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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266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8.12|조회수46 목록 댓글 0

#연재소설
#수호지 연재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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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제119회-1

방랍의 대전 아래에서 병력을 이끌고 나가 송군과 싸우겠다고 아뢴 사람은 바로 부마인 주작도위 가인이었다. 방랍은 가인의 주청을 듣고 기쁨을 이기지 못하였다. 가부마는 남군 병력을 거느리고 운봉위(雲奉尉) 연청과 함께 출전하였다.

방랍은 자신의 황금 갑옷과 비단 전포를 부마에게 하사하고, 또 명마 한 필을 골라 타고 나가게 하였다. 가부마는 황질 방걸과 함께 방원동의 어림군 1만과 장수 20여 명을 거느리고 방원동 입구로 나가 진세를 펼쳤다.

한편, 송강의 군마는 방원동 입구에 주둔하면서 장수들을 나누어 지키게 하고 있었다. 송강은 진중에 있으면서, 수하의 형제들 셋 중에 둘을 잃은 데다 아직 방랍을 사로잡지 못했는데 남군은 출전하지 않고 있어, 미간을 펴지 못하고 얼굴에 근심이 어려 있었다. 그때 전군에서 보고가 들어왔다.

“방원동 안에서 군마가 나오고 있습니다.”

송강과 노준의는 보고를 받고, 급히 장수들에게 명하여 군사를 거느리고 나가 진세를 벌리게 하였다. 남군의 진영을 보니, 가부마가 앞장서서 출전하였는데, 송강의 군중에서 누가 시진을 몰라보겠는가?

송강은 화영을 출전시켰다. 화영은 명을 받고 쟁을 비껴들고 말을 몰아 진 앞으로 나가 큰소리로 외쳤다.

“네놈은 어떤 놈인데, 감히 반적을 도와 우리 대군에 맞서려 하느냐? 내가 너를 사로잡기만 하면, 만 갈래로 찢어 골육을 곤죽으로 만들어 놓을 것이다! 빨리 말에서 내려 항복하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가부마가 대답하였다.

“나는 산동의 가인이다! 아직도 내 이름을 듣지 못한 놈이 있단 말이냐? 네까짓 양산박의 도적떼들은 말할 가치도 없다! 내 수단이 네놈들보다 못할 것 같으냐? 이제 네놈들을 모조리 죽이고 잃었던 성을 수복하는 것이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이다!”

송강은 노준의와 함께 그 말을 듣고, 시진이 한 말에서 그의 속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시(柴)’는 본래 ‘땔나무’라는 뜻인데, 그걸 ‘나뭇가지’라는 뜻을 가진 ‘가(柯)’ 자로 바꾸고, ‘나아간다.’는 뜻의 ‘진(進)’ 자를 ‘이끈다.’는 뜻의 ‘인(引)’ 자로 바꾼 것이었다. 오용이 말했다.

“일단 화영이 그와 싸우는 걸 봅시다.”

화영이 쟁을 들고 말을 달려 나가 가인과 교전하였다. 두 말이 엇갈리고 두 무기가 서로 부딪혔다. 두 장수가 한창 싸우면서 한 덩어리가 되었을 때, 시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형님은 패한 척 해 주시오. 내일 다시 봅시다.”

화영은 그 말을 듣고, 3합 정도 더 싸우다가 말을 돌려 달아났다. 가인이 소리쳤다.

“패장아! 내 너를 추격하지 않겠다! 너보다 나은 놈 있으면 내보내 나랑 교전하게 해 봐라!”

화영이 본진으로 돌아와 송강과 노준의에게 시진의 말을 전하자, 오용이 말했다.

“다시 관승을 출전시켜 교전하게 합시다.”

관승이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며 달려 나가 소리쳤다.

“산동의 졸개야! 감히 나와 싸워 보겠느냐?”

가부마가 달려 나와 관승을 대적하였다. 두 장수는 교전하면서 전연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두 장수가 교전한 지 5합이 되지 않아, 관승이 패한 척하면서 본진으로 달아났다. 가부마는 추격하지 않고 진 앞에서 큰소리로 외쳤다.

“송군에는 나와 대적할 더 강한 장수가 없느냐?”

송강은 다시 주동을 출전시켜 시진과 교전하게 하였다. 두 장수가 교전한지 5~6합 만에 주동 역시 패한 척하면서 달아났다. 시진이 추격하여 쟁으로 허공을 한 번 찌르자, 주동은 말을 버리고 본진으로 달아났다. 남군은 좋은 말 한 필을 먼저 얻었다.

가부마는 남군을 휘돌아 송군 진영으로 쳐들어갔다. 송강은 급히 군사를 이끌고 10리를 퇴각하여 하채하였다. 가부마는 군사를 이끌고 한 동안 추격하다가, 군사를 거두어 방원동으로 돌아갔다.

누군가가 달려가 방랍에게 보고하였다.

“가부마는 대단한 영웅입니다. 세 적장을 연이어 이기고 송군을 물리쳤습니다. 송강은 일진을 패하고 10리를 후퇴하였습니다.”

방랍은 크게 기뻐하면서 연회를 열게 하였다. 가부마가 돌아와 갑옷을 벗고 후궁으로 들어오자, 방랍은 친히 술잔을 들어 권하면서 말했다.

“부마가 그처럼 문무를 겸전했을 줄은 몰랐네! 과인은 사위가 문장에만 뛰어난 선비인 줄 알았는데, 이런 영웅호걸임을 진즉에 알았더라면 많은 고을을 잃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부마는 기이한 재능을 떨쳐 적장들을 베고 나라의 기업을 중흥하여, 과인과 더불어 태평과 무궁한 부귀를 함께 누리도록 하라.”

가인이 아뢰었다.

“주상께서는 마음 놓으십시오! 신하된 자로서 마땅히 마음을 다해 은덕에 보답하고 함께 나라를 부흥하겠습니다. 내일 성상께서는 산에 올라가셔서 제가 송강의 무리를 베는 것을 구경하십시오.”

방랍은 크게 기뻐하며, 밤늦게까지 연회를 즐기다가 궁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아침, 방랍은 소와 말을 잡아 삼군을 배불리 먹인 다음 방원동 입구로 나가 깃발을 흔들고 함성을 지르고 북을 울리면서 싸움을 걸게 하였다. 방랍은 내시와 근신들을 거느리고 산정에 올라가 가부마가 싸우는 것을 구경하기로 하였다.

한편, 송강은 명을 내려 장수들에게 분부했다.

“오늘 싸움은 다른 때에 비할 바가 아닌 가장 요긴한 때이다. 여러 장수들은 각기 힘을 다하여 역적의 수괴 방랍을 사로잡도록 하고 결코 죽이지 말라. 군사들은, 남군 진에서 시진이 말을 돌려 인도하면 곧장 방원동 안으로 돌격하여 힘을 합쳐 방랍을 사로잡도록 하라. 결코 어긋나서는 안 된다!”

삼군의 장수들은 각자 주먹을 비비면서 창검을 뽑아들고, 방원동의 금은보화를 빼앗고 방랍을 사로잡아 공을 세우고자 하였다.

송강은 장수들을 거느리고 방원동 앞에 당도하여 군마를 벌려 진세를 펼쳤다. 남군의 진에서는 가부마가 문기 아래 서 있다가 출전하려 하자, 황질 방걸이 화극을 비껴들고 말했다.

“도위께서는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먼저 나가 송군의 한 장수를 참하면 그때 도위께서 군사를 몰아 적을 치십시오.”


송군에서는 연청이 시진의 뒤를 따르고 있는 것을 보고, 장수들이 모두 기뻐하며 말했다.

“오늘의 계책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장수들은 각자 싸울 준비를 하였다.

한편, 방걸은 말을 몰고 앞으로 나와 도전하였다. 송강의 진에서는 관승이 출전하여 청룡도를 휘두르며 방걸과 교전하였다. 두 장수는 앞뒤로 왔다갔다 이리 돌고 저리 돌면서 10여 합 넘게 싸웠다. 송강은 또 화영을 내보내 관승과 함께 방걸과 싸우게 하였다. 방걸은 두 장수가 협공하는데도 전연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이 힘을 내어 대적하였다. 하지만 몇 합이 지나자 비록 지지는 않았지만 단지 막고 피하기에만 급급하였다.

송강의 진에서 다시 이응과 주동이 달려 나가 싸움을 도왔다. 네 장수가 협공을 하자, 방걸은 비로소 말을 돌려 본진을 향해 달아났다. 가부마는 문기 아래 있다가 돌아오는 방걸을 가로막고서, 손짓을 했다. 그러자 관승·화영·주동·이응이 추격해 왔다.


가부마는 쟁을 들고 곧장 방걸에게 달려들었다.

방걸은 비로소 형세가 좋지 않음을 깨닫고 급히 말에서 내려 달아났는데, 시진이 달려가 쟁으로 찌르자 배후에서 운봉위 연청이 한칼에 베어 버렸다. 남군 장수들은 그걸 보고 모두 깜짝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각자 도망치기에 바빴다. 가부마가 소리쳤다.

“나는 가인이 아니라, 시진이다! 송선봉의 부하 정장 소선풍이 바로 나다! 나를 따르는 운봉위는 낭자 연청이다! 우리는 이미 방원동의 안팎을 자세히 알고 있다. 방랍을 사로잡아 오는 자에게는 높은 관작을 줄 것이며 투항하는 자는 죽음을 면할 것이다. 하지만 항거하는 자는 온 가족이 참수될 것이다!”


시진은 몸을 돌려 네 장수와 대군을 이끌어 방원동 안으로 쳐들어갔다. 방랍은 내시와 근신들을 거느리고 산정에 있다가, 방걸이 죽고 삼군이 혼란에 빠지는 것을 보고 일이 위급하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앉아 있던 의자를 차 던지고 깊은 산속으로 달아났다.

송강은 대군을 일으켜 다섯 길로 나누어 방원동으로 쳐들어가 방랍을 사로잡게 하였다. 하지만 뜻밖에 방랍은 이미 도망친 뒤여서 시종들만 붙잡혀 왔다. 연청은 방원동 안으로 뛰어들어 몇 명의 심복들과 함께 창고의 금은보화들을 꺼내온 뒤 궁궐에 불을 질렀다.

시진은 동궁으로 달려갔는데, 금지공주는 이미 목을 매고 자결한 뒤였다. 시진은 그걸 보고동궁에 불을 지르고 시종들은 모두 달아나도록 놓아주었다. 여러 장수들은 정궁으로 쳐들어가 비빈과 시녀들 및 방랍의 친척들을 모두 죽이고 금은보화를 모두 가지고 나왔다. 송강도 대군을 이끌고 궁궐로 들어와 방랍을 수색하게 하였다.

한편, 완소칠은 궁궐 깊숙이 들어왔다가 상자 하나를 찾아냈다. 그 안에는 방랍이 사용하던 평천관(平天冠)·곤룡포(袞龍袍)·벽옥대(碧玉帶)·백옥규(白玉珪)·무우리(無憂履) 등의 천자 의복이 들어 있었다. 완소칠은 그것들이 모두 진귀한 보석으로 치장되어 있고 용봉(龍鳳)이 수놓인 것을 보고 생각했다.

“방랍이 입던 것 같은데, 내가 한 번 입어 본다고 해서 안 될 것 없겠지.”

완소칠은 곤룡포를 입고 그 위에 벽옥대를 매고서, 발에 무우리를 신고 머리에 평천관을 썼다. 그리고 백옥규를 가슴에 꽂고서 말에 올라 채찍을 쥐고 궁궐 앞으로 나갔다. 삼군의 장수들은 방랍인 줄 알고 사로잡기 위해 일제히 달려들었다가, 완소칠임을 알아보고 모두 크게 웃었다. 완소칠은 장난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말을 타고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때 동추밀이 데리고 온 대장 왕품과 조담도 싸움을 돕기 위해 방원동으로 들어와 있었는데, 삼군이 방랍을 사로잡기 위해 소란하다는 것을 듣고 자신들도 방랍을 사로잡아 공을 세우고자 하였다. 그런데 왕소칠이 천자의 의복을 입고 장난치고 있는 것을 보고서 왕품과 조담이 꾸짖었다.

“네놈은 방랍을 본받으려는 것이냐? 어찌 그런 모양을 하고 있느냐!”

완소칠은 크게 노하여 왕품과 조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너희 두 놈은 무슨 좆같은 놈들이냐! 우리 송공명 형님이 아니었다면, 너희 두 놈의 당나귀 같은 대가리는 이미 방랍의 칼에 잘렸을 것이다! 오늘 우리 형제들이 공을 세웠건만, 네놈들은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조정을 기만하여 되레 두 대장이 협조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할 것 아니냐!”

왕품과 조담이 크게 노하여 완소칠과 싸우려 하자, 완소칠도 군사의 창을 빼앗아 왕품을 찌르려고 하였다. 호연작이 그걸 보고 급히 그 사이로 달려 들어가 말리고, 군사를 보내 송강에게 알리게 하였다. 보고를 받고 달려온 송강과 오용은 완소칠이 천자의 의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빨리 말에서 내려 의복을 벗으라고 명하였다. 송강이 사과했지만, 왕품과 조담은 마음속으로 원한을 품었다.

그날 방원동 안에는 죽은 시체가 들판을 뒤덮고 흐르는 피가 개울을 이루었다. 『송감(宋鑑)』이란 사서의 기록에 의하면, 참살된 방랍의 군사는 2만이 넘었다고 한다. 송강은 명을 내려 사방에 불을 놓아 방랍의 궁전을 완전히 불태워 버리게 하였다.

송강은 궁전이 모두 불에 타는 것을 감독하면서, 군사를 방원동 안에 주둔시키고 사로잡은 적장들을 점검하였다. 아직 사로잡지 못한 자는 역적의 수괴 방랍뿐이었다. 송강은 명을 내려, 군사들로 하여금 산속을 수색하게 하고, 방랍을 사로잡는 자에게는 높은 관작을 내리고 방랍이 있는 곳을 신고하는 자에게 상금을 내리겠다고 주민들에게 고시하였다.

한편, 방랍은 방원동 산정에서 도망쳐 깊은 산속과 넓은 들판을 지나면서 천자의 의복을 다 벗어 던지고 미투리를 신고서 정신없이 달아났다. 밤을 새워 산을 다섯 개나 넘어 어떤 산속의 오목한 곳에 당도하여 보니 암자가 하나 있었다.

방랍은 배가 고파 음식을 얻고자 암자로 다가갔는데, 갑자기 송림 속에서 뚱뚱한 중이 하나 나오더니 선장으로 방랍을 때려눕히고 밧줄로 묶어 버렸다. 그 중은 다른 사람 아닌 바로 화화상 노지심이었다. 노지심은 방랍을 끌고 암자로 가서 밥을 먹은 다음, 다시 방랍을 끌고 나오다가 산속을 수색하고 있던 군사들을 만나 함께 송선봉에게로 갔다.


송강은 방랍을 사로잡아 온 것을 보고 크게 기뻐하며 노지심에게 물었다.

“스님은 어떻게 이 역적 수괴를 사로잡았습니까?”

노지심이 말했다.

“저는 오룡령 위의 만송림에서 적과 싸우다가 하후성을 추격하여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적병들과 싸우는 데만 정신이 팔려 너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길을 잃게 되었습니다. 길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다가 임랑산에서 홀연 한 노승을 만났습니다. 노승이 저를 그곳 암자로 데려가서 말하기를, ‘땔감과 쌀과 채소는 모두 있으니 여기서 기다리다가, 덩치 큰 사내가 송림 속에서 나오거든 바로 사로잡으시오.’라고 했습니다.

간밤에 산 앞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보았는데, 그곳이 어딘 줄도 모르고 길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이 역적 놈이 산을 기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선장으로 때려잡아 묶었는데, 뜻밖에 방랍이었습니다!”

송강이 또 물었다.

“그 노승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노지심이 말했다.

“그 노승은 소승을 암자로 데리고 가서 땔감과 쌀이 어디 있는지 알려 주고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 노승은 성승(聖僧)이나 나한(羅漢)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영험을 나타내어 우리 스님이 큰 공을 이루게 한 겁니다. 경성으로 돌아가면 조정에 아뢰어, 스님에게 높은 관작을 내리게 하겠습니다. 스님은 환속하여 관리가 되어 경성에서 처자식을 거느리면서, 조상을 빛나게 하고 부모의 은덕에 보답하도록 하십시오.”

“제 마음은 이미 차가운 재와 같습니다. 관리가 되는 것은 원치 않고, 다만 조용한 곳을 찾아 이 한 몸 평온하게 살면 족하겠습니다.”

“스님이 환속하길 원하지 않는다면, 경성의 명산에 있는 큰 사찰의 주지가 되어 스님들의 우두머리가 된다면 역시 조상을 빛내고 부모의 은덕에 보답하는 길이 되지 않겠습니까?”

노지심이 그 말을 듣고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아무것도 필요치 않습니다. 모두 쓸데없는 짓입니다. 단지 이 몸을 온전히 하여 죽는다면, 그걸로 그만입니다.”

송강은 그 말을 듣고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별로 기쁘지는 않았다. 송강이 장수들을 점검해 보니 이번에는 잃은 사람이 없었다. 방랍을 함거에 실어 동경으로 압송하여 천자께 바치기로 하고, 삼군을 재촉하여 방원동을 떠나 목주를 향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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