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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사랑이다-35

작성자제이서|작성시간23.08.14|조회수79 목록 댓글 0

 

 

 

 

 

이것이 사랑이다-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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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천지수. 그는 지금까지 근 2시간 동안이나 운전을 하며 쉬지를 않았다. 그러나 풀싸이즈 브로엄 뒷자석에서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던 서영은 잠시 등받이에 머리를 두고 졸았다.

 

"천지수. 어디계세요? 내 손 놓치마요. 천지수!"

그는 최대한 조심하여 평평한 곳을 골라 차를 진행시키느라 온 신경과 눈의 촛점을 그곳에 모아 운전하고 있는 귀에 지선경의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깜짝 놀랐다. 분명 천지수의 목소리였다. 애절한 목소리였다. 왜 모르겠는가? 그 목소리를. 쏘울나들목까지는 아직 1시간 이상 정도 더 가야 할 것이다. 그는 앞에 보이는 도로 옆 자동차 휴식 공원에 천천히 브로엄을 주차했다. 그는 곧 뒤로 가서 햇치백 문을 열었다. 그제서야 서영이 자세를 바로하며 놀라 어머니를 살폈다.

 

"선생님. 무슨일이예요?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라도? 제가 그 사이 깜빡 졸았나봐요."

서영은 청진기를 잡고 어머니 가슴에 대었다.

 

"어머니 맥박은 한국에서 출발할 때 상태 그대로 이에요. 잡히질 안아요. 그런데도 체온은 식지 않았어요. 온기가 감돌고 있어요. 신기하죠? 기적같이 깨어나 주시면 얼마나 좋겠어요. 으흐흐~ 흑."

서영이 목이 매어 제대로 울지도 못하고 문을 잡고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는 천지수를 보았다. 차 뒷쪽 실내는 중간에 등받이 조정이 가능한 침대를 설치하여 필요시 등받이를 세워 밖이나 앞을볼 수 있게 하였고 그 침대 양쪽에 일자형 쇼파를 장착하여 침대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사람들이 앉을 수 있게 하였다. 변호사인 척 김이 한인 장의사에서 랜트하여 공항에 대기하였었다. 에어컨 상태도 좋았다. 지선경은 머리를 뒤로 둔채 침대를 조금 세워 천지수를 볼 수 있게 누워 있었다. 천지수는 머리를 숙여 지선경의 오른쪽 귀에 입을 대고 말했다.

 

"지선경. 영혼 그 끝까지 내가 사랑하는 내여자 지선경. 나는 그 영혼 끝까지 당신 손 놓지않아. 영원히 당신만 사랑한다. 선경아.어서 돌아와."

듣고 있던 서영이도 그 목소리의 간절함에 눈물이 쏫아졌다. 그는 지선경의 두 손을 잡고 그녀의 가슴에 올려 놓았다. 그렇게 하는 천지수의 두 손을 지선경이 꼭 잡았다. 손바닥을 맞대어 잡은 두 사람의 손에서는 따뜻한 정기가 합쳐져서 김이 모락 모락 피어 올랐다가는 이내 사라졌다. 아침이라지만 이미 태양은 떠 올라 뜨거운 열기를 쏫아 붓고 있었으며 브로엄 실내도 적당히 더웠다. 아직 에어컨은 켤 필요는 없었지만 온도가 좋았다. 정기는 그 속에서 피어났다 사라졌고 어머니의 오른쪽 쇼파에 앉아 있던 서영이도 그것을 보았다. 파아란 코발트색의 맑은 빛의 흐름 같았다. 멍하니 놀라서 천지수를 보고 있는 서영에게 어머니의 두 손을 놓고 허리를 펴고 일어난 천지수가 말했다.

 

"서영아. 힘들지? 잠은 좀 잤어?"

굵으며 포근한 목소리였다. 쓰러져 안기고 싶은 자상함이 베어 있었다. 서영은 눈물을 손바닥으로 훔치며 말했다.

 

"예. 잠깐 잤는가 봐요. 어머니에게 무슨 일 있었어요?"

서영이 두 손바닥으로 얼굴을 부비며 미안한 듯한 미소를 얼굴에 담고 물었다.

 

"응. 어머니가 나에게 말했어."

서영은 놀랐다.

 

"네. 어머니가 말씀하셨다고요? 깨어나셨단 말이예요? 저는 왜 듣지 못했지요? 뭐라고 말씀하셨어요?"

"나 어디 있느냐 고 자기 손 놓지 말라고 애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차를 세우고 방금 지선경의 귀에 대고 말한거다."

서영은 정신 차리자고 속으로 되뇌이며 머리를 흔들었다. 누구 하나라도 정상적인 생각은 하고 있어야 어머니를 구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선생님. 얼마나 더 가야해요? 운전하시느라 힘드시지요?"

“그래.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야. 이 길은 얼마 전에 어머니와 함께 왔던 곳이다. 이렇게 다시 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었다. 이제 너도 지리는 알고 있어야 할 것 같구나. 1키로 쯤 전방에 있는 윌킨스 스트릿에서 좌회전하여 그 끝나는 곳에 살고 있는 와이카바씨를 만나고 다시 서쪽으로 1시간쯤 달리면 플라잉 소울족이 살고 있는 이름없는 동네가 나온다. 그곳에서 울루불루 추장을 찾아 본 후 에머데우스 강 북쪽에 있는 죽은 자들의 휴식처인 돌산 가부에카당카로 가서 그 중간쯤에 있는 굳은 모래 동굴인 쏘울나들목(투웜바라카)으로 들어간다.”

"선생님. 저도 함께 가는거예요?"

"함께 가서 있어야 해."

천지수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서영의 상식과 지식과 경험으로선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서영이도 뭔가 해야 할 것인데 또 하고 싶은데 모든 것들이 차원이 다른 세계의 일들 같았다. 그러면서 뭔가 이상한 생각을 하였다.

 

아직 의학적으로 살아있는 어머니를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씨드니에 도착하여 다시 에어즈락까지 그리고 장례에 사용하는 리무진을 타고 돌산 굴속으로 고려장 하려 가는 것을 당연히 말려야 했었는데도 불구하고 만난지 며칠되지 않은 천지수란 남자에게 이끌려 같이 장단을 맞추고 있는 스스로가 믿기지 않았다. 서영 스스로도 이성적 판단에 의한 행동이라고 할 수 없었으나 한편으로는 어머니를 영원히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에 자기보다 더 어머니를 사랑한다는 천지수를 믿는 마음이 굳어지며 그렇게 함께 동행하게 되었음이 어떤 각본이나 이미 정해진 약속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씨드니 공항에서 만난 두 사람. 한사람은 동포 변호사인 척김이었고 디른 한사람은 호주인 디몬 이스트우드이었다. 그들은 어머니를 아주 조심스럽게 대해 주었고 절차적 진행에 주저없었다. 어머니를 리무진에 다시 옮겨 태우기까지 깊은 강물의 소리없는 흐름이었다. 선명히 기억에 남는 것은 남자들의 만남과 헤어짐이었다. 만났을 때 반가우니 믿고 믿어라는 의미같은 눈 맞춤과 악수한 모습. 떠나며 믿어라 믿는다는 의미같은 눈 맞춤과 악수한 모습들이 선명하게 떠 올라 믿음에 대한 완전한 확신으로 가슴에 박혔다.

 

"선생님. 저도, 뭐라도 하게 해 주세요.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어요. 네. 선생님."

더 이상 지켜 보기만 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무엇이라도 하여야 한다면 할 것이었다. 나영은 간절한 심정으로 천지수를 쳐다 봤다.

 

"그래. 알고있어. 무엇이라도 할려는 심정을. 서영아."

"예. 말씀하세요."

"나를 얼마나 믿고 있니?"

무슨 뚱단지 같은 말씀이신가. 여기까지 와서 이 순간에 얼마나 믿느냐고? 내가 지금 선택의 여지가 어디있어요. 지금은 110% 이상 믿을 수 밖에는 달리 수가 없잖아요? 하며 따지고 싶었지만, 그 생각은 금방 지나가 버렸다.

 

“어머니와 같아요."

서영은 그 이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천지수를 올려 보고 있었다. 보채는 딸아이 같이.

 

"서영아."

천지수의 목소리가 낮으며 짙었다.

 

"예."

서영은 말 잘 듣는 딸아이였다.

 

"이제 곧 우리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엄청난 사생의 영역에 들어가게 된다. 나는 네 어머니이고 내여자인 지선경을 찾아간다. 다시 돌아 올 수 없을 곳으로. 너는 네 어머니와 나를 지켜야 한다. 너가 지켜주지 못하면 설사 돌아 온다고 하여도 경계를 넘을 수가 없다. 너는 네 어머니 이상으로 몸과 영혼이 순결하다. 너는 너가 겪게되는 너무도 엄청난 혼란과 정신적 충격을 견디어 내어야 한다."

"선생님. 어떻게... 그렇게 힘들다면 어떻게 견디어 내어요? 제가 어떻게..."

서영은 그 말을 듣고 너무 두렵고 혼란스러움에 저절로 몸이 움추려 들듯 떨렸다.

 

"알아. 지금부터 내 말을 잊지말고 기억해라.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다. 어머니와 내가 살아 돌아 온다는 것에 대한 믿음이다. 그 추호의 의심이 없는 신앙같은 절대의 믿음으로 우리를 지켜줘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선경이 죽어간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지선경의 죽음에 관한 어떠한 말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죽음을 믿지 않고 있었다. 서영은 천지수의 말에, 전류에 감전된듯 놀라며 물었다.

 

“아니. 선생님. 어머니와 내가 라니요? 그러면 선생님께서는?”

“그래. 내가 어머니를 다시 데리고 올 것이다.”

서영은 그 말에 멍한 얼굴로 천지수의 얼굴을 보았다. 갑자기 혼자만 남게 된다는 생각에 공포심이 느껴졌다. 이건 뭔가 자꾸 이상한 쪽으로 가는 것 임을 느꼈다.

 

“선생님. 혹시 종교는 무엇이예요?"

​당돌하고 경솔하고가 없었다. 지금은 모든 의문을 다 풀기 위하여 물어 볼 수있다 생각하였다. 또 그런 상황이었고. 서영이 정색을 하고 그의 곁에 한걸음 다가서며 물었다. 그리고 어머니를 다시 한번 쳐다 보았다.

 

“나는 종교가 없어. 그러나 무신론자는 아니다. 내 가슴속에는 내가 믿는 신이 있다. 나도 그것이 무엇이고 어떤 형체고 무엇을 위하여 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스스로 기도하는 내 마음속의 신은 있어. 마땅한 단어를 찾지 못해서 신이라고 하였지만, 구체적으로 생각해 만들어 두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순수한 집중력은 인간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고 믿고 있다. 그 집중된 영혼이 어머니인 지선경을 되 찾아 올 것이다. 과학이 생각할 수 없는 영혼의 세계를 들어 가려는 것이다. 종교는 이 차원을 넘 볼수도 없다. 그래서 너의 믿음이 이 순간부터는 다이아몬드 같아라 는 것이다. 너가 걱정하는 것을 해소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니?”

​어떻게 걱정을 해소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말을 하고서는 어떻게 걱정을 해소하라는 말인가? 서영은 참으로 난감하였다. 그러나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뜨거운 기운은 다이아몬드 같은 믿음 이라는 말이었다. 믿음의 힘이란 무서운 것이다. 서영은 어머니와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리라 작정하였다.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나니 오히려 힘이 생기고 뭔가 비구체적인 희망이 가슴에 꽉차있음을 느꼈다.

 

"선생님."

서영은 그 야릇한 일종의 흥분된 마음으로 천지수를 보며 말했다. 천지수는 서영의 마음이 변화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서영의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더니 얼굴에 옅은 홍조가보였다.

 

"응. 서영아."

어서 말하라듯 재촉같이 천지수가 서영의 눈을 보며 말했다.

 

"선생님이 하라는대로 다 하고 있어요. 긴가 민가하면서. 그러나 지금부터는 선생님을 믿고 하라는대로 하겠어요. 주저 마시고 뭐든 시키세요."

 

천지수는 새로운 어려움에 부닥친 것을 느꼈다. 그는 리무진 뒷문을 열었다. 찬 바람을 느꼈다. 그 만큼 바깥온도가 높다는 것일게다. 그는 지선경의 얼굴을 보며 손바닥을 만졌다. 찬기운을 느꼈다. 불현듯 눈물이 핑 돌았다. 그는 헷치를 닫고 벤치에 앉아 담배 한가치를 꺼내 입에 물었다. 서영이가 옆에 다가와서 앉았다. 천지수는 서영이를 봤다. 서영이 고개를 들고 천지수를 보며 고개를 끄득였다. 그는 고개를 서영이 반대편으로 돌려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혔다. 어떻게 숨을 멈춰야 할지 그 방법에서 막혔다. 담배 한개피를 다 태웠을 때까지 결정을 못했다. 그가 담배 한개피를 다 피울 때까지 서영이는 옆에서 끈질기게 지켜보고있었다.

 

"자. 이제 출발하자. 서영아. 울루불루 추장을 빨리 만나야겠다."

그가 담배불을 발로 비벼끄며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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