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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사랑이다-38

작성자제이서|작성시간23.08.16|조회수67 목록 댓글 0

 

 

 

 

 

 

이것이 사랑이다-38

"서영아. 지금 와투시에 불을 붙혀라."

누운 채 조용히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쏘울나들목에 울렸다. 이것도 죽는자가 할 일이 아니었다. 그는 죽음에도 조예와 내공이 깊다고 서영은 생각했다. 그러나 와투시에는 서영이가 불을 붙혀야 했다. 서영은 와투시 옆에 놓아 둔 두개의 부싯돌을 여러번 서로 그으대며 접촉한 후에야 불을 붙일 수 있었다. 불은 붙었으나 불꽃은 없었다. 푸르스름한 연기가 끝임없이 소록 소록 피어나 동굴내에 퍼졌으며 라벤더향 같은 혹은 복숭이향 같은 냄새가 아주 연하게 났다. 냄새는 싫지 않았다. 마음을 차분하고 평화롭게 해 주는 것 같았다. 서영은 연기가 어느 정도 퍼지자 생각난듯 천지수 곁으로 갔다. 그는 두 눈을 감고 호흡을 조절하고 있었다.

 

“서영아~ 내가 가거든 두 사람 얼굴을 면 타올로 덮어라. 그리고 차분히 앉아서 마음을 다지고 절대 겁먹거나 믿음을 잃지마라.”

 

천지수는 지선경의 목에 걸었던 초령검과 검집을 거두어 두 손바닥 안에 놓고 한참이나들여다 본 후 두 손바닥을 모아 그 초령검과 검집을 꼭 쥐었다 펴서는 다시 지선경의 목아래 가슴 골이 시작되는 곳에, 줄에 달려있는 초령검의 검집과 검을 놓았다. 그리고 초령검 집의 양쪽에 달린 끈을 지선경의 목 뒤로 돌려 잘 매듭하여 목에 걸었다. 그 검집의 끈은 아빌라카스의 가슴 피부를 말린 것을 아주 가늘게 돌칼로 천지수가 짤라 만든 것이었다. 가슴골 시작되는 곳에 초령검 집을 일자로 나란히 놓은 뒤 한 손으로 검집을 누르고 다른 한 손으로 초령검을 조심스럽게 천천히 뽑았다. 서영이는천지수의 행동 하나 하나를 놓치지 않고 유심히 보았다. 그러다 그가 검을 뽑자 물었다.

 

"선생님?"

"응. 이 검은 내가 가져 가야돼. 지선경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어디에서든 검집을 발견하면 검이 울고, 그리고 자기 집을 찾아 가는거야. 지선경의 기운이 집을 활성화 시키고 검이 그것을 느끼게 돼. 영휘는 느끼기만 하면 서로 부를 수 있어. 울루불루 추장에 의하면 헤어진 두 검과 검집은 진정한 영휘를 느끼게되면, 그영휘를 찾아 검이 날아가서는 마침내 그의 집에 꼿히듯 들어간다고 하였다. 나는 죽음 후 세계를 짐작할수도 없지만 짐작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나 상황에서도 내 의식만 있다면 지선경을 찾을 수 있어. 너에게는 내가 죽지만 나의 의식은 깨어 있는다. 나는 죽음과 싸운다. 나만 이기는 것이 아니라 지선경까지 찾아 온다. 서영아. 울루불루 추장이 말한 시간에 부르는 것, 호령을 잊으면 안된다."

천지수는 온 정신을 다하여 말하고 있었지만 서영에게는 이해가 되어 깊이 가슴에 닿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말 어느 것도 하나 놓치지 않고 모두를 머리속에 담았다. 이제 서영은 이곳 쏘울나들목에서 일어나는 것 어느 하나도 다 믿고 있었다. 그런데 하물며 천지수의 말을 의심할 수가 없었다. 다만 아쉽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느 것 하나도 기록해 둘 수없다 는 것이다. 휴대폰마져 쟈스에게 맡겼으니 오로지 머리속에 빠짐없이 제대로 담아 두는 것 만이 유일하게 할 수 있었다. 사실 그렇게 담아 두는 것은 서영의 전문분야나 마찬가지이었다. 27살에 박사 학위를 받은 서영이었다. 서영이가 정신을 바로하여 다시 그 검을 보니 실제로는 무기 내지는 무엇을 자르거나 끊거나 하는 용도로는 사용할 수가 없고 형체만 검 모양을 띄고 있었다. 다만, 머리카락 같은 것으로 감겨있어 검은 색으로 반짝 반짝 윤이나고 있었다.

 

초령검은 천지수 가슴에 가지런히 놓아졌다. 나란히 누워있는 두 사람을 푸른색의 정기같은 것이 감싸기 시작하였다. 서영은 이런 장면들이 스스로 이해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꼈기에 천지수의 모든 말들을 더욱 믿을 수 있었다. 그 믿음으로 인하여 서영은 전혀 무섭거나 공포같은 것을 느끼지도 생각하지도 않았다. 천지수의 눈동자가 쏘울나들목의 천정을 향해 있었다.

 

 

 

 

 

 

47.

 

"선생님!"

서영이 작은 소리로 천지수를 불렀다. 그렇게 불렀지만, 서영은 그 행동에 대해서는 불안하였다. 내공이나 깊은 상념에 잠겨있는 사람을 방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름다운 여성의 목소리가 그 사람을 부르는 것이다. 서영이도 그 정도는 알고 있기에 혹 천지수가 하는 어떤 것을 방해하지나 않았나 하여 걱정되고 불안하였던 것이다. 서영은 두 사람의 발 끝 1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돌 위에 앉아 있었다. 서영이 엉덩이를 장시간 맡겨도 좋을 그런 반석같은 돌이었다. 그 반석은 이미 지선경이 초령검을 만들 때 사용했던 반석이었다. 그곳에서는 두 사람을 잘 지켜 볼 수 있었다. 천지수의 대답이 없었다. 서영은 다시 불러 보았다.

 

"선생님! 어머니!"

목소리가 젖어 있었다. 두 사람은 머리를 출입구 쪽으로 두고 아주 바르게 누워있었다. 한 손은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여 바닥에 바로 두었다. 다른 한 손들은 서로가 깍지를 끼고 두 사람 사이 바닥에 두었다. 두 사람 사이는 약 30센티 정도 간격이 있었다. 그들은 하얀면 원피스를 똑같이 입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눈을 감았다. 호흡은 하지 않았다. 원피스가 미동하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다른 세계로 갔다고 믿어도 좋았다. 그러나 서영은 그렇게 쉽게 그들을 포기 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천지수 마져 간 것이다. 서영은 일어나 면 타월을 찾아 들고 두 사람의 머리 윗쪽으로 갔다.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왜 세번씩이나 불렀는지 서영은 알지 못했다. 타월을 잘펴서 어머니 얼굴을 덮었다. 이마에서 아랫입술까지 덮혔다.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역시 세번을 불렀다. 미동도 없는 얼굴 모습이 평화스럽다고 생각들었다. 서영은 천지수의 얼굴위에 똑같이 타월을 덮었다. 다시 반석으로 돌아와 앉은 서영은 잠시 멍한 상태가 되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천지수는 스스로 머리를 어머니와 맞추어 누워 있었다. 이제 서영은 천지수가 말한 것들을 머리속에 매뉴얼같이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서영이 스스로도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에 두렵다거나 불안하다거나 하는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녀는 약속한 3일 동안 어떻게 하며 지내야 할 것인지 생각하였다. 그러면서 아쉽고 섭섭한 것은 천지수가 가면서 그 순간을 서영이 알도록 하지 않았음이다. 그러기에 잘 다녀오라 든가 하는 인사조차 하지 못하였다. 어쩌면 그것이 서영이의 심정을 흩트리지 않도록한 배려일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무릅을 붙이고 두 손을 무릅에 올리고 눈을 감았다. 명상이 지금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도서실에서 쓰던 논문이 막힐 때 그녀는 그렇게 명상으로 머리를 달래곤 하였었다. 지금이 또 그 때 이었다. 그녀는 명상을 하기 전에 두 사람을 다시보고 주변에 놓여있는 것들을 머리속에 익혔다. 그 때, 서영은 뭔가에 대하여 깜짝 놀랐다. 그 뭔가가 이상했다. 그녀는 황급히 일어나 어머니에게로 달려가서 가슴을 가린 원피스를 조금 들어 보았다. 없었다. 다시 천지수의 목을 가린 원피스를 들쳐 보았다. 없었다. 분명 좀 전까지 봤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분명히 보이지 않았다. 서영은 어머니의 가슴위 목을 손바닥으로 어루만져 보았다. 차거운느낌만 들었지 그외 어떤 물질에 대한 느낌은 없었다. 목에 걸었던 끈마져 없어진 것이다.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 한다는 말인가? 서영은 놀라웠다. 시간여행이니 타임머신이니 하는 미쳤다 생각드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관계가 없는 것으로 잊었다. 그런데? 이건 도대체 뭐란 말인가? 영혼흐름이니 영혼전이니 별 이상한 상황들도 아니었다. 물체가 사라지다니... 서영은 더 이상 의심적인 생각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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