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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사랑이다-21

작성자제이서|작성시간23.08.05|조회수72 목록 댓글 0

 

 

Bondi Beach, Sydney, Australia

 

 

 

 

 

이것이 사랑이다-21

"보고싶은 것들 봤어?"

지선경이 웃음을 머금은 채 맞은 편 의자에 앉자 천지수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가까이 하며 물었다.

 

"예. 외국에 있는 한국가게들은 무엇들을 어떻게 진열해 놓고 장사를 하고있나. 그게 궁금했어요."

"그랬구나. 그래. 무엇을 보고 웃음을 참는거야?"

"저는 뭔가 이국적인 가게를 볼 수 있을까 했는데, 똑같아요. 잠시 제가 우리 동네 편의점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아서 놀랐고 너무 기대했던 제가 바보같아 웃음이 나왔는데, 참고 왔어요. 이제 웃어도 돼죠? ㅎㅎㅎ."

"아무리 그렇더라도 지난 웃음을 이제 웃다니. 당신은 참 이쁜 천사야. 그지?"

"아휴~ 옆에서 들어요."

그들은 오랫만에 한국맛이 가득한 짜장면을 맛있게 먹었다.

 

그날 씨드니의 겨울 하늘은 그들에겐 축복이었다.하늘은 맑고 끝없이 푸르렀다. 특히 축복인 것은 바람이 시속 10km미만이었다. 이 정도면 호주의 겨울 평균 기온보다 훨씬 높았다. 온도가 24도 쯤이어서 어디를 가드라도 쾌적하고 맑은 자연과 공기를 즐길 수 있었다. 그들이 멘리 비치를 가지 못하고 마침내 팜 비치까지 갔던 것은 순전히 지선경 때문이었다. 멘리에 가까워지자 의구심을 품은 지선경이었다.

 

“천지수.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인데 전복이 있겠어요?”

과거와는 달랐다. 그렇게 한가했던 멘리가 해변 관광지로 변하여 전복이 있을 만한 곳은 가옥과 리조트 그리고 겨울이지만, 바다를 숨쉬고 싶은 사람들로 붐볐다. 지선경의 말에 동의하였다. 그래서 천지수는 차를 북쪽으로 돌려 팜 비치까지 왔다. 이곳은 한가하였다. 바로 태평양 바다를 만질 수 있었다. 천지수는 팜 비치 골프 클럽의 주차장 가장 북쪽에 주차를 하였다. 길쭉하게 바다를 향하여 들어 간 작은 반도같은 곳 끝자락에 팜 비치가 있었고 그 비치 북쪽 끝에는 깨끗한 바위들과 그 앞에 맑고 푸른 태평양이 펼쳐져 있었다. 바다는 잔잔하였다.

 

천지수는 지선경과 함께 바위들 틈으로 갔다. 멀리 남쪽 비치에 간간히 사람들이 보였다. 이 쯤이면 좋겠다 생각하였다. 그들의 앞에는 한없는 태평양. 그들 뒷편 500미터 쯤에도 바다가 있었다. 그들은 곳의 끝 부근에 자리한 셈이다. 지선경은 브라쟈와 팬티만 남기고 다 벗었다. 용감하였다. 아무도 보는사람이 없었다.

 

“지선경! 너무 야 하지 않아? 사람들이 보면 어쩔려고?”

“ㅎㅎㅎ 천지수. 당신은 곧 팬티만 입고 있을거 잖아요? 저는 위에 하나 더 입고 있는데요.”

할 말이 없었다. 맞는 말이었다. 어휴~ 그는 두 팔을 들었다 내리며 그녀의 말대로 바지를 벗었다. 그냥 맨 팬티였다. 국방색 팬티. 그는 태평양속으로 첨벙 뛰어 들었다. 그리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오후의 태평양 바다. 호주의 바다에 그가 뛰어 들어갔다. 바다속은 예전과 같았다. 그렇게 많은 바닷풀이 자라고 있는 바다속은 아니었다. 그는 마침내 3-4미터쯤 되는 물속 둥그런바위들 아랫부분에서 바위와 같은 회색빛 보호색을 띄고 착 달아 붙어있는 전복을 발견했다. 껍질 윗 부분의숨구멍들이 가지런히 곡선으로 뚫혀있는 전복을 확인한 후 바닥을 차고 물위로 올라왔다. 숨을 고른 후다시 잠수하여 전복과 바위가 접해있는 부분의 틈새를 찾아 순간적으로 손가락 세개를 넣고 위로 힘껏 제치니 전복이 밀착할 틈을 잃고 바위에서 떨어졌다. 과거와 같았고 대서양에서의 그것과도 같았다. 그가 물 밖으로 나왔을때는 양손에 어른 손바닥 보다 클 것같은 전복 두마리씩 4마리가 들려있었다. 그는 발로 바닷물을 가르며 헤엄쳐 얕은 곳으로 나왔다. 해변가에는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두 손을 들었다.

 

“천지수! 잡았어요?”

지선경이 물가에서 파도와 놀다 활짝 웃으며 반겼다.

 

“응. 4마리.”

“도구도 없이 어떻게 땃어요? 손은 안 다치셨어요?”

역시 지선경이었다.

 

“어떻게 금방 그렇게 전복을 땃어요? 이렇게 큰 것들을. 정말 괜찮아요?”

“조심해서 와~ 당신이 기다릴 것을생각하니 힘이 절로 나던데. 전복도 도와주었어. 지금까지 자기들을 괴롭히는 어떤 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지 한가하게 움직이는 녀석도 있었고 마음 턱 놓고 바닷물을 들이키는 녀석도 있었어.”

“여보~ 그렇게 말하시니 이상해요. 우리가 먹을 거 잖아요.”

“그래. 맞아. 그 말 취소.”

그는 그렇게 말하며 가까이 온 지선경을 보며 주춤했다.

 

“그런데, 실수했어. 초고추장을 사 오는 것을 잊었어. 지선경!”

“아하~ 그건 걱정마요. 제가 누구예요. 준비되었어요.”

지선경이 다가와서 전복 두개를 받으며 말했다.

 

“응. 정말! 언제 어떻게 알고 준비했어?”

“아까 캠시에서 한국편의점에 들어 갔을 때 샀어요. 다 팔던데요. 지금 일회용 그릇에 만들어 두었어요. 못 잡았으면 다 버려야 했지만, 저는 당신을 믿잖아요. 제 믿음에 실수는 없어요 ㅎㅎㅎ”

천지수는 할 말을 잃었다. 그런 말앞에 무슨 다행스럽다는 칭찬을 할 것인가. 시시틈틈이 그녀로 부터 사랑을 확인받는다는 현실적 사실이 그를 감동하게 하였다.

 

“어디가셔요?”

“응. 차 안에서 칼을 가져 오려고.”

“아. 그것도 제가 찾아서 준비해 두었어요. 당신 빽팩에 군용 나이프가 있었잖아요. 당신이 물속에서 전복을 따느라 수고하시는데, 제가 보고만 있을 수 없었어요. 지난 번 몰디브에서 당신이 했던 것들을 생각해 내고 준비물을 찾아 두었어요.”

“지선경~ 그 차림으로 주차장까지 같다 온거야? 그렇게 입은 채로.”

“ㅎㅎㅎ 왜, 어때요? 바닷가인데…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어요. 누구라도 좀 봐주었어면 좋았을텐데…”

그렇게 말하며 지선경은 일어나 허리에 손을 올리고 가슴을 폈다. 천지수의 앞을 가리고 서있는 지선경의 자태는 눈부셨다.

 

"What do you want?"

천지수의 입에서 본능적으로 튀어내왔다.

 

"You. I want you, only."

지선경이 거침없이 말했다. 이것을 순발력이라해도 좋을 것이다. 얼마나 멋진 재치이냐? 그 의미를 제쳐두고라도 쉼없이 바로 답할 수 있다는 것. 아주 멋진 준비된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천지수가 멍해진 채 지선경을 보고만 있었다.

 

"뭘 그렇게 보고만 있어요? 저를 잡수시든지 아니면 전복을 먹게 해 주시든지 하셔야 잖아요."

사뭇 도전적이었다. 저 도전에 천지수는 감당할 수가 없을 거라고 천지수 스스로는 한참 생각하고 있었다. 바람은 적당히 선선하게 불고 있었다. 오후의 겨울 태양은 파르스름한 빛을 태평양 바다에 쏫아 붓고 있었다. 그선선한 바람에 지선경의 냄새가 훅하고 몰려왔다. 짙은 애욕의 냄새였다.전복은 두 사람의 손 위에서 연한 몸체를 비틀며 발악하고 있었다. 누가 어떻게 총을 뽑을까 긴장이 팽팽하였다. 지선경은 끈없는 흰색 브라쟈와 티 팬티만 입고 한 손에 하나씩 두 손에 전복을 들고바위 위에 서서 천지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지선경의 야성에 기가 질려버린 천지수는 초록색 얼룩 무늬가 있는 사각 면 팬티만 입고, 당당하게 버티고 있는 지선경을 올려다 보고있었다. 그의 눈 높이는 타겟과 평행선을 이루고 있었다. 천지수의 손에도 역시 두 마리의 전복이 들려 있었다.

 

'싸우고 싶다. 내무기로 너를 엉엉울며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항복을 받고 싶다' 천지수는 속으로 외치며 안전장치를 풀었다. 그는 주변을 재빠르게 곁눈질로 살폈다. 싸울 장소가 그에게 적당하여야했다. 그런 걱정을 알기나 한듯 지선경이 몸을 비틀었다. '자. 어서 나를 공격해 봐요. 공격해 오는 당신을 내가 숨도 잘 못 쉴정도로 힘을 다 뺏어 버리겠어요. 나는 당신의 무기에 찔려 피를 철철 흘리며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절명해버리고 싶어요.' 지선경은 천지수에게 쏘울나들목에서 보다 더 강한 초죽음이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더 확실하게 알려주어야 겠다고 다짐하며 그를 향하여 온 몸을 던질려고 발가락에 힘을 주었다.

 

"지선경!"

천지수가 이름을 불렀다.

 

"천지수!"

지선경이 이름을 불렀다. 아직 선선한 태평양 바다의 바람은 두 사람 사이를 흐르고 있었다.

 

"칼과 초고추장만 있으면 당장 먹을 수 있어요?"

"그래. 당장회로 먹을 수 있어. 몰디브에서와 같이. 그런데, 언제 그것들을 준비했어?"

"당신은 초 고추장없이는 회를 못 먹잖아요. 아까 켐시의 편의점에서 준비했다고 말했잖아요. 당신은 지금 날 잡아먹으려고 궁리하느라 아무것도 기억 못해요. 맞죠?"

그렇게 당당히 말한 지선경이 미소를 지으며 두 팔을 높이들고 천천히 천지수에게로 넘어져 왔다. 천지수가 모래바닥을 밟고 있는 다리에 힘을 주며 지선경을 안았다. 가슴으로 그녀를 안은 순간 그녀의 펄떡이는 가슴의 고동이 맞닿은 가슴으로 전해왔다. 그녀의 숨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둘은 잠간 동안 그렇게 안고 있었다. 천지수의 차가운 체온이 지선경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제가 당신을 안고 당신의 체온을 데우는 중이예요. 맞죠?"

천지수의 가슴에 안긴 채 그의 펄떡이는 가슴의 고동소리를 들고는 머리를 올려 보며 미소 띈 입술을 벌려 속삭이듯 말했다.

 

"응. 맞아. 당신을 이렇게 안고 있으니 기분이 이상해 지는데..."

"여보~ 전복은 언제 먹여 줄거예요? 전복이 웃고 있네요."

스산한 바람이 불어왔다. 아직 갈 길은 멀었다. 천지수는 지선경을 동쪽에서 불어오는 잔잔한 바람을 막아주는1미터 정도 높이의 바위 아래로 이끌었다. 바로 앞은 출렁거리는 바다였다. 그 바다 위로 오후의 햇살이 뜨겁게 퍼져 있었다. 천지수는 지선경이 바위 아래의 깨끗한 모래위에 다리를 오므리고 앉자 지선경이 준비한 비닐 주머니를 열고 칼과 일회용 접시 나무 젓가락 두개 그리고 치약 모양의 초 고추장이가득 들어있는 튜브를 꺼냈다. 그는 능숙한 솜씨로 전복속에 칼을 넣고 한번 속을 돌려 껍질과 전복을 분리했다. 그리고 4개의 전복을 접시에 담아 바닷물가로 가서 깨끗이 씻은 후 얇게 썰었다. 지선경은 앉은 채 보고 있었다.

태평양 전복은 컷다. 등껍질과 따로 분리된 전복은 천지수의 손바닥만 하였다. 가로 15센티 세로 9센티 정도에 2.5센티 이상의 두꺼운 육질은 보기와는 달리 부드러워 칼날이 가는대로 얇게 먹기좋게 썰어졌다.

 

 

 

"자. 어서 먹어봐. 전복의 진정한 맛을 알게 될거야."

천지수가 나무 젓가락과 전복이 보기좋게 담긴 접시를 지선경의 무릅에 올려놓고 옆에 앉았다. 전복에서는 싱싱한 바다 냄새가 났다. 둘은 그렇게느꼈다. 천지수는 고향을 생각하며. 지선경은 천지수의 말을기억해 내며.

 

"아~ 천지수. 당신의 고향은 이렇게 부드럽고 달콤하며 온유하군요. 정말 맛있어요. 싱싱해서 전혀 냄새가 없어요. 이런 태평양 전복이라면 며칠 더 머물며 즐기고 싶어요. 그렇게 절 보시지만 말고 좀 먹어봐요. 이렇게 싱싱한 전복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니... 우리가 아직 꿈속에 있나봐요. 이럴 때 초령이가 나타나면 꼭 안고 먹여줄텐데..."

결국 지선경은 세번 전복을 집어 고추장에 찍어 먹고는 목이메었다. 눈에 또 눈물이 고였다.

 

"지선경! 이건 꿈이 아니야. 자 어서 먹어. 그리고 두번은 초 고추장 한번은 맨 전복. 이렇게 먹어봐. 전복의 참 맛을 느낄 수 있어."

“ㅎㅎㅎ 당신. 저에게 리듬에 맞춰 먹어라는 거지요? 두번 고추장 한번 맨전복.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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