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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시인(女流詩人) 피춘자(疲春雌)-12

작성자제이서|작성시간23.09.23|조회수144 목록 댓글 0

 

 

 

 

​여류시인(女流詩人) 피춘자(疲春雌)-12

"선생님. 저는 선생님 곁에서 보조하며 음식 만드시는 것을 배우겠어요. 그래도 되지요?"

"그럼요. 저는 좋고 즐거워요. 이렇게 역활분담이 되니 느낌이 새롭군요. 근데 알렉스는 무슨 역활인가요?"

바다가 바로 눈 앞에 보이는 정원 한 구석에 바비큐를 하기 위하여 거치대를 설치하고 있는 알렉스를 보며 춘자가 물었다.

 

"아. 나는, 생선을 회치고 다른 생선과 찌개를 굽고 끓일 바비큐대를 설치하고 쓰레기를 분류할거야. 멋지지?"

"와. 그곳에서 캠프파이어 할거예요?"

조수현이 먼저 좋아하며 말했다. 이건 춘자가 할 말인데... 벌써 역활전이가 되고 있구나 알렉스는 생각했다.

 

"예. 가벼운 저녁은 안에서 하고 이곳에서 생선구이와 스테이크 조개구이 그리고 열대과일 쥬스를 즐기시면 되겠습니다. 질문있습니까?"

"없어요. 아주 멋질 것 같아서 너무 기대가 되어요. 그런데 선생님. 왜 와인은 없는거죠?"

"아~ 하~맞아요. 제가 담배는 해도 술은 하지 않아서 생각을 못했어요. 곧 준비하지요."

그때 춘자가 포치로 나와 불렀다.

 

"거의 다 되었어요. 손씻고 식사하실 준비하세요."

알렉스가 빨리 달려와 춘자에게 속삭였다.

 

"조금만 기다려줘. 20분만. 빨리가서 와인 사 올테니. 내가 미쳐 생각하지 못했어."

"어머. 그렇군요. 저도 그 생각을 못했어요. 그럼 다녀오세요. 그동안 에피타이져(appetizer 식전 식욕증진을 위해서 먼저 나오는 가벼운 음식)로 입맛을 북돋우고 있을께요."

그들 셋이서 거실 좁은 테이블에 앉아 웃으며 이야기하는 것을 차창으로 보며 알렉스는 스포티지를 트랜스아시아 호텔로 향했다. 다른 곳 헤맬 필요없이 그곳에서는 레드와인을 구할 수 있을 것이었다.

 

알렉스가 정원에 도착하여 주차를 하며 시계를 보니 꼭 40분이 걸렸다. 빠른 것이라 생각하였다. 자동차 헷트라잇을 본 춘자가 달려나왔다.

 

"알렉스. 미안해요."

"응. 뭐가? 왜?"

"놀라시긴요. 심부름 시켜서 미안하다는 말예요."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어. 걱정마. 그런 것으로. 나는 즐거운데, 분위기 흐릴 수는 없잖아. 그지?"

"ㅎㅎㅎ 맞아요."

춘자가 활짝 웃으며 알렉스의 뺨에 키스한 후 레드와인을 받아 거실로 들어갔다. 멍해진 알렉스는 한손으로 뺨을 문지르며 춘자의 입술 냄새를 맡아 보았다. 느낌은 향긋하고 짜릿하였다. 비록 잠깐 스치듯 하였지만 처음 그녀로 부터 받아보는 키스였다. '이왕이면 더 진하게 해 줄거지' 생각하며 요란스러운 거실로 들어갔다. 이미 춘자는 탁자위에 도미회와 바다 털게 삶은 것 성게 알 그리고 와인을 차려 놓고 두 손님과 함께 알렉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인도양에서도 회와 게 성게 알을 먹을 수 있음에 신기해 했다.

 

“이거 진짜 인도양 산인가요?”

나준석이 도미회를 집어 입에 넣으며 말했다. 눈은 계속 젓가락으로 집은 도미회에 고정시키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침이 꿀꺽 넘어 갈 것 같았다.

 

“회가 맛있는 것은 초장이 맛있게 때문이예요. 피춘자 시인 선생님의 음식 솜씨는 초장에서 이미 나타났네요. 회는 역시 초장 맛이예요. 그렇죠, 선생님?”

조수현이 회를 씹고 있는 나준석을 보며 진정에 가까운 평을 했다.

 

“맞아. 그건 그래요. 누구든 회를 칠 수 있지만, 아무나 회초장을 만들 수는 없지요. 맞아요, 선생님?”

나준석이 조수현의 말을 이어 회초장을 평가 했다. 춘자는 그들의 물음에 미소로 답했다. 그리고 탁자 정리가 끝나자 바로 바비큐 장소로 옮겨 각자 편안한 자세로 자리를 잡았다. 당연히 굽는 것은 알렉스 몫이었다. 먼저 부드러운 소고기 스테이크였다. 애기 손바닥 만하게 잘랐다. 두께는 3센티정도. 그들이 맛있게 와인과 같이 먹는 것이 끝나자 바로 참치를 구웠다.

 

"와우- 오늘의 하이라잇은 참치군요. 이 냄새~ 죽여줍니다."

조수현이 배를 잡고 냄새를 맡는 시늉을 하며 즐거워 했다.

 

"오늘 이렇게 예상치 못하게 좋으신 선생님들을 만나 평생 남을 추억을 만들 수 있음에 정말 감사합니다."

나준석이 정중하게 말하였다. 진정성이 있다고 봐도 되었다. 그렇게 그들과의 시간은 우호적인 다양한 이야기들 속에 바쁘게 지나갔다. 그들 두 사람을 호텔에 데려다 주고 집에 도착하자 말자 춘자는 피곤하다며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 피곤할 것이었다. 장시간 여행과 낯선 사람들과의 뜻밖의 조우 그리고 내일 오후 해야 할 포럼에서의 연설에 대한 긴장으로 속에서는 초조하였을 것이다. 이해하였다. 그러지 않는다면 내일 일을 걱정하여야 할 터이니까.

 

알렉스는 음식물 남은 것을 치우고 테이블과 바닥과 부엌을 청소하였다. 그런 뒷 치닥거리는 사실 알렉스의 전공 속에 들어있다. 전공이라함은 전문적인 내공을 말한다. 그가 낀 일의 뒷처리는 대부분 그가 해왔다. 그런데 이까짓 거야 아무것도 아니었다. 조직에는 일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필요하지만 해결사도 절대 필요하다. 해결사 없이는 일을 완성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평소에는 모르지만 필요할 때는 꼭 있어야 하는 사람. 그것이 해결사이다. 알렉스는 그런 역활이 전공 속에 있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샤워까지 하고 나니 밤 12시가 가까워졌다. 그때서야 춘자 생각이 났다.

 

춘자는 피곤하였다. 그녀에게는 긴 여행이었다. 더구나 낯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말을 이끌어가며 단절의 분위기를 만들지 말아야 해서 그들에게 관심을 계속 가져야 했다. 그들 젊은이들도 좋았다. 그러기에 힘드는 줄 몰랐다. 이제 그들과 헤어져 집에 돌아오니 긴장이 풀려 무조건 일단 눞고 싶었다. 알렉스가 있으니 그를 믿었다. 춘자는 누워 막 잠이 드는 순간 덜컥 겁이 났다. 이렇게 피곤하여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인데... 무슨 일이 자기에게 벌어져도 모르고 잘 것 같았다. 그런 관계는 싫었다. 춘자는 비몽사몽간에 겨우 몸을 일으켜 팬티를 찾아 갈아 입었다. 실은 낮에 입었던 팬티를 갈아 입으려 했는데 너무나 졸려 입었던 팬티는 벗었고 새로운 팬티를 입으려 했는데 그 팬티가 허벅지에 엉거주춤 걸려 완전하게 입지 못한 것도 모른 채 애만썻다. 춘자는 팬티가 엉덩이 위로 올라 온 것 같았다. 그리고는 잠속에 깊이 빠져 들려하였다. 그때 알렉스의 인기척이 났다. 춘자는 긴장하였다. 졸리면서 졸지 못하는 난감함의 긴장.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춘자는 침대에 바로 누웠지만 그야말로 큰 대자로 하여 누워 자려하고 있었다. 신발도 신은 채 였다. 두 사람을 데려다 주려 나갈 때 입었던 점퍼도그대로 였다. 아래는 흰색 팬티를 입은채 였다. 춘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알렉스는 놀랐다. 피곤해서 점퍼도 신발도 벗지못했으면서 팬티는 하나 더 입으려고 하였음에. 그 팬티를 제대로 입지도 못할 정도로 피곤하였을 텐데 악착같이 엉덩이에 걸쳐 놓고서야 안심하고 자고 있었다. 대단하였다. 알렉스는 피춘자 시인이 무엇을 그에게 말하고 있는지 명확히 알았다. 그는 그녀의 신발을 벗겼다. 양말도 벗겼다. 침대위에 아무렇게나 벗어 놓은 스키니바지도 챙겼다. 그리고 위로 말려 올라간 점퍼를 벗겼다. 이제 피춘자는 브라쟈를하지 않은 가슴위로 티셔츠와 제대로 입은 팬티와 엉덩이에 겨우 걸린 팬티만 입고 큰 대자로 자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감기 걸릴 것이다. 알렉스는 하얀 면 쉬트를 두번 개켜서 머리 아래부터 잘 덮어 주었다. 이제 편히 잘 자고 기분좋게 일어나라 춘자야. 그는 속으로 바라며 조용히 방을 나와 정원의 벤치에 앉아 담배를 입에 물었다.

 

춘자는 알렉스가 신발을 벗기고 양말을 벗기고 점퍼를 벗길 때마다 긴장하였다. 피부의 모든 비늘이 긴장하여 파르르 떨고 있었다. 그의 손길이 지나가는 곳은 어김없이 흥분의 자국이 빨갛게 생겼다. 춘자는 막 누운채 팬티를 갈아 입으려 했다. 너무 피곤해서 그것마져 하기 싫었지만 어쩧든 갈아입고 싶었다. 그때 묘한 상황이 일어난거다. 알렉스가 들어오는 기척을 느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입은 팬티는그대로 입고 새로운 것은 허벅지위인지 엉덩이를 가렸는지도 판단이 되지 않은채 걸치게 된 것이다. 그가 면 시트를 덮어주고 나가자 그제서야 숨을 제대로 쉰후 입으려든 팬티를 발로 벗어버렸다. 그리고 끝이었다. 졸음이 춘자를 잡아먹었다.

 

 

"지적장애우들의 권리는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예요. 그러면서 그들에 대한 차별적 동등이 아니라 이해를 바탕으로 한 동등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정이 아니지요. 동정은 이미 차별을 하면서 갖게 되는 마음이예요. 그래서 이해에 의한동등과 동정에 의한 동등은 아주 다르고 그 다름의 벽이 생겼을 때 부조화가 만들어 지는 것이에요. 우리는그 벽을 깨어야 하고 그러한 벽 자체가 생기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에요."

피춘자 시인이 잠시 말을 멈추고 물을 한모금 마시려 할 때 참석자 모두가 일어나 우뢰와 같은 박수를 쳤다. 말없는 동의에 의한 환호였다. 감동이었다. 그녀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들을 바로 대할 때, 그러한 마음이 사람들에게 평상으로 있어서 보여줄 때 사회는 포근해지고 아름다움으로 순화될 것이에요. 정부가 나서서 그들을 배려할 때 그 파장은 조용히 그러나 깊고 멀리 퍼지는 거에요. 사회문제 전문가들은 알고 있을거에요. 빈곤퇴치보다 더 시급한 것은 이해에 의한 동등과 배려가 실제적으로 파장되어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안착하면 사회는 그 파급되는 효과에 의하여 놀라울 정도로 안정되고 질서로운 평화가 함께할 것이에요. 저는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제부터는 지적장애우들에게 가능성있는 희망을 만들고 그것을 실현하도록 돕자는 거에요. 그들이 배려와 도움을 넘어 스스로 자아 발전적 개발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해 주고 문학에 의한자극을 주며 함께 어우러져 가자는 거에요. 저는 이곳이 지적장애우들의 바람직한 사회가 되어 세계의 위정자들이 꼭 들러 보고 이해하고 부러워해서 모방하는 그러한 참으로 좋은 나라가 되길 바랍니다. 세계에 그런 나라 하나쯤은 있어야 할 때 이니까요. 감사합니다."

콜롬보 대학 강당안은 감동으로 조용하였다. 피춘자 시인이 말을 마치고 한발짝 우측으로 옮겨 고개를 숙혀 인사하자 그 감동은 그제서야 다시 폭발하였다. 학생들과 연단에 앉은 내빈을 포함한 모두가 일어나서 박수를 치며 그녀의 말에 동의를 나타내었다. 그녀가 연단을 내려 청중들 사이를 지나가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휴대폰을 들이 민 것이다. 그녀의 앞에는 두대의 티비 카메라가 길을 막고 피춘자를 찍고 있었다.

 

"피춘자 시인님! 언제 다시 스리랑카로 올 겁니까?"

그들은 마이크를 내밀며 간절히 물었다. 그녀의 대답을 듣기 위하여 수십개의 마이크와 녹음기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저도 꼭 다시 오고 싶어요. 사랑해요 여러분! 사랑해요 지장우 여러분. 사랑해요!"

춘자는 목이 터져라 크게 외쳤다. 진심이었다. 그래서 아름다운 목소리가 방송을 탓다. 이건 믿어도 될 것이다. 강당을 겨우 빠져 나오자 넓은 공간에 학생들과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웃고 있었다. 지장우들이 많았다. 춘자는 이러한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에 오히려 당황하였다. 그녀는 그제서야 알렉스를 찾았다. 그녀가 난처해 하려는 순간 그의 팔을 잡고 끄는 사람이 있었다. 어디있다가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게 되어 있었는지 씨나리오대로 그가 싱할리어로 말하며 춘자가 지나갈 수 있도록 양해를 구하며 길을 텃다. 사실 이 상황은 알렉스도 챤다나도 조수현도 나준석도 모두 놀랐다. 통역하느라 애쓴 조이사(아리수죠이샤)가 달려와 헉헉거리며 겨우 말했다.

 

"다들 놀라고 있어요. 박식한 경험적 지식에 놀라고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에 놀라고 아름다움에 놀랐다고 그러더군요. 티비방송을 타면국민들 반응이 좋을 것이고 지적장애우들에 대한 인식을 크게 제고 시킬 것이라고 참석한 의원들과 각료들이 감탄으로 난리이거든요. 학생들은 정식으로 초청해서 제대로 강연을 다시 듣고 싶다고 초청 피춘자 시인 강연 모임을 만들어 방법을 찾겠다고 하고 있어요. 이것도 한류인가요? 하하하. 통역하면서 이렇게 행복한 것은 처음입니다."

조수현이 고개를 들고 그의 말을 처음부터 들으며 녹음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강연내용도 녹음했을터이다. 프로 직업가 다운 모습이었다. 그때 챤다나 데 죠이샤가 크게 말했다.

 

"우리 모두 트랜스아시아로 갑시다. 제가 쏘겠습니다. 한분도 빠지지 마세요. 피춘자 시인님 찾아 온 두분도 함께 가는 겁니다."

알렉스는 웃었다. 내가 아르켜 주었더니 지금 멋지게 써 먹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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