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수호지 245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8.02|조회수56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245

  •  


반충이 말에서 떨어져 죽자, 수하의 군졸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적병들이 중군으로 달려가 보고하자, 왕경은 급히 명을 내려 후퇴하였다. 그때 송군 진영에서 포성이 울리면서 병마들이 어지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백기는 흑기를 이끌고, 흑기는 청기를 이끌고, 청기는 홍기를 이끌더니 장사진(長蛇陣)으로 변했다가 다시 둥글게 변하면서 적군을 포위하였다.

왕경과 이조는 병력을 보내 돌격했지만, 포위가 철벽같아서 쉽게 뚫고 나갈 수가 없었다. 송군과 적병 사이에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다. 적병은 대패하고, 송군은 대승을 거두었다. 왕경은 남풍성으로 후퇴하여 다시 작전을 세우려고 했는데, 후군에서 포성이 울리면서 탐마가 달려와 보고했다.

“대왕님! 뒤편에서도 송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뒤편에서 쳐들어오고 있는 송군의 대장은 바로 부선봉 옥기린 노준의였다. 노준의는 점강쟁을 들고, 왼쪽에는 병관색 양웅이, 오른쪽에는 변명삼랑 석수가 칼을 들고 1만 정병을 이끌고 쳐들어왔다. 양웅은 단오를 베어 쓰러뜨리고, 석수는 구상을 찔러 죽이고 적병을 무찔렀다.

왕경이 당황하고 있는데, 또 한 발의 포성이 울리더니, 왼편에서 노지심·무송·이규·초정·항충·이곤·번서·유당 등 8명의 용맹한 두령들이 1천 보군을 이끌고 선장·계도·도끼·박도·상문검·비도·표창·방패 등을 휘두르며 쳐들어와 이웅과 필선을 죽이고, 마치 오이를 베고 채소를 썰 듯이 적병을 베면서 쳐들어왔다.

오른편에서는 장청·왕영·손신·장청·경영·호삼랑·고대수·손이랑 네 쌍의 부부가 1천 기병을 이끌고 이화쟁·편강창·방천화극·일월쌍도·강창·단도 등을 휘두르며 적의 좌대 군병을 마치 마른 나무나 썩은 나무를 베듯 하면서 쳐들어왔다. 적병들은 사분오열되어 사방으로 흩어져 어지럽게 달아났다.

노준의·양웅·석수는 중군으로 돌입하여 방한과 마주쳤는데, 노준의가 쟁으로 방한을 찔러 죽였다. 중군의 우익 군병들을 물리치고 왕경을 잡으러 달려가다가, 금검선생 이조와 마주쳤다. 이조는 검술을 제법 아는 자라, 검을 휘두르며 노준의에게 덤벼들었다.


노준의가 이조와 싸우고 있는데, 송강의 중군이 당도하여 입운룡 공손승이 입으로 주문을 외우며 소리쳤다.

“가라!”

그러자 이조의 손에 들려있던 검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 틈에 노준의가 달려들어 원숭이 같은 긴 팔을 뻗어 이조의 허리를 붙잡아 말에서 끌어내려 군사들로 하여금 포박하게 하였다. 노준의는 쟁을 들고 말을 박차고 다시 왕경을 잡으러 갔다. 마치 독수리가 제비를 추격하고 맹호가 양을 잡아먹으러 가는 것 같았다.

적병들은 징과 북을 버리고 칼과 창을 내던지고, 아들을 찾고 아비를 찾으면서 형을 부르고 아우를 부르면서 달아났다. 10만여 적병 가운데 태반이 죽음을 당해, 들판에는 시체가 즐비하고 흐르는 피가 개울을 이루었다. 항복한 자가 3만이고, 열 명 중 아홉 명이 죽고 상처를 입고 땅에 쓰러져 말발굽에 밟혀 죽은 자가 부지기수였다.

유이경과 상관의 두 맹장도 초정이 그들이 탄 말을 베어 땅에 떨어지자 병사들이 달려들어 죽여 버렸다. 이웅은 경영이 던진 돌에 맞아 말에서 떨어졌는데, 경영이 달려가 화극으로 찔러 죽였다. 필선은 달아나다가 활섬파 왕정륙을 만나 박도를 맞고 말에서 떨어졌는데, 왕정륙이 다시 박도로 가슴을 내려쳐 끝장나고 말았다.

그 외에 가짜 상서·추밀·전수·금오·장군 등도 모두 달아나지 못하고 죽음을 당했는데, 역적 수괴인 왕경만 보이지 않았다. 송군은 대승을 거두었다.

송강은 징을 울려 병마를 거두어 남풍성을 향해 진격하면서, 장청과 경영으로 하여금 앞서 가서 정탐하게 하였다. 그리고 다시 신행태보 대종을 보내 손안이 남풍성을 기습한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게 하였다. 대종이 명을 받고 신행법을 써서 장청과 경영을 앞질러 갔다 와서 보고하였다.

“손안이 선봉의 명을 받고 적군으로 변장하고 갔는데, 적군이 알아채고 성문 안에 함정을 파놓았습니다. 그리고 동문을 열어 손안의 군마가 들어오게 했는데, 손안의 수하인 매옥·김정·필첩·반신·양방·풍승·호매 7명의 부장이 앞 다투어 성으로 들어가다가 5백 군사와 함께 모두 함정에 빠졌습니다. 양변에서 복병이 일제히 일어나 장창과 화극으로 매옥 등 5백여 명을 모두 찔러 죽였습니다.

다행히 손안은 뒤에 있다가 용맹을 떨쳐 성문 안으로 쳐들어가 군사들로 하여금 함정을 메우게 하였다. 손안은 단기로 앞장서서 병력을 이끌고 성중으로 돌입했는데 적병이 막아내지 못하였습니다. 손안은 동문을 탈취하였지만, 뒤에 적병이 사면으로 포위하여 손안의 병마는 동문에 갇혀 있습니다. 제가 소식을 탐지하고 돌아오다가 중도에 장청과 경영을 만나 사정을 설명하자, 두 사람은 인마를 재촉하여 달려갔습니다.”

송강은 보고를 듣고 대군을 재촉하여 앞으로 나아가 남풍성을 포위하였다. 그때 장청과 경영은 동문으로 들어가 손안으로 하여금 동문을 지키게 하고, 장청과 경영은 적군과 한창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송강의 장수들이 병마를 이끌고 동문으로 돌입하여 성을 빼앗고 적병을 모두 쫓아 버렸다. 네 성문에 모두 송군의 깃발이 꽂히고, 범전을 비롯한 성중의 많은 가짜 문무관원들은 모조리 죽음을 당했다.

그때 가짜 왕비 단삼랑은 송군이 성중으로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힘도 세고 말도 잘 탔기 때문에, 갑옷을 입고 백여 명의 힘센 내시들과 함께 병기를 들고 왕궁을 나와 후원을 통해 서문으로 탈출하여 운안군으로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후원에 당도했을 때 마침 병력을 이끌고 쳐들어오던 경영과 마주쳤다.


단삼랑은 보검을 빼들고 결사적으로 돌격했지만, 경영이 던진 돌에 정통으로 이마를 맞고 선혈을 흘리며 말에서 떨어졌다. 경영의 군사들이 달려들어 포박하였다. 내시들은 모두 송군에게 죽음을 당했다.

경영이 병력을 이끌고 내궁으로 들어가자, 후궁들과 궁녀들은 송군이 입성했다는 것을 듣고 혹은 목을 매고, 혹은 우물에 투신하고, 혹은 칼로 자결하고, 혹은 섬돌에 머리를 부딪쳐 죽었다. 태반은 그렇게 자결하였고, 나머지는 모두 경영의 군사들에게 포박되어 송강 앞으로 끌려갔다. 송강은 크게 기뻐하면서 모두 감금하게 하고, 왕경을 사로잡은 후 함께 경성으로 압송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다시 장병을 사면팔방으로 내보내 왕경을 추격하게 하였다.

한편, 왕경은 수백 명의 철기를 거느리고 포위를 뚫고 나가 남풍성 동쪽으로 달아났다. 성중에 이미 송군이 들어와 싸움이 벌어진 것을 보고 너무 놀라 혼이 달아난 것 같았는데, 뒤에서 대군이 추격해 오자 북쪽을 향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달아나면서 왕경이 좌우를 돌아보니, 불과 백여 기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나머지는 비록 평소에 가장 믿었던 자들이었지만, 오늘 형세가 기울어지자 모두 달아나 버린 것이었다. 왕경은 백여 기와 함께 운안을 향해 달아나면서, 근시에게 말했다.

“과인에게는 아직 운안·동천·안덕의 세 성이 있다. 강동(江東)이 비록 작기는 하지만 왕 노릇하기는 족하지 않겠느냐? 이제까지 나를 따르다가 방금 도망친 관원 놈들은, 평소에 과인이 준 봉록을 받던 놈들인데, 오늘 일이 생기자 모두 도망쳐 버렸다. 과인이 다시 병력을 일으켜 송군을 물리치게 되면, 도망친 놈들을 모조리 잡아들여 젓갈을 담아 버릴 것이다.”

왕경은 멈추지 않고 쉼 없이 달려, 날이 밝을 무렵에는 저 멀리 운안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왕경은 말 위에서 기뻐하면서 말했다.

“성중의 장병들이 아주 성실하구나. 깃발이 질서정연하고 병기들이 엄숙한 것을 봐라!”

왕경이 무리를 이끌고 성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무리 중에 글자를 아는 자가 말했다.

“대왕께서는 좋아하실 일이 아닙니다! 성 위에는 모두 송군의 깃발입니다!”

왕경이 그 말을 듣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니, 과연 동문 위에 휘날리고 있는 깃발에 크게 ‘송선봉 휘하 수군대장 혼강……’이라고 쓰여 있는데, 그 다음의 세 글자는 깃발이 바람에 나부껴 분명히 보이지 않았다. 왕경은 그걸 보고 깜짝 놀라 온몸이 마비되어 한동안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진정 송군은 하늘에서 내려온 듯하였다.

근시가 말했다.

“대왕님! 지체하시면 안 됩니다! 빨리 곤룡포를 벗고 동천으로 가시지요! 성중에서 보고 변이 일어날까 두렵습니다.”

왕경이 말했다.

“경의 말이 옳네.”

왕경은 즉시 황금 두건과 곤룡포를 벗고 옥대를 끄르고, 평복으로 갈아입었다. 시종들도 의복을 갈아입고, 상갓집 개처럼 그물에서 벗어난 물고기처럼 급히 소로를 통해 운안성을 지나 동천을 향해 달아났다. 사람과 말이 모두 피로하고 기갈에 시달리며 달아나기에 급급했다.

백성들은 오랫동안 역적들에게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대군이 쳐들어온다는 소문을 듣고, 모두 몸을 숨겨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고 닭 우는 소리나 개 짖는 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 물 한 모금 얻어 마실 데도 없으니, 밥이나 술은 말할 것도 없었다.

왕경을 따르던 자들 가운데 동쪽으로 가는 척하다가 슬그머니 사라져 버린 자들이 6~70명이나 되었다. 왕경은 30여 기만 거느리고 저녁 무렵에 운안에 속하는 개주 지방에 비로소 당도하였는데 한 줄기 강물이 앞을 가로막았다. 그 강은 달주의 만경지라는 연못에서 발원했는데, 강물이 아주 맑아 청강(清江)이라 불렸다. 왕경이 말했다.

“어디서 배를 구해 강을 건널 수 있을까?”

뒤에서 한 근시가 말했다.

“대왕님! 저기 남쪽에 갈대가 드문드문 있고 기러기가 내려앉은 곳에 어선들이 모여 있습니다.”

왕경은 그걸 보고 무리를 이끌고 그쪽 강변으로 갔다. 때는 한겨울이었지만, 날씨가 맑고 따뜻해서 수십 척의 어선들이 물고기를 잡거나 그물을 햇볕에 말리고 있었다. 그리고 강 위에 떠 있는 몇 척의 배들에서는, 어부들이 큰 사발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왕경이 그걸 보고 탄식하며 말했다.

“저놈들은 저렇게 즐거운데, 나는 오늘 저놈들보다도 못하구나! 저놈들은 나의 백성들인데, 어찌하여 과인이 이렇게 곤핍한 것을 모른단 말이냐.”

근시가 큰소리로 외쳤다.

“어이! 배를 이리 갖다 대라! 우리를 건네주면 뱃삯을 많이 주겠다!”

그 소리를 들은 두 어부가 술잔을 내려놓고는 작은 어선을 삐걱삐걱 저어서 기슭으로 다가왔다. 뱃머리에 선 어부가 대나무 삿대로 배를 밀어 기슭에 갖다 대더니, 왕경을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살펴보다가 말했다.

“잘 됐군! 또 술값이나 벌게 되겠네. 어서 타시오!”

근시가 왕경을 부축하여 말에 내리게 했다. 왕경이 어부를 보니, 체격이 우람하고 눈썹은 짙고 눈이 컸으며 뺨은 붉었다. 수염은 철사 같고 음성은 종소리처럼 우렁찼다. 어부는 한 손으로 삿대를 쥐고 다른 한 손으로 왕경을 부축해 배에 태웠다. 그리고는 삿대를 기슭에 대고 밀자 배는 기슭에서 한 길 정도 떨어져 나갔다. 근시들이 기슭에서 소리쳤다.

“빨리 배를 갖다 대라! 우리도 강을 건널 사람들이다!”

그러자 어부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배를 대라고? 그런데 어디를 이렇게 급하게 가시나?”

어부는 삿대를 내려놓더니, 왕경의 멱살을 두 손으로 붙잡아 배 바닥에 메다꽂았다. 왕경이 일어나려고 버둥대자, 노를 젓던 어부도 노를 내려놓고 달려들어 둘이서 왕경을 사로잡아 버렸다. 그때 강변에서 그물을 말리던 어부들이 왕경이 사로잡히는 것을 보자, 모두 달려들어 30여 명의 근시들을 모조리 사로잡아 버렸다.

삿대를 잡은 어부는 혼강룡 이준이고, 노를 잡은 어부는 출동교 동위였으며, 어부들도 모두 수군이었다.

원래 이준은 송선봉의 명을 받고, 수군의 배를 거느리고 와서 적의 수군과 싸웠다. 이준 등은 구당협에서 적의 수군과 싸워 그 주장인 수군도독 문인세숭을 죽이고 부장 호준을 사로잡았으며 적병을 크게 이겼다. 이준은 호준의 용모가 범상하지 않음을 보고 풀어 주었다. 호준은 은혜에 감동하여 이준과 함께 가서 운안의 수문을 속여서 열게 하고, 성을 빼앗고 가짜 유수 시준 등을 죽였다.

이준은 적병이 궤멸하면 필시 소굴로 도망칠 것이라고 생각하여, 장횡과 장순에게 성을 지키게 하고 자신은 동위·동맹과 함께 수군을 거느리고 어선으로 변장하고 여기서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완씨 삼형제로 하여금 어부로 변장하고, 염여퇴·민강·어복포의 각 길목에 매복해 있게 하였다.

마침 이준은 왕경이 말을 타고 앞장서고 뒤에 많은 사람들이 따라오는 것을 보고, 적군의 두목쯤으로 여겼지 그가 정작 원흉인 줄을 알지는 못했다. 이준은 종자들을 심문하여 왕경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박수를 치며 크게 웃었다. 이준은 왕경의 무리를 포박하여 운안성으로 돌아갔다.

사람을 보내 완씨 삼형제를 불러 장횡·장순과 함께 성을 지키게 하고, 이준은 항장 호준과 함께 왕경 일행을 압송하여 송선봉에게로 갔다. 도중에 송강이 이미 남풍을 깨뜨렸다는 소식을 듣고 이준은 곧장 남풍성으로 가서 왕경을 끌고 원수로 갔다.

송강은 왕경을 붙잡지 못해 근심하고 있었는데, 이준이 왕경을 사로잡아 왔다는 보고를 받고 기쁨을 이기지 못했다. 이준이 원수부로 와서 인사하자, 송강은 칭찬하며 말했다.

“아우가 큰 공을 세웠네.”

이준이 항장 호준을 인도하여 송강에게 인사시키며 말했다.

“이번 공로는 모두 이 사람 덕분입니다.”

송강은 호준의 성명과 운안성을 속여서 취한 일에 관해 묻고 상을 내리고 위무하였다. 송강이 장수들과 동천과 안덕을 공략할 일을 의논하자, 항장 호준이 아뢰었다.

“선봉께서는 조금도 마음 쓰실 필요가 없습니다. 저의 한 마디 말이면, 두 성은 손바닥에 침 뱉는 것만큼이나 쉽습니다.”

송강은 크게 기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호준에게 읍하고 계책을 물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