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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시인(女流詩人) 피춘자(疲春雌)-18

작성자제이서|작성시간23.09.26|조회수97 목록 댓글 0

 

 

 

 

여류시인(女流詩人) 피춘자(疲春雌)-18

“나도 알아. 피춘자 시인은 내가 먼저 친한거야. 내가 피춘자 시인 까페 특별회원이야. 알아?”

그제서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듯 한숨을 쉬며 천삼분에게로 가까이 온 피춘자 시인이 말했다.

 

“어휴~ 놀랐잖아요. 다들 열심히 하는데, 판을 줄인다는 말이 저 때문에 그렇게 되는것 인가 보다 생각하여 얼른 그만 둘까 생각하고 있었네요. 천 사장님. 다들 열심히 하고 있으니 잘 될거예요.”

“내가 농담을 너무 진지하게 했는가 보네. 피 시인이 저렇게 가슴 조릴 줄이야. 자! 이제 끝났으니 열심히 연습하시고,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정 작곡가님은 곧 레스토랑 ‘비엔나’ 로 와요. 저녁식사 예약을 해 두었으니 나와 만나요.”

천삼분이 스튜디오를 떠나자 정지훈이 피춘자 시인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인채 말했다.

 

"누가 뭐라고 하여도 이 공연 놀라울 정도로 마무리 할것입니다."

춘자가 앉은채 그를 올려 보았다. 그의 표정은 무엇인가를 갈구하는듯 하였다.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예. 결과에연연치 않고 열심히 해 보는거예요."

"그럼요. 지금 이대로라면 감동적인 공연이 될 수 있을거예요. 비록 시간은 좀 짧겠지만..."

멍하니 서 있던 조수연이 가까이오며 말했다.

 

"문제는 천삼분 사장이 어떻게 하느냐 입니다. 아직 리허설을 하지 않았고 같이 연습을 해 보지도 앉았잖아요?”

그녀는 낭송해 본 경험이 많아서 문제없다고 하지만, 맞춰봐야 잘 잘못을 알텐데...

총체적 걱정을 얼굴 가득 담고 정지훈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아~ 그렇구나 생각하며 조수연이 그를 보며 미소지은 채 말했다.

 

"잠시 후에 만나면 좀 상세히 이해하도록 말해보세요."

"예. 그러잖아도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조 기자는 어떤 방향으로 선전할 건가요?"

'읔' 하며 놀란듯 두 어깨를 들썩하며 피춘자 시인을 봤다. 피춘자 시인도 그녀를 보며 미소짖고 있었다.

 

"우선 기사를 '작은공연 큰 감동'이라는 제목으로 특집기사를 쓸거예요."

"아니. 아직 공연시작도 하지 않았잖습니까?"

정지훈이 놀라며 물었다.

 

"맞아요. 그래서 두분의 공연 전 실체를 제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고요, 그 다음은 그것으로 추측기사를 쓸겁니다. 아~ 이럴 때 알렉스님이 옆에 있었으면 좋을텐데..."

그렇게 말하며 조수연이 춘자를 보았다. 춘자는그녀의 말을 들었지만 대답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떳다.

 

"아~ 그 스리랑카에 계시다는, 소설쓰신다는 분. 조수연 기자는 어떻게 그 선생님을알아요?"

"어유~ 제가 모르면 입에 올리겠어요? 지난번 스리랑카에 갔을 때 처음 피춘자 시인님과 알렉스님을 만났어요. 그때 그 선생님의 내공을 느꼈어요."

"내공까지나?"

"예. 그런것 있어요. 같은 종족끼리는 느끼는게 비슷하죠."

"같은 종족?"

"예. 문학과 예술을 하시는 두분의 창작세계가 같은 부류이듯 글 쓰는 부류도 그렇게 같은 종으로 분류하는거예요. 그기서 느끼고 알게되는 그 선생님의 작가적 능력의 특출함이 내공으로 표현되죠. 어휴~ 무림계 비밀을 다 까발리게 되네요 ㅎㅎㅎ."

듣고있던 춘자가 본류에서 튀어나가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아주 재미있는 생각이고 특이한 표현이네요. 역시 젊고 멋진 기자다워요. 그런데, 선전방향으로 다시 돌아가야죠. 조 기자님."

"네. 제 곁에는역시 피 시인님이 계셔 주셔야해요. 그러면 저는 원고마감 전까지 두분과 이야기를 많이하고 그것들을 정리하여 인터뷰기사 화 할 것이예요. 물론 시작 전 인터뷰이지만요. 이런 기사는 정말 특이한 거지요. 아하~ 그러고 보니 이번 공연에는특이한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것들도 정리하면 이 공연의 특이성 후기담이 될 수 있겠어요."

"어휴. 조 기자님. 알렉스와 버금가네요. 어떻게 그렇게 생각과 아이디어들이 연달아 나와서 일을 만드는거에요? 참 대단해요."

조수연이 춘자를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피춘자 시인님이 저의 생각에 동의하신 거라고 봐도되죠? 정지훈님은 어때요?"

"저는 피춘자 시인님 좋아하는 방향으로 갈겁니다. 그리고 열심히 하면 되잖아요?"

피춘자 시인이 자리를 둘러보며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우리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아직 정지훈님의 약속시간에 여유가 있으니 커피라도 사서 공연장으로 가서 마무리하는 것이 어때요?"

“햐~ 멋진 지도력입니다. 이래서 중년이 항상 옆에 계셔야 해요. 갑시다~”

조수연 기자가 활짝 웃으며 동의했다.

 

공연장은 초등학교 교실 두개를 튼 것 정도의 넓이였다. 특별히 꾸밀 것도 그럴 필요도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정지훈의 친구들이 조명이며 무대를 꾸미고 있었지만 보기에도 심플하였다. 무대는 50센티 높이에서 나무판자로 바닥을 만들었는데 그게 다 였다. 뒷편 벽 천정에 서치 라이트 몇개 앞 쪽에 무대를 향한 라이트 몇개 그리고 어지럽게 널린 전선들과 네개의 마이크와 좌우 앞뒤의 스피커들. 그리고 바닥에는약 65개의 의자. 순수한 시낭송과 노래를 위한 무대였다. 잡 것이 거의 끼지 않았다.

 

"와아 하~ 저는그 동안 많은 무대를 보아왔지만 이것처럼 심플하고 다른 잡스러운 것이 끼지 않은 순수한 무대는 처음 봤어요. 정말 특이하네요. 그렇죠?"

조수연이 놀라며 정지훈을 봤다. 뭔가 설명을 해 달라는 요구였다.

 

"아~ 이 무대분위기는 며칠 전 피춘자 시인님을 만난 후 분위기에 대한 선호를 감지하였고 또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무대라서 보고 듣는 사람들이 순수하게 시낭송과 노래와 연주를 듣고 감상하고 평하길 바라는 의미와."

"비용 절감이 주 원인이라는 말씀이죠?"

조수연이 핵심을 집고 들어왔다.

사실 그렇다. 처음 피춘자 시인을 만나기 전에는 조그마한 식당 까페를 빌려서 천삼분의 지인들을 모아 놓고 송년파티겸 시낭송회를 할려고 하였었다. 특별히 주제가 없었고 천삼분의 빈약한 과시욕이 어거지를 부려 정지훈이 같이 함께 조촐하게 하기로 한 것이었다. 피춘자 시인이 참여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별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피춘자 시인의 시낭송과 즉석곡에 붙여 시를 노래한 그 특별하게 아름다운 목소리와 시낭송이 준 감동과 이야기하는 동안 그녀로 부터 느낀 감성 그리고 인품들에 감동받은 정지훈은 부랴 부랴 무대를 확장하고 규모를 키운 것이 이것이었다. 그는 음악가이잖은가.

그 동안의 스토리를 들은 조수연은 나름대로 머리속이 분주하였다. 우선 소속사 사장님을 만나 이 기회에 회사 광고를 하는 쪽으로 권하고 인쇄소에는 플라이를 찍어주는 대신 하단에 인쇄소 광고 안내가 들어가게 한다 등 광고에 대한 생각들이었다.

 

"피춘자 선생님. 공연을 위하여 필요한 것이 있습니까? 뭐든 말씀하십시요."

"예. 그래요. 선생님의 시낭송과 노래가 핵심이예요. 저는 선생님의 무대가 감동으로 공연장을 꽉채울 것 같아요. 이번 공연에는 참 특별한 것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 선생님의 시낭송과 노래가 아마도 힛트될 것 같은 저의 예감이예요."

정지훈과 조수연이 연달아 호의적이고 고무적인 말을 하였다.

춘자는 은근히 걱정되었다. 기대가 제대로 되는 것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었다.

 

"너무 저에게 기대마시고 지금 계획에 충실하도록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주어질 것 이예요. 저도 저에게 주어진 기회가 헛되지 않게 혼신을 다 할 작정이예요."

두 사람 다 멍하니 피춘자를 보았다. 아차. 뭔가 말 실수를 하였나 생각한 춘자가 두 어깨를 들썩해 보이며 웃었다.

 

"뭐가 잘못됐어요? 제가 말을 막 했나요?"

"전혀 잘못 안됐어요. 겸손의 미덕을 방금 보여주셨어요."

"어머~ 큰일이네. 뭐든 제가 하는 것을 좋게만 봐주시니. 당장 뭐 먹고 싶은 것 있으세요?"

"저희는 사실대로 말한 것인데 굳이 사 주신다면 에피타이져로 만두 어때요!"

정지훈이 나이답지 않게 귀여움을 떨었다.

 

"저도 찬성이에요. 배가 너무 고파요. 근데 식당으로 가야 하나요?"

조수연이 정지훈을 빤히 쳐다보았다.

 

"제가 배달 주문을 하고 오지요. 제가 필요하니 행복합니다."

그가 말을 마치자 곧 공연장을 빠져 나갔다.

춘자는 두 사람 모두가 참 좋다고 생각했다. 재고 겨누고 밀고 당기고 하는 등의 능숙한 삶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세상을 걱정하게 했다. 얼마나 다치고 놀랄까. 이 순수스러운 사람들로 인하여. 그러나 그들의 세상은 짐작키 어려울 정도로 복잡 다난할 것이다. 피춘자가 어찌 그러한 것들을 짐작하겠는가. 조수연이 춘자의 생각을 막았다.

 

"선생님. 이번 공연이 잘되었으면 참 좋겠어요. 나준석씨도 벼르고 있거든요. 이번 공연을 잘 마치게 되면 티비 인터뷰를 기획한대요. '여류시인 피춘자의 삶과 사랑'이란 타이틀로요. 근데, 선생님. 사랑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조수연이 호기심 어린 눈을 춘자에게 향하며 묻자 춘자는 얼굴이 달아 오르는 것 같이 괜히 화끈거림을 느꼈다.

 

"아직 사랑이야기라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이제는 그런 사랑이야기 만들 나이도 아니고..."

그냥 얼머무려 버렸다.

 

"어머나. 선생님. 선생님 같은 아름다운 분이 어떻게? 말씀하실 분위기가 아니라서 그렇죠? 그렇지만 선생님의 시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는 정말 사랑의 아름다움과 진정성이 그대로 담겨있는 쉬우면서 놀라울 정도로 애절한 사랑이 담겨있는걸요. 이 점을 설명해 주셔야 해요."

춘자는 웃었다. 정말 그렇게 물었을때 떠오르는 사람의 얼굴은 없었다. 학창시절이 없는 춘자의 청춘은 그늘에 머물면서 살아 온 과거로 너무 멀어서 잊혀졌고, 돌아가신 남편? 있는듯 없는듯 늘 옆에 있어 주어서... 그게 사랑이라면 그 일 것이지만, 스스로도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하면서 떠오르지는 않는다. 결혼생활 중 몇 사람이 스쳐지나 갔으나 그들 또한 딱히 사랑하는 이라고 말 할 수가 없는 기억들이었다. 알렉스? 있으면 좋고 없어도 나쁘지 않은 그러면서도 좋은 면이 많은 사람이지만 내가 원하는 남자 타입권엔 전혀 들어오지 못하는 권외 남자이었다. 정말 피춘자 스스로가 딱하다 느껴졌다. 알렉스가 늘 말했던 운명이라는 것이 사랑할 수 있는 남자를 멀지 않은 날 나에게로 데리고 오겠지 라며 혼자미소지었다.

 

그들과 그렇게 열심히 연습하며 지낸 오후는 참 보람있었다고 춘자는 생각했다. 정지훈이 사 들고 온 만두를 먹으며 의기 투합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성공적인 작은 공연을 만들자고 다짐할 수 있었다. 정지훈이 천삼분을 만나러 가야한다고 급히 나가고 조수연과 아쉬운 헤어짐을 하고서야 집에 돌아온 춘자는 아들을 위하여 늦은 저녁식사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춘자가 가장 사랑하는사람이었다. 그를 위하여 오늘 저녁은 시원한 꽃게 찌게를 하기로 하였다. 그날 저녁식사에는 큰딸과 사위 그리고 아들과 그와 곧 결혼할 교희까지 와서 가족이 다 모여 피춘자의 꽃게탕요리 솜씨를 땀을 흘리며 맛 보았다. 충분한 양이었지만 모자랐다. 다들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피춘자의 음식 만드는 솜씨는 결혼이후 부터 정평이 났었다. 김장김치에서 부터 된장찌게등 찌게류, 제삿상 음식들, 장애우들을 위한 간식 등 하여 하여튼 만들면 남녀노소 구별없이 먹는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며 더 달라고 조르곤 하였다. 특히 다문화가정의 지적장애우들을 돌보며 그들을 위하여 만든 음식들은 무엇보다 그들 입맛에 맞아 언제나 지적장애우들이 원장인 피춘자의 음식봉사 날을 기다리고 있게 만들었다. 식사 후 이야기는 당연히 내일 있을 공연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머니. 내일은 저희들 모두 참석하여 관람하며 응원하니 기 죽지 마시고 잘 하시길 바랍니다.”

아들 인석이었다.

 

“어머니. 저는 어머니가 제 시어머니로 되어 주신 것에 대하여 너무 감사드려요. 저는 요, 인석오빠와 어머니 모두 너무 너무 사랑해요. 내일 공연 후회없이 잘 하세요.”

춘자를 닮은 곳이 많은 교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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