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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사랑이다-37

작성자제이서|작성시간23.08.15|조회수74 목록 댓글 0

 

 

 

 

 

 

이것이 사랑이다-37

서영은 말을 끝까지 다 하지 못하였다.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 진지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서영은 오른 손을 슬며시 내밀어 천지수의 손 바닥을 잡아 보았다. 그 순간 천지수가 서영의 손 바닥을 힘있게 잡아 주었다. 전해오는 따뜻한 온기로 인간심(人間心)을 느꼈다.

 

“당신이 이 쏘울나들목을 지켜야 합니다.”

“예. 알고 있어요.”

서영이 무엇에 홀린듯 아니면 이미 작정한듯 거침없이 대답하였다.

 

“시계는 필요없습니다. 쟈스에게 주시면됩니다. 태양의 뜨고 짐으로 시간을 만드셔야 합니다. 두사람이 흰 너울을 입고 누워 있으면, 3일째 되는 날. 해가 뜨 있는 시간을 2번으로 나누어 그 시각마다 당신은 흰 너울만 입고 지선경 위로 올라가 다리와 배 가슴이 닿도록 누워 지선경의 오른쪽 귀에 3번 ‘어머니. 어서 돌아오세요’라고 외치십시요. 그리고 다시 그 너울을 입은 채 천지수의 위에 전과 같이 누워 그의 귀에 대고 ‘천지수. 어서 돌아오세요’ 라고 3번 외치십시요. 3번째가 다음 날 해 뜨기 전에 마쳐져야 합니다. 당신은 쟈스가 준 음식물을 주기 적으로 먹어서 몸을 뜨겁게 해 두어야 합니다. 따뜻한 몸으로 그들 위에 포개져야 합니다. 그리고 아빌라카스(영혼의 날개)를 태우는 와투시 연기가 그치지 않도록 하여야 합니다. 또한 당신은 천지수의 우베(OOBE유체이탈 – Out of body experience)를 보게 될 것이니 절대 놀라거나 소리지르지 마십시요.”

신중하게 기억하며 듣고 있든 서영이 고개를 돌려 천지수를 보고 다시 울루불루 추장을 보며 물었다.

 

“그 동안 비상사태가 벌어지면 어떻게 해요?”

천지수는 피식 웃었다. 이런 상황에서 생각하는 서영의 천진하고도 본능적인 질문에 대하여. 그러나 울루불루 추장은 고개를 끄득였다.

서영이 궁금하고 걱정되는 것은 울루불루 추장이 풀어 주어야 했다.

 

"메고 있는 가방 안에 얌3개와 아빌라카스 가루가 나무잎에 쌓여 있습니다. 특별히 쏘울나들목의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면 별 일없이 힘을 충전하기에는 충분합니다. 그것들은 거의 모두가 흡수되어 걱정하는 문제는 발생케 하지 않습니다."

발생케 하지 않을 것이다 가 아니고 않는다 였다. 서영은 그 말을 듣고 그 문제에 대하여는 안심하였다.

 

천지수가 지선경을 업은채 청정의 작은 연못에 들어가 몸을 정갈하게 씻고 나와서 곧 그들을 뒤따라 가자 앞서 가던 쟈스가 멈추어 서고 그녀 주변의 평평한 곳에 모두가 늘어섰다. 도착한 것이다. 울루불루 추장은 거침없이 세개의 돌기둥 문 우두앙, 부두앙그리고 모두앙(쏘울나들목을 가리고 있는 세개의 바윗돌 이름)앞으로 가서 중간 돌 기둥을 좌측 옆으로 밀었다. 돌문은 빙글 돌아서 좌측 돌기둥 옆에 서고 있던 자리에는 출입구가 생겼다. 천지수가 지선경을 안은채 울루불루 추장과 들어가고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서영이가 들어갈 때 쟈스가 와서 어깨에 맨 삼베 가방을 주었다. 그리고 쟈스가 두 팔을 벌렸다. 키가 훨씬 큰 서영이 그의 품에 들어가 그를 안았다. 누구나 아무나 안고 속삭이지는 않는다. 같은 여자로서 서영의 마음을 짐작하였기에 가능하였다. 쟈스가 서영에게 속삭였다.

 

"I really hope see you again."

"I really hope so, too. Jass"

쟈스는 서영과 떨어져 기다리고 있었다. 천지수는 두팔로 안았던 지선경을 울루불루 추장에게 넘겨주었다. 울루불루 추장은 두 팔로 조심스럽게 지선경을 안았다. 서영과 천지수는 그들이 지니고 있는 시계와 신발과 옷들을 벗었다. 쟈스가 그들을 조심스럽게 또 다른 빈 가방에 담았다. 서영은 고무줄이 들어있지 않은 면으로 만든 팬티와 흰색면 셔츠만 입었고 천지수 역시 고무줄이 들어있지 않은 사각 팬티와 면 셔츠만 입은 채였다. 천지수는 쟈스와 악수를 하고 곧 울루불루 추장과 함께 지선경을 들어 안고 동굴 중앙으로 들어갔다. 이제 쏘울나들목 안에는 연노랑의 단단한 모래로 된 바닥 좌측에 지선경은 울루불루 추장에 의하여 들 것에 누운 채 놓여졌다. 천지수는 울루불루 추장이 지켜보는 앞에서 바닥 증간쯤에 마카랑가의 길고 넓은 나무잎을 넓게 깔고 그 위에 유칼립스 잎을 다시 깔았다. 그것들은 동굴 밖에 그들이 가져다 놓았었다. 천지수는 바닥에 깔린 잎을 평평하게 고른 후 다시 밖에 나가서 가져 온 긴 사각의 삼베 천을 그 잎 위에 바르게 펴서 놓았다. 그리고 울루불루 추장과 함께 지선경을 좌측편에 아주 조심스럽게 눞혔다. 쟈스가 들 것을 가지고 나갔다.

그는 일어나서 천지수 곁에 섰다. 그가 오른 손을 내 밀었다. 천지수는 그의 손을 잡았다. 서영이 곁에서 남자의 이별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선경은 지금 가고 있습니다.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요?”

두 사람의 눈에서 수정빛 같은 차거운 빛이 반짝였다.

 

“다시 만날 수 있길 믿습니다.”

“다시 만나게 될 수 있습니다. 신념을 허트리지 마십시요.”

울루불루 추장은 서영에게 손을 내밀었다. 서영은 울음을 참지 못하고 흐느끼며 눈물에 젖은 손으로 그의 내민 손바닥을 잡았다.

 

“흔들림없이 믿고 두 사람을 잘 지켜주시길 부탁합니다.”

“예. 추장님. 그런데, 두려워요.”

“압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잘 하고계십니다. 이제부터 영혼을 맑게 만드는데 혼신을 다 하십시요.”

울루불루 추장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 지선경에게 가서 무릅꿇고 앉아 왼손을 두손으로 꽉 잡았다 놓았다. 그는 그렇게 쏘울나들목을 떠났다. 쏘울나들목에는 누워있는 지선경과 천지수 그리고 장서영 이렇게 3사람만 남았다. 정적이 감돌았다.

 

 

 

 

46.

 

동굴안의 공기는 맑았으며 건조하고 선선하였다. 바깥은 이미 더위가 이글거리고 있을 것이었다. 호주의 중부 그리고 모래로 이루어진 굳은 돌산이었다. 울루불루 추장이 나가면서 문은 막아 놓지 않았다. 서영이 어머니 곁에 앉았다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어머니! 정신차리세요!”

천지수가 놀라 다가가서 지선경의 머리곁에 앉았다. 머리밑에는 캉거루 가죽이 둥글게 말려 베개가 되어 있었다. 옆에도 하나 놓여 있었다. 아마도 쟈스가 했을 것이다. 천지수는 지선경의 이마에 손을 올려놓았다. 차거웠다. 지선경의 눈에서 눈물이 조금 흘렀다. 서영이 손바닥을 어머니 목에 대었다. 그리고는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숨을 쉬지 않고 있어요.”

서영이 천지수를 보며 울먹였다. 천지수는 지선경의 귀에 입을 갖다 대고 말하였다.

 

“사랑하는 지선경! 나를 믿어야 돼! 내가 당신을 다시 만날거야!”

그는 그녀의 오른 손바닥을 잡고 꽉쥐었다. 손가락이 움직였다. 아주 조금. 그리고 그는 보았다. 지선경이 짓는 미소를. 그 아름다운 미소를 마지막으로 천지수에게 남긴 것이다. 천지수는 뚜렷이 그리고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맑은호수 같은 크고 깊은 두 눈동자 실크 같이 부드러운 4대 7로 균형잡힌 순정한 입술. 기억에 꽉 차있는 다이아몬드 같은 모습을. 지선경의 모습은 평안하였다. 그들은 어떤 작별 인사도 하지 않았다. 이것이 한 여인이 죽고 두 사람이 죽은 여인을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누가 생각할 수 있겠는가. 이건 이별 장면이 아니었다. 이렇게 생사의 이별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지선경을 보냈다. 천지수는 일어났다. 그는 서영이 보지 않도록 돌아서서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그는 두 손바닥을 모으고 가슴에 대었다. 스스로의 각오를 다지는 행동이었다.

 

이제 천지수는 바뻣다. 그는 서영이를 한번 보고는 벽쪽으로 걸어가 벽면 아래 바닥에 둔 빽팩에서 흰 타올을 꺼내 손에 들고 급히 동굴 밖으로 나갔다. 그는 그 짧은 거리에서도 묻었을 것 같은 먼지를 닦아내려고 하였다. 그는 동굴 아래에 있는 연못으로 가려고 쏘울나들목을 나서는 순간 모두앙 바위 문 앞에 옹기 그릇이 있음을 보았다. 울루불루 추장의 배려인 것이다. 짙은 갈색 옹기에 담긴 물은 하늘이 담겨있듯 맑고 신선하였다. 천지수는 물을 마셨다. 옹달샘 물이었다.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옹기는 두개가 더 있었다. 그는 그 옹기에 담긴 물을 타올에 적셔 원피스를 벗고 몸을 씻었다. 그리고 타올을 물에 담궜다 꺼내 다시 동굴로 돌아왔다. 서영은 어머니 옆에서 멍하니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만 있었다.

 

“서영아. 이제부터 너가 힘들지만 정신 잃지말고 네 의지와 싸우며 우리를 지켜야 한다. 너가 우리에게는 절대 필요해. 너가 있으므로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 나는 어머니를 깨끗한 물로 닦겠다.”

천지수는 젖은 타올로 지선경의 얼굴부터 아주 조심스럽게 그리고 부드럽게 닦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은 경건하다거나 신비롭다거나 주술적이라는 등의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 한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의 온 몸을 닦아 주는 저 모습이야 말로 사랑의 표현의 전부일 것이라 서영은 생각하였다. 서영으로선 그런 모습이 전혀 추하다거나 음탕하다거나 외설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또 누가 과연 저런 사랑을 할 수가 있을까 생각이 들며 어머니는 틀림없이 행복하였을 것이다 라는 부러운 생각마져하게 되었다. 그는 지선경의 온 몸을 다 닦은 후 다시 조심스럽게 흰 원피스를 입혔다. 그는 그 것을 하는 동안 지선경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목숨걸고 그 것을 했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그의 빽팩에서 하얀 면 뭉치를 꺼내어서 조심스럽게 지선경의 옆에 놓고 천천히 풀었다. 그 속에는 줄이 둥글게 달린 검게 빛나는 조그마한 칼이 있었다. 초령검이었다. 서영은 이제 그의 건너편 어머니의 오른쪽에 앉아서 그의 동작 하나 하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서영은 궁금하여 묻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보고만 있었다.

천지수가 조심스럽게 가죽으로 만든 칼집에서 검게 윤이나는 조그마한 칼을 뽑아서 눈 높이로 들어 올려 찬찬히 보고 있었다.

 

 

"선생님. 그것 칼이 잖아요?"

서영이 더는 참지 못하고 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대답이 없었다. 서영은 묻지 않을 걸 물었구나 후회하며 참지 못한 스스로를 탓했다. 그러나 다른 것도 아닌 어쩧던 칼인데 딸로서 당연히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스스로에게 반문하며 위안했다. 천지수가 이윽고 칼에서 눈을 떼고 건너편의 서영을 보았다. 그의 눈에 눈물이 거렁거렸고 뺨에 흘러내렸다. 그제서야 서영이 눈물과 울음이 나왔다. 지금까지 참았던 눈물이 그 눈물을 보면서 동화되어 잊었던 기억이 솟아나듯 막 흘러 내렸다. 걷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울음소리를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재빨리 어머니를 씻겼던 수건을 집어 입에 물었다.

 

"잘 물어 보았다. 그래. 이것은 칼이 아니다. 초령검이라 한다. 네 어머니 지선경과 내가 이곳에 왔을 때 함께 혼신을 다하여 만든 것이다. 너가 이해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곧 이해하리라 믿는다. 이 초령검 속에는 두 사람의 영혼의 합체인 영휘가 깃들어 있다. 서영아~"

"네."

"내가 어머니 목에 이 검을 걸어 놓겠다. 이 검이 그 자리에 있도록 너가 지켜야 한다. 이 검이 우리 두사람 지선경, 너의 어머니와 나를 지킬 것이다. 명심해서 꼭 지켜야 한다."

"네. 꼭 지키겠어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들이 더 있다면 무엇이든지 말해주세요. 저도 무엇든지 하고 싶고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 서영아. 너는 할 수가 있다는 것을 나는 믿고 있다. 너는 너의 어머니와 같이 영혼이 맑고 깨끗한 사람이다. 그런 너가 우리 두 사람을 다시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서영아. 너는 할 수 있고 하여야만 된다."

"네. 알겠어요. 저도 혼신을 다 할께요. 선생님."

서영은 힘주어 말했다. 자신감과 믿음이 더욱 가슴에 가득하여 오히려 감격에 벅차게 하였다. 천지수로 부터 그 말을 듣기 전에는 걱정되고 불안한것이 가슴에 남아 있었다. 그러나 천지수가 저를 믿는 확신의 말을 듣고 그 말이 격려와 힘이되어 충만한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이제 그녀도 천지수와 어머니를 다시 살게 하는데 해야하는 중요한 역할을, 혼신을 다하여 할 수 있게 되었음에 안도하였다.

천지수는 지선경의 곁에 무릅을 꿇고 앉아 조심을 다하여 초령검의 끈을 지선경의 목에 걸고 검을 목아래 가슴골이 시작되는 곳에 일자로 놓았다. 그리고 원피스 자락으로 잘 덮었다. 그는 일어나기 전에 손바닥을 지선경의 이마에 대었다. 차거웠다. 이제 천지수, 그의 차례였다. 서영이는 천지수가 지선경 곁에 나란히 누울 때까지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천지수는 아주 바르게 누워 지선경의 왼 손바닥을 그의 오른 손바닥으로 꽉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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