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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시인(女流詩人) 피춘자(疲春雌)-16

작성자제이서|작성시간23.09.25|조회수148 목록 댓글 0

 

 

 

 

​여류시인(女流詩人) 피춘자(疲春雌)-16

"제가 어떻게 도와요? 아무것도 잘 모르는데."

"하하하. 그런 작은 것에도 돈이 들어가야 되요. 디자인해서 인쇄하고 그 플라이를 돌리고 보내고 하는데도 필요하지요. 처음에는 천삼분 사장님이 크게 생각말고 가볍게 해보자 하여 시작한 것입니다. 지금은 피춘자 시인님을 만나서 더 잘 할 수가 있겠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아직 늦지는 않았거든요."

"저는 처음부터 어떻게 시작하려 했는지 자세히 알지는 못해요. 저도 스리랑카에서 돌아오니 천삼분 편집장이 만나자고 하여 만났더니 참가해 달라고 해서 처음은 자신이 없었지만 좋은 삶의 경험이 될 것이다 라고 생각하여 그렇게 하기로 하였어요. 이제 정지훈 작곡가님의 생각과 계획을 들으니 이왕 하는 것 성황리에 잘 끝나고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바래요. 저도 능력껏 한몫을 하고 싶고요."

정지훈의 눈이 반짝 빛났다. 그는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테이블 위에 다소곳이 올려져 있는 피춘자 시인의 두손을 꼭 잡았다.

 

"피춘자 시인님의 아름다운 마음에 감동했습니다. 지금 큰 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과 사랑이 저를 아지못할예술적 승화를 위하여 가슴이 불타오르게 하고 있습니다. 피춘자 시인님과 함께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겁니다. 지금같이 변하지 마시고 옆에서 힘이 되어 주십시요. 결코 실망시키지않겠습니다."

춘자는 수줍었다. 그런 상황은 평생 처음이었고 그런 류의 처음인 상황들이 계속될 것이었다. 춘자는 잡힌 손을 살며시 빼며 말했다.

 

"많지 않은 돈이면 제가 빌려 드릴 수 있는데, 천삼분 편집장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서 망설여 지네요."

이게 무슨 잠꼬대같은 말인가. 금전이 갈 수가 있다는 말을 하였잖아. 피춘자. 누구든 그런 상황에서라면 같거나 더 노골적이었을 것이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일 입니다. 이 시와 노래와 시낭송을 퓨전으로 무대에 올리는 것을 더욱 흥행성있게 하자는 건데요. 조금 투자하여 놀랄 정도로 호응을 받는 공연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와서 그 질 좋은 공연을 환호와 감동으로즐기며 널리 알릴 수 있어서 다음을 도모 해야 한다면, 돈이 있다면 주저없이 투자해야지요."

"저는 투자같은 사업은 잘 몰라요. 다만, 정지훈 선생님이 만든 곡에 저의 시가 붙어 노래가 되고 그노래를 키타와 함께 정지훈님이 부르고 저가 시를 낭송한다면, 그런 기회가 만들어 진다면 작은 돈이라면 제가 빌려...아니지. ㅎㅎㅎ 미안해요. 투자할 수 있어요."

"하하하. 누님 같은 피춘자 시인님. 그 말 한마디에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습니다. 일은 편히하려고 하면 탈이 생깁니다. 피춘자 시인님이 함께 해 주시니 어떤 힘듦도 이겨낼 수 있겠습니다."

​"어머. 그렿게 생각이 깊고 방법이 누구같이 바르니 잘 해내실 것으로믿어요."

​"누구 같다니요? 또 누가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있었습니까?"

​"아- 한사람있어요. 딸 아이는미국에서 살고있고 본인은 스리랑카에 살고있는 쪼끄만하지만 거대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닥친 일을 제대로 하다보니 늘 힘듦 속에 살고 있어요. 그래도 그 영혼은 참 맑고 깨끗해요. 정지훈씨도 그런 과에 속해요."

"그렇군요. 피춘자 시인님께서 영혼과 몸이 맑고 깨끗하니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다 전이되어 피춘자 시인을 닮게되는군요. 그런 피시인님을 만나서 행복합니다."

​"ㅎㅎㅎ 정말이예요? 정지훈씨께서 벌써 이렇게 전이되어 달라지셨어요. 저로 인해서 행복을 느끼시다니 그 말을 들은 저는 더 기쁘고 행복해요."

​사실, 아슬 아슬하였다. 좀 전의 그런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짙고 끈적한 욕정의 분위기를 만들어 요상한 사태로 전환할 수가 있었는데도, 상황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이것이 사랑시를 쓰는 피춘자 시인의 맑은 영혼의 아름다움이었다. 아름다움은 스스로 움직여 상대속으로 교묘하게 침투하여 정화작업을 한다. 영혼의 정화. 피춘자 시인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이러한 성공적인 사랑시의 역활이 계속되길 빌어 마지 않는다.

 

"피춘자 시인님. 보통같으면 당장 누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관계로 하고 싶지만, 지금 이대로 피춘자 시인님 이라고 부른 것이 훨씬 더 감격적입니다. 그렇게 부를 때마다 느낌이 함께 하게 되거든요."

​"어머. 그래요? 저도 정지훈님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니 너무 좋아요. 자! 하이 파이브! 짜짠-"

춘자의 그런 맑은 모습에 마침내 정지훈은 폭소를 터트렸다. 얼마나 맑고 정결한 아름다움이고 사랑스러움인가. 그는 피춘자 시인과 함께 있으며 말하는 것이 너무도 즐겁고 편안하고 행복함을 느꼈다. 이런 느낌은 아마도 살아오면서 처음느끼는 것이리라. 서로 눈동자를 마주하여 보며 했던 하이파이브에서 그는 뜨거운 곡에 대한 정열이 꽉차는 것 같은 느낌으로 아주 멋진 음악을 성공시킬 것 같았다. 그는 열정이 가슴에 가득차 있는 것 같은 뜨거움을 느꼈다. 이 여자. 도대체 어떻게 된 여자이길래 이렇게 가슴을 설래게 하고 뜨겁게 만들까. 전이 되 오는 것 같은 사랑의 감정은 욕정과는 달랐다. 그 사랑의 힘에 의하여 뭔가 움직여야 하는 것을 느꼈다.

 

“피춘자 시인님. 지금 저하고 저가 거처하고 있는 스튜디오로 가실 수 있으십니까? 뭔가 머리속에 곡이 떠오르는데 잡히지 않아 애가 탑니다. 피춘자 시인님의 시에 곡을 만들고 싶습니다.”

음악가는 이렇게 할 수도 있는 것인가? 아니 어쩌면 대부분의 창작일에 빠져든 사람들은 이렇게 몰두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피춘자 시인도 때로는 요리를 하다가도 생각이 떠오르면 참지 못하고 거실로 달려가 종이에 뭔가를 먼저 쓰놓고 식사를 다 하고 난후 다시 그 쓴 글을 정서하곤 하잖은가. 이것이 못 말리는 창작가들의 발병일 것이다.

 

그들이 정지훈의 오피스텔겸 스튜디오에 도착한 것은 밤 9시였다. 그는 춘자가 방에 들어오는 것을 본후 곧 32인치 정도의 대형 컴퓨터 모니터가 올려져 있고 그 바로 앞에 49 건반의 마스터 키보드가 놓여져 있는 테이블 앞에 앉았다. 우측벽 쪽에는 보기에도 멋진 마이크가 우뚝 서 춘자를 보고 있었다. 그가 나중에 설명해준 작곡장비들은 대체로 테이블 왼쪽끝 쯤에 월간잡지 크기 정도의 오디오 인터페이스 (오디오카드)가 놓여있었고, 테이블 끝 양쪽에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스피크가 같은 높이로 자리하고 있었다. 마이크에 걸린 검고 은빛이 나는 것은 최신형 헤드폰이라 하였다. 또 우측벽과 같이한 곳에 컴퓨터하드같이 생긴 것은 레코드 프로그램인 시컨서라고 하였다. 그외에 프리엠프니 믹스니 하는 장비들을 설명했지만 춘자는 입이 벌어진채 멍하니 듣고만 있었다. 춘자는 그가 만들어 준 커피를 마시며 그의 작업하는 모습을 넋나간듯 보고 있는데, 그가 의자를 돌려 앉으며 말했다.

 

“피춘자 시인님. 저쪽 컴퓨터를 사용해서 시인님의 사랑시 하나를 선정해 주십시요. 지금 곡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는 흥분과 격정과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하였다.

 

정지훈의 진지한 요구에 춘자는 뒷편 작은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책상위 컴퓨터를 열었다. 춘자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를 찾아 알려주자 그가 와서 그 시를 그의 모니터로 전송했다. 그가 그러는 동안에는 춘자에게 관심은 없고 오직 곡을 만드는 일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자기 일에 미친듯 전념하는 열심히 일하는 남자. 얼마나 믿음이 가고 멋있는지 제대로 보았다면 수긍할 것이다. 그런 정지훈을 춘자는 의자에 앉아 미소로 바라보았다.

 

"와우~ 피춘자 시인님. 이거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데요. 제가 만들었지만 제가 멋지다고 말해도 전혀 미안감이 안생길 정도입니다."

"벌써 다 만드셨어요? 저도 들어보면 안돼요?"

"왜 안됩니까? 피춘자 시인님이 먼저 듣지 않으면 만든 보람이 없지요. 자. 이리와서 들어 보시겠습니까?"

그는 일어나 좌측 벽쪽에 있는 다른 의자를 당겨 옆에 놓았다. 춘자가 의자에 다소곳이 앉자 그는 마이크에 걸려있던 헤드폰을 그녀에게 쓰게했다. 그는 이제 진지한 모습이 되었다. 춘자는 헤드폰으로 정지훈이 만든 곡을 들으며 그 곡에 맞춰 시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를 낭송했다. 아련히 알렉스의 모습이 떠올랐다.

 

춘자는 낭송이 다 끝나고 곡이 다 끝나도 일어날 수가 없었다. 뭔가 가슴에 가득찬 짙은 감동으로 온 몸이 전율하고 있었다. 그것은 정지훈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상황에 이런 분위기라면 통상적으로는 무슨 끈적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것이 맞다. 허나 두사람은 곡과 시낭송에 심취하였고 그들은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이미 자리하고 있었다. 진정한 사랑없는 육체관계가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 그들은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순식간에 그 모든 희망과 관계를 망가트려 버릴 것이라는 것을. 다시는 회복할 수가 없는 파괴가 될 것이라는 것을 현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게 피춘자 시인을 만나는 사람들이 얻게되는 아름다움이었다. 마침내 감동에서 깨어난 춘자가 말했다.

 

"와-우- 정말 곡이 감동적이예요. 한동안 그 감동적인 멜로디에 취해서 정신이 혼미해 졌어요. 너무 아름다워요. 정말 멋져요. 정지훈님. 아- 마자요!"

"피 시인님. 저는시인님의 맑고 감미로운 목소리의 시낭송에 빠져 정신을 잃었습니다. 너무 아름답습니다. 정말 감동적입니다. 정말 정말 좋습니다. 딱입니다! 그리고 제가 곧 피춘자 시인님이 부를 수 있도록 쉽게 곡을 수정하여 만들겠습니다. 그런 후 다시 노래를 불러 보도록 하지요. 아참. 그런데 아 마자요는 무슨 뜻인지요?"

"어휴- 감동중에도 할 말은 다 하시네요 ㅎㅎㅎ. 그것은 아멘과 같은 뜻이예요. '아! 그렇습니다' 라는 뜻이지요. 이말도 그가 전용으로 하고 있데요."

"그 쪼끄만하며 큰사람 말하시는 거지요?"

춘자가 고개를 끄득거렸다.

 

"언젠가 그 분을 만나고 싶습니다. 피춘자 시인님을 얼마나 세뇌시켰기에 틈나면 말하게 하는지."

"농담하시는거죠?"

"아닙니다. 정말 만나뵙고 싶습니다. 알지도 못하면서 존경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지만, 이미 피춘자 시인님에 의하여 그 분의 인격을 대충 알겠습니다. 기회가 주어지길 바랍니다."

 

춘자는 시에 붙혀질 곡을 생각하며 그 곡과 함께 가사를 낭송했을 때 받은 표현할수 없는 감동의 여운을 가슴에 안은 채 그와 헤어져 집에 돌아왔다.

며칠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거실과 주방과 화장실은 어수선했다. 춘자는 그 동안의 두서없이 벌어졌던 놀라울만치 아름답고 가슴벅찼던 것들을 정리하면서 그 여운들과 함께 집안의먼지를 털고 닦고 하였다.

 

 

"아니. 엄마 안 바뻐, 석아. 왜에-?"

"오늘 저녁식사는 집에서 교희가 하기로 했어요. 엄마가 좋아하는 꽃게탕으로요. 누나와 매형 모두 올겁니다. 저녁에 집에 계실거지요?"

춘자는 깜짝 놀랐다. 여기가 우리 집인데 내가 저녁에 계실거라니. 그렇게 내가 정신없이 나 다녔단 말인가. 인석이에게 그렇게 무심했다는 것에 대한 엄마로서의 무책임에 한없는 미안함을 느꼈다.

 

"그래. 오후에는집에 있을거야. 교희 음식 만드는 것 좀 봐야 겠는걸."

"교희가 단단히 준비하고 있어요. 걔 음식 맛있게 잘 만들어요. 맛있다고 해주세요. 아셨지요. 어머님."

이게 무슨 아양이람. 먹기도 전에 맛있다고 정해 버리면 나는 뭘 먹어? 나 꽃게탕 원래 좋아하는데... 그렇다 해도 석이가 이쁘고 아들 석이를 너무도 잘 따르는 교희가 이뻣다. 아들은 교희와 음식 재료 준비를 해서 온다며 급히 나갔다. 내년에 결혼해서 나가면 그때부터는 혼자 살아야 하는데... 미리 걱정을 하는 짜릿한 행복감을 맛 보았다. 꽃게탕 맛은 이러지말아야 하는데 생각하며 정리가 끝난 집안을 둘러본 후 방으로 들어가 입었던 옷을 다 벗고 욕실로 들어갔다. 춘자는욕실 벽에 붙은 거울에 나신을 비춰 보았다. 며칠 전 의사는 신체나이가 47이라 하였는데... 엉터리 아닐까? 나 기분 좋으라고? 그런데 아직은 모든 게 흐트러짐이 없는 것 같았다. 특히 젖가슴이 스스로 보아도 풍만하며 처지지 않아 팽팽하였다. 춘자는두 손바닥으로 젖가슴을 아래서 위로 받쳐 올려 보았지만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아직은. 춘자는 적당히 더운 물속에 몸을 담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를 기억하는 곡에 맞춰 작은 소리로 노래했다. 반쯤 밖에 하지 않았는데도 온 마음은 짜릿한 감동의 전율이 온 몸을 감싸며 몸서리쳐 졌다. 춘자는 몇 번 천천히 노래하며 생각했다. 주어진 기회라면 혼신을 다해 열심히 하리라. 결과는 중요치 않다. 내가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는가 아닌가가 더욱 중요하다 고 생각했다. 너무 화려한 의상도 하지말고 가벼운 차림으로 그러나 무대위에서는 무엇보다 치열하게 할 것이다 생각하였다.

그때 침대위에 둔 휴대폰에서 컬러링 노래소리가 들렸다. 얼른 목욕타올만 몸에 걸치고 나가서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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