저리 톱날을 만들어 두고 지쳐서 누워 있었고 그 톱날 곳곳에 사람들은 바다와의 경계를 시멘트와 유칼립스나무로 만들어 틈틈이 서로가 경계를 넘나들도록 하였다. 그 경계에 '날고싶은 조가비' '침묵의 다리' 페리 선착장등을 만들어 공생하고 있었다. 잠자는 바다는 침묵하고 있었지만 숨결은 넘실되었다. 그 경계를 따라 두 사람은 좌측에 본다이 정션을 두고 정면으로 고개를 들면 보이는 로얄 씨드니 호텔을 앞에두고 우측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늦은 밤이지만 이곳의 지금 시각은 불야성이었다. 씨드니 해안선을 따라 나들이 갔던 크고 작은 보트들이 속속 입항하여 승객을 그야말로 꾸역 꾸역 토해내고 있었다. 지선경은 그들 승객들을 피하여 물위에 띄워진 나무마루 위로 올라가서 난간을 잡고 불빛에 노니는 물고기들을 신기해 하며 보고 있었다. 바다가 일으키는 파도는 없었지만, 보트들이 바다를 가르며 만들어 놓은 파도같은 물결은 계속일어 좀 떨어진 곳에서 철재 난간을 잡고 그 광경을 보고 있는 천지수를 무척 불안하게 하였다. 큰 배가 들어 올 때는 물결이 더 높게 일었다. 지선경은 그것마져 즐거운듯 파도타기를 하고 있었다. 경계 이쪽에 높이 달린 할로겐 가로등 불빛 하나는 나무마루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두명의 여자와 세명의 남자가 그 나무마루에서 지선경과 한무리가 되어 날고 싶은 조가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승객 150명 정도 태울 수 있는 페리가 서치라이트를 밝게 비추며 천천히 나무마루를 지나갔다. 나무마루가 흔들렸다. 그 전에 이미 제임스가 달려가 지선경의 뒤에 서 있었다. 난간을 놓친 지선경이 비틀거리며 무엇인가 잡을려고 허우적거렸다. 그녀는 뒤로 넘어졌다. 그리고 누군가 그를 안았다.

 

"Ah! I'm sorry and thank you. You saved me."

지선경이 놀라서 가벼운 신음을 내며 말했다. 그리고는 곧 그녀의 두 손은 허리를 잡은 남자의 두 팔을 잡고 벌려 헤어나며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You're welcome. No problem. I love you so much and you came into me."

"어머나! 천지수. 당신이 날 안았군요. 언제 오셨어요. 나의 수호영혼님. 여보! 역시 당신은... 당신이군요."

지선경은 그녀를 뒤에서 안았던 사람이 천지수인 것을 알자 안도하여 놀람과 반가움과 다행함으로 흥분했다.

 

"여보! 천지수. 사랑해요. 내 모든 것을 다 바쳐서 당신을 사랑해요. 여보! 당신이 날 구해주어 너무 다행이어요."

지선경은 주변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안고 키스하였다.

 

"내 사랑. 이제됐어. 대낮같이 환해. 어서 이곳에서 나가자."

"예. 같이가요. 제 손 잡아주세요."

지선경은 그렇게 말하며 천지수 곁에 붙어 팔짱을 꼈다. 파도를 일으켰던 페리에서 승객들이 쏫아져 나왔다. 두 사람은 페리가 승객을 하선시키기 위하여 아스팔트로 잘 만들어 놓은 바닥 5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금방 배에서 내린 승객들과 합류하였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생활의 목적이 있어서 어딜 갔다가 지친 몸을 이끌고 내려서는 잠시 몸을 이리 저리 흔들며 지친 근육을 풀었다. 그들 대부분의 어깨에는 한개 혹은 두개의 가방이 메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 중 몇 몇은 지선경과 천지수 같이 가벼운 여행객 차림이었다. 앞에 가로막은 계단을 올라가는 사람도 있었고 좌측과 우측으로 난 장애인 전용보도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낮과는 달리 대부분이 침묵하며 걷고 있었다. 씨드니의 그렇게 얼려지지 않은 새로운 삶의 일부속에 그들이 끼어 든 것이다. 그때였다.

 

“헤이. 지선경! 천지수!”

지선경과 천지수가 그 층계를 막 오르려는데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우렁찼다. 그들은 섰다. 그리고 서로 얼굴을 보았다. 서로의 얼굴에서 의아해서 놀라는 긴장을 보았다.

 

“헤이. 지선경! 천지수! 울루불루 추장이야!”

그들은 다시 놀랐다. 전혀 에상치 못했었다. 아니. 잊고 있었다. 그런데, 울루불루 추장이라니. 그는 페리호 선원과 말 실랑이를 하고 있다가 불빛속의 두 사람을 본 것이다. 천지수는 놀라고 의아했지만, 빠른걸음으로 다가갔다. 무임승선이었다. 무임승선은 돈을 내지않고 탄 것이다. 돈만 내면 다 해결되는 문제이다.

 

“이렇게 빨리 쉽게 만날 수 있다니 나도 놀랐오. 우리의 끈은 여전히 끊어지지 않고 있음이오. 두 분 모두 의아해하고 놀라웠을 것이오. 이해합니다.”

그들은 그렇게 다시 조우하였다.

 

“누가 초령검을 가지고 있습니까?”

그는 투헤이를 마시며 가장 궁금한듯 물었다.

 

“예. 완성된 검을 보여 드리려 마을에 갔을 때는 이미 추장님은 마을을 떠나고 없었습니다. 잘 만들어서 지선경이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것이니까요.”

“제가 좀 봐도 되겠습니까?”

그는 다 마신 맥주를 의자 옆의 쓰레기통에 던져 넣으며 물었다. 지선경이 천지수를 봤다. 천지수는 고개를 끄득였다.

 

“아!”

그는 손바닥에 놓여진 검을 보며 탄성을 가볍게 내었다.

 

“보기좋고 튼튼하게 잘 만들었군요. 명품입니다.”

한 손으로 조심스럽게 받쳐 들고 팔굽만 있는 다른 한 팔로 역시 조심스럽게 검끝을 받쳐 들고 코를 갖다 대었다. 그는 한쪽에서 다른 한쪽 끝까지 유심히 보며 냄새도 맞았다. 천지수는 지선경을 보았다. 지선경의 얼굴이 부끄러움으로 붉게 물들어있었다. 그녀는 어쩔 줄 모른 채 고개를 숙였다간 눈에 어린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들어 울루불루 추장의 얼굴을 보며 그런 그의 모습을 지키고 있었다. 그는 안심한 듯한 미소를 지으며 초령검을 조심스럽게 지선경이 내민 손 바닥위에 올려 놓았다.

 

“칼집도 제대로 잘 만들었군요. 누구도 다시는 이렇게 만들 수 없을 겁니다. 아마도 의식있는 것들 중에서는 누구도 이런 검을 다시 가지거나 만들 수 없을 겁니다. 부디 영원히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그는 천지수와 지선경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지선경은 초령검을 다시 아빌라카스로 만든 칼집에 넣었다.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두분께서는 묻고 싶은 것이 많을 것입니다. 압니다. 우선, 제가 이렇게 젊은 청년의 몸을 빌린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빙의라고 합니다. 저는 플라잉 소울(날으는 영혼. 와이카바가 족장으로 있는 부족이름)에서는 있을 만큼 있었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계속되었고 잠시 쉴 때 지선경이 투헤이 3켄을 더 가지고 왔다. 그는 목이 말라 있었다. 다시 한 캔의 뚜껑을 따서 단 숨에 반 정도를 마셨다.

 

“현재의 이 행성에서도 봐 두어야 할 것들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래의 영혼세계를 위하여는 내 스스로 필요 불 필요를 판단할 수 없는 내공을 쌓아야 함을 느꼈습니다. 돌아 갈 시간이 다가왔고 내가 현재의 인간들 세계에 머물 시간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영혼이 떠난 한 사람의 몸을 빌렸습니다. 이 사람은 교통사고를 당해 팔을 절단하여야 하였고 마침내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 사람의 영혼은 상이 없습니다. 돈도 없었습니다. 제가 멜본에서 그 배를 무임승선으로 타고 씨드니에서 다행스럽게 발각되어 요금으로 싱갱이 할 때 당신들을 발견하였습니다. 당신 두 분쪽에서는 운명의 끈이 계속 이어져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는 천지수의 입을 보았다. 천지수는 주머니에서 아껴 두었던 피러앤잭슨을 꺼내 한 개피를 입에 물고 일회용 프라스틱 라이터를 켜 불을 붙혀 한 모금을 빨고는 울루불루 추장에서 건냈다.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젊은 집시였다. 머리는 다듬지 않아서 푸시시하였고, 위에는 짙은 녹색 반팔 티셔츠 아래는 색이 바랜 청바지였다. 신발은 가죽으로 만든 슬리퍼였다. 전형적인 아부오리진 청년이었다. 28살정도. 면도는 하지않아 좀 길었다. 시내를 걸어 다닌다 하여도 누구하나 관심가질 형상은 아니었다. 공원이 어우러진 씨드니 만은 깊어가는 밤 따라 고요하였다.

 

“울루불루 추장님. 저희와 함께 호텔로 가시지요. 편히 주무시길 바랍니다.”

지선경이 고요해진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저는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시간이 아까워요. 밤새라도 느끼고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보고 만나야 합니다.”

그들은 함께 할 수 없음을 알았다. 그가 울루불루 추장이기 때문에.

 

“알겠어요. 그러시다면, 이 것은 꼭 받아주세요. 언제 저희가 추장님의 도움을 또 받을지 모르니까 충분치는 않겠지만, 보험으로 생각하여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지선경이 백에서 돈을 꺼내 울루불루 추장의 손바닥에 쥐어 주었다. 그러는 지선경을 울루불루는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인간인가 아니면 감정이 없는 영혼인가? 천지수는 그런 모습의 두 사람을 보며 생각하였다. 헷갈렸다. 인간이 살고 있는 어디에 있던 그 곳의 정한 법에 따라야 한다. 두 사람 이상이 살고 있는 어디에도 정한 룰은 있게 마련이다. 그는 지금 씨드니에 있다. 실존 형상은 젊은 청년이다. 인간세계에서의 돈의 힘은 엄청나다. 그 시작이 돈을 사용하면서 부터이다. 지선경은 평범한 한 아름다운 심성을 가진 여인이다. 그녀가 생활에 필요할거라고 돈을 주는 것에 대하여 누가 잘못하였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인가? 울루불루 추장은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가 돈을 받았다. 천지수는 머리를 흔들었다. 더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자. 그러면 저는 일어납니다. 우리는 다시 만날 것입니다. 지금은 다 잊는 것이 좋아요. 잊어야 새로울 수가 있어요.”

그는 왼 손을 내 밀었다. 오른 쪽은 어깨 바로 아래까지 없었다. 천지수가 그의 왼손을 잡았다. 기분이 묘했다. 그는 지선경을 봤다. 천지수가 고개를 끄득였다. 지선경이 연민 가득한 얼굴로 그 청년을 보며 둘이 잡은 손위에 그녀의 흰손을 올려 놓았다. 두 사람은 잠시 몽롱한 상태를 느꼈다. 그들이 잠깐 멈추었던 사이 울루불루 추장은 그들을 빠져나가 벌써 길을 건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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