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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시인(女流詩人) 피춘자(疲春雌)-14

작성자제이서|작성시간23.09.24|조회수90 목록 댓글 0

 

 

 

 

14-여류시인(女流詩人) 피춘자(疲春雌)

 

14.

 

밖에서 나는 인기척에 놀라 일어난 춘자는 눈이 휘둥그레 해 졌다.

 

"알렉스. 어디있어요?"

무심결에 튀어 나왔다. 춘자는 곧 다시 놀라서 입을 막았다.

거실에서 아들이 뭐라고 하였다.

 

"어머니. 뭐라하셨어요?"

"아니야. 나는아직 여행중으로 착각한거야."

춘자는 얼른 츄리닝을 입고 거실로 나갔다. 아들이거실 쇼파에 막 앉으려다 춘자를 보고 일어났다.

 

"어머니. 잘주무셨어요?"

"응. 그래내아들. 아주 잘잤어. 내집이 최고인 것을 느꼈다."

"어머니. 무척고단하셨던가 봐요. 아직 피곤하시지요? 오늘은 싸우나에 가서푹 쉬시면 좋겠어요."

"그래. 그게좋겠다. 멋지고 적당한 제안이네. 엄마 생각하는 것은 내아들 밖에는 없어."

"에이. 엄마도. 누나도 있잖아요. 참, 저녁식사는누나와 매형과 다 함께 하기로 했어요. 괜찮지요?"

"응. 그래. 그러자꾸나. 오랫만에 다 같이 식사를 하자. 기대되는데."

아들이 출근하는 것을 본 후 춘자는 커피 한잔을 만들어 사람들이 출근으로 부산한 바깥이 보이는 창가 탁자에 앉았다. 오랫만인 것 같은 커피냄새가 참 좋았다. 스리랑카도 좋았지만 한국의 집 거실에서 아침시간에 이렇게 호젓이 앉아 커피냄새를 맡는 것도 역시 좋았다. 반복은 습관을 만들었고 그것이 일상의 기호가 되어 있었다.

 

춘자는 뜨거운 커피 한 모금이 마른 목을 타고 넘어가 기억을 깨우기 시작함을 느꼈다.

 

공항 출구에는 찬다나 데 죠이샤도 통역을 해 주었던 조이사도 그리고 그녀가 떠나는 시각을 안 지장우 몇 몇과 그외 또 몇 사람이 나왔다. 춘자는 그들과의 작별 인사를 하느라 정작 알렉스와는 따뜻한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하였다. 기억에 없었다. 그날 아침에도 늦게 일어나 분주하게 떠날 체비를 하느라 바뻣고 알렉스가 간단하게 만든 아침도 먹는둥 마는둥 한후 비행기 출발시각 1시간 30분전에 도착하기 위하여 더 일찍 출발하였다. 알렉스는 공항가는 길이 밀릴거라 좀 더 일찍 출발해야 한다고 하여 서둘렀다. 그래서 제 시간에 닿을 수는 있었지만, 서로 따뜻하게 말 할 시간이 없었다. 출국 게이터 앞에서도 그 흔하게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작별의 장면 같은 것도 만들지 못하였다. 처음 도착해 만나던 장면 이상이었으면 했는데... 아무리 기억을 뒤져도 알렉스와 그 순간 어떻게 이별했는지 그 장면이 없었다. 다 생생하게 떠올라 보이는데... 그 장면은 찍지 못하였다. 아니다. 그 장면은 만들지 않았는가 보다 생각하며 아쉬워했다. 허나 어쩌랴. 비행기는 떠났고 지금 이렇게 진짜 거실에 앉아 리마인드하고 있는데도 찾지 못하고 있으니. 춘자는 다시 좀 식은 커피를 한모금 입안에 넣고 머리를 들고 가볍게 흔들었다.

'알렉스는 이해할거야. 그는 나 밖에 모르는 남자니까. 오히려 나를 위해 그냥 보낸 것을 후회하며 안타까워 할텐데 뭐.' 그렇게 생각하니 좀 서운했던 마음이 편해졌다. 춘자는 이제 가벼워진 마음으로 거실을 천천히 거닐었다. 알렉스를 만나고 온 것이 뭔가 희미한 장막을 걷어 버린 것 같이 그렇게 개운함을 느껴졌다. 가슴속에 아지못할 것으로 남아있던 덩어리를 꺼집어 내어 버려 버린 것 같이 마음이 텅비어 편하였다. '이제 이 빈 가슴에 무엇인가를 가득 채워야지.' 춘자는 저도 모르게 휘파람이 새어 나왔다. 그녀는 샤워실로 가며 껍질을 벗듯 옷을 훌훌 벗어 버렸다.

 

 

 

 

 

15.

 

"피춘자 시인님."

사워를 마치고 가벼운 여름 옷을 입은 춘자는 상쾌한 기분이 되어 거실 쇼파에 앉자 기다렸다는 듯 휴대폰 벨이 울렸다.

 

"예. 누구세요?"

"나야. 천삼분. 의상 코디네이터 잡지 편집장. 언제 도착했어? 벌써 보고 싶은데..."

서울 남영동에 사무실을 두고 계간 한국패션코디네이터 잡지사를 경영하고 있는 카페회원인 천삼분었다. 그녀는 꼭 이름 뒤에 잡지사와 직책을 붙이곤 하였다. 그녀는 대전의 한 대학의 패션커디컬러리스트과를 최근에 다녔다고 말하였다.

 

"어제 도착했어요. 잘지냈지요?"

"그럼요. 나야 맨날 체바퀴 돌듯 변함없지만, 피 시인은 어때? 시간있으면이 아니고 지금 커피샾으로 나올 수 있어요? 그 사이 얼마나 변했는지,아름다운 피춘자 시인 얼굴 좀 보게.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고."

이 여자는 우연히 카페에 가입하게 되었다며 나이가 같다고 했는데 말을 높혔다 낮췄다 제 멋대로였다. 원체 성격이 서글 서글하여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다. 직업이 또한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것이어서. 특별히 거절할 이유도 없어서 만나기로 하였다.

 

"알았어요. 어디로 가요?"

"우리가 만나는 곳. 늘봄으로와. 30분후 11시 30분. 오케이?"

"예. 그곳에서 뵈요."

오늘은 사우나를 좀 했으면 했는데 그건 틀렸다고 생각하며 가벼운 옷차림으로 준비했다. 특별히 선물할 사이는 아니였지만, 제임스가 필요할 거라며 챙겨준 실론티 한상자를 골랐다.

 

8월의 마지막 토요일, 그리고 정오는 싱그러웠다. 원래 토요일은 기대가 많은 날이다. 뭐라도 만들기 좋고 이루어지기 좋은 요일이 토요일이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산들 불어 보도를 걷기 좋은 시간이었다. 피춘자 시인은 오른손에 천삼분에게 줄 실론티가 든 그린색이 시원하게 코팅된 종이 샤핑빽을 들고 왼쪽 어깨에는가늘고 붉은 가죽끈이 허리 아래에서 부터 소설책 크기 정도의 붉은 가죽 핸드빽을 양쪽에 묶어 잡고 위로 올라온 붉은 가죽 끈을 메고 있었다. 그 가죽 끈은 흰색 면 점퍼에 선명히 나타나 멋진 움직이는 칼라 패션이 되었다. 얇은 점퍼의 소매는 보기좋게 접혀 팔굽 위까지 올려 있었다. 점퍼 안에 입은 면회색 티셔츠도 보기좋았다. 그 면 티셔츠는 길어서 엉덩이 반쯤을 덮고 있었고 그 엉덩이는 검정색 스니커 7부 바지가 잘 감싸고 있어 엉덩이와 허벅지의 탄력을 잘 소화하여 건강하게 보였다. 흰색 여름용 메쉬운동화는 발목아래에서 검은 선으로 끝 마무리 되어서 오히려 산뜻해 보였다. 아웃솔이 생고무로 되었으며 뒷굽의 높이는약 3센티미터 되었다. 싱그러운 공기와 화창한 날씨와 보도경계에 드문 드문 만들어진 화단에서 이제 막 꽃을 피운 장미의 향기까지 어우러져 피춘자 시인을 한껏 들뜨게 하였다. 역시 한국의 여름은 나에게 너무 정겨워. 그렇게 생각한 피춘자는 스리랑카에서 맡은 열대냄새는 이 오전에 모두 잊어버렸다. 그 생각이 에스컬레이터되어 휘파람까지 절로 입에서 나왔다. 집에서 걸어 10분 거리를 그렇게 기분좋게 걸었다.

출입구와 벽과 천정 그리고 의자와 탁자까지 흰색으로 장식된 커피샾은 카운터의 검은색과 조회를 잘 이루어 현대적 분위기를 느끼게 하였다. 냉방은 잘되어 들어서자 시원하였다.

 

“헤이. 피춘자 시인. 여기야!”

먼저 알아 본 천삼분이 큰소리로 불렀다. 그녀는 얼굴모습이 좀 평평한 편이었다. 웃으면 사람좋은 아줌마였다. 여름인데도 후줄건한 천을 두르듯 아래로 주름진 조끼와 치마를 입고 있었다. 조끼안에는 황색 바탕에 청색 글씨가 크게 프린터되어 있는 반소매 셔츠를 입었다. 부담없는 그런 모습이었다. 나중에 보았지만, 그 글씨는 영어로 'suck me' 라고 되어있었다.

그녀는 나이의 경계를 수시로 허물며 상대편을 혼란하게 만들었다.

 

“바쁘신 몸이 여기 대전에는 웬일이예요? 그동안 별일없었지요?”

“아! 그동안? 우리가 지금 한달만에 만나는거잖아. 너무 바뻐. 피춘자 시인.”

그녀는 앉은채 춘자가 맞은 편에 의자에 앉자 곧 반갑다는듯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춘자는 미소로 답했다.

 

“야! 외국을 다녀오더니 더 이쁘졌는데, 무슨 좋은 일이 생겼구나. 어서 이실직고 좀 해요.”

“참나원. 저야 일 때문에 며칠 다녀온 거래서 특별히 달라질거도 무슨 일이 생길거도 없지만, 천 사장님은 그 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어어허~ 사장님 소린 이제 그만 하라니까. 편집장. 따라 해봐요. 천삼분 편집장.”

 

춘자는 웃으며 다시 말했다.

“천삼분 편집장님은 어떻게 지내셨어요?”

“옳지. 이제 제대로 하시는구먼.”

그녀는 남자같은 목소리에 남자같은 타입으로 말하였다. 숱하게 많은 남자들을 만나며 일을 하다보니 음성도 말투도 그렇게 변했다고 했다. 피춘자 시인이 들고왔던 쇼핑빽 채로 그녀에게 건냈다.

 

"뭐시유- 이건?"

"스리랑카에서만 나는 유명한 차 실론티. 좋은시간일 때 마셔봐요."

"웨메. 이렇게 귀한 실론티를. 나는 그럼 뭘 해줘야 되나."

그녀는 생글읏으며 피춘자 시인을 봤다. 피춘자 시인도 크고 검은 눈망울의 눈을 그녀 두 눈에 맞추었다.

 

"이그- 날 그렇게 보지마. 꼭 안아주고 싶은 욕망이 든다니까. 근데, 자 이것."

찬삼분이 삼베천으로 만든 크다란 끈이 짧은 빽에서 꺼내 탁자위에 올려놓은 것은 검은바탕에 골드칼라로 현란하게 디자인하여 인쇄한 초청장이었다.

 

'시와 통키타의 만남'

시인: 천삼분

통키타 가수: 정지훈'

장소: 대전

 

"어머. 천 편집장님. 이건 공연 초청장이잖아요?"

"왜 아니래요. 글쎄 내가 일을 저질렀다니까. 오는 가을에 멋진 정지훈이 하고 한무대에서 나는 통키타 반주에 시를 낭송하고 가수 정지훈이 노래하는 감미로운 가을의 음악을 즐기는 모임으로, 한60명 정도 앉을 좌석이 있는 까페를 빌려 하는데, 당신이 찬조 사랑시 낭송을 해 주셔야 한다는 정중한 부탁이니 들어 주어야 해. 피춘자 시인. 그날 정지훈 가수도 만나고 작곡가도 몇 명 올거야. 다들 괜찮은 우리 보다 젊은 사람들이야. 오케이?"

 

 

 

 

 

16.

 

초청장의 공연 일은 두주일 후 금요일 이었다. 전반부 한번의 시낭송 후반부 한번의 시낭송을 하기로 하였다. 나머지 앞과 뒤 시작과 마무리는 천삼분이 하게되어 있었다. 춘자는 그동안 꼭 참석해 주길 원하는 까페회원의 부탁으로 의사협회의 음악회에 참가하여 사랑시를 낭송한 경우가 2번있었다. 두번 다 큰 호응속에 잘 마쳤었다. 그러나 이제는 알렉스의 말 처럼 프로페스널이 되기위한 준비로 해 보고 싶었다. 플라이어에는 정지훈이 베이스 키타와 메인 키타및 노래까지 거의 2/3이상을 맡아서 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창가의 탁자에 놓인 커피가 식을 때 쯤 전화벨이 울렸다. 천삼분이었다.

 

"춘자씨. 지금 빨리 커피샾으로 나와. 공연에 대한 의논을 하려고."

천삼분은 춘자가 몇 년전 여름에 남편을 보내고 혼자 아들과 살고 있는 것을 안다. 그날 남편이 유명을 달리한 날. 전화를 받은 것이 실수였다. 그녀는 위로를 한답시고 장례식장에도 왔었다. 그 때 그녀의 발설로 몇 몇 카페의 회원이 다녀갔고, 춘자가 가입한 '투오친구'의 회원들도 다녀갔다. 천삼분이 그 인터넷까페의 운영자이다. 춘자가 켜피샾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실내는 전과 같이 쉬원하였다. 그때 우측 유리창가 끝에 있는 테이블 맞은 편에서 손이 번쩍 들렸다. 확인 하나마나 천삼분이었다. 이제 곧 큰 목소리가 나오겠지 했는데 틀림없었다.

 

"피춘자 시인! 여기야. 이리로 오소."

이건 또 어느나라 말인가. 도대체 그녀의 말은 기분과 상황에 따라 정제없이 막 튀어 나왔으므로 종잡을 수가 없었다. 몇 발짝 가까이 가니 그녀의 앞에 남자가 앉아 있었다. 춘자는 주춤하며 테이블 옆에 섰다.

 

"에구- 왠 수줍음이래. 여기 내 옆에 앉아 인사나 하시유. 이쪽은 시와 통키타의 공연을 이끌 또 다른 주인공인 작곡가겸 키타리스트겸 가수 정지훈."

정지훈이란 사람이 일어났다.

 

"이 아름다운 여인은 대전 지향지적장애우 보육원장겸 낭송가겸 사랑시의 대가인 시인 피춘자."

천삼분이 소개를 마치자 정지훈이 일어난 그대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정지훈입니다. 피춘자 시인님의 말은 많이 들었습니다. 직접 뵈오니 숨막히도록 아름다운 미인이십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그는 키가 컷다. 아마도 180센티는 족히 될 것 같았다. 달걀형의 얼굴모습에 눈썹이 짙었다. 뺨과 턱에 조금난 수염은 그를 더욱 야성적이게 하였다. 50대 초반이라고 들은 것과는 달리 더 어려보였다. 몸매는 근육질은 아니나 비대한 편은 아니었다. 그는 청바지에 낡은 네이비블루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위에 연분홍 여름용 얇은 쟈켓을 입었는데 지퍼는 채우지 않고 앞을 풀어 놓았다. 대체로 야성적인 음악가 같았다. 호감이 가는 인상이었다.

 

"피춘자이에요. 멋진 작곡가님을 이렇게 직접뵈니 영광이에요. 아주 멋지신데요. 음악하시는 분들은 다 이렇게 분위기 있는 건가요?"

그때 천삼분이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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