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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사랑이다-22

작성자제이서|작성시간23.08.05|조회수117 목록 댓글 0

 

 

 

 

 

 

 

 

이것이 사랑이다-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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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경이 벨소리 요란하게 울리는 휴대폰을 뒷좌석의 빽팩에서 꺼내 운전하고 있는 천지수의 오른손에 쥐어 준 시각은 오후 5시 20분이었고, 그들은 블루마운틴에서 씨드니의 다운타운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다행이라 생각들었다.

 

"Hello! It's James."

천지수는 둘 중 하나일 것으로 짐작하였지만, 괘의치 않았다.

 

"형이요? 나 척김입니다."

"그래! 반갑다."

"형. 지금어디요? 어디 있어요?"

그의 목소리는 반가움에 들뜨있었다.

 

"여기~ On the high way #40. 1시간 30분후면 호텔 로얄씨드니에 도착할 수 있는데, 그 호텔 라비에서 만나자. 같이 저녁식사 하도록 하자. 가족과 함께. 알았지?"

"형. 여전하시군요. 알았어요. 그럼, 그곳에서 뵙겠습니다."

천지수가 전화를 마치자 기다리고 있듯이 곧 지선경이 말했다.

 

"저는 참석 않하는거지요?"

"아니! 함께있을건데. 왜? 문제가 있어?"

"저가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잖아요?"

"왜. 그것 때문에 삐졌어? 삐질 일 하나도 없어. 당신도 그들도 처음 만나게 되는거야. 오히려 당신이 그들보다 더 정보를 가지게 되는데."

"어쩌서 제가 더 정보를 가진다는 거예요?"

"지금부터 당신이 물어 볼거잖아. 나는 대답할 것이고. 맞지?"

"ㅎㅎㅎ 맞아요. 그럼 나도 꼭 참석해야지. 아참. 그 교순가 하는 분도 같이 만나면 시간 절약되고 좋을텐데."

"에구. 욕심도. 내일 점심을 같이할거야."

"그렇군요. 연락은 하셨어요?"

"씨드니에 도착한 그 날 전화를 랜트하자마자 곧 이 전화로 알렸어. 딩신을 보고 싶어 하더군."

"잘 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그냥 지금의 이 옷 뿐인데 어떻해요? 처음 만나는 자리인데."

"지선경. 내 생각으로는 당신은 어떤 자리에 어떤 차림을 하여도 거부반응을 가질 사람은 없을 것 같아. 오히려 그 모두가 각각 나름대로의 매력을 느끼게 하고 있어. 원래 당신은 이쁘니까. 그건 나만의 생각은 아니야."

"그 말. 저를 띄우는 말이지요? 그렇다해도 듣기는 참 좋아요. 계속해줘요."

"어휴~ 내가 마른 공중에 당신을 왜 띄워. 느낀대로 생각하는대로 말하는 것 뿐이야."

"됐네요. 그런데요. 블루마운틴은 오후인데도 안개같은 푸른 정기가 깔려 있어요? 아주 신비로웠어요. 대체 그런 신비로움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흠. 당신이 이제부터 오묘한 불확실성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거야? 그렇다면 우선 블루마운틴의 구조를 생각해봐. 그리고 푸른 정기를 품어내고 있는 그 곳의 가장 많은 나무의 종류가 무엇인지 생각해봐. 대체적인 답이 되었지? 다만, 아쉬운것은 하이웨이 40을 타고 블루마운틴을 가로 질러 리스고까지 가 봤어야 했는데…"

"아하~ 그럴싸 하네요. 그리고 이 지도의 여기를 가로 지른다면, 우린 길잃은 커플이 되었을거에요."

"어허. 선생님에게 말 버릇 좀 봐. 얼른 고쳐."

"예. 알겠어요. 선생님. 근데, 여보. 천지수!"

"원참나. 내가 헷갈려서 호칭은 그만둬야겠다. 왜?"

"우리 언제 다시 호주에 올 수 있을까요? 봐야 할 곳과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요."

"글쎄. 나도 지선경, 당신과 다시와서 더 머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가 가자면 당신도 갈거지요? 제가 당신을 끌고라도 꼭 다시 와 보고 싶어요."

"됐네요. 사모님. 그렇게 끌려서는 안 갑니다."

"흥. 두고보세요. 언젠가는 당신과 함께 꼭 오고야 말거예요."

 

파라마타 로드는 이미 깊은 겨울 속에 잠겨 있었다. 소나타가 부드럽고 경쾌한 엔진소리를 내며 로얄호텔 입구에 닿자 라비 안에서 지켜보고 있던 파킹맨이 문을 열고 달려나와 지선경이 내릴 수 있게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지선경이 내리자 속삭이듯 지선경에게 말하였다. 천지수는 듣지 못하였을 것이다. 천지수가 운전석으로 돌아서 온 그에게 자동차 키와 A$10-을 같이 손에 쥐어주었다.

 

"Room 902. Can you drop it at count desk?"

그는 먼저 손바닥에 있는 지폐의 색갈을 보았다.그리고는 만족한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머니톡(Money talks)'이었다.

 

"Yes. Anytime you can get your key at count desk exactly. And have a great night."

천지수는 소나타에서 두개의 빽팩을 꺼내 어깨에 매고 멍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지선경의 어깨를 감싸안고 안으로 들어가며 물었다.

 

"저 엄큼한 녀석이 뭐라고 그랬어?"

"어머! 당신봤어요? 질투나요?"

"참원나. 그냥 물어보는거야. 말하기 싫으면 그냥 넘어가. 당신도 호주에서 비밀스런 추억 하나 정도 있으면 좋아."

지선경은 천지수의 그 말에 깔깔거리며 웃었다. 라비는 거의 텅비어 있었다. 천지수가 첵크인 카운터에서 방 열쇠를 받을 때 이미 자동차 열쇠가 같이 있었다. 902호는 아늑하였다. 룸에 들어가자 천지수는 전면 유리창에 드리워진 퍼플칼라 브라인드를 활짝 열었다. 지선경은 샤워실 가까이에 있는 침대 위에 벌렁누웠다. 신발을 신은 채로. 천지수가 돌아서서 그렇게 물끄럼히 침대위의 누운지선경을 바라보았다. 눈을 뜬 선경이 천지수를 보며 음탕한 미소를 짖고는 누운 채 두 팔을 벌렸다.

 

"내사랑 천지수~"

누운 채 그윽한 눈으로 천지수를 바라보며 속삭이듯 불렀다. 천지수는 자석에 끌리듯 스르르 미끄러지듯 쓰러지며 지선경의 몸 위로 포겠다.

 

"아아아~ 천지수. 나 배 터지겠어요."

그 말에 천지수가 소리내어 웃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누가 짐작이라도 하겠는가. 어느 여자가 그런 말을 할 수가 있겠는가. 그 따위 말을. 그런데 지선경이 말했다. 전혀 웃지도 않으면서. 믿을 수 있겠는가. 그래도 어쩌랴. 거의 186cm에 80kg이 되는 거구가 약한 여체위에 온 몸을 던져 덮쳤는데...

 

"천지수~ 이제는좀 부드럽게 해줘요. 당신은 너무 거칠어요. 스스로도 느끼시죠. 왜, 그런데요? 지선경이 어디로 달아나기라도 할까 그래요? 어서 부드럽게 대 해주세요. 네?"

이건 완전히 분위기로 몰입하자는 애욕적이고 유혹적인 갈성아닌가. 어느 남자가 이런 말에 절차적 행위를 생각할 수 있겠는가. 쏘울나들목에서의 지선경은 순정적이고 전형적인 맑은 사랑이었다. 지금의 지선경은 보다 진화한 애욕의 활성적 행동으로 상대를 유도하여 기필코 윈-윈적 결과를 얻자는 몰상식적 몸짓을 하고 있었다. 천지수는 보채는 지선경 곁에 누워 지선경을 자기 쪽으로 돌려 당겼다. 한거풀 걸친 옷을 통해 파르르 떨고 있는 지선경을 더욱 힘줘 끌어 안았다.

 

"지선경. 당신, 오웊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

얼굴을 천지수의 가슴에 묻고 숨을 고르던 지선경이 고개를 들고 크고 까만 눈동자를 반짝이며 말했다.

 

"천지수!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그런 말을 쉽게 막 해요? 저는 당신에게서 처음 들었어요. 쏘울나들목에서 당신이 겁도없이 막 말하셨잖아요."

그 말을 끝까지 들은 남자가 한 손으로 여자의 뺨을 어루만지듯 애무하며 말했다.

 

"그러면, 다른사람들은 뭐라고 말하는데? 섹스? 교접? 합궁? 사랑하자? 성교? 씹? 응응응? 도대체그들 다른 사람들은 뭐라고 말할까? 나도 궁금해. 나는 가장 순수한 사랑의 행위를 오웊이라 부르는 것이 아주 좋아. 그리고 오웊은 가장 아름답고 순수한 한국말이야. 나는 그 말에 대하여는 전혀 의심없이 순수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다른 사람들이 부르기 거북하다거나 욕이라고 한다거나 저급한 말이라고 하여도 그것들에는 동의 못해. 내가 쏘울나들목에서 말했듯이 우리는 우리의 사랑행위를 가장 아름답고 떳떳하게 말해야돼. 알았지?"

천지수의 가슴속에서 맑은 눈을 말똥그리며 듣고 있던 지선경이 천지수에게로 더 찰싹 달라 붙으며 속삭였다.

 

"천지수~ 내사랑 천지수~ 이제 우리 그 아름다운 오웊해요. 네?"

이제서야 제대로 되는 것 같다. 그래. 씨드니의 여름 야심한 밤 핑크빛 분위기로 가득한 조용한 방 그리고 넓은 킹싸이즈 침대 그리고 사랑하다 죽어도좋을 여자 하나와 불구덩이 속으로 빠져도 손을 놓치 않을 남자 하나. 실 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두사람. 전율을 느끼도록 가득 숨가프게 전해오는 사랑. 자. 무엇을 못하랴. 호주에서의 마지막 밤. 그들은 그들이 투웜바라카에서 만들었던 오웊 보다 더 황홀하고 숨막히고 아름다운 오웊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아~ 사랑이여. 가자~ 아직 우리가 가 보지 못한 또 다른 사랑의 세계로. 그들은 그랬었다. 그 시간 동안은 거칠 것이 없었다. 최고급 호텔이어서 프라이버시는 거의 완벽할 정도로 잘 보호되었다. 그들이 구조 요청을 하지 않으면 안에서 울고 불고 소리치고 흐느끼고 기절하도록 죽도록 난장판을 만들어도 객실의 프라이버시는 지켜졌다.

 

호텔에 따라서는 투숙객이 알지 못한 곳에 케머러를 설치해 둔 곳도 있다. 그것은 영업상 극히 위험하다는 것을 관리자도 담당 최고책임자도 알고 있다. 투숙객에 의해서는 절대 발견되지 않아야 한다. 투숙객의 안전을 위하여 설치했을 경우. 천지수가 이 룸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한 것이, 방안 곳 곳을 유심히 체크한 후 발견한 침대 맞은 편 벽에 붙어있는 큰 거울 윗쪽 'The Royal Sydney Hotel' 이라고 블루 칼라로 실크 인쇄된 글자 중 로얄의 O자 안에 설치된 케머러를 발견하고 일회용 반창고를 붙혀 둔 것이었다. 그 부분은 비교적 맑고 미세하게 볼록하였다. 눈에 보이지 않은 극미세의 작은 바늘 구멍들이 있었다. 전문가도 찾기 힘든 곳이었다. 천지수는 짧은 시간중 역 발상을 하였다. 나라면 어디에 설치할까 하고. 이제 호텔은 그를 소중히 대하여야했다. 운 좋게도 서로 딜을 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고, 천지수는지금 그 반창고를 바라 보고 있었다.

 

"천지수. 당신 저 거울에 왜 반창고를 붙혔어요? 때로는 엉뚱한게 당신이예요. 저에게 말해 주세요. 저도 당신과 같이 엉뚱해지고 싶어요."

두 팔을 돌려 천지수의 허리를 꼭 안고 천정을 보며 지선경이 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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