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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263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8.11|조회수50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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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제118회-1

관승 등 네 장수는 병력을 이끌고 오룡령 위로 쳐들어가다가, 석보의 군마와 마주쳤다. 관승이 마상에서 소리쳤다.

“적장은 어찌 감히 나의 형제를 죽였느냐!”

석보는 관승을 보고는 싸울 마음이 없어져 오룡령 위로 후퇴하고, 백흠을 내보내 관승과 싸우게 하였다. 두 장수가 교전한 지 10합이 되지 않았는데, 오룡령 위에서 급히 징을 울려 군사를 거두었다. 관승이 추격하지 않았는데, 오룡령 위의 군병들은 절로 혼란을 일으켰다.

원래 석보가 오룡령 동쪽만 바라보고 싸우면서 서쪽을 방비하지 않아, 동추밀이 거느린 인마가 오룡령 위로 쳐들어온 것이었다.


송군 대장 왕품은 남군의 지휘사 경덕과 싸워 10합 만에 경덕을 베어 말에서 떨어뜨렸다. 여방과 곽성은 앞장서서 오룡령 위로 달려 올라갔다. 그런데 산정에서 큰 바위가 굴러 떨어져 곽성은 말과 함께 바위에 치여 죽고 말았다.

오룡령 동쪽의 관승은 오룡령 위가 크게 혼란해진 것을 보고, 서쪽에서 송군이 고개 위로 올라왔음을 알고 급히 장수들을 불러 일제히 위로 쳐들어갔다. 양면에서 협공하여, 오룡령 위에서는 혼전이 벌어졌다.

여방은 백흠을 맞이하여 싸웠다. 싸움이 3합이 되지 않아 백흠이 쟁으로 찌르자, 여방이 피하면서 백흠의 쟁이 여방의 겨드랑이 아래 끼게 되었다. 여방의 화극도 백흠에게 붙잡혔다. 두 장수는 무기를 버리고 말 위에서 서로 붙잡고 싸우게 되었다. 원래 두 사람이 싸우고 있는 고개는 험준한 곳이어서 두 말이 서 있기에도 어려운 곳이었다. 그런데 두 장수가 서로 붙잡고 힘을 쓰자, 뜻밖에 사람과 말이 모두 고개 아래로 굴러 떨어져 죽고 말았다.

관승 등 여러 장수들이 오룡령 위에 올라와 보니, 양면에서 송군이 모두 오룡령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석보는 양면 어느 쪽으로도 달아날 길이 없자, 사로잡혀 욕을 당할 것이 두려워 벽풍도로 자신의 목을 찔러 자결하였다. 관승 등 여러 장수들은 오룡령 관문을 탈취하고서 송선봉에게 사람을 보내 알렸다.

강변 수채에 있던 4명의 수군총관들은 오룡령을 잃고 목주가 함락되는 것을 보고, 모두 배를 버리고 강안으로 올라가 달아났다. 하지만 성귀와 사복은 백성들에게 사로잡혀 목주로 압송되어 왔고, 적원과 교정은 어디로 달아났는지 알 수 없었다.

송군의 대군이 목주로 오자, 송강은 성을 나가 영접하였다. 동추밀과 유도독이 입성한 다음 방을 내붙여 백성을 안무하고 생업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남군의 투항자는 부지기수였다. 송강은 창고의 식량을 풀어 백성들에게 나누어주고,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 다시 양민이 되게 하였다.

송강은 수군총관 성귀와 사복의 배를 갈라 심장을 꺼내, 완소이와 맹강 및 오룡령에서 전사한 장병들의 혼령을 위해 제사를 지냈다. 그리고 이준 등 수군장수들로 하여금 배를 거느리고 가서 역적의 앞잡이 노릇을 한 가짜 관원들을 붙잡아 장초토에게 압송하게 하였다. 송강은 또 여방과 곽성이 죽은 것을 알고, 슬퍼하여 마지않았다. 병력을 움직이지 않고, 노선봉의 병마가 당도하면 함께 청계현을 공격하기로 하였다.

한편, 부선봉 노준의는 항주에서 병력을 나눈 후 3만 인마를 거느리고 28명의 장수들과 함께 산길로 전왕(錢王)의 옛 도읍이었던 임안진을 지나 욱령관 앞에 당도하였다.

욱령관을 지키는 장수는 방랍 수하의 방만춘이었다. 그는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의 명궁(名弓)으로 유명한 양유기에 빗대어 소양유기(小養由基)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었는데, 방랍이 다스리는 강남 지역에서는 활을 제일 잘 쏘는 자였다.

방만춘은 2명의 부장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하나는 뇌형이고 하나는 계직이었다. 이 두 부장은 모두 7~8백 근의 힘을 들여야 당길 수 있는 강한 쇠뇌를 잘 쏘고 질려골타(蒺藜骨朵)라는 무기를 사용하였다. 그들의 수하에는 5천 인마가 있었다. 세 적장은 욱령관을 지키고 있다가 송군의 부선봉 노준의가 군사를 이끌고 온다는 소식을 듣고, 대적할 기계 등을 준비하고 기다렸다.

한편, 노선봉은 군마가 욱령관에 다가가자, 먼저 사진·석수·진달·양춘·이충·설영으로 하여금 3천 보군을 이끌고 앞서 나가 정탐하게 하였다. 사진 등 여섯 장수는 말을 탔고 나머지 군사들은 모두 보행이었다. 관문 아래 당도하여 보니, 적군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사진은 의심이 들어 장수들과 상의하는 사이에, 어느덧 관문 앞에 당도하였다.

고개를 들어 보니, 관문 위에 수놓은 흰 비단깃발이 세워져 있고 그 아래에 소양유기 방만춘이 서 있었다. 방만춘은 사진 등을 보고 크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 도적놈들은 양산박에나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뭣 하러 송조의 초안을 받아들였느냐? 그리고 어찌 감히 우리 국토까지 침범하여 호걸인 척하고 있느냐! 너희들은 소양유기의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느냐? 네놈들 중에 소이광 화영이란 놈이 있다고 들었는데, 나와서 나랑 활을 겨루어보자. 네놈들에게 먼저 나의 신전(神箭)을 구경시켜 주마.”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바람을 가르며 화살이 날아와 사진을 맞혀 말에서 떨어뜨렸다. 다섯 장수가 일제히 앞으로 나와 급히 사진을 구하여 돌아왔다. 그때 산정에서 징소리가 울리면서 좌우 양옆 송림 속에서 일제히 화살이 쏟아졌다. 다섯 장수는 사진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각자 달아났다.

산허리를 돌아가는데, 앞의 산언덕 양변에서 뇌형과 계직이 쇠뇌를 비 오듯 쏘아댔다. 여섯 장수가 모두 영웅이었지만, 쏟아지는 화살을 피할 수는 없었다. 가련하게도 양산박의 여섯 장수의 삶은 이곳에서 남가일몽이 되고 말았다. 사진·석수·진달·양춘·이충·설영 여섯 사람은 한 명도 빠져나가지 못하고 모두 관 아래에서 화살에 맞아 죽고 말았던 것이다.

3천 명의 보졸들은 겨우 백여 명만 도망쳐서, 노선봉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였다. 노선봉은 크게 놀라 마치 얼빠진 사람처럼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신기군사 주무가 진달과 양춘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다가 노선봉에게 간하였다.

“선봉께서는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그러시다 큰일을 그르치겠습니다. 다른 계책을 생각해내 관문을 탈취하고 적장을 참하여 이 원수를 갚아야 합니다.”

노준의가 말했다.


“송공명 형님이 나에게 많은 장수들을 배정해 주었는데, 이번에 한 번도 이겨 보지 못하고 먼저 여섯 장수와 3천 군졸을 잃고 겨우 백여 명만 돌아왔으니, 어떻게 흡주로 가서 형님을 뵐 수 있겠는가?”

“옛사람이 말하기를, ‘천시(天時)는 지리(地利)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人和)만 못하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중원의 산동과 하북 사람들이라, 수전에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리를 잃었던 것입니다. 본처의 주민들을 찾아 길을 인도하게 해야 이곳의 굽이진 산길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군사의 말이 옳네. 누구를 보내 길을 정탐하게 하는 것이 좋겠는가?”

“저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고상조 시천을 보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는 처마 밑이나 벽도 탈 줄 아니까, 산속에서도 길을 잘 찾을 겁니다.”

노준의는 즉시 시천을 불러 명을 내렸다. 시천은 마른 양식을 가지고 요도를 차고 영채를 떠나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길을 찾느라 한나절을 헤매다가 날이 저물었는데, 멀리서 등불이 하나 빛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시천이 혼자 말했다.

“등불이 있는 곳에 필시 인가가 있을 것이다.”

캄캄한 가운데를 더듬어 가면서 등불이 켜진 곳으로 가 보니, 작은 암자 안에서 불빛이 새나오고 있었다. 시천이 암자 앞으로 가서 안쪽을 살펴보니, 노승이 앉아서 불경을 읽고 있었다. 시천이 방문을 두드리자, 노승이 어린 행자를 시켜 문을 열어주었다. 시천이 방안으로 들어가 절을 하자, 노승이 말했다.

“손님은 절하지 마시오. 지금 천군만마(千軍萬馬)가 싸우고 있는 곳에 어떻게 오셨소?”

시천이 말했다.

“사부님께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양산박 송강의 부하 편장인 시천이라 합니다. 지금 성지를 받들어 방랍을 토벌하러 왔는데, 뜻밖에 어젯밤 욱령관을 지키는 적장의 화살에 맞아 우리 장수 여섯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관을 넘을 계책이 없어, 저를 보내 관을 넘을 샛길을 찾아보게 하였습니다. 지금 깊은 산과 넓은 들을 지나 이곳까지 왔으니, 사부님께서 저희에게 샛길을 가르쳐주셔서 몰래 이 관을 넘을 수 있게 해주시면 두터이 보답하겠습니다.‘

“이곳 백성들은 방랍의 핍박을 받아 원한을 품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이 노승 역시 이곳 백성들의 시주로 양식을 공급받아 살아왔습니다만, 지금은 마을 사람들이 모두 도망쳐 버렸습니다. 노승은 달리 갈 데가 없어, 여기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다행히 천병이 당도하였으니, 만민의 복입니다.

장군께서 역적을 토벌하러 오셨다니, 백성을 위하여 해악을 제거해 주십시오. 적들이 알게 될까 봐 두려우니, 많은 말씀 드리지 않겠습니다. 이제 천병이 당도하여 장군을 보냈다고 하니, 몇 말씀 드리겠습니다. 여기서는 관을 넘어가는 길이 없고, 서산 고개로 가면 관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샛길이 있습니다. 그런데 근래에 적들이 그 길을 차단하여 성벽을 쌓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됩니다.”

“사부님! 그 샛길을 통해 관으로 올라가면, 적의 영채에 당도하게 됩니까?”

“그 샛길로 가면 곧바로 방만춘 영채의 뒤편에 이르고, 고개를 내려가면 관을 지나가는 길이 나옵니다. 그런데 적들이 큰 바위를 쌓아 길을 차단하였으니, 지나가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괜찮습니다. 길이 있기만 하다면, 차단했다 하더라도 어떻게 조치할 수 있습니다. 이제 길을 알았으니 저는 돌아가서 주장께 보고하고, 나중에 다시 와서 사례하겠습니다.”

“장군께서는 다른 사람에게 빈승이 얘기했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저도 세밀한 사람입니다. 사부님에 대해서는 감히 말하지 않겠습니다.”

시천은 노승을 작별하고 영채로 돌아가 노선봉에게 보고하였다. 노준의는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군사 주무를 청하여 관을 취할 계책을 의논하였다. 주무가 말했다.


“그런 길이 있다면, 욱령관을 얻는 것은 손바닥에 침 뱉는 만큼이나 쉬운 일입니다. 다시 한 사람을 시천과 함께 보내 큰일을 행하게 해야 합니다.”

시천이 말했다.

“군사께서는 무슨 큰일을 시키려 하십니까?”

주무가 말했다.

“제일 요긴한 일이 불을 지르고 화포를 터뜨리는 것일세. 자네들은 화포와 인화물 등을 가지고 적의 영채 배후로 가서 불을 지르고 화포를 터뜨리게. 그게 바로 자네들이 해야 할 큰일이네.”

시천이 말했다.

“단지 불을 지르고 화포를 터뜨리는 일 외에 다른 일이 없다면, 다른 사람과 함께 갈 필요 없이 저 혼자만 가도 됩니다. 다른 사람을 데리고 갔다가, 처마 밑이나 벽을 타는 저를 따라오지 못해 도리어 일을 그르칠까 염려됩니다. 그런데 제가 그런 일을 하면, 군사께서는 어떻게 관을 오르실 겁니까?”

주무가 말했다.

“그건 쉬운 일이네. 적병들이 매복해 있다 하더라도, 그냥 밀고 가면 되네. 적들이 매복해 있건 말건, 숲이 조밀한 곳을 만나면 불을 질러 태워 버릴 거야. 그러면 비록 매복해 있다 하더라도 무방하네.”

시천이 말했다.

“군사의 고견이 아주 분명하십니다!”

시천은 인화물을 챙기고 등에 화포를 지고서 노선봉을 작별하고 떠났다. 노준의는 군졸에게 은자 20냥과 쌀 한 섬을 지고 시천을 따라가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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