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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시인(女流詩人) 피춘자(疲春雌)-11

작성자제이서|작성시간23.09.22|조회수116 목록 댓글 0

 

 

 

 

​여류시인(女流詩人) 피춘자(疲春雌)-11

"어머. 알렉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었네요. 와아- 좋아요. 제가 말한 그런 곳 같아요."

춘자는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고는 깡충 깡충 뛰듯 좋아하였다.

알렉스는 춘자가 그렇게 좋아하며 꽃들을 보고 있는 사이 대문이 없는 집 안으로들어갔다. 잠시후 그는 나와서 1-2미터 정도 되는 크기의 대나무들을 유심히 보고 있는 춘자를 불렀다.

 

"춘자야."

춘자가 사뿐거리며 이쁘게 걸어 가까이 오자 알렉스는 얼굴이 심각해지며 춘자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를 보자 춘자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뭔가 잘못되었는가 걱정하는 마음이 앞섰다.

 

"춘자야. 미안해."

그가 춘자를 이리 저리 살피며 보자 춘자는 의아한 눈길로 제임스를 보았다.

 

"뭐가 미안해요? 뭔가 잘못되었어요?"

"아니. 잘못된 것은 아무 것도 없어. 다만 당신을 밖에 혼자 두고 내가 떨어져 있었던 것이 잘못되었고 미안하다는 말이야."

"에이- 그까짓 걸로 그래요? 저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제가 혼자 있을 때 뭔가 잘못될까봐 그러죠?"

"맞아. 어디서든 언제이든 당신을 혼자 두면 안된다고 경호방침을 정했는데 잠시 깜빡했어. 미안해."

"으흐흐흐. 됐네요. 앞으로는 그러지 마요. 이번은 제가 봐줄께요. 됐지요?"

"그래. 조심할께. 자 들어가자. 전망대에 차와 과일이 준비되어 있어."

 

놀랍게도 전망대 바닥은 나무가지를 엮어서 만들었으며 좀 거칠지만 자연러웠다. 작은 테이블과 의자도 역시 굵은 나무를 이용해 만들었다. 발코니아래는 서쪽으로 기운 언덕이었다. 그 언덕배기에도 녹차나무는 열을 맞추어 길게 서서 녹음을 부르고 있었다. 전체 분위기가 크고 높은 나무위에서 앉아 있는 것 같았다. 춘자를 정말 숨막히도록 놀라게 한 것은 눈앞에 펼쳐진 초록색 녹차 언덕과 젖무덤 같은 작은 산들이었다. 멀리 푸른하늘과 맞닿는 곳까지 녹차나무잎은 펼쳐져 있었다. 춘자는 헐떡거리며 표현할 말을 찾고 있었다.

 

"알렉스. 너무 너무 황홀해요. 나무 아름다워요. 그린 파워로 숨이 막혀요.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어요. 좀 도와줘요."

탁터진 시야는 온통 출렁이는 것 같은 녹색바다였다. 멀리 푸르게 보이는 것은 인도양이었다. 바로 앞의 그린 파워는 천천히 경사를 이루어 그 멀리 바다와 연결된듯 끝없이 펼쳐졌다.

 

"춘자야. 나도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어. 이 대자연 앞에서 감히 나같은 하찮은 존재가 어떻게 표현할 수가 있겠어."

"어휴- 그렇군요. 우리는 그저 말없이 바라보는 것 만으로 자연에 고마워해야 하니까요. 정말 황홀하도록 아름다워요. 녹색의 아름다움.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신비한 자연의 그린파워가 온 몸을 전율케 해요."

"흠. 역시 당신은 시인다워. 펼쳐진 눈앞의 자연을 자연보다 더 아름답게 표현하는 걸."

"그렇게 말하시는게 도와주는거라 생각하시죠? 아주 ‘녹색의 신비를 캐라’ 하는 제목으로 추적소설을 쓰시지요. 그런데 여보. 산과 호수와 바다와는 또 다른 녹색만의 신비한 아름다움이 있어요. 저는 그것을 느끼고 있어요."

"응. 그래? 시인의 느낌은 언제나 선과 아름다움인가 보다. 그런 지금 당신의 모습이 녹색여왕이나 된듯이 아름다워보여."

"정말?"

"오. 춘자야. 진담도 못해? 이 아름다운 전경속에서."

"ㅎㅎㅎ 진담 더 계속하세요. 듣기 나쁘지 않아요. 그런데, 알렉스."

"또 왜...요? 아하. 다시 돌아 들어가서 우측으로 10 발자욱 가면 작은 문이 있어. 좌변기가 있는데 깨끗해. 내가 확인했어."

춘자는 그의 말을 듣고 그의 얼굴을 보며 놀랐다.

 

"당신은 참 작은 것으로도 이 춘자를 감동시켜는 재주가있어요. 얼른 다녀 올게요. Don't go away. Okay?"

 

여행이란, 특히 좋아하는 사람하고 같이하는 여행은 참 많은 것을 서로에게 느끼게하고 보이게 하도 행동하게 하고 그리고 발가벗은 진실을 알도록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버리지 못하는 아쉬움. 조금만 더 키가 컷으면... 춘자는 또 다시 머리속에서 스믈거리는 아쉬움을 머리를 흔드는 것으로 털어내고 레버를 아래로 내렸다. 은은한 라벤더 향기가 나서 기분이 좋아졌다. 작은 전구의 불빛으로 내부가 은은한 느낌이었다. 앞의 벽에 붙은 작은 거울을 보며 빙긋 미소지어 보았다. '나에게 넘어가지 않은 남자가 이 세상에 있을까?' 생각하며 밖으로나왔다. 그러나 독자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개성은 아픔'이라는 것을.

 

그들을 태운 스포티지가 그 싱그럽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녹차밭을 지나 굽이진 언덕길을지나고 코끼리들이 멱감는 작은 개울도 지나고 네개의 작은 동네를 지나 멀리 인도양과 눈아래 콜롬보가 보이는 작은 산 꼭대기에 도착한 것은 출발한지 4시간이 지나서 였다. 그 동안 피춘자시인은 랩탑 컴퓨터로 자료를정리하느라 바뻣고 알렉스는 말을 붙혀 그녀의 기억을 리마인드시키느라 바뻣다. 콜럼보가 가까워져 오자 춘자의 긴장감은 더욱 짙어졌다. 피춘자는 그녀의 생각을 정리하느라 뒷좌석에 앉았다. 알렉스는 과일쥬스와 음료수를 파는 길 옆 가게가 보이면 차를 조심스럽게 세우고 사와서 춘자에게 권하였다. 넓죽 받아 마시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알렉스가 대신해서 먹었다. 입에서 나는 담배냄새를 없애기 위해서 이기도 하였다.

 

 

 

 

 

13.

 

"춘자야. 이제 이 언덕만 내려가면 광역 콜롬보이다. 나와서 콜롬보 전경을 좀 봐라."

스포티지를 나무 그늘아래 세우며 알렉스가 말했다. 주차장에는 스포티지 같이 숨고르는 휴식이 필요한 십수대의 차량들이 주차해 있었다.

 

"어머. 벌써 다 왔어요. 와아- 멋지다. 저 곳이 콜롬보인가요? 인도양과 맞닿아 있어서 묘한 느낌이 들어요. 자유와 평화의 저 경계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아. 저어기 해변과 바다가 만나는 곳. 글쎄. 아마도 도미 바비큐를 요리해두고 우리를 기다리는 해변식당이 있겠지."

"으-이그. 분위기 깨네요. 깨요. 우리 여기 얼마나 있을 거예요?"

춘자가 알렉스의 팔을 두드리듯 만지며 물었다.

 

"당신 뜻에 따르겠습니다.됐어?"

"이곳에서 저기 보이는 도시가 콜롬보 잖아요. 그러니 쉬면서 사진도 좀 박고... 커피 한잔 마시며... 아이잉. 그냥 잠깐 쉬었다 가요. 네?"

"응. 그렇게해도 좋아. 해지기 전에는 집에 도착할 수 있고 샤워한 후 뷔페식당에서 저녁 먹을 수 있어."

"아. 잠깐. 알렉스. 가는 길에 시장에 들릴 수 있어요? 제가 해물요리 맛있게 해 드리고 싶어요. 목숨걸고 꼭 부탁해요."

"우와아와- 그렇게 해 드리지요. 천상천하유독미인 피춘자 시인이 목숨까지 걸고 하는 부탁인데 목숨걸고 모셔드지요.

"ㅎㅎㅎ 참 웃겨요. 코메디언해도 뜨겠어요."

"그러게. 피디들은 뭐하는지 몰라. 그들은 시야가 좁아."

"어휴- 그만됐네요. 제가 커피 사올께 여기 전망대 벤치에 앉아서 기다려줘요."

제임스는 빙긋 웃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어서 파이팅했다. 이 정도 전망대를 갖춘 휴게소라면 관광객이 많을테고 영어로 소통하는데 별 문제가 없을거라 생각하였으며 혹 실수도 할 수 있다면 해 보는 것도 좋겠다 생각들어 다시 스포티지 앞 잔디밭에 있는 나무벤치에 앉아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혔다. 두개피째 막 불을 붙히는데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여보~ 알렉스."

춘자가 뒤에서 부드럽게 부르는 소리에 멍하니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던 알렉스가 고개를 돌렸다. 춘자 곁에 남녀 두사람이 주춤거리며 서있었다. '어쿠. 춘자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가 보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털컥 내려앉았다.

 

"한국에서 온 젊은 사람들이에요. 레스토랑에서 만났어요."

"반가워요. 조수현입니다. 월간 미래잡지사 기자예요."

알렉스가 갑자기 나타난 20대 중반쯤되어 보이는 맑은 눈을 가진 아가씨가 거침없이 소개를 하자 놀라운 모습으로 멍하니 쳐다봤다.

 

“예. 드라마 씨나리오도 쓰는 작가이기도해요.”

숨긴 것을 들킨 것같이 미소지으며 남은 부분을 소개했다. 곧 옆에 선 키 큰 청년이 인사를 꾸벅하며 말했다.

 

“저는 우주과학 방송사 피디인 나준석입니다. 아직 2년 차라 배우고 있습니다.”

거침없었다. 패기가 만만하였다. 멋진 청년이었다.

알렉스는 엉겁결에 일어나며 수줍어 하였다. 손에는 아직 담배가 쥐어져 있었다.

 

"저어는-"

"이 분은 추상화가이고 장르소설 작가이고 스리랑카 지적장애우보호원 원장이며 마지막으로 내 사랑이자 코리언-케네디언인 내사랑 알렉스 리 이에요. 휴우- 다 끝났어요."

알렉스가 춘자의 말에 신뢰를 심어주었다.

 

"예. 피춘자 시인이 말한 그대로입니다.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되어 더 반갑습니다."

알렉스가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밀자 얼른 그의 손을 잡은 것은 조수현이었다. 키가 컷다. 알렉스보다 조금 작았다. 아마도 170센티는 될 것이었다. 나준석은 알렉스 보다 많이 컷다. 건강하게 잘 자라서 보기가 좋았다.

 

“선생님, 반가워요. 이국 땅에서 좋은 분을 만나서 기뻐요.”

“반갑습니다. 선생님.”

“어~ 주인공은 이쪽에 계시는데...”

“예. 알아요. 피춘자 시인님은 사랑시로 유명하세요. 직접 뵈니 정말 아름다우세요.”

“맞습니다. 정말 미인이십니다. 한국의 방송 피디들은 뭐하냐고 그러셨다면서요? 그래서 이렇게 아름다운 피춘자 시인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나준석이 알렉스를 보고 말하고는 피춘자 시인을 다시 보았다. 그는 너무 솔직하게 말했던 것이 멋쩍은지 미소지었다.

 

“어떻게 이런 곳까지...”

알렉스가 두 사람을 보며 물었지만, 끝을 맺지 못하였다. 잘못된 물음 같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때 그들을 대신해서 춘자가 입을 열었다.

 

“두 분이 사귄지 일년되어서 기념 여행을 하고 있대요. 멋지다 생각 안드세요?”

“멋져요.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조수현이 피춘자 시인의 손을 꼭잡고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오늘 저녁식사에 저희도 초대해주세요. 해물탕 끓이신다고 하셨어요. 시장도 같이 보고싶어요. 밤새 이야기하고 싶은데, 저희는 트랜스아시아 호텔에 묵고 있어요. 내일 피춘자 시인님의 강연도 듣고 싶어요. 허락해 주세요.”

 

잠깐 사이에 죽이 맞아 많은 이야기를 했는가 보다 생각했다. 어떻게 하겠는가? 이 부탁을 거절할 수 있는 사람있으면 손들어 봐도 좋을 것이다. 알렉스가 아니고 피춘자 시인이 좋아서 잠시 함께 하겠다는데...

일행은 4명이 되었다. 지금부터 모두에게 좋은 추억꺼리가 될 것이었다. 그들 두사람은 콜롬보에서 뻐스를 타고 이 전망대까지 왔다고 했다. 알렉스는 솔직히 말해서 이런 만남은 갖지 않는 타입이었다. 자칫 복잡한 문제에 연루되는 것을 케네디언들이 가장 싫어하며 이미 알렉스도 그런 생활 분위기에 젖어 있었기 때문이다. 베낭여행자들의 미화가 바로 그런 면들이다. 그들 또한 어두운 면을 잘 나타내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특히 도움될 것이 없기에 그렇다는 말이다. 특별한 이해관계나 바라는 것이 있지 않다면, 만남들은 적당한 선에서 끊어지게 된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예상 밖이다.

 

피춘자 시인은 참 마음이 세속적이지 못하였다. 천진무구하였다. 있는 그대로 느낀 그대로를 받아 들이고 있었다. 그것들 대부분은 상처가 될 것이라는 것을 어찌 알겠는가. 그렇게 세상을 배워간다는 것은 젊었을 때 이야기이다. 이제 알렉스가 왜 수호영혼을 자청해서 수행하고 있는지 짐작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스스로가 부족한 수호영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들 지금 어쩌랴.

스포티지가 집 앞 정원에 들어섰을 때 시각은 오후 7시30분이었다. 그렇게 늦은 시간은 아니었다. 갑자기 집안이 분주해 졌다.

 

"선생님. 저녁식사 준비만 하십시요. 저희가 움직이고 나르고 치우고 정리하는 것을 확실하게 맡겠습니다."

나준석이 춘자가 든 비닐 빽을 받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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